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한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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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페이지씩 석 달만 읽으면 철학 입문, 철학사, 우리 일상의 철학까지 철학의 모든 문제를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다. 철학이 즐겁고, 또 철학을 보는 눈이 날카로운 이성의 눈으로 변화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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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한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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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철학'과 '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들은 쉽지만 자칫 독자처럼 문외한일 경우 이해의 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도 철학이라는 과목(학교 다닐 때 배우는 교과목 개념으로서)을 배운 적이 딱 한 번 '철학개론'이라는 과목이다. 그것도 대학 1학년 때 교양학부에서 '선택과목'으로 배운 것이 전부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철학'자가 들어가는 과목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하면서 훨씬 많이 들었다. 관련 책 역시 사회 생활하느라 읽어본 책 몇 권이 전부이다. 철학이 아닌 '국민윤리'란 과목이나 '세계사'에서 잠깐씩 언급된 것을 읽어본 기억이 어슴푸레 날 정도로 문외한이다. 그래서 철학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백한다.

이 책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철학에 다가가서,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철학사 입문(또는 철학 입문)과는 조금 다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사를 풀어내고, 다양한 철학을 주제별로 묶어 복습하고 응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한 주제에 대해 4페이지로 간결하게 되어 있어,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핵심 내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 하면 독자는 삶의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삶 자체도 어려운데 잘사는 것과 어떻게 살 것인가, 심지어는 자신은 누구인가 등 해답 없는 질문을 무수히 던져 생각하는 학문 정도로 인식해 왔다. 인생론, 설교, 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없는 이론일 뿐이라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저자는 만약 철학이 인생론이나 삶의 방식만 다루는 학문이라면 저마다 가치관이 다를 테니, 굳이 철학을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철학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문일 뿐 아니라, 모르면 삶을 살아가는 데 불편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철학은 인생론에만 국한된 학문이 아니란 점을 저자는 부각한다.

저자는 철학은 정치, 경제, 역사, 예술, 종교, 언어, 자연과학을 포함해 다양한 지식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만약 철학을 모른다면 국제 정세를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철학은 기초 상식이나 마찬가지란 점에서 그렇다. 또 역사는 철학과 철학가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철학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해외 문학 역시 철학을 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철학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철학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좀 더 다채롭게 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철학사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도 함께 들어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철학사를 주제별로 나누어 여러 문제에 응용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1부의 지식을 활용하며 스스로 생각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볼 것을 권유한다.

우리 삶에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이 뒤덮여 있다. 인간이 하는 고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간관계부터, 빈부격차, 고령화, 분쟁, 인종차별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럴수록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철학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전체를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2부부터 보면서 삽입된 화살표를 따라 1부의 내용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저자는 권유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에 넣어두는 용도가 아니라, 사고의 발달에 효과가 있으니 가지고 다니며 항상 새로운 발상을 도와주는 도구로 활용해보길 기대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철학을 모르면 서양인의 행동원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 사고방식의 바탕에는 기독교 사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가 뉴스에서 주로 접하는 중동정세 또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철학을 공부하지 않고 세계 뉴스를 이해하기 어렵고,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의 세계화 흐름에 맞추어 '관습을 타파하는 학문',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고 도구'로 동서고금의 철학을 활용해, 일부러 비효율적이 사고실험을 거듭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생활과 삶의 현장에 응용해보길 추천한다.

철학은 정치, 경제, 역사, 예술, 종교, 언어, 자연과학을 포함해 다양한 지식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테면 문과와 이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두 학문을 종합해 뇌신경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매우 편리한 사고 도구가 바로 철학(philosophy)인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읽다보면 '대체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철학자들끼리도 서로 말이 달라 철학 자체에 대한 신빙성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이는 애초에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 철학의 기본전제라는 말로 하나의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경계한다.

 


 

이 책의 첫 문제가 '철학의 시초'이다. 책에 따르면 철학은 자연과학에서 그 단초를 찾았으며, '삶의 방식'에 관한 고찰과 '인생론'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이에 관한 설명을 길지 않게 덧붙인다. 그리스 철학은 만물의 근원(아르케)은 무엇인가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전에 사람들은 태양은 아폴론, 바다는 포세이돈이 관장한다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세계의 기원과 구조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의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측면에서 세계의 기원과 구조를 탐구해보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철학이란 '삶의 방식'에 관한 고찰이나 '인생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처럼 하나의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는 마치 이과에서 가르칠 법한 내용이다. 자연철학자라 불리는 이들은 변하는 세계 속에 절대 불변의 원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 주장했다. '물'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근간이며, 존재의 원리라는 것이다. 초목, 동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탈레스는 생각했다. 물론 이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만물은 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물'을 '소립자'로 치환해보면 탈레스가 추구한 원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즉, 탈레스 철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물'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원리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세계에서 최초로 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하나의 현상을 추상적인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 '프레임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당연히 현대 과학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원리를 추구해서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학문이다.

