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신 인안나 - INANNA, THE FIRST GODDESS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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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를 지금껏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저자는 호메로스로 고대 그리스 시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 그렇게 배웠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도 그렇게 알고 읽었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된다고 해서 관련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길가메시'란 영웅담의 주인공을 알게 됐다. 여러 경로를 확인해 인류 최초의 신화이고, 서사시는 '길가메시'임을 확인했다.

『길가메시』는 폭군에 불과했던 한 인간이 고대에 지혜자요 신(神)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모험과 실패,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자 영웅 신화임을 알게 된 것이다. '길가메시'가 적힌 점토판이 1900년대 초라고 하는데 왜 우리의 등학교 교과서나 여타 책에서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고집하고 있었을까. 정확한 이유를 독자는 알지 못하지만 그리스·로마 중심의 문명을 서구 각국에서 인정하지 않아서일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로마 문명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서양인들이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수메르 문명을 인정하기 싫어서인 것으로 추정 가능하리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길가메시 서사시' 원문의 초기 번역서를 접한 후 환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정말 굉장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한다. 4,000 년 동안 잠자고 있었던 고대의 마법이 풀렸기 때문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분량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의 주인인 수메르인들은 약 4,000여 년 전,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들이 행하던 신년 축제는 그 후로도 1,50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책에 따르면 수메르의 계승자는 셈족이었다. 그들은 ‘인안나’와 ‘두무지’를 ‘이쉬타르’와 ‘탐무즈’라는 셈어 신명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만들어 제전에 올렸다. 성스러운 제의는 계속되었다. 인안나와 두무지의 신성은 합쳐졌다. 거기에다 지혜의 신왕 엔키와 태양의 신 우투의 신성까지 더해져서 연방으로 혼용되었다. 신들은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여, 이집트의 오시리스가 되었고, 페르시아의 미트라가 되었고, 그리스의 디오니소스가 되었고, 소아시아의 아티스가 되었고, 시리아의 아도니스가 되었고, 로마의 바쿠스가 되었다.(p.8-9)

여기서 독자는 이 책 『최초의 여신 인안나』의 주인공 '인안나'에 주목한다. '인안나'는 ‘이쉬타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하늘과 땅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는 사랑·전쟁·지혜·풍요·다산·아름다움 등으로 상징화된 모든 여신의 본바탕에 자리한 수메르의 여신이며, 죽음에서 부활한 모든 신의 원형이다.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국내 유일 수메르 전문가 김산해가 점토서판을 직접 해독하고 엮어 쓴 것으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위과 권능을 포기하고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간 인안나의 사랑과 죽음, 부활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저자 김산해는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온힘을 기울여온 수메르 문명 학자이며 국내에서 최고의 수메르 문자 해독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책을 펴내며」에서 인안나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4,000여 년 전 수메르와 함께 인간의 기억에서 잊힌 여신이 있었다. 그러나 여신과 여신의 신성은 이름과 모습을 바꿔가며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 그리스 문명권, 아라비아를 넘어 인더스강 유역까지 퍼져나갔다. 그는 악카드의 이쉬타르, 가나안의 아스타르테, 히브리의 아스다롯,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아테나, 헤라 등 사랑·전쟁·지혜·풍요·다산·아름다움·금성(金星) 등으로 상징화된 모든 여신의 원형은 바로 수메르의 인안나였다."

19세기 중엽,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가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여 있던 베일을 벗어 던지는 순간, 인안나를 포함한 3,600이나 되는 수메르 신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모든 여신의 원형인 인안나처럼 그들 모두가 창조와 삶, 죽음, 부활, 재생 등을 상징하는 신들의 본바탕에 자리한 신들이었다. 이 책은 천제 안과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 엔키, 인간에게 홍수를 내린 엔릴, 창조의 모신 닌후르쌍, 태양의 신 우투,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 그리고 양치기 두무지와 하늘과 땅의 여신 인안나 등 수메르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신화의 ‘출발점’을 찾는다. 그동안 우리가 그리스와 히브리 신화로만 알고 있던 태초의 신과 인류의 원형을 밝힘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선사한다.

