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좋은 어른을 위해 김현주 작가가 알려주는 ‘착한 척’의 기쁨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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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착하다는 말에 불쾌함을 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과거엔 어른들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착하 다는 말이 칭찬임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착하다는 말이 과연 칭찬인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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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좋은 어른을 위해 김현주 작가가 알려주는 ‘착한 척’의 기쁨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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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란 평을 들은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어서 무시했다. 그러나 뒷담화를 통해 그런 사람이라는 평을 했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했다. '좋은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 등으로 해석되던 게 '바보', '멍청이'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은행 연대보증 문제가 터진 후였다. 보증 문제가 이후에 오랫동안 독자의 삶을 괴롭히자 더 이상 좋은 말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가 처음의 상태로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일부 감수하고 살고 있다.

이런 피해자(?)가 독자 주위에는 적지 않다. 드디어 부모로부터 "그렇게 순해 빠져가지고 세상 어떻게 살래?"라는 말도 들었다. 물론 보증액수가 수천만 원에 불과해 부모의 능력으로 일부 변제를 한 후 신용불량 상태를 면제해준다고서다.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쳤다. 그리고 더 큰 액수가 아니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다. 아는 지인이 심리학 책을 권유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심리학 책들이었다. 권하는 대로 읽었다. 그러나 근본적 치료는 되지 않는다는 게 독자의 결론이다. 부모님 말씀대로 '천성'인 것 같다. 지금은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대처하는 선에서 살고 있다. 한 가지 소득이라면 돈 문제에는 오히려 말려들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보증을 설 수도,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하는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누군가로부터 같은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됐다고 역설적으로 이해하고 산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인지 독자처럼 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주위에 꽤 있다. 그래도 피해 입은 지인들은 대부분 가해자(?)의 뒷욕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돈 문제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독자도 그 생각에는 같은 느낌이다. 이 책 『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를 읽다가 생각난 독자의 과거다. 착한 사람에 대한 뒷말을 넘어서 이제는 칭찬하는 사람에게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대로 변화한 것일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착하다는 말에 불쾌함을 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과거엔 어른들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착하 다는 말이 칭찬임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착하다는 말이 과연 칭찬인가 의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칭찬을 권하고 무조건 칭찬하라 했다. 세상 사는데 고래가 춤추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칭찬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되었다. 요즘은 칭찬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말이 많다. 그중 가장 헷갈리는 말 ‘넌 착해. 너를 착해서 좋아해’. ‘그냥 착하다’는 칭찬에는 묘하게 기분 나쁘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문제일까. ‘착하다’가 문제일까. ‘착하다’ 앞에 ‘너무’라는 표현이 붙으면 더 묘해진다. ‘너무’라는 단어는 과하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고 ‘착하다’는 말도 과연 칭찬인지 헷갈리는데 ‘그냥 너무 착하다고?’"(p.33)

 


 

저자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린 적이 있는 듯 보인다. 어쩌면 독자보다 더 중증의 증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세상 보기'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만 않으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경험을 얘기하는 부분에서 콜센터와 음식점에서의 고객에 대한 인삿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단정해버리는 생각의 차이는 세대차에서 오는 것인지, 다양한 사람 공동체에서 오는 일인지 독자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배려가 친절한 척이고, 누군가를 위해 저절로 우러나온 마음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는 것뿐이라고 말하던 사람은 지나치게 세상을 척박하게 보는 것이 아닌지 싶다. 그 사람들은 보고 싶었다, 예뻐졌다, 좋아 보인다, 너의 삶이 부럽다는 형식적인 칭찬을 하듯 인사를 주고받는 게 전혀 공감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할 수밖에 없을 터다.

그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당연히 빈말이고 음식점에서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하는 건 수익의 대상, 즉 고객이 기 때문이고 잘해주는 사람은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은 옳다. 사실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사람이 하는 행동과 태도가 전부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태도는 지금의 기분을 나타내지만, 본래 어떤 마음인지는 알 수 없고 좋은 마음인지 아닌지, 마음의 깊이와 넓이, 모양을 알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살면서 받았던 배려가 모두 갑과 을에 의해 약속된 태도일 뿐이며 착한 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착한 사람론(論)'은 독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착하게 산다는 건, 욕심나는 순간에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건, 그 순간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과 따뜻함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보람과 꽉 찬 다정함 같은 것. 욕심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 틈에서 속 편하게 살고 싶은가 보다. 뉴스에는 부자들이 그렇게 많고 연예인들의 멋있는 삶을 보여주며 모두 화려한 삶을 동경하는 것처럼 말해도 주변을 살펴보면 다들 화려하게 살길 바라는 건 아니더라.

