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은 "남자(사람)는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심오한 뜻이 있는 말 같은데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이 말을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아 외워만 두었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이 말뜻을 제대로 새겼다. 태어나서 40년간 살면 얼굴에 40년 동안의 이력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인품과 품성이 드러난다는 것. 때문에 올곧은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링컨은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고 알려져 삶을 진실되게 살아온 사람과 거짓과 허황된 욕망을 좇는 사람의 얼굴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대가 달라진 요즘에도 그 말은 유효할까? 만일 성형이나 사고 등으로 얼굴이 변형되지만 않는다면 아마 링컨의 말은 어느 정도 맞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도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살아본 사람으로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인상은 비교적 자세히 기억에 남긴다. 특히 인품이나 품성이 인자하게 배어 있는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그럼 어떤 얼굴이 인품이 깃들어 있고, 품성이 배어나오는 걸까? 설명은 힘들다. 오랜 경험으로 인한 느낌이지 과학적 설명을 해본 적이 없다.



과학적 설명의 해답은 이 책에 있다. 현대인들은 링컨 대통령 시절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주 들여다본다. 거울도 많지만 주위 온갖 물건이 거울처럼 매끈하기 때문에 자신이 굳이 보지 않더라도 마주 서기만 해도 보인다. 또 카메라를 수시로 찍고 찍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많이 노출시키는 시대다. 지문보다 페이스 ID가 흔하고, SNS 프로필 사진 등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얼굴을 자주 보고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안타깝게도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타인에게 내 얼굴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까? 반대로 나는 타인의 얼굴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마주할 때는 얼굴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얼굴부터 보는 이유는 인간은 오래전부터 얼굴만 보고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고, 그 결과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는 것을 넘어 얼굴에 담긴 타인의 정보를 순식간에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또 봐도 별 내용이 없다면, 얼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을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얼굴에는 유용한 정보가 매우 많이 들어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성별을 알 수 있고 연령대 또한 알 수 있다.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시선을 통해 그 사람의 의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정확성과는 별개로, 얼굴을 보고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속성도 있다. 얼굴을 통해 성격을 알 수 있고, 지적 수준을 알 수 있으며, 얼마나 고상한지 알 수 있고, 살아온 역사도 알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심지어 관상처럼 얼굴을 보고 사람의 미래를 읽으려 한다. 이렇듯 얼굴은 인간에게 정보의 창고 역할을 한다.

- 「왜 얼굴일까」 중에서



이 책 『왜 얼굴에 혹할까』의 저자 최훈은 시지각(視知覺)을 전공한 심리학자로, 얼굴을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파헤친다. 이 책은 얼굴에 어떤 정보들이 담겨 있는지, 그 정보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담은 '얼굴 안내서'다. 얼굴만 봐도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인상을 형성해 타인을 파악한다. 우리가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혹하는 이유다. 한 번쯤 얼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하진 말자. 인간은 얼굴을 보도록 태어났으니.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혹하게 되어 있으며, 얼굴로 판단하는 정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제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쓰지 말고, 이 책을 통해 얼굴부터 잘 읽어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독자들은 관상학과 헛갈리지 않기를 미리 밝혀둔다.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보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데, 보기는 힘들고, 그나마 보게 해주는 거울과 카메라 렌즈에는 왜곡이 발생하니, 나는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면, 내가 내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속 얼굴은 온전한 내 얼굴을 담고 있을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내 얼굴 모습을 심리학 용어로 내 얼굴의 ‘표상’이라고 한다. 내 얼굴의 표상과 실제 얼굴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내 얼굴의 표상은 실제 얼굴과 꽤 차이가 난다.

-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중에서



책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눈을 뜨고 일어나 다시 눈을 감고 잠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한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으로도 얼굴을 본다. 그냥 보기만 할까? 부모님의 지인은 나를 처음 봐도, 보자마자 부모님과 나의 유전적 관계를 알아챈다. 얼굴만 보고 내면을 헤아리지 않으려 해도 흔히 이런 표현을 쓴다. “착하게 생겼다.” “성실해 보인다.” “똑똑해 보인다.” 많은 얼굴 중에서도 얼굴 생김새가 빼어난 사람을 보면 좋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이 끌리게 된다.

남의 얼굴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로 나의 얼굴을 확인한다. 인간이 이토록 얼굴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주 오래전 현생인류부터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얼굴을 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얼굴은 매일 보는 친숙한 것이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내 얼굴도 잘 보고, 알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인간은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신원, 나이, 성별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 진실성, 성격, IQ까지도 꽤 정확하게 판단한다. 생물과 유전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분석의 결과다.



이 책은 또 얼굴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인간은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풀어낸 얼굴 안내서다. 얼굴만 봐도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인상을 형성해 타인을 파악한다. 우리가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혹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얼굴을 만들어주거나, 몰핑이라는 기술로 타인과 나의 얼굴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얼굴을 감상해보자. 얼굴에 진심인 심리학자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들은 얼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얼굴만 보고 이름, 나이, 성별 등을 바로 알아채는 능력은 마치 바코드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1부 나의 바코드, 얼굴’에서는 먼저 타인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야기하며 나의 얼굴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과 카메라는 얼굴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1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얼굴과 타인이 바라보는 얼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얼굴, 오른쪽 얼굴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어느 쪽 얼굴을 보이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관상학과 다른 점을 분명히 한다. 관상은 통계에 가깝지만 얼굴을 보고 사람을 가려내는 일은 과학이고 인문학이다.



‘2부 말보다 강한, 얼굴’에서는 뇌와 마음을 흔드는 ‘매력’과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매력적인 얼굴에 대해 연구해왔다. 인간은 어느 경우에서든 얼굴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얼굴을 사용한 심리 실험들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얼굴은 어떤 얼굴인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매력만큼이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첫인상이다. 0.1초 만에 형성되어 10년을 따라다니는 첫인상의 영향력과 잘못 각인된 첫인상을 극복하는 심리 법칙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심리학적으로 조금이나마 첫인상을 좋게,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들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얼굴을 더 잘 보려는 이유는 얼굴을 통해 타인과 수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3부 소통의 기술, 얼굴’에서는 사회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얼굴을 다룬다. 우리는 얼굴 표정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으며 소통한다. 공동체 생활에서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으로 나를 대표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타인의 얼굴에서 나의 얼굴로, 얼굴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얼굴의 쓰임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얼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하진 말자. 인간은 얼굴을 보도록 태어났으니. 중요한 것은 인간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혹하게 되어 있으며, 얼굴로 판단하는 정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쉽게 얼굴을 보는 시대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쓰지 말고 더 정확하게 보고, 제대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으로 얼굴을 읽어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눈만 보고는 타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입 모양을 볼 수 없으니, 말소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얼굴이 가려져 친밀감, 신뢰도, 호감도가 떨어진다. 인간은 팬데믹이 가져온 단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해결책으로 최근 뇌 과학에서 주목하는 ‘가소성’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는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변화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뇌는 눈에 집중해 눈만 봐도 얼굴을 보듯이 타인의 정보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 : 최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학교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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