 


 

책에 따르면 하늘의 여신 이난나는 하늘과 땅을 버리고 지하세계로 내려가겠다고 결심한다. 모든 신화에서 명계 여행의 이유나 동기가 분명하게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수메르 신화에서 이난나가 배다른 언니 에레슈키갈이 지배하는 명계로 내려가는 동기 역시 해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남편 두무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자 아내인 이난나가 직접 그를 찾아 나섰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그녀는 지하 세계의 문지기에게 형부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왔노라 둘러대기도 한다. 거의 비슷하지만 가장 지배적인 해석은 이룰 수 없는 꿈 최고신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끊임없는 권력욕 때문에 죽은 자들의 영역까지도 지배하려고, 혹은 하늘에서 땅의 주인이 되고자, 혹은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체험을 통해서 죽음, 재생, 인생 등 총괄적 의미를 알기 위해서 명계로 갔다는 해석이다.

그녀는 지하세계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고 있었다. 한번 들어가면 누구도 돌아나올 수 없는 죽음과 어둠의 땅이었다. 그녀는 몸종 닌슈부르에게 자기가 내려간 뒤 사흘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신전에서 통곡하고 북을 치며 눈을 잡아 찢고 귀를 할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엔릴과 난나와 엔키 신에게 탄원하라고 당부했다. 저승을 향하는 이난나의 자태는 눈부셨다. 명색이 ‘하늘의 여왕’이었다. 그녀는 머리에 ‘사막의 왕관’을 쓰고 이마에 가발을 걸쳤으며, 목에는 청금석 목걸이를 걸었다. 가슴에는 달걀 모양의 구슬 한 쌍을 달고, 여왕의 권위에 합당하게 ‘팔라’ 옷을 입었으며, 눈에는 유혹의 화장을 하고, 가슴에는 유혹의 장식을 달고, 손목에는 금팔찌를 끼고, 청금석 줄자와 자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이 책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거룩하고 위대한 여신 인안나의 사랑과 죽음, 부활의 서사시다. 하늘과 땅의 여왕 인안나는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현실의 권세와 욕망을 버리고 여신 에레쉬키갈이 지배하는 저승을 향했다. 여신은 그곳에서 죽었고, 사흘 만에 부활했다. 그리고 모든 것의 운명결정권을 가지는 가장 위대한 신이 되었다.(p113~120)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인안나의 저승 여행〉이라는 점토판으로 남아있는 400여 행의 짧은 서사시다. 이 책의 저자 김산해는 더욱 풍성한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인안나의 저승 여행〉뿐 아니라, 〈인안나와 엔키〉, 〈엔릴과 닌릴〉, 〈두무지의 꿈〉, 〈두무지와 엔킴두〉를 비롯해 인안나와 두무지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여러 단편의 점토판 문서들, 엔키와 엔릴, 그리고 길가메쉬에 연관된 많은 점토판 문서를 직접 해독하여 4,000여 년 전의 점토판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한국인 저자가 쓴 책으로 국내에 유일하게 선보이는 인안나 신화이며, 〈인안나의 저승 여행〉의 유일한 한국어 해독본이다. 이 책은 그 어떤 신들보다 더 신령스럽고, 용감하고, 강력한 ‘최초의 여신’ 인안나를 입체적이고 완벽하게 복원해냈으며, 그 어떤 신화보다 스펙터클한 여신의 서사시를 펼쳐낸다.