의외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소하고 소소하다.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마음이 넓고, 선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평범한 우리에게는 맛있는 것을 사주는 사람도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다. 근사하고 대단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보다 맛있는 거 사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지 뭐. ‘그냥 착한 사람이야’라는 말은 ‘그냥 아는 사람이야’같이 아무 의미도 없는 말 같다. 돈이 있으면 세상은 우리를 적당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데, 부자는 못되더라도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노력하면,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즐거운 하루를 버텨낼 수는 있다. 죽지 않을 만큼 노력하면 버텨낼 수는 있는 적당히 차가운 사회에서 따뜻함을 아쉬워하며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낸다. 바쁠 땐 괜찮은데, 힘들고 쉬고 싶을 때,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따뜻한 무언가가 그립더라. 모든 사람이 착할 수는 없다면 그렇다면 실수 같은 착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생활인이고 사회인이다.

 


 

저자의 착한 사람, 착한 삶은 독자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갖고 다가온다. 저자는 책에 이렇게 썼다. 눈에 보이는 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살 수 있냐는 질문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성공하고 돈이 많으면 앞에 갑자기 펼쳐질 불행쯤은 거뜬히 막아 낼 수 있기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돈 많고 성공한 사람이 더 멋있게 사는 것 같고 더 잘 사는 것 같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 같다. 아마 실제로 그럴 거다. 돈이 많은 사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지만 사는 게 돈 때문에 힘들 땐, 부자들이 하는 고민만 하면서 살고 싶으니까.

누구나 때가 있고 나만의 속도를 찾으라고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가? 그럼 힐링여행도 책, 정신과 병원도 필요 없겠지. 우정만 생각하면 되던 친구들을 놓고, 인간관계로 알게 된 사람의 마음까지 의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피곤한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째려보면서 주먹 쥐고 방어 상태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진정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전쟁의 중심점이 되어 원이 얼마나 큰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언제 K.O패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만 있다면 적어도 사람에 대한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 쓸데없는 걱정 정말 안 하고 살고 싶다. 쓸데없는 걱정만 안 하고 살아도 그 에너지를 더 좋은 곳에 쓰면 혹시 나의 미래가 괜찮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은 모두 3장(章)으로 이뤄졌다. 모두 '착함'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1장 「착한 사람」, 2장 「그래서 착하게 살아갑니다」, 3장 「그래도 착하게 살아갑니다」로 구성됐다. '착하게 살고 싶은' 저자 김현주는 「프롤로그」를 통해 "그래도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마음이 좋았다.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게 뭐, 복잡하게 생각하고 이유가 필요한 일은 아니다. 여전히 착한 사람이 좋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착하게 사는 게 잘 안 되면 착한 척이라도 하며 살아보자는 것이다. 애쓰고 열심히 안달하며 살자는 건 아니고, 애정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세상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 투성이 같아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고 애정을 갖고 했던 것들은 나름의 의미를 남긴다는 말은 독자에게 큰 힘을 준다. 좋은 하루 벌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의미를 남기면 좋은 하루고, 좋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어보니 새롭게 '착하게 살기'의 의지가 다져진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거 같기도 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 도움 받은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도 그냥 지나치면 그 사람 눈에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사랑하게 어려운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소외된 사람에게 함께하는 소망을 이루어지게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 '착하게 살기'의 본질이 아닐까 깊은 생각을 해본다.

 


 

"착하게 산다는 건, 욕심나는 순간에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건, 그 순간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보람과 꽉 찬 다정함 같은 것. 욕심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p.7)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김현주

 

