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진심입니다 -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습니다만
유미 지음 / 치읓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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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의사 표현의 한 방법이다. 어떤 글이든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는 문명시대로 접어든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말은 한 번 뱉으면 허공에 사라지고 마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글로 남기면 시공을 초월해 안 보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수천 년 뒤 후대 사람들도 그 글을 읽게 되기에 영원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일은 자신을 모든 사람에게 온전하게 자기 의사를 내보이는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글에는 편지처럼 독자가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도 있고, 우리가 말하는 문학 작품처럼 독자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학은 문자 발명 이후 인류 문명이 획기적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문학은 문자가 있기 전에는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을 문자로 기록한 것은 구비문학(口碑) 문학 혹은 구전(口傳) 문학으로 기록문화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남아 있지만 이 역시 문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져 온다. 글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을 솔직하게 상대에게 내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 『글쓰기에 진심입니다』의 저자는 글쓰기를 진심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진실된 내면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 해석의 이면에는 진심이 아닌 글쓰기는 독자가 많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책 내용이 진정인지, 거짓인지가 독서의 포인트가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글을 진심을 표현해야 하고 진심으로 글을 쓰면 독자는 많아진다는 것이다.

글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독자가 봐도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저자의 진심이 없는 글쓰기가 독자에게 읽혀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이 글쓰는 사람이 아니어도 읽어보는 독자들은 저자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다. 소설은 허구(虛構)인데 진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허구를 읽는 게 아니라 허구의 형식을 빌어 저자가 쓰려는 바를 표현하는 한 방법(소설)에 불과한 것이다. 소설의 주제나 소재가 저자가 표현하려는 진심이고 허구는 형식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 유미는 전업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업작가 못지않게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오는 시련을 글쓰기를 통해 이겨냈다. 승승장구하면서 살았던 그녀를 붙잡아 준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아픔을 드러냈고, 드러낸 아픔은 저절로 치유가 되었다. 저자의 진심이 절절이 가슴에 다가와서일까. 책을 읽는 동안 당장 무엇이든 쓰고 싶어진다. 저자는 처음 입문할 때 맛집 탐방도 좋고, 블로그에 올릴 글도 좋고, 가벼운 글쓰기도 좋고, 저자의 하루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감사 일기도 좋고,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뿐이었을까.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면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밝힌다. 블로그에 꼬박 꼬박 올린 맛집 탐방글, 서평, 감사 일기 같은 모든 종류의 글을 쓰면서 사람들과 소통했다. 댓글로 용기를 받고, 자신의 글로 읽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며 서로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이제 악플마저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글을 쓰며 그만큼 단단해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든 책상 앞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출판사의 말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그렇듯 좋아하는 일, 꿈꾸는 일을 가슴 속에 묻고 살 때가 있다. 사회에 나가면 그렇게 되기가 쉽다. 직장인으로서 일에 쫓기다 보면 내가 좋아했던 일 하나쯤 포기하며 사는 게 가장 쉬운 선택지이자 타협이다. 저자에게는 책이 그랬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바쁜 일상 속에 책 읽는 것을 포기하며 산다. 독자 역시 학창 시절 읽었던 책이 직장 생활하며 읽었던 책보다 많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독자는 책을 좋아해 책읽기를 취미로 삼을 만큼 열심히 읽었다. 그것이 사회 생활하면서 바뀌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학창 시절 책을 많이 읽었다는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데 집중하는 동안 글쓰기를 꿈꾸거나 의욕도 많이 갖지 못했다. 이 점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다. 요체는 '진심'이다. 저자의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말 속에는 '책읽기'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역시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내가 쓴 글을 가장 여러 번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였다. 그럼 누가 가장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을까" 그 역시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쓴 글은 나의 내면을 향하고 있었다. 고통의 중심에서 벗어난 것도 매일 글을 토해낸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매일 쓰고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삶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됐다고 말해 글쓰기를 통해 치유력도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와 책읽기의 치유력에 대해 말을 잇는다. 저자에 따르면 원치 않았음에도 찾아온 시련이 그녀에게 많은 시간을 가져다 주었고, 그 시간을 독서로 보냈다. 기억력이 나빠진 탓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열심히 서평을 남겼다. 그리고 매일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눴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냈고, 드러내기 힘들었던 상처를 드러냈다. 저자의 옆에 한 권 한 권 책이 쌓이고, 한 편 한 편 글이 쌓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자는 어느덧 작가가 되었다. 저자가 노력하면서 보낸 무수히 많은 시간이 이 한 권에 책에 녹았다고 토로한다. 다른 작가의 생각이 저자의 경험과 생각과 어우러져 유미 작가만의 이야기로 다시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자의 말이 너무나 솔직 담백하고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는 무엇이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삶의 상처에 대한 치유는 물론 희망과 용기도 주는 것이 글쓰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유미는 글을 쓰기 위한 글이 아닌, 오로지 감정을 덜어내고자, 매일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기에, 이 책은 저자의 진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말처럼 이 책에 담긴 그녀의 진심이 독자들의 마음속을 흔들고, 알아차리게 할 것이다. “나는 또 이렇게 흔들릴 것이고, 알아차릴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긴다.

