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좋은 어른을 위해 김현주 작가가 알려주는 ‘착한 척’의 기쁨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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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란 평을 들은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어서 무시했다. 그러나 뒷담화를 통해 그런 사람이라는 평을 했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했다. '좋은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 등으로 해석되던 게 '바보', '멍청이'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은행 연대보증 문제가 터진 후였다. 보증 문제가 이후에 오랫동안 독자의 삶을 괴롭히자 더 이상 좋은 말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가 처음의 상태로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일부 감수하고 살고 있다.

이런 피해자(?)가 독자 주위에는 적지 않다. 드디어 부모로부터 "그렇게 순해 빠져가지고 세상 어떻게 살래?"라는 말도 들었다. 물론 보증액수가 수천만 원에 불과해 부모의 능력으로 일부 변제를 한 후 신용불량 상태를 면제해준다고서다.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쳤다. 그리고 더 큰 액수가 아니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다. 아는 지인이 심리학 책을 권유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심리학 책들이었다. 권하는 대로 읽었다. 그러나 근본적 치료는 되지 않는다는 게 독자의 결론이다. 부모님 말씀대로 '천성'인 것 같다. 지금은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대처하는 선에서 살고 있다. 한 가지 소득이라면 돈 문제에는 오히려 말려들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보증을 설 수도,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하는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누군가로부터 같은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됐다고 역설적으로 이해하고 산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인지 독자처럼 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주위에 꽤 있다. 그래도 피해 입은 지인들은 대부분 가해자(?)의 뒷욕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돈 문제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독자도 그 생각에는 같은 느낌이다. 이 책 『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를 읽다가 생각난 독자의 과거다. 착한 사람에 대한 뒷말을 넘어서 이제는 칭찬하는 사람에게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대로 변화한 것일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착하다는 말에 불쾌함을 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과거엔 어른들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착하 다는 말이 칭찬임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착하다는 말이 과연 칭찬인가 의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칭찬을 권하고 무조건 칭찬하라 했다. 세상 사는데 고래가 춤추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칭찬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되었다. 요즘은 칭찬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말이 많다. 그중 가장 헷갈리는 말 ‘넌 착해. 너를 착해서 좋아해’. ‘그냥 착하다’는 칭찬에는 묘하게 기분 나쁘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문제일까. ‘착하다’가 문제일까. ‘착하다’ 앞에 ‘너무’라는 표현이 붙으면 더 묘해진다. ‘너무’라는 단어는 과하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고 ‘착하다’는 말도 과연 칭찬인지 헷갈리는데 ‘그냥 너무 착하다고?’"(p.33)

 


 

저자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린 적이 있는 듯 보인다. 어쩌면 독자보다 더 중증의 증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세상 보기'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만 않으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경험을 얘기하는 부분에서 콜센터와 음식점에서의 고객에 대한 인삿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단정해버리는 생각의 차이는 세대차에서 오는 것인지, 다양한 사람 공동체에서 오는 일인지 독자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배려가 친절한 척이고, 누군가를 위해 저절로 우러나온 마음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는 것뿐이라고 말하던 사람은 지나치게 세상을 척박하게 보는 것이 아닌지 싶다. 그 사람들은 보고 싶었다, 예뻐졌다, 좋아 보인다, 너의 삶이 부럽다는 형식적인 칭찬을 하듯 인사를 주고받는 게 전혀 공감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할 수밖에 없을 터다.

그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당연히 빈말이고 음식점에서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하는 건 수익의 대상, 즉 고객이 기 때문이고 잘해주는 사람은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은 옳다. 사실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사람이 하는 행동과 태도가 전부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태도는 지금의 기분을 나타내지만, 본래 어떤 마음인지는 알 수 없고 좋은 마음인지 아닌지, 마음의 깊이와 넓이, 모양을 알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살면서 받았던 배려가 모두 갑과 을에 의해 약속된 태도일 뿐이며 착한 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착한 사람론(論)'은 독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착하게 산다는 건, 욕심나는 순간에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건, 그 순간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과 따뜻함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보람과 꽉 찬 다정함 같은 것. 욕심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 틈에서 속 편하게 살고 싶은가 보다. 뉴스에는 부자들이 그렇게 많고 연예인들의 멋있는 삶을 보여주며 모두 화려한 삶을 동경하는 것처럼 말해도 주변을 살펴보면 다들 화려하게 살길 바라는 건 아니더라.