뭐 어때?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음에 익숙하고

능력을 키우기보다 욕심을 줄여서 행복에 닿는 사람

사람에게 마음을 쏟자고

좋았던 사람에게 소홀하지 말자면서

막상 사랑하게 되면 진심으로 뼈 때리는 사람

여전히

눈을 맞추고 말하고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에세이 세 권을 출간하고

작가라고 불리는 게 부끄럽고도 좋아서

작은 작가라고 몰래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

인스타그램 @jooya46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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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
고승현 지음 / 99퍼센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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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유한하기에 아름다울 수 있지만, 삶에 집착하게 되는 모습도 있다. 그들은 영생을 꿈꾸었다. 하늘과 구름을 잃어버린 회색도시. 그리도 이드의 존재와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 천년 동안이나 음모로 뒤덮여 숨겨진 진실은 그들에 의해 서서히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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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
고승현 지음 / 99퍼센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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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데온』은 인류의 숙명인 필멸(必滅)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생명과 진화의 본질을 찾는 이야기다. '가이아'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거대한 음모, 그리고 음모 뒤에 감춰진 섬뜩한 진실이 소설 『이데온』의 엔진이다. 『이데온』은 시종일관 궁금증을 자아내며 우리를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기다리는 곳으로 안내한다. 마침내 비밀이 드러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혹의 잔해들과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정통 SF의 귀환'이라고 평가 받는 가운데서 과학자들의 우려를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이 기계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으면 우리는 기계를 제어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기계들은 야생성을 획득하고, 또한 야생에 수반되는 의외성을 띤다. 이것이 바로 모든 신들이 마주하는 딜레마이다. 즉, 신들은 그들이 만든 최상의 창조물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섬뜩한 예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요즘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AI(인공지능)를 염두에 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앞서 말한 케빈 캘리의 말은 그의 저서 『기술의 충격』에서 인용된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케빈 캘리는 이 저서에서 "기술이라는 단어는 사실 기술의 내포하고 있는수많은 함축적인 의미들을 나타내기에는 한정적이며 지역적이기에 우리 주변에서 요동치는 더 크고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상호 연결된 기술계를 가리키는 단어를 '테크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저서를 통해 태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하는 우리의 미래를 진단하고 예상되는, 우려할 만한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소설 『이데온』의 시작 부분에는 두 명의 과학자가 더 소개된다. 미국의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Brian Randolph Greene)의 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입자에는 목적이 없으며 궁극의 해답 같은 것도 없다. 대신 특별한 입자 집단이 주관적인 세계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성찰하면서 자신만의 목적을 만들어낸다."는 말을 소설 『이데온』의 저자가 인용한 점에 독자는 주목한다. 브라이언 그린은 첫 저서 『엘러건트 유니버스』(1999)와 이어 발간한 『우주의 구조』(2005) 등에서 "시간과 공간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특성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으로 학자들과 독자들의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을 상세하면서도 대단히 쉬운 문장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말이지, 그의 연구 내용은 발전하는 과학 기술의 미래에 밝은 전망만을 담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또 세계적인 복잡계 이론생물학자 스튜어트 A. 카우프만의 "생명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다음 단계의 진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이 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해 독자 역시 알지도 읽지도 못했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으나 소설 『이데온』의 저자 고승현이 책의 앞머리에 이들의 학설과 주장을 인용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인간과 함께 진화하면서 제어 능력이나 기계 인간의 한계를 설정할 것이기 때문에 발전된 미래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무튼 과학 지식이 짧은 독자로서는 소설 『이데온』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작품 의도까지 짚어낼 수 있는 단서는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데온』은 날줄인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그 안에 씨줄인 열역학법칙, 엔트로피, 그리고 분자배열과 같은 물리학적, 화학적 메커니즘과 함께 진화, 알고리즘 등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이러한 날줄과 씨줄은 시종일관 따라다니는 질문, 곧 ‘이데온’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들었는가? 라는 큰 줄기와 만나게 된다. 『이데온』은 날줄과 씨줄, 그리고 ‘이데온’이라는 거대한 사고체가 품은 비밀스러운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한 편의 스펙터클한 SF영화를 보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데온』에는 인간의 본능인 욕망과 타락,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데온』은 위대한 사상가 케빈 켈리의 ‘신들은 그들이 만든 창조물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다는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완전한 자유와 과도한 통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화인들은 사각뿔 모양에서 나오는 기이한 힘을 이용하여 자연과 악마와 싸워 승리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가이아의 통치자들이 신화 속 이야기를 토대로 이 건축물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피라미드 하우스는 거칠게 쌓아 올린 신화에 등장하는 건축물과 겉모습 말고는 같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p.73)

 


 

독자가 알기로는 SF는 가까운 미래냐, 먼 미래냐의 차이만 있을 뿐 '미래를 표현'한다. 그리고 정통 SF와 가까울수록 과학의 힘을 많이 빌린다. 이 때문에 『이데온』을 정통 SF라고 주장하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통 SF는 자잘한 현실의 문제보다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현재의 과학 수준을 가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그린다. 정통 SF 반대편에는 현실 문제의 반영과 교훈, 그리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소프트 SF가 있다. 소프트 SF는 딱딱한 과학적, 물리적 배경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다루며, 그 안에서 휴머니즘과 소외된 것들을 찾는다. 지금 한국 SF는 소프트 SF가 강세라고 한다.