 


 

이 책은 제1부 글쓰기에 진심입니다는 'WHY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WHAT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지 않습니다', 'HOW 일단, 쓰세요'를 통해 저자가 글을 쓰게 된 이유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알려준다. 제2부 ‘글’을 쓰길 바랍니다에서는 'READING 쓰기를 위한 독서의 힘', 'GRATITUDE JOURNAL 쓰기의 기적', '감사 일기', 'PREDAWN 거짓 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 'ROUTINE 규칙적인 일상 속에 숨겨진 힘'을 통해 글쓰기 실행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훌륭하고 멋진 모습이나 부끄럽고 지질한 모습 모두 내가 사랑해 주어야 할 나의 일부이다. 그 시절 나 혼자 보는 일기를 쓸 때처럼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글의 한계를 두지 않을 때 오히려 좋은 글이 나온다."(p.57)

 

키를 넘기는 큰 파도 앞에 애처롭게 펄럭거리던 그때, 나를 지켜낸 것은 작고 소소한 루틴이었다. 나만의 루틴으로 삶의 방향 키를 놓치지 않았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났다.(p.214)

 


 

저자 : 유미

 

욕심만큼 사랑받으며 나고 자라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며 부러울 것 없던 그녀에게 인생 처음으로 난임이라는 뜻하지 않은 고통이 찾아왔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힘든 나날이 계속되며,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감정을 덜어내고자, 매일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솔직한 감정들을 억누르고 살았다는 것과 그저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의 노력이 도리어 자신을 혹사시켰음을 깨달았다.

어두운 터널을 힘겹게 지나 더 튼튼한 뿌리를 내린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동기부여가이자 꿈 전도사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삶의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꿈산책가의 산책노트〉를 시작으로 분당독서모임 WEME讀, 네이버 카페 〈내꿈소생〉에서 ‘1일1행 내꿈챌린지’, ‘내꿈습관 프로젝트’, ‘위미톡’ 등을 기획, 실행하며 새벽 기상, 새벽 글쓰기 등 직장인으로서 할 수 있는 ‘습관 루틴’의 경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흔들리고 알아차리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제는 글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기에 참 다행이라고 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글쓰기에 진심이 되어버린 그녀이기에, 그녀의 삶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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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람없이 산다 -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보다 구구절절한 삶을 살기로 했다
수수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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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유쾌하게 물들이는 글과 그림. 이 책은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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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람없이 산다 -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보다 구구절절한 삶을 살기로 했다
수수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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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알람없이 산다』의 저자 수수진은 일러스트레이터다. 독자는 일러스트레이터 기본도 모르지만 지금 일러스트는 카툰과 전자 드로잉을 통틀어 가장 상용화가 많이 된 부문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생활 전반에 일러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아이패드 일러스트까지 가세해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기본도 모르는 독자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저자가 직업과 관련된 일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느리게 사는 삶은 슬로우 푸드로부터 시작해 슬로우 라이프까지 광범위하게 우리 삶을 재편하고 있다. 잘 살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일하는 우리의 삶이었던 '빨리빨리' 문화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추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다. 사실 세계의 선진국은 200년이나 걸려 이룩한 산업화를 우리는 50년도 안 돼 이뤄냈다. 기적이라 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적 부를 누릴 만큼 우리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도 들어섰다. 슬로우라이프도 지금은 수많은 책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저자 역시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직은 우리의 대세 문화로까지 자리잡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책의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슬로우 라이프의 한 방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이나 쓸 법한 '알람' 기능에 우리는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마치 기계처럼 사는 삶의 '상징'으로 느껴진다. 일어나는 시간, 식사 시간, 약속 시간 등 시간규칙에 얽매이는 삶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대세다. 저자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은 자신의 삶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잘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삶이 대세가 될 때까지는 글로, 혹은 그림으로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눈 떠질 때 일어나 내가 원하는 대로 오롯이 살아가는 일은 작가에게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휴가지에서 걸어두는 ‘방해 금지’ 팻말 혹은 불 꺼진 영화관에서 눌러보는 비행기 모드만큼이나 드문 장면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현실은 불쑥 찾아드는 온갖 요구와 사방에서 죄어오는 원치 않는 부담 속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침내 '나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꾸려가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꾹꾹 눌러둔 작은 로망과 호기심을 훅 건드리며 다가온다.