저자에 따르면 인안나는 수많은 메소포타미아 신 중에서 가장 복잡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이면서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며, 질투와 분노로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누구보다 냉정하고 신중하게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대비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아름다움과 여성성을 무기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거나, 남신들의 가부장적 권위에서 벗어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야심 차고 독립적인 여신 인안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인간은 여신의 세계를 부정해왔고, 여신의 존재감을 무시해왔다. 신화는 위대하고 용감한 남신들의 이야기로 가득 찼으며, 신화에서 여신들의 존재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나 인안나의 부활은 여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며, 신화 속 여신의 존재를 가려온 장막을 걷어내고 여신들의 진정한 권위를 되찾는다.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2007년 출간한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의 개정판으로, 15년 만에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 앞에 섰다. 이 책의 출간으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와 『최초의 역사 수메르』에 이은 ‘수메르 3부작’이 완성되었다. 2021년 작고한 후 출간되는 책이기도 하여, 인류 역사의 ‘최초’를 찾아온 저자의 마지막 여정이기도 하다. 저자 김산해는 이 책의 〈책을 펴내며〉에서 “나는 뒤늦게야 한국에서는 수메르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에 한참이나 어두웠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안나는 거의 모르지만 길가메쉬는 꽤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를 먼저 펴내기로 마음먹었다”라며 이 책의 출간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를 펴낸 후에도 그는 인안나를 포기하지 못했고, 10여 년의 고된 집필 과정을 거쳐 결국 ‘최초의 여신 인안나’를 되살려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저자 인터뷰 내용을 본문 주석과 도판 설명으로 재배치해 수메르 신화와 역사, 문화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 부록 〈설형문자로 읽는 인안나의 저승 여행기〉에 수메르어 해독 과정과 저자의 해설을 담아, 독자가 직접 설형문자를 해독하며 수메르 신화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독자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여러 권 여러 번에 걸쳐 읽고 또 읽었다. 등장하는 신이 워낙 많은 데다 이름마저 낯설어 외우는 것도 포기하고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가며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읽었다. 그러나 머리에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명이나 신들의 이름이 너무 어렵고 낯선 탓이리라. 이 책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더 오래 전의 이야기고 문자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다보니 이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상태인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 수메르 문명 연구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세상은 유일신의 지배지가 되고 말았다. 여신들은 힘을 잃고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겨웠다. 그들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여성의 삶은 빛을 잃었으며, 똑똑한 여성은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 한 남신만이 존재하는 적막한 유일신전은 더는 있을 수 없다. 아울러 그 신에 대한 두려움도, 성전(聖戰)도, 인간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압박도, 마녀사냥도, 여신에 대한 경멸이나 무시도, 여성에 대한 추접스러운 차별도 정말이지 더는 있을 수 없다. 결단코 그런 야만은 더는 있을 수 없다.(p.9, 11)

 

저자 : 김산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했다.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했고,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다. 지은 책으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등이 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와 악카드어로 쓰인 점토판 원문을 모두 해독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저서 『최초의 역사 수메르』 또한 모든 것의 ‘최초’가 된 수메르와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만을 생각하면서 집필한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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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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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과 면요리, 보쌈�닭한마리�돼지갈비�족발�생선구이 등 우리가 집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으로 코로나 팬데믹 그늘이 걷히는 요즘 가족 여행 겸 맛집 여행이 좋을 때다. 식신 대표이자 맛집 여행가 안병익 음식 칼럼니스트가 전국의 이름난 노포 식당을 모아 한데 묶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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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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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이고, 나아가 이젠 인공지능(AI)시대이다. 세상은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직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는 주문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나 우리의 음식 문화는 다행히도 아직은 디지털의 속도에 따라 변화하진 않은 것 같다.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는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이 책 『간판 없는 맛집』은 옛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을 소개한다. '옛 맛'은 한마디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와 문화에서 아날로그 시대부터 영업을 계속해오는 음식점의 맛이다.

