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증인 -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윤재윤 지음 / 나무생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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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30년여년 동안 법관 생활과 약 10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한 평생 법조인이다. 법의 성격이 치열하고 치밀해야 할 터이니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 또한 치밀하고 이성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이해관계를 다투는 민사든, 죄의 유무를 가리는 형사든 재판은 엄숙하지만 치열할 것이다. 삶의 극한에서 치러지는 양측의 이해를 분명하고 치밀하게 가려야 하는 재판관의 입장에서라면 많은 회한과 혹시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를 재판 때문에 평생을 내적 갈등과도 싸워야 하는 쉽지 않은 직업이다.

40년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글을 시작하면서 맨 먼저 한 말이 "법은 나에게 아직도 몸에 잘 맞지 않고, 좀 어색하고, 때로는 거리가 먼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완전하지 못한 제도인 법에 의해 재단한다는 것이 거칠고 불합리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인간의 이해 관계나 범죄를 법 제도에 의해 단죄하고 가늠해야 한다.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과 회의적인 감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에 독자도 공감한다. 많은 고민과 사색이 뒤따랐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법관으로서 또 변호사로서 사람 삶의 본질 깊숙한 곳을 꿰뚫어보는 통찰과 사람을 향한 겸허한 시선을 견지했던 것으로 이 책에 담긴 짧은 에세이에 기대어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제목 『잊을 수 없는 증인』이란 말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는 아마 법정에 증인으로 선 한 사람의 증언이 쉽게 잊혀지지 않은 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 제목의 책 속 글 「잊을 수 없는 증인」(p. 233)에서 따와 그대로 표제어로 썼다. 먼저 이 글로 들어간다. 뉴스에서 본 듯한 사건이다. 고아원 출신 전과자 남편과 몸이 불편한 척수염 환자 아내 사이에 두 딸은 그들의 희망이었고 삶의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은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다. 여섯 살, 네 살 된 두 딸에게 독극물이 든 우유를 먹여 절명하게 했던 것이다. 남편 자신도 우유를 마셨으나 목숨을 건졌고 살인죄로 재판을 받았다. 피해자가 어린 자매여서 주위의 안타까움은 더했을 것이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아내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남편의 형량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증언대에 선 아내는 딸들을 살릴 수 있다면 자기 목숨이라도 바치겠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곧 눈물을 거두고 차분한 태도로 남편에 관해 증언했다. 처음에는 분노로 남편을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그 상황에서 실망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남편에 대한 애정도 전혀 없다고도 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죽인 것은 미워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지게 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약한 남편에게 가벼운 형을 주어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증언했다. 저자는 이 가련한 아내의 증언에서 "사람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깨우쳐준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녀야말로 위대한 힘을 가진 놀라운 사람이며, 지금까지 그녀처럼 '훌륭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썼다.

 


 

법이 눈물을 닦아주기는 어렵지만, 눈물의 현장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는 게 저자의 소신인가 보다. 유대교 철학자 아브라함 J. 헤셸에 따르면, ‘정의(JUSTICE)’는 법, 판결과 같이 곧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올바름을 의미하지만, ‘의(RIGHTEOUSNESS)’는 친절, 박애, 관용 등 인격의 질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의’는 정의를 넘어 연약한 사람에 대한 연민과 눈물을 포함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다수의 권리를 보호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의 공평한 시선이 모두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한다. 법관과 변호사로 40년간 법의 현장에 있었던 저자도 수많은 재판을 경험하면서 법 제도가 ‘의’보다는 ‘정의’에 치중되어 있음을 깨닫고 회의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저자는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법은 겉모습에만 관여할 수 있을 뿐 사건 속의 눈물은 헤아릴 수 없다. 개개인의 사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무정하고 냉혹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법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며, 법과 물리적 증거만으로 끝까지 알아내기 힘든 사람들의 눈물과 아픈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왔음을 고백한다. 법이 눈물을 닦아주기는 어렵지만 눈물의 현장에 있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그만큼 더 인간성에 대한 고뇌와 연민이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저자의 약한 자에 대한 연민은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의 안락만을 목표로 삼거나 늘 자기 문제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남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갖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평생 자기 안에 갇혀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이에 대해 에리히 프롬을 인용한다. “무력한 사람에게 연민을 가질 때에야 약하고 위태로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인식하고 타인에게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복된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고 연민을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 또한 평소 동정심이 많다고 자부하였지만 무의식중에 사람의 가치를 이분하는 모습에 깜짝 놀란 바 있다고 고백한다. 과연 갱생 가망이 없는 중증 알코올 의존자나 마약 중독자, 상습 범죄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가치가 없는 것인가? 인간의 가치가 능력이나 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존엄하며 고유한 가치가 있음을 저자는 법의 현장에서 거듭 확인한다.