 


 

책에 따르면 명함 한 장이면 자기소개가 되는 유명 기업에서 일하며 탄탄대로를 꿈꾸던 저자는 어느 날 뜻밖의 변곡점을 거쳐 창작자라는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커리어에 예기치 않은 단절이 찾아온 무렵 우연히 알게 된 독립출판을 통해 색다른 설렘으로 호흡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장 한 장 읽는 동안 독자들은 소소한 에피소드 속 닮은 고민을 떠올리기도 하고 다채로운 감정의 오르내림에 공감하면서 교감하게 된다.

‘삶’과 ‘사랑’, ‘일’에 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인 이 책은 때론 담담하게, 때론 깔깔 웃고, 또 함께 분노해주며 마음을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처럼 친근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웠다. 여기에 4만 2,000여 명의 팔로워가 애정하는 수수진만의 일러스트와 직접 쓰고 그린 컷 만화를 곳곳에 곁들여 더욱 매력적인 책으로 완성되었다.

 


 

“거창하게 꾸미지 않을 것이다. 버스 옆자리에서 본 듯한 흔한 단발머리 여자의 삶에도 그 나름의 뜻과 해학이 있다. 지극히 평범해서 오히려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지금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p.6)라는 작가의 말대로, 일상을 살며 빚어낸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현학적인 수사나 화려한 치장보다 한결 내밀하게 와닿는다.

우유를 따르는 모습 같은 평범한 순간을 누구보다 비범하게 담아낸 얀 베르메르의 그림이 때로 더 큰 감동을 주듯이 삶에 대한 솔직한 묘사와 수수한 인생철학은 우리 시절의 한 면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 하루는 이런 결심을 하고 다른 날은 한 번쯤 상반된 바람을 품어 보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면에서, 또 낭만 일색으로 포장하지 않는 생활의 고백에서 우리 각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꾸밈없는 이 에세이는 외부의 잣대와 시선 때문에 스스로에게 미안할 선택을 하지 않을 용기, 그리고 내가 나여도 얼마든지 괜찮다는 진심을 그렇게 살포시 전해준다.

 


 

저자의 '느리게 살기' 철학은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우리의 접촉과 소통을 차단해도 감정 교환이나 의사 교환은 얼마든지 가능한 소통 방법인 책으로 만들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온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산업화의 상징인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에서 자랐다. 강남은 대한민국 금융 중심지답게 많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몰려 있고, 각종 국영기업들도 한데 모여 있는 산업화 도시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신 없이 바쁜 지역이기도 하고, 땅값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비싸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최고 부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기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저자에게는 오히려 강남을 속속들이 알게 된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 '느리게 사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도시의 삶을 사랑하면서 여기에 아주 느린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 게 자신의 순진함이라고 믿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게 가장 치열한 나라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학창시절과 직장 등 살아오는 동안 이런 꿈을 꾸게 됐다고 말한다.