옛 맛 그대로 변함없이 고객을 맞이하는 음식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맛 좋은 집'으로 소문난 집들이다. 이 음식점들은 젊은층의 지속적인 고객이 확보된다면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을 음식점들이라 각별하게 애정이 간다. 또 변화하고;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해 주기 때문에 아날로그 세대에겐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젠 휴대폰 앱을 통해 전국 곳곳의 음식점이 대부분 등재돼 있어 음식점을 몰라서 못 찾아가는 일은 없다. 독자는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의 식도락가도 아니고, 풍요로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어서 음식점을 특별히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가깝고 먹을 만한 집은 가리지 않고 간다. 그러나 꼭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땐 휴대폰 앱을 이용해 찾기도 하니 디지털 문화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이긴 하지만 '맛 좋은 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많이 찾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에게 더 소중하다. 모르는 맛집도 한 번씩 기회가 있을 때 찾아서 음식 맛도 보고 함께 간 사람들과의 정감을 돈독히 하는 데다 음식에 대한 대화도 풍부히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푸드테크 기업 식신(대표 안병익)이 오랜 기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노포 맛집’을 모아 발간했다. 식신은 300만 유저가 즐겨 찾는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을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약 75만개의 식당정보와 110만건의 사용자 리뷰 데이터가 쌓여 있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간판 없는 맛집』은 식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 온 노포 맛집을 한데 묶어 소개한다. △국밥(순대국, 해장국, 곰탕, 설렁탕, 육개장), △면요리(평양냉면, 함흥냉면, 막국수, 칼국수, 콩국수), △골목 터줏대감(보쌈, 닭한마리, 돼지갈비, 족발, 생선구이), △찌개(김치찌개, 청국장, 부대찌개, 감자탕, 생태찌개), △고기(한우 등심, 돼지구이, 닭갈비, 차돌박이, 냉동 삼겹살, 곱창, 양갈비)의 5개 섹션으로 나누어 모두 115곳의 노포 맛집 정보를 담았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맛집에 대한 정보와 소개를 꼼꼼하게 담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일이 허다한 외식 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식당들의 비결을 읽는 이로 하여금 탐색해 볼 수 있게 했다. 저자이자 식신의 안병익 대표는 “음식에 까다롭고 진심인 우리 나라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발걸음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식당들을 모아 정리하는 일은 꽤나 보람되었다.”며, “이 책이 어떤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편저자에 따르면 어느 날 아무 생각없이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보다가, 오래된 유명한 평양냉면집 노포에 올라온 리뷰를 보고 깜작 놀랐다. “아! 이집 냉면 때문에 이민을 못 가겠어!” 한 사용자의 깜찍한 리뷰는 위트가 있으면서도 저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민을 가게 된다면 한국의 수많은 노포들의 맛을 잊고 살아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해 보니, 리뷰를 남긴 사용자의 글이 공감이 되었고, 한국인으로써 우리 노포들의 음식이 정말 소중하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길가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언제 한번 밥한번 먹자”라고 말한다. 이런 인사치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에 대한 진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예로부터 함께 밥을 먹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공유하며 살아왔다. 가족이라는 의미의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진정한 구성원들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따뜻한 밥 한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11년전 신선한 콘셉트로 내놓았던 위치기반SNS ‘씨온(SeeOn)’ 애플리케이션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지만 일 스토리(글) 수가 3만에 이를만큼 성공한 서비스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방문한 장소를 체크인 하면서 위치기반으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 만든 서비스인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음식’이었다. 그것도 식당 이야기다.

 


 

편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씨온(SeeOn) 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확장을 고려하다 독특한 점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의 발간 이유가 됐다고 설명한다. "유저들은 자신의 일상을 끄적인 글보다 이런 맛집 소개 글에 더 반응했다. 뷰(view)가 높았고,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는 열심히 즐겨찾기를 해가며 나중에 갈 맛집 리스트를 저장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사람들의 어떤 갈증을 보았다. 그리하여 과감하게 소셜SNS 중심이던 서비스를 맛집 정보에 비중을 둔 국민맛집 ‘식신’으로 전면 개편했다.

올해 햇수로 12년 차가 된 식신은 주요 포털과 유수의 자동차회사 및 내비게이션 기업들에 콘텐츠를 공급하게 되었고 월 서비스 방문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음식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맛집’을 소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줄을 서서 먹는 ‘핫플’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갓 오픈해 ‘새것’의 쾌적함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맛보다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해서 종종 “이 동네는 어디가 맛있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스무 고개하듯 되려 질문을 이어간 뒤에 추천하곤 한다. 식신 서비스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식신의 최고봉인 ‘별 맛집’은 정말 한땀 한땀 까다롭게 선정하고 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편저자의 오랜 경험에 의한 '촉'이 발동했나 보다. "그런데 10여 년간 ‘맛집’이라는 주제에 매달리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인기 있는 노포들은 그 인기를 유지함에 있어 부침이 없다는 것이었다.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일이 허다한 전쟁터 같은 외식 업계에서 수 십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식당들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에 이토록 까다롭고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발걸음 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식당들을 모아 정리하는 일은 꽤나 보람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책이 그 어떤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더해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보람과 함께 성공을 위해서는 널리 알려 음식점의 영업이 잘 돼 지속되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주장이다.

이 책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누구나 먹고 싶고, 즐기는 음식을 제공하는 집이 주 대상이다. 이 집들은 많은 손님보다 '단골 손님'이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음식점들이 많다. '간판 없는 맛집'은 음식점의 상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음식점을 말하는 것이지 진짜 상호가 없거나 간판이 없지는 않다. 요즘 상호·간판 없이 음식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세금 문제도 있고, 여러 각지 위생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책으로 만들기 위해 내놓은 상징적 의미다. 그러나 의미에만 그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식당 주인들이 상호를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돈 벌었다고 넓히고, 더 많은 손님을 맞기 위해 확장하고 심지어는 간판도 바꾸는 그런 집은 이 책에 없다.