독자로서는 한국의 정통 SF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의 출현은 독자의 기대나 SF 지식이 물거품이 된다. SF 소설계에 따르면 한국 작가가 쓴 정통 SF의 마지막 작품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 정통 SF 시장은 홀쭉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데온〉은 한국 정통 SF 시장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을 믿는다. 『이데온』은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저항과 그것을 뛰어넘은 인류가 펼치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가 만들어낸 신과, 신이 되려는 창조물,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발버둥 치는 인류의 모습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이 소설 『이데온』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인간과 '이드'가 살아가는 세상이 배경이다. 당연히 먼 미래의 가상 세계다. 이 소설이 SF소설로 분류되는 이유다. 인간과 이드가 함께 살고 있는 세계지만 인간보다는 이드가 더 중요한 존재이다. 이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형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동료처럼 느껴지는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이드와 인간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드는 특별한 존재로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 에이나인(A9)은 이드를 관찰하고, 이드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나 범죄를 관리하는 부서이다. 만약 이드를 살해하면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중대범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드끼리의 다툼으로 일어난 살해는 예외이다. 또 이드를 제외한 종족, 즉 인간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에이쓰리(A3)다. 이렇게 인간과 이드는 다른 차별적 존재로 관리된다.

이런 세상에서 이드 살해사건이 일어난다. '테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드가 레이저건으로 살해당한다. 사건 현장의 영상에서 펭이 테라를 살해한다. 펭은 한때 이드를 관리하던 에이나인 요원이자 팀장이었고 살인사건을 맡은 반장과 듀링의 동료이기도 하다. 펭이 살해한 테라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이드로 연구원이었다. 또 이드인 살람의 제자인데 살람은 이드의 역사를 연구한 최초의 이드 학자이기도 하다. 도망친 펭은 라이아 네오라는 여자와 만난다. 보통의 이름과는 달리 '성'을 가지고 있다. 라이아는 자신이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라고 한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이름과 성을 가지는데 펭 역시 '로저 펭'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을 알려준다. 라이아가 오래전에 사라졌던 살람 박사의 전설의 책 〈이드의 뿌리〉라는 책을 가지고 펭을 찾아왔고 펭은 이드의 뿌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표까지 내고 찾아나선다. 호모 사피엔스는 가이아 시대의 신화 속에 존재했던 한 종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드의 조상보다 더 불투명한 존재로 책에만 남아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SF에 범죄 추리까지 곁들인 소설로 반전과 결말이 기대된다.

 


 

『이데온』은 과학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다. 『이데온』의 줄기를 따라가려면 위대한 학자들의 입을 빌려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아주 작은 확률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잉태할 수는 있어도 통제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데온』은 어리석게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의 진화는 멸균상태가 아닌 거친 야생에서 이뤄진다. 진화의 산물에 손을 대는 순간 파멸은 한 발짝 가까워진다. 『이데온』은 영생을 꿈꾸는 인류가 맞이할 미래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창조’와 ‘진화’, 그리고 ‘욕망’이야말로 『이데온』을 제대로 이해할 키워드다.

 

"그자들은 우리와 같으면서도 우리와 다르네. 우리처럼 피와 살, 뼈를 가지고 있고 눈과 코, 그리고 귀와 입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지. 바로 영생이라네."(p.215)

 

저자 : 고승현

 