 


 

정의와 공평을 이룬다며 애써서 하는 재판이 삶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저자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가 가진 심연의 한쪽 가장자리를 스쳐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그에 대한 혼란과 끊임없이 싸웠음을 고백한다. 인간사에는 법의 저울로 잴 수 없는 일이 무수히 많음에도 저자는 그 한계에서 좌절하지 않고, 법의 틈새를 보완해줄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년자원보호자제도’와 ‘정상관계 진술서’의 양식을 만든 것이다. 소년자원보호자제도는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에게 부모 등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있어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을 때 법원이 위촉한 지역사회 봉사자들과 소년범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멘토링 서비스로, 우리나라에서 저자가 시작하여 제도화되었다. 또한 정상관계 진술서의 양식도 저자가 피고인의 보다 자세한 사정과 환경을 알기 위해 만든 것으로, ‘차가운 법의 판결’의 한계를 넘어 ‘눈물 흘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그의 애타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안타깝고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지만 내가 재판에 관한 일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본문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증인』은 저자 윤재윤이 40년간 법조인으로 일해오면서 법정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좋은생각》에 꾸준히 연재해온 것을 묶은 것인데,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성찰이 담긴 그의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이 많아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특히 법조인이기에 앞서 그 또한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재판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본인을 되돌아보고 깊이 있는 성찰로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책의 제목을 『잊을 수 없는 증인』으로 정한 것은 그 눈물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그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삶의 방향과 인간의 본질을 깨우쳐준 귀중한 인생의 스승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 책에 실린 성공과 실패, 연민과 원망, 기쁨과 고통, 후회와 성장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고통과 슬픔을 넘어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기를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윤재윤

 

30여 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하다가 춘천지방법원장을 마치고 퇴임하였다. 비행청소년을 돕는 자원보호자제도, 피고인에 대한 양형진술서제도를 창안하여 전국 법원에 시행되게 하였고, 법이 치유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틈틈이 재판과 사람에 대한 글을 써왔다. 현재는 변호사, 한국건설법학회 회장, 대학의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하였고, 저서로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소소소(小素笑) 진짜 나로 사는 기쁨》 《언론 분쟁과 법》 《건설 분쟁 관계법》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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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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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백 마디 말보다 한순간의 얼굴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이야기하는 얼굴의 강력한 힘에 대해 속 시원한 안내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연구 과제 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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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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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은 "남자(사람)는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심오한 뜻이 있는 말 같은데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이 말을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아 외워만 두었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이 말뜻을 제대로 새겼다. 태어나서 40년간 살면 얼굴에 40년 동안의 이력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인품과 품성이 드러난다는 것. 때문에 올곧은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링컨은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고 알려져 삶을 진실되게 살아온 사람과 거짓과 허황된 욕망을 좇는 사람의 얼굴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대가 달라진 요즘에도 그 말은 유효할까? 만일 성형이나 사고 등으로 얼굴이 변형되지만 않는다면 아마 링컨의 말은 어느 정도 맞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도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살아본 사람으로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인상은 비교적 자세히 기억에 남긴다. 특히 인품이나 품성이 인자하게 배어 있는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그럼 어떤 얼굴이 인품이 깃들어 있고, 품성이 배어나오는 걸까? 설명은 힘들다. 오랜 경험으로 인한 느낌이지 과학적 설명을 해본 적이 없다.