 


 

독립출판이라는 어려운 길을 가면서도 저자가 에세이를 내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의 느리게 살기는 진정성을 얻는다. 자신의 말대로라면 삼류 드라마 같은 글을 쓰지만 여전히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고, 에세이스트로 살고 있다는 점은 그의 진정성을 뒷받침해준다. 「에필로그」에서 보여준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도 신뢰감을 더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양질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학위도 없고, 이름도 생소한 무명 작가의 에세이를 읽느니 누구나 들어본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게 낫다. 하지만 책의 역할은 꼭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시간을 가장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도구 중 하나다.(p.245)

 

저자 : 수수진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프로젝트158 대표. 쓰고 그리는 사람, 1988년 서울 생, 2018년 독립출판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에세이로는 『목 늘어난 티셔츠가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이유』, 『여행을 쉽니다』, 일러스트 아트북 『수수한 드로잉북』, 취미 실용서 『수수한 아이패드 드로잉』을 출간했다. 『수수한 아이패드 드로잉』은 귀여운 미니 일러스트 그리기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출간되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알록달록 내 마음』의 삽화 작업에 참여하는 등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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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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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공식의 아름다움』은 처음 본 순간 독자에게는 별 관심을 주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싫어했던 독자는 대학을 갈 때도 수학이 싫어서 인문계열을 선택했다. 졸업 후에도 수학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선택했고 수십 년 그 길을 걸어왔다. 그런 삶을 사는 동안 가끔씩은 왜 고등학교 때 수학을 그렇게 비중 있게 가르쳤는지에 대해 뒤늦게 깨닫기도 했다. 수학과 담 쌓았던 일에 대해 후회한 적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수학을 잘못해 삶이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특히 물리학도 수학과 함께 잘못하는 과목이었는데 물리 공식을 대할 때 수학 공식과 비슷해서이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수학1, 2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공식과 수학의 공식은 다르지만 삶을 이해하는 데에는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가끔 수학과 물리학의 공식을 도출해낸 유명한 학자들의 전기(傳記)를 읽을 때였다. 그들이 탐구심과 호기심은 남달랐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단 하나의 법칙을 알아내 설명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는 데서였다. 그것이 사실은 삶의 법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에 독자는 수십 년이 걸렸다. 이 책은 교양도서로 수학 전문 서적도 아니고 물리학 전공 도서도 아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 정도의 책이다. 용기를 갖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수학이나 물리학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이해 설명해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책에 따르면 약 350만 년 전 아프리카에는 두 발로 일어선 영장류가 있었다. 그저 두 발로 걷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원숭이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그 영장류의 후손은 태양계 밖으로 우주선을 보내고 스스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냈다. 이 믿기 힘든 문명의 발전을 이뤄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모든 것은 수학 공식으로부터 나왔다’고 단언한다.

인류는 이 단순한 수학 공식으로 우주의 비밀부터 인간 삶의 복잡성까지 설명한다. 현실 세계의 변화는 너무나도 다양하며 정신을 잃을 정도로 복잡하기만 하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공식은 간결함의 미학 그 자체다. 그리고 공식이 뿜어내는 자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방정식과 양전닝의 게이지이론은 우주 궁극의 게임 규칙을 모색하고, 페르마 대정리와 오일러 공식은 우주 변화의 이면에 있는 수학 세계를 잘 보여 준다. 이 책은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진지하며, 가장 실용적인 공식 23개를 통해 천재들이 인류의 찬란한 역사를 어떻게 탐구했는지 이야기한다. 공식과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삽화는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수학과 물리학의 공식에 화려한 옷을 입혀 책의 소장 가치는 물론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와 식으로 꾸며진 공식을 깊이 들여다보면 간결하고도 수려한 공식을 만든 이들의 뜨거운 영혼과 깊은 역사가 보인다. 어떤 배경 속에서 누가 왜 공식을 만들어냈는지,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간결함 속에 감춰진 아름다운 언어, 공식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부터 인간 수학의 한계라 불리는 삼체문제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한 공식들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한다. 공식과 관련된 주인공들의 처절한 고민과 고뇌의 시간은 때론 인류의 고통으로, 때론 희열로 전해져 수학과 물리의 유구한 역사가 되었다. 어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수학이라기보다는 인문학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관련된 수학, 물리학적 원리와 그 풀이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수학, 물리학적 지식이 있고 한 번쯤 뉴턴과 라이프니츠,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공식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인류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바꿔놓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정보혁명을 가속화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래를 급속히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세상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이 책에 나온 절대 공식들은 이성을 되살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식 중 하나이다.