 


 

소개된 음식도 대부분 우리 한식이다. 국밥이 그렇고 면요리가 그렇다. 또 고기도 보쌈·닭한마리·돼지갈비·족발·생선구이 등 우리가 집에서도 자주 먹어보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이 맛이 좋으면 고객이 줄을 이어 음식점이 번창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찌개류도 고유의 음식 일변도다 김치찌개·청국장·부대찌개·감자탕·생태찌개 등 다른 나라에선 찾을 수 없는 우리 음식이고 먹으면 맛을 물론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음식 아닌가. 이들 음식의 음식점이 전국에 있으니 우리의 고유 음식 문화도 날로 번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저자 : 안병익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 박사로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SEIT 과정을 수료했다. KT 연구원에서 전자지도를 연구하고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위치기반서비스)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0년 위치기반 SNS를 개발했고, 푸드테크 기업 ‘식신 주식회사’를 창업해 맛집정보 앱 ‘식신’과 모바일식권 ‘식신e식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푸드테크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와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 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 LBS산업협회 이사, 한국 벤처기업협회 이사, 한국 텔레매틱스협회 이사, 한국 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 〈포춘〉지, 매일경제, 서울경제, 전자신문 등에 다수의 칼럼을 기고했고, 저서로는 소셜네트워크와 복잡계 현상을 다룬 《커넥터―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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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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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고 이순자 작가의 ‘매일 새롭게 어려운’ 노년의 일상이 담겨 있다. 크고 작은 ‘고통’이 “사랑의 원동력”으로 바뀌기까지의 시간, 약자를 향한 지극한 마음, 다시 시작하는 겸손한 노력, 배우는 즐거움, 돌보는 자의 정성이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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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나이 듦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생의 마지막까지 희망하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 온몸으로 분투했던 고 이순자 작가의 유고집이다. 연민과 사랑, 희망과 위트를 잃지 않으며 자기 존엄을 품위 있게 지켜낸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저자는 지난해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많은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 생활을 시작해 황혼 이혼 후 62세에 취업전선에 나선 경험을 담았다. 저자는 청각장애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글을 통한 연결을 오래 갈망해왔으나, 안타깝게도 수상 후 영면했다. 그의 노트북에 남긴 시와 산문, 소설에는 생의 마지막까지 이해와 포용의 자세로 삶의 역경을 이겨낸 모습이 가감없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는 이웃을 보듬고, 자기 존엄을 품위 있게 지켜낸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에게 가닿게 하고자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비롯한 작가의 글을 모아 유고 산문집을 출간했다.

유가족 기억 속의 저자는 “결핍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나 사랑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때론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자의 딸이 「서문」에서 밝힌 어머니의 삶과 글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소외된 자였으나, 단순함과 따스함으로 세상의 견고한 아성을 비틀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어머니의 글의 힘은 솔직함과 사랑에서 오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결핍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나 사랑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마음에 누구보다 솔직했기에 눈치를 보거나 세상의 굴레에 갇히지 않았지요. 당신의 경험과 생각, 때로는 소박하지만 당신에게는 절실한 것조차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일에 거침이 없었습니다."는 딸의 사모곡은 이어진다. "어머니에게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긴장을 녹이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저자 앞에서만큼은 “마음 깊이 감춰놓은 삶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고 딸은 회고한다.

그가 만난 가족과 이웃의 고통과 상처는 저자 마음속에 깊이 들어갔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 없이 자란 삼촌의 너른 가슴, 열입곱에 시집와 남편을 잃고 ‘씨받이(대리모)’를 해야 했으나 생의 의지와 사랑을 잃지 않은 평창 할머니(〈순분할매 바람났네〉), 가슴으로 낳아 기른 아이들의 부모를 대신하는 언니의 삶(〈탁란〉), 젊은 시절 도움받은 기억으로 불구가 된 한 여성의 곁을 지키는 한 남자의 모습(〈돌봄〉)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가슴 깊이 담아둔 자신과 우리 이웃의 이야기, 사람과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들은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방향키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순자 작가는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20여 년 넘게 호스피스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황혼 이혼 후 평생 하고 싶던 문학을 공부하고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저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에세이와 소설, 시를 향한 창작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유고 산문집에서 그는 어릴 적 가난했던 시절부터 봉사의 삶을 살기 시작한 청년 시절을 지나 황혼의 나이에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한다.