과학적 설명의 해답은 이 책에 있다. 현대인들은 링컨 대통령 시절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주 들여다본다. 거울도 많지만 주위 온갖 물건이 거울처럼 매끈하기 때문에 자신이 굳이 보지 않더라도 마주 서기만 해도 보인다. 또 카메라를 수시로 찍고 찍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많이 노출시키는 시대다. 지문보다 페이스 ID가 흔하고, SNS 프로필 사진 등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얼굴을 자주 보고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안타깝게도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타인에게 내 얼굴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까? 반대로 나는 타인의 얼굴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마주할 때는 얼굴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얼굴부터 보는 이유는 인간은 오래전부터 얼굴만 보고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고, 그 결과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는 것을 넘어 얼굴에 담긴 타인의 정보를 순식간에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또 봐도 별 내용이 없다면, 얼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을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얼굴에는 유용한 정보가 매우 많이 들어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성별을 알 수 있고 연령대 또한 알 수 있다.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시선을 통해 그 사람의 의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정확성과는 별개로, 얼굴을 보고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속성도 있다. 얼굴을 통해 성격을 알 수 있고, 지적 수준을 알 수 있으며, 얼마나 고상한지 알 수 있고, 살아온 역사도 알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심지어 관상처럼 얼굴을 보고 사람의 미래를 읽으려 한다. 이렇듯 얼굴은 인간에게 정보의 창고 역할을 한다.

- 「왜 얼굴일까」 중에서



이 책 『왜 얼굴에 혹할까』의 저자 최훈은 시지각(視知覺)을 전공한 심리학자로, 얼굴을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파헤친다. 이 책은 얼굴에 어떤 정보들이 담겨 있는지, 그 정보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담은 '얼굴 안내서'다. 얼굴만 봐도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인상을 형성해 타인을 파악한다. 우리가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혹하는 이유다. 한 번쯤 얼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하진 말자. 인간은 얼굴을 보도록 태어났으니.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혹하게 되어 있으며, 얼굴로 판단하는 정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제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쓰지 말고, 이 책을 통해 얼굴부터 잘 읽어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독자들은 관상학과 헛갈리지 않기를 미리 밝혀둔다.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보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데, 보기는 힘들고, 그나마 보게 해주는 거울과 카메라 렌즈에는 왜곡이 발생하니, 나는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면, 내가 내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속 얼굴은 온전한 내 얼굴을 담고 있을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내 얼굴 모습을 심리학 용어로 내 얼굴의 ‘표상’이라고 한다. 내 얼굴의 표상과 실제 얼굴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내 얼굴의 표상은 실제 얼굴과 꽤 차이가 난다.

-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중에서



책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눈을 뜨고 일어나 다시 눈을 감고 잠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한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으로도 얼굴을 본다. 그냥 보기만 할까? 부모님의 지인은 나를 처음 봐도, 보자마자 부모님과 나의 유전적 관계를 알아챈다. 얼굴만 보고 내면을 헤아리지 않으려 해도 흔히 이런 표현을 쓴다. “착하게 생겼다.” “성실해 보인다.” “똑똑해 보인다.” 많은 얼굴 중에서도 얼굴 생김새가 빼어난 사람을 보면 좋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이 끌리게 된다.

남의 얼굴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로 나의 얼굴을 확인한다. 인간이 이토록 얼굴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주 오래전 현생인류부터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얼굴을 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얼굴은 매일 보는 친숙한 것이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내 얼굴도 잘 보고, 알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인간은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신원, 나이, 성별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 진실성, 성격, IQ까지도 꽤 정확하게 판단한다. 생물과 유전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분석의 결과다.