 


 

공식보다 만물의 아름다움을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식은 이성과 아름다움의 교차이며, 지극히 간결한 몇 개의 기호들로 자연 만물의 숨은 법칙을 설명한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지혜가 쌓아 올린 절대 공식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무한히 뻗어 나가기를 바란다. 비트코인의 본질은 수학 공식다.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오후부터 해 질 녘까지 마지막으로 타원곡선방정식에서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오류를 살핀 후 소형 서버에 올렸다.

이 코드는 매우 초라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프로그래머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수학 공식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1월 3일 18시 15분,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block)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21년 8월 비트코인의 전체 가치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어느 누구도 이름 모를 학자가 만든 공식이 미래의 가상화폐를 만들어낼 저력을 지녔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현대 문명의 원동력인 전기도, 달나라를 정복한 우주선도,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터넷도,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이긴 인공지능도 모두 그 근원은 수학 공식이다. 이처럼 공식은 인류 최고의 지혜가 응집된 산물이다. 이 세상은 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0과 1이 모든 것을 다스림에도 우리는 각박한 세상에서 수학을,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공식이야말로 인류의 보물이며 우리의 이성을 되살리는 가장 중요한 지식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수학의 기원에서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난제인 페르마 정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히는 오일러 공식, 만유인력, 슈뢰딩거 방정식 등의 수학과 물리를 아우르는 공식들과 이 공식을 바탕으로 5G, 인공지능, 비트코인 등 현대의 문명을 한 차원 넓혀 가는 응용학의 내용으로 나뉘어 있다. 저자는 전문 지식을 포괄하지만 최대한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감동적으로 공식을 묘사하고 있다. 책을 펼치면 밤을 새워 사고하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의 시간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사각거리는 만년필 소리에 공식은 점차 형체를 갖춰가고 새롭게 발표되는 공식에 많은 이들이 탄성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렇듯 공식의 탄생과 수학적 내용, 의미를 천천히 짚어가다 보면 저자가 언급했듯이 이성적 사고와 과학적 안목, 수리적 지식, 철학적 두뇌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식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딱 들어맞는 책입니다. 숫자와 기호만으로 이루어진 공식들이 이렇게 세상을 찬란하게 밝혀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수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되었습니다.”라는 어느 독자의 추천평에 크게 공감한다. 독자로서는 수학이나 물리학에 가깝게 다가갈 용기는 물론 방법까지 제시해준 이 책을 두고 두고 보관함과 동시에 삶의 문제에 부닥쳤을 때도 꺼내본다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늘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둘 생각이다.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저자 : 양자학파

양자학파는 자연 과학(수학, 과학 및 철학)분야에 중점을 둔 교육 플랫폼이다. 공식 계정인 《양자학파》는 100,000개 이상의 자연과학 관련 글을 게시하며 중국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과학 교육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 《수학의 아름다움》, 《논리의 아름다움》, 《이성의 아름다움》, 《과학의 아름다움》 등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양자학파의 설립자인 나금해는 소설 《삼체》(휴고상 수상작)의 서문을 썼다. 이 책은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진지하며, 가장 실용적인 23개 공식을 통해 천재들이 자연과 사회의 찬란한 역사를 어떻게 탐구했는지를 보여 준다.

 

역자 : 김지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수학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삶과 수학의 연결고리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옮긴 책으로는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봐》, 《생각을 깨우는 수학》 등이 있고,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의 감수를 맡았다. 현재 중국 북경한국국제학교의 학생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수 : 강미경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부전공 : 수학교육, 전자계산학)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위상수학 전공으로 이학석사와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배재대학교 AI.전기공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강의 외에도 수학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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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
서수연 지음, 유희진 그림 / 아몬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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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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