작가는 출판 관련 일을 하면서 오래전부터 몰래 품어 온 꿈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무생물에서 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생명체의 진화와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지 관심이 많던 작가는 많은 시간을 들여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자생물학, 물리학과 관련한 다양한 서적과 매체들을 참고하여 뼈대를 만들었다. 작가는 물리학적 토대 위에 작가만의 상상력을 더해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갔고 오랜 집필 끝에 [이데온]을 완성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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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선언문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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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여행 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라서 세계 일부 지역만 빼놓고 여섯 대륙 모두를 가봤다. 물론 도시로 나눠 셈한다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독자가 생각하는 여행 책 중 한 가지는 여행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여행 안내에는 '도가 튼' 분들이 즐겨 쓰는 책이다. 여행 초보 독자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을 처음 가기 시작했을 때는 벌써 20년도 넘었다. 새 밀레니엄 그러니까 지난 1990년대이다. 그때는 해외 여행이 권장할 정도로 대규모 여행객이 연일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해외로 나갈 때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도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상향됐다. 특히 공산권 수교 단절국과의 국교 재수립이나 새로 수립한 동유럽 나라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 붐을 부추긴 나라들이다. 지나치게 많이 쓴다고 매스컴에서도 연일 경계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결국 듣도 보도 못한 국가부도 사태(IMF 사태)로 이어졌었다. 그러나 해외여행은 잠시 주춤하다 다시 경제 회복에 따라 다시 이어졌다. 이젠 여행객들도 IMF 이전에 비해 현명하고 알뜰한 해외 여행객이 많았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해외 여행 불가' 시대를 2년 간 겪었다. 이젠 순차적으로 회복되어 감에 따라 다시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 이전까지의 정보 중심의 여행 책이 적당하고 많이 쓰였다면 지금부터는 두 번째 여행 책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종류는 저자가 물론 여행의 고수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이 여행 정보 중심이 아니라 에피소드나 저자 경험 중심,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나 놀이 중심의 체험형 여행 책이 주류가 될 것으로 독자는 예상한다. 물론 책 한 번 써본 적 없는 독자지만 많은 여행 책을 읽은 독자로서의 예측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여행선언문』이 훌륭한 예가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주영은 프랑스 책벌레와의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유머러스한 필력으로 그리며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 불린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 이주영 저자가 박학다식 포복절도 여행기로 돌아온 것이다. 독자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고, '여행 킹의 귀환'으로 맞이한다. 이 책 『여행선언문』은 방랑을 마치고자 선택한 결혼이 하필 밥 먹듯 여행하는 남자와의 땀내 나는 여행으로 이어진 아이러니,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로 풀어냈다. 또한 역사, 문화, 인문 교양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여행인문 에세이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여행이 멈춘 지금, 이 괴짜 부부와 함께 그동안 여행서적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유럽의 구석구석을 함께 답사하며 감동, 재미, 지식 종합패키지 여행을 미리 떠나보기에 알맞은 책이다. 여행 워밍업으로 적극 권할 만하다. 특히 여행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에 따르면 스무 살 이후로 세상을 떠돌며 살아온 저자 이주영.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를 떠돌아다닌 그의 삶은 일종의 도피에 가까웠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감당하기 버거워 떠났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고통스러워 달아났다. 끝없는 방황과 공부는 그녀를 걸어다니는 비교언어학자이자 멀티링구얼 욕쟁이로 만들었고, 나이 마흔이 넘어 삶의 안정을 찾고 싶어졌을 때 그녀 앞에 프랑스 남자가 나타났다. 지구 최강 오지랖 책벌레, 라틴어 선생인 에두아르다. 그와 결혼하고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작에서 미친 책벌레라 불린 에두아르는 미친 여행광이기도 하다.

『여행선언문』은 방랑을 마치고자 선택한 결혼이 하필 밥 먹듯 여행하는 남자와의 땀내 나는 여행으로 이어진 아이러니란. 전작에서 독자들이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을 만났다면 이번 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여행에 미친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을 만날 것이다. 작가는 그와 10년간의 여행을 회상하며 골을 싸맸다. 과하게 지적인 책벌레와의 여행은 매번 벽돌책을 읽는 것 같았고 혹독한 체력훈련을 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은 불이 났고 눈알은 빠지는 줄 알았으며 귓구멍은 책벌레의 음성으로 헐어버렸다.” 혼자 늙어 고독사에 이를까 봐 고민하던 작가는 여행 과로사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고 다음과 같은 여행선언문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완전 '독립선언서'이다.

 

"나 이주영은 당신이 500평 미만의 박물관에서 네 시간 이상 머물 시,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것이다. 여행지에서 당신이 오지랖을 부리다 시비에 얽혀도 모르는 남처럼 생깔 것이며, 현지인과 한 시간 이상 수다를 지속할 시 한국어로 “그만, 시끄럽고!”를 외칠 것이다. 다시는 골족(갈리)과 고대 로마인들이 먹었다는 음식은 먹지 않을 것이고, 여행가방에서 열 권 이상의 책을 발각할 시 끓어오르는 나의 욕지거리와 구타욕구를 막지 못할 것이다!"