이 책은 또 얼굴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인간은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풀어낸 얼굴 안내서다. 얼굴만 봐도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인상을 형성해 타인을 파악한다. 우리가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혹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얼굴을 만들어주거나, 몰핑이라는 기술로 타인과 나의 얼굴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얼굴을 감상해보자. 얼굴에 진심인 심리학자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들은 얼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얼굴만 보고 이름, 나이, 성별 등을 바로 알아채는 능력은 마치 바코드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1부 나의 바코드, 얼굴’에서는 먼저 타인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야기하며 나의 얼굴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과 카메라는 얼굴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1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얼굴과 타인이 바라보는 얼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얼굴, 오른쪽 얼굴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어느 쪽 얼굴을 보이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관상학과 다른 점을 분명히 한다. 관상은 통계에 가깝지만 얼굴을 보고 사람을 가려내는 일은 과학이고 인문학이다.



‘2부 말보다 강한, 얼굴’에서는 뇌와 마음을 흔드는 ‘매력’과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매력적인 얼굴에 대해 연구해왔다. 인간은 어느 경우에서든 얼굴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얼굴을 사용한 심리 실험들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얼굴은 어떤 얼굴인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매력만큼이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첫인상이다. 0.1초 만에 형성되어 10년을 따라다니는 첫인상의 영향력과 잘못 각인된 첫인상을 극복하는 심리 법칙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심리학적으로 조금이나마 첫인상을 좋게,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들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얼굴을 더 잘 보려는 이유는 얼굴을 통해 타인과 수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3부 소통의 기술, 얼굴’에서는 사회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얼굴을 다룬다. 우리는 얼굴 표정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으며 소통한다. 공동체 생활에서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으로 나를 대표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타인의 얼굴에서 나의 얼굴로, 얼굴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얼굴의 쓰임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얼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하진 말자. 인간은 얼굴을 보도록 태어났으니. 중요한 것은 인간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혹하게 되어 있으며, 얼굴로 판단하는 정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쉽게 얼굴을 보는 시대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쓰지 말고 더 정확하게 보고, 제대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으로 얼굴을 읽어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눈만 보고는 타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입 모양을 볼 수 없으니, 말소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얼굴이 가려져 친밀감, 신뢰도, 호감도가 떨어진다. 인간은 팬데믹이 가져온 단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해결책으로 최근 뇌 과학에서 주목하는 ‘가소성’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는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변화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뇌는 눈에 집중해 눈만 봐도 얼굴을 보듯이 타인의 정보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 : 최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학교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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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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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실패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던 조상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 부채를 갚기 위해서라도 잃어버렸던 역사를 톺아보고 오롯이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21세기 독립운동’이자 ‘대한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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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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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불과 5개월 전 대한제국 시절 멕시코로 떠난 조선인들이 있었다. 이미 기울어진 나라에서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나라로 먹을 것을 찾아 떠난, 요즘 말로 보면 '난민'이었다. 그들은 용설란의 일종인 애니깽 농장으로 가축처럼 팔려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작렬하는 유카탄 반도의 햇볕을 피하기 위해 농부들은 새벽 네다섯 시 검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동을 시작했다. 하루 일해 겨우 하루 먹고살던 지독히도 고된 삶이었다. 4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멕시코 한인들은 귀국할 수 없었다. 귀국 대신 그들은 일제의 대한제국 병탄 소식에 나라를 찾겠다며 독립군 양성을 위한 숭무학교를 설립한다. 일부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쿠바로 이주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조선인들의 삶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 이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갖은 멸시와 혹독한 노동을 이겨내며 끼니를 이었다. 죽을 힘을 댜해 일한 댓가로 식량을 사고 남은 돈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금하는 등 독립자금을 모금했던 일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으로 바뀐 조국은 전란과 독재에 시달리면서도 특유의 삶에의 의지로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됐고, 애니깽 조선인들의 삶의 의지와 독립 헌금 등의 일화들이 하나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 사진은 새벽 다섯 시경 애니깽 농장의 모습이다.



이 책 『몽우리돌의 바다』는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책이다. 멕시코뿐 아니라 인도에 간 한국광복군, 체 게바라의 동지, 한인 최초 백만장자, 우리 공군이 시작된 땅 등... 이제껏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바다 건너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자로 활동하다 여행자의 삶을 살던 저자 김동우는 세계일주를 하던 중 우연히 인도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강렬하게 사로잡혀 그들의 흔적을 좇아 기록하기 시작한다.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 10개국에 이른 생생한 현장 취재기, 그리고 끝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 후손과의 에피소드를 110컷의 사진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또한 현장에 얽힌 깊고 내밀한 역사를 풀어내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단행본, 국내외 기사를 일일이 찾아내 독립운동사를 재구성했다.