의외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소하고 소소하다.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마음이 넓고, 선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평범한 우리에게는 맛있는 것을 사주는 사람도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다. 근사하고 대단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보다 맛있는 거 사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지 뭐. ‘그냥 착한 사람이야’라는 말은 ‘그냥 아는 사람이야’같이 아무 의미도 없는 말 같다. 돈이 있으면 세상은 우리를 적당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데, 부자는 못되더라도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노력하면,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즐거운 하루를 버텨낼 수는 있다. 죽지 않을 만큼 노력하면 버텨낼 수는 있는 적당히 차가운 사회에서 따뜻함을 아쉬워하며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낸다. 바쁠 땐 괜찮은데, 힘들고 쉬고 싶을 때,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따뜻한 무언가가 그립더라. 모든 사람이 착할 수는 없다면 그렇다면 실수 같은 착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생활인이고 사회인이다.

 


 

저자의 착한 사람, 착한 삶은 독자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갖고 다가온다. 저자는 책에 이렇게 썼다. 눈에 보이는 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살 수 있냐는 질문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성공하고 돈이 많으면 앞에 갑자기 펼쳐질 불행쯤은 거뜬히 막아 낼 수 있기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돈 많고 성공한 사람이 더 멋있게 사는 것 같고 더 잘 사는 것 같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 같다. 아마 실제로 그럴 거다. 돈이 많은 사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지만 사는 게 돈 때문에 힘들 땐, 부자들이 하는 고민만 하면서 살고 싶으니까.

누구나 때가 있고 나만의 속도를 찾으라고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가? 그럼 힐링여행도 책, 정신과 병원도 필요 없겠지. 우정만 생각하면 되던 친구들을 놓고, 인간관계로 알게 된 사람의 마음까지 의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피곤한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째려보면서 주먹 쥐고 방어 상태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진정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전쟁의 중심점이 되어 원이 얼마나 큰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언제 K.O패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만 있다면 적어도 사람에 대한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 쓸데없는 걱정 정말 안 하고 살고 싶다. 쓸데없는 걱정만 안 하고 살아도 그 에너지를 더 좋은 곳에 쓰면 혹시 나의 미래가 괜찮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은 모두 3장(章)으로 이뤄졌다. 모두 '착함'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1장 「착한 사람」, 2장 「그래서 착하게 살아갑니다」, 3장 「그래도 착하게 살아갑니다」로 구성됐다. '착하게 살고 싶은' 저자 김현주는 「프롤로그」를 통해 "그래도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마음이 좋았다.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게 뭐, 복잡하게 생각하고 이유가 필요한 일은 아니다. 여전히 착한 사람이 좋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착하게 사는 게 잘 안 되면 착한 척이라도 하며 살아보자는 것이다. 애쓰고 열심히 안달하며 살자는 건 아니고, 애정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세상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 투성이 같아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고 애정을 갖고 했던 것들은 나름의 의미를 남긴다는 말은 독자에게 큰 힘을 준다. 좋은 하루 벌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의미를 남기면 좋은 하루고, 좋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어보니 새롭게 '착하게 살기'의 의지가 다져진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거 같기도 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 도움 받은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도 그냥 지나치면 그 사람 눈에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사랑하게 어려운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소외된 사람에게 함께하는 소망을 이루어지게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 '착하게 살기'의 본질이 아닐까 깊은 생각을 해본다.

 


 

"착하게 산다는 건, 욕심나는 순간에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건, 그 순간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보람과 꽉 찬 다정함 같은 것. 욕심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p.7)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김현주

 

뭐 어때?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음에 익숙하고

능력을 키우기보다 욕심을 줄여서 행복에 닿는 사람

사람에게 마음을 쏟자고

좋았던 사람에게 소홀하지 말자면서

막상 사랑하게 되면 진심으로 뼈 때리는 사람

여전히

눈을 맞추고 말하고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에세이 세 권을 출간하고

작가라고 불리는 게 부끄럽고도 좋아서

작은 작가라고 몰래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

인스타그램 @jooya46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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