 


 

구조주의에서는 무의식적인 구조에 따른 관계성에 주목했다. 이는 현대 사회와 미개 사회에도 각각의 구조가 존재하므로, 현대적 사회가 꼭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문화상대주의와 관련 있다. 이러한 사상은 근대 철학이 중시한 실체와 이성, 그리고 진리, 나아가 발달사관을 부정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저마다 다른 존재이며, 정해진 것은 없고, 욕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목적도 없다’라는 인간의 민낯을 온 천하에 밝힌 것이다. 어찌 되었든 믿었던 인간의 이성이 산산조각으로 붕괴된 시대가 현대다.

- 「제1부 제4장 근대에서 현대까지의 철학」 중에서

 

경제학과 철학은 언뜻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을 연결해 세상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크게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부터 존 스튜어트 밀의 경제학까지를 다룬다. 여기서는 자유방임주의의 형태로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은 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 「제1부 제5장 사회와 경제사상」 중에서

 


 

저자 : 토마스 아키나리

현재 일본의 입시명문학원인 가와이주쿠와 대형 예비학교에서 ‘일본사’, ‘윤리’, ‘현대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주오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조치대학 신학부에서 공부했다. 역사를 비롯해 철학과 종교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독자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독자의 눈높이에서 해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超? 哲?者?鑑』, 『?破でない難解な本がわかる本』, 『?解でわかる! ニ?チェの考え方』, 『?解世界一わかりやすい キリスト?』, 『誰でも簡?に幸せを感じる方法はアランの「幸福論」に書いてあった』, 『日本史《??》になった100人』, 『オッサンになる人、ならない人』, 『空想哲??本』 등 다수가 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철학, 나 좀 도와줘!』, 『철학 비타민』, 『철학 소녀와 좀비의 탐험』 등이 있다.

 

역자 : 한주희

통번역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책에는 저마다 작가의 사유가 담겨 있으며, 이러한 작가의 사유를 표현하는 작업이 번역이라고 생각하며 일본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했으며, 일반 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을, 통번역 대학원에서 일본어 통번역을 공부했다. 졸업 후 공기업 인하우스 통번역사를 거쳐 현재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영상번역 강의를, 서울외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일반번역 강의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영업 1년 차의 교과서』, 『심리학 아는 척하기』, 『돌의 사전』, 『논문 쓰기의 기술: 정보생산자를 위한 글쓰기』, 『어른의 습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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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 -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의 주인공
최새봄 지음, 김동욱 외 13명 그림 / 디페랑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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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원한 난제, 사랑에 관하여, 타인들은 어떻게 욕망하고 그 욕망이 어떻게 좌절되며, 또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는지가 궁금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 사랑에 대한 지침서가 있을까 하는 탐색, 혹은 선택과 결정을 유예시키며 즐기는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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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 -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의 주인공
최새봄 지음, 김동욱 외 13명 그림 / 디페랑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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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영화처럼 살고 싶어도, 소설과 영화 같은 삶은 없다. 모든 사람의 삶을 독자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독자의 삶에는 최소한 소설 같은 삶, 영화 같은 삶을 없었다. 또 독자의 주변에도 전해 들은 얘기에도 그런 삶은 없었다. 그런데 대중들은 왜 그런 삶과 사랑을 좋아할까. 소설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사랑은 모두 극적이고, 슬픈 내용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만남부터 끝까지 아름답고 즐거운 좋은 사랑은 없다. 소설이나 영화는 허구다. 물론 있을 법한 허구다. 사랑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진짜 우리의 삶과 사랑을 소설이나 영화로 다룬다면 독자나 관객은 외면하기 십상이다. 현실보다 더 슬프고 극적인 삶과 사랑을 원한다. 다수는 자신들이 해보지 않은 사랑을 영화나 소설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소설 속의 사랑처럼 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일까.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지 않으면서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 책 『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의 저자 최새봄은 의외로 간단한 답을 내놓는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을 통해 답을 발견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사랑하는 동안만큼은 우리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사랑이 끝난 후에도 때론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고자 하는 노력을 덧대기도, 혹은 회상으로나마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잇대기도 하면서도.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가 우리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위로 띄워 놓은 부표 같은 의미일 것 같다는 의미에서다. 저자는 이제 책을 통해 말한다. 지나온 삶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사랑을 하고 있었다. 인연이 비껴간 슬픈 기억들에조차 가끔씩은 뒤돌아선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해피엔딩이 아닐망정 한 편의 소설 같은 사랑을 했다는 위안 같은 것.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더 사랑했다는 사실이, 내가 더 약자였다는 사실이 억울하지도 않다. 내게 한 편의 소설로 남은 당신이라면, 내가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한 거니까라고.