책 제목으로 쓰인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의미하는 우리 고유어다. 일제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는 일본 순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자신을 협박하자 이 말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며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곧은 일에 생을 바치고자 했던 '뭉우리돌'들의 역사, 오늘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대한의 독립운동사가 우리 곁에 새롭게 펼쳐졌다.



책에 따르면 바다를 건너간 한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멕시코와 쿠바의 애니깽 농부들,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부들, 프랑스에서 전쟁 시체를 치우던 노동자들 등 고달픈 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피와 땀의 결정체를 모아 독립자금으로 보탰다. 김구는 《백범일지》 하권의 시작을 미주 한인 동포들의 눈물 나는 지원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어느 땅에 자리를 잡든 학교를 세워 우리말과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숭무학교 등 독립군을 양성하는 기관을 만들었다. “독립전쟁 일어나는 날, 도쿄의 하늘로 날아가리라”는 각오로 공군을 양성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인비행사양성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공군의 모태가 되는 이곳을 지원한 한인 최초의 백만장자는 한 달에 비행기 한 대 값 이상을 운영 지원금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대한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일생을 바친 ‘뭉우리돌’이었다.

또 김익주, 이근영, 이종오, 김세원, 임천택, 호근덕, 이윤상, 배경진, 김종림, 김형순, 장인환, 전명운, 황기환, 이우석… 이 책에 나오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은 생소하다. 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교과서 밖에서 마주한 뭉우리돌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남김없이 골라내려고 했던 뭉우리돌은 비단 상해와 만주,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곳곳에 굳건히 박혀 대한의 독립을 일궈냈다.



저자는 찬란하고 강인했던 그들의 흔적을 찾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다. 때로는 남은 기록이 이름 석 자뿐일 때도 있었다. 저자는 대사관, 한인회 등을 수소문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았다. 불쑥 자신을 찾아온 저자에게 그들은 떠듬떠듬 부모로부터 배운 몇 마디 한국어를 건네며 따뜻한 한국식 밥상을 내올 땐 지난 설움이 복받쳐 울컥울컥 울음이 나온다. 대한 황실의 후손 율리세스는 큰 반찬통에 담긴 김치를 꺼내와 작가의 입에 넣어주었고, 쿠바의 한인 모임에는 비빔밥이 차려졌다. “손님이 찾아오면 따뜻한 밥상으로 대접하라”는 부모로부터 배운 한국식 손님맞이를 기억하고 지키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호근덕의 후손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묵었을 때 그의 아들은 “내가 독립운동 사진을 찍겠다고 네 한국 집에 머물면 넌 어떻게 할 거니? 우리 아버지가 너에겐 돈을 받지 않으시겠대”라며 저자가 내민 방값을 한사코 거부했다고.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선대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애환, 고되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원망, 독립 정신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모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음을 저자는 확인했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이 가족에게 남긴 게 도대체 뭐냐고요. 예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참 훌륭한 분이란 자부심 하나로 살았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아닌가 봐요.”(청산리 대첩 마지막 생존자 이우석의 후손 이춘덕)

“아버지의 독립운동은 한국인으로서 그 시대 사명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사명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죠. 하지만 난 자라면서 내 가족이 아버지에 대해 불평, 불만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 모두 독립운동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거죠.”(도산 안창호의 막내아들 안필영)

친일은 꽃길, 독립은 가시밭길. 저자는 오늘날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이 수식을 지적한다. 한국과 교류가 적은 쿠바에는 아직까지 독립운동 서훈을 전달하지 못한 사례가 15건에 달한다. 2015년 한국일보 통계자료를 보면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고 있는 후손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75.2%에 달하는 후손이 월 개인소득 200만 원 미만이며, 70%는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