모두가 가난하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몰래 사준 신앙촌 카스텔라를 윗도리 앞섶에 숨기고 언니들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리던 기억(〈무늬만 천사〉)부터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타인과 소통하기 어려웠던 장면들(〈나는 경계인이다〉), 1970년대 명동성당에서 운동권 학생들과 시위하던 날들과 성모병원과 산업재해병원으로 자원봉사를 갔던 추억(〈1970년대 명동성당 젊은이들〉), 당시 성수동에 있던 시티즌 주식회사에서 노조 설립에 앞장섰다가 형사에게 끌려갔던 일(〈빗나간 오지랖〉)까지······. 자신의 고통 앞에서는 물론 이웃과 소외된 이들 곁에서 가장 큰 용기를 냈던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생존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사람과 사회의 부당함을 직시하면서도 자기 존엄을 지켜왔다. 또한 사람을 향한 공감과 이해, 배려와 사랑의 태도를 놓지 않았다. 아현동 재래시장의 어느 한 가건물에서 외국인 노동자 여성들과 수건을 개고, 백화점과 마트의 청소일을 하며 자신과 동료들이 겪는 고난한 노동환경에 대해 누구보다 냉철하게 이야기한다.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로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돌볼 때는 환자와 보호자의 뒤틀어진 행태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겪은 삶의 고난과 사회적 제도의 한계를 함께 짚어냈다(〈실버 취준생 분투기〉).

예순아홉,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저자는 “기초생활이 해결되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라며,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라는 문장으로 창작의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수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면했다. 유고원고는 그가 살아오면서 가슴에 깊이 담아둔 자신과 우리 이웃의 이야기, 사람과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으로 가득했다. 그는 떠났지만, 경제적·사회적 약자로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인으로서 녹록지 않은 삶에서도 끊임없이 희망하고, 사랑하고, 살아가고자 분투했던 그의 시간이 글에 남아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책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와 더 많은 이에게 가닿고자 한다.

 


 

독자는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작가 이순자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 책이 그의 첫 작품이니만큼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이라도 알게 된 사실에 다행스러움과 행복감이 스며든다. 우리 어머니, 누나 세대들이 겪은 어려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독자는 우리의 어머니, 누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겪어본 이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워내는 데 누구보다 희생적이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팍팍하고 힘든 세상을 포용과 이해와 사랑으로 가족과 이웃을 대했던 그 넉넉함이 주는 마음의 안정과 풍요를 충분히 겪어본 독자가 공감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는 저자의 글이나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그와 친분이 있거나 그의 글을 읽어본 인사들의 추천사를 통해 더 직접적인 공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윤성희 소설가, 박연준 시인, 이다혜 기자, 오지은 음악가는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글을 통해 그 감동을 나눠주었다. “이렇게 고순 냄새 풍기고 가삐리면 어떻게 하냐”라며 세상에 없는 작가에게 인사를 건넨 윤성희 소설가는 “이 책을 읽고 매일 다른 할머니가 되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빈 그릇과도 같은 이 책에 담긴 “수십 명의 사람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기를 권한다. SNS에서 이 글의 존재를 알린 이다혜 기자는 이순자 작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누구보다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그는 “당신이 이 책을 읽다 눈물짓는다면 그건 당신이 아는 또 다른 어떤 삶 때문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며 작가의 글이 가진 보편성의 힘을 강조한다. 오지은 음악가는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순자 작가의 인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사랑의 온도를 글로 느”꼈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도전하고, 부딪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이순자 선생의 ‘매일 새롭게 어려운’ 노년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이 ‘고통’에서 “사랑의 원동력”으로 바뀌기까지의 시간, 약자를 향한 지극한 마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의 겸손한 노력, 배우는 즐거움, 돌보는 자의 정성이 담겨 있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 글쓰기를 향한 이 다짐이 안타까운 건 정갈한 그의 글을 더는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삶이 정진과 노력이었다면 이 글은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일 것이다. - 시인 박연준의 추천사 중에서

 

저자 : 이순자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20여년 넘게 호스피스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황혼 이혼 후 평생 하고 싶던 문학을 공부하고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고단한 삶에도 자기 존엄을 지키며 글쓰기에 정진한 그는 《솟대문학》에