 


 

부부의 일상이나 결혼 생활, 여행 에피소드를 읽으면 배꼽 잡는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부부가 일 년에 수차례 싸는 여행가방에는 여행지에서 다 읽지도 못할 수십 권의 책들로 넘쳐난다. 여행지의 역사, 문화, 건축, 사회정치서는 기본, 현지인과 함께 낭독할 그 나라 대표 시인의 시집까지 한 가득. 여기에 수많은 종이지도들은 기본이다. 내비게이션이 익숙한 세태와 거꾸로 종이지도 마니아인 책벌레 남편은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그 지역의 상세 지도를 찾기 위해 서점을 뒤진다. 고속도로 위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구석진 곳의 숨어있는 유적과 보물 같은 이야기,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 책벌레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불편한 여행 방식 때문에 내내 힘들었고 때때로 욕도 날리지만 여행의 경험이 다양해질수록 드디어 도피, 방랑이 아닌 여행하는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이 괴짜 부부 덕분에 독자들 역시 그동안 여행서적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유럽의 구석구석을 함께 답사하고 현지인과의 온갖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다. 고대에서 파견 나온 것 같은 책벌레 선생의 정신없이 길고 긴 역사 강의를 들으며 정신이 혼미해졌던 작가 이주영이 독자들을 위해 친절히 요약해놓은 역사적 설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크다. 단순 교양 지식이 아닌, 유럽 문화에 기죽지 않는 멀티링구얼 욕쟁이 이주영다운 거침없는 요약이다. 웃으며 읽다보면 유럽의 지리, 역사, 문화, 인문에 대한 교양을 폭넓게, 그러나 결코 얕지 않게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을 떠돌던 한 여자와 책에 미친 한 남자가 어떻게 만나게 되어 삶의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헤쳐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한국과 프랑스,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간의 여행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는 이 괴짜 커플의 막장 로맨스는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코로나 덕분에 책벌레와의 여행도 멈추자,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스무 살 이후로 세상을 떠돌며 살아 온 시간은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을까? 여행은 뭘까? 꿈에도 생각지 못한 남자와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다. 매 여행지마다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은 기본, 문화적인 격차에 따른 충돌과 논쟁은 상상 이상으로 격렬하다. 부부는 정체성, 습관, 세상에 대한 관점까지 마구 흔들리는 혼란을 겪었다.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무수한 단계를 넘어서는 여정이 이들의 진정한 여행이었다.

 

"에두아르 선생의 역사 강의를 고막이 헐도록 듣다보면 ‘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꼬리처럼 따랐다. 베른 여행에서는 베를렌과 아인슈타인의 삶으로 촉발된 오래된 논쟁 ‘도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부부싸움으로 치닫는다. 산세폴크로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헤론의 공식’의 지난한 설명을 듣다가‘내 상태가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모르겠다’는 혼돈에 빠졌다.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인 여행에 대해서는 질문이 폭발했다. 우리는 왜 여행하고 싶어 하는가? 우리에게 여행의 의미란 무엇인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타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고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펜데믹으로 여행이 멈춘 이 시간, 이 책이 방구석에서 떠나는 감동, 재미, 지식 종합패키지 여행이 되길 바란다. 다시 시작될 여행을 준비하며 읽는 책, 『여행선언문』을 통해 작가가 가장 하고자 했던 말은 이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절창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 여행은 가라!

살 중의 살은 역마살이오,

여행의 융성이 지구 평화의 근본일지니

서로 배우기를 멈추지 아니하여

보다 자유롭고 풍성한 영혼을 북돋자”

 

저자 : 이주영

 

유머와 위트의 작가,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평을 받는다. 걸어 다니는 비교언어학자와 멀티링구얼 욕쟁이 사이를 오간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고 싸워 이겨야 한다는 교과서적 사고와 도통 맞지 않아 스무 살 이후로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았다. 고독사를 걱정하던 중 책에 미친 프랑스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정착을 꿈꿨지만 여행에도 미친 남편과 동행하느라 지금은 과로사를 염려하고 있다. 일년에 수차례 여행가방을 싸고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좌충우돌 사건을 겪었고 논쟁을 벌였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춘 덕분에 그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했다. 일본 메지로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했고 번역가와 방송,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 제1대학 ‘라사피엔자’에서 또 공부했다. 지금은 남편과 프랑스에 살며 글 쓰는 작가이자 그림 그리는 화가로 살고 있다.

대표 저서로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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