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984BOOKS 『아니 에르노 컬렉션』 중 「남자의 자리」

1984년, 아니 에르노의 두 번째 책, 《남자의 자리》로 르노도 상을 받았다.


아니 에르노가 기억하는 남자, 아버지의 자리를 서술한 책이다.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아리송하다. 한 방송에서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의 존재로 소설을 쓰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쓰면 인물을 창조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은 미화가 없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글쓰기가 되었다. 1940년 생 아니 에르노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삶은 <그는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농가의 일꾼이었던 할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같은 노동자였던 어머니를 만나 카페 겸 식료품점을 차렸다. 그는 노동자보다 상인이기를 원했고, 쾌활한 사람이었으나 부부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미술관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었다. 사는 데 책이나 음악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의 삶은 물질적 필요에 얽매여 있었다. 그는 다만 자기 자리를 지켰다.> 기억의 보탬도 뺌도 없는 한 남자의 삶, 그가 살아온 자리. 이 삶이 전부다.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남자의 자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아빠를 아니 아버지를 다시 떠올려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스펙터클한 모험도 없고 반전도 없고 사건, 사고도 없다. 버석버석 소리가 날 듯 엄청 건조하다. 그 누구도 도망칠 수 없는 절대 진리.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 앞에서 남아 있는 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큰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아니 에르노가 본 남자를 나도 보고 있었다.

20년 후에 나의 아이가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아이도 그 남자를 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