 


 

번화한 거리의 곳곳에 울려 퍼지는 사랑 노래. 때론 잠시 상념으로 멈춰 서게 하는, 언제고 누군가에 대한 사연이었던 멜로디와 가사가 들려오는 순간, 스치는 모든 풍경들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되는 느낌을 가져본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독자도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유독 음악을 좋아하거나 사랑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져서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감성과 사랑하는 느낌 사이에 미처 몰랐던 것이 불현듯 떠올라서이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내가 한 사랑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적어놓은 듯한 소설 속 어느 페이지에서 잠시 읽기를 멈추게 되는 소설들도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처럼,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48편의 편린을 실었다. 그리고 28점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모두 삶과 사랑에 대한 글이다. 모두 소설 속의 사랑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가슴속에서 긴 여운을 남기며 잠들어 있는 한때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저자의 기억에 공감하는 여러 편의 소설을 마주할 수 있다. 소중한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랑은 사람 없이 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과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삶이지만, 사랑이 곁에 있을 때 우린,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니까.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사랑하는 동안, 그리고 사랑이 저물어 가는 날들까지도. 삶이 계속되는 한, 사랑도 멈출 수 없을 테니까.

사랑하기 전과 사랑한 후가 이토록 다른데, 왜 삶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이어질까.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데도, 우리는 그저 하나의 삶이 계속 이어진다고 여기는 걸까.

 


 

우리의 영원한 난제, 사랑에 관하여, 타인들은 어떻게 욕망하고 그 욕망이 어떻게 좌절되며, 또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는지가 궁금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 사랑에 대한 지침서가 있을까 하는 탐색, 혹은 선택과 결정을 유예시키며 즐기는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자신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는 데에 사랑만큼 유효한 사건도 없다. 어디 가선 성격 좋다는 소리를 늘상 들어도, 내가 그토록 유치하고 속이 좁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깨닫게 하는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못났고, 너는 언제나 그토록 아름답다. 사랑은 언제나 나에게만 불리한 게임.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미 한 겹 쌓인 기억 위로 갈마드는 이런저런 감정. 나만 그런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우린 얼마나 자기검열을 거듭하는가.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것이라는 대답으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와 밀란 쿤데라의 문학만큼 솔직한 경우도 없으니까.

 


 

연인과 함께 쌓아 가는 시간들. 그것이 어느 순간 빛이 바랜 유물이 되어 기억의 박물관에 저장될지, 시작의 설렘과 새로움의 매력이 소진된 뒤에도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단련되어 길들여질지, 결국 일상이 되어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두 사람이 올라탄 자연스러운 흐름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언제나,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로운, 연애의 행방.(p.196)

 

저자 : 최새봄

 

역사를 공부하고 은행에서 일한 뒤 2014년부터 [그림을 담는 그릇, 아틀리에 봄]을 운영 중이다. 중구난방 살아온 것 같지만, 한글을 깨친 다섯 살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만은 삼십 년째 매일 하고 있다. 장래희망은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 사는 동안 60권의 책을 쓰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이번 생을 전부 글로 쓰겠다는 계획을 은근히 실행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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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는 연습 - 내가 아닌 것,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긋는 바운더리 심리학
테리 콜 지음, 민지현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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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원하는 삶을 만들고 살고 싶다면 이 책에 방법이 나와 있다. 자기주도적이고 나다운 삶, 이른바 ‘바운더리 심리학‘에 대한 저자 상담 경험과 연구 결과를 담은 테리 콜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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