저자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찍는다. 불과 100년이라는 시간 만에 우리의 기억과 역사 속에서 희미해진 독립운동을 표현한 저자만의 사진이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길게 설정하고, 셔터가 떨어지기 전에 후손을 파인더 밖으로 나오게 한다. 흐릿하게 사라져가는 독립운동의 역사, 그 현장에서 만난 후손들의 이야기는 짙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부실했던 국외독립운동 자료를 수집, 축적했다는 점에서 사료적 의미도 매우 크다. 멕시코 한인 디아스포라의 시작점인 ‘살리나크루스 해변’, 도산 안창호가 멕시코 순방 당시 머물렀던 ‘프란세스 호텔’, 한인들이 일했던 애니깽 농장들, 독립운동가들의 묘소, 쿠바 대한인국민회 회관으로 쓰였던 건물, 친일파 미국인을 처단한 ‘샌프란시스코 페리 부두’, 3·1혁명 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던 뉴욕의 ‘타운 홀’ 등 주요 역사 현장을 직접 답사해 현재의 모습을 빠짐없이 담았다.

국외독립운동사의 현장을 집요하게 추적한 취재기는 연신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가졌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110컷의 사진이 책에 실려 있다. 단순히 취재기만 나열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스스로 독립운동사에 무지했음을 고백하며, 반성하고 더 열심히 현장의 깊고 내밀한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파고든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자 질문이 산더미처럼 늘었다. 모든 단발성으로 끝나는 법 없이 여기저기 가지를 뻗어 나가며 입체적으로 이어졌다. 인물사 또한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으로 끝낼 게 아니었다. 거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상황이 한데 물려 있었고, 심지어 세계사까지 연결됐다.” 저자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한 분 한 분의 마음과 연결시키는 놀라운 힘을 경험하게 한다.



현장에서 작가가 가장 많이 마주한 풍경은 ‘빈 터’였다. 독립의 정신이 흐르지만 아무것도 남이 있지 않은 현장 앞에서 작가는 때론 울분을 토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적지 현황과 변변찮은 보훈 정책을 지적하며 기록하고 기억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의 말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립운동사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까.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지켰던 독립운동가 약 15만 명. 그들은 단지 ‘나라’를 지킨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평화,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자 했기에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은 각별하다. 이들의 생은 오늘날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들이 기필코 남기고 싶었던 고귀한 가치들이 다시금 대물림된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 이제 기억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다.

고백하건대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 세계에 보석처럼 박혀 민족의 등불이 된 현장을 제대로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지 않나. 표지판 하나 없는 사적지, 이력 하나 쓰여 있지 않은 비석, 무덤조차 쓰지 못한 수많은 무명 투사들 그리고 그곳에서 뿌리를 이어가는 후손들, 이 모두가 교과서 밖에서 마주한 역사다.

- p.11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중에서



저자 : 김동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로 일한다. 그러다 행복이 직장에 없음을 깨닫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한동안 여행자의 삶을 살던 중 우연히 인도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목덜미를 타고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기묘한 체험이었다. 그렇게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2017년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 10개국의 독립운동사적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후손들을 취재했고 국내에서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그중 바다를 건너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으로 간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다룬다. 앞으로 유라시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계속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기념관, 갤러리 류가헌 등 전국 각지에서 〈뭉우리돌을 찾아서〉 전시를 열어왔으며 지은 책으로는 《뭉우리돌을 찾아서(사진집)》,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현장》,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걷다 보니 남미였어》 등이 있다. 국가보훈처 보훈문화상, 다큐멘터리 온빛사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필름 현상을 맡겨보니 사진이 한 장도 나오지 않은, 어설펐던 첫 촬영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대학에선 학보사 활동으로 사진과 인연을 이어갔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부터는 차츰 사진과 멀어졌다. 그러다 여행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잊고 지낸 사진을 다시 하게 됐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세상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게. 그 후 몇 번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상식이 통하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를 꿈꾸며 잃어버리고 잊혀진, 바래고 물 빠진 것들을 카메라에 담는데 관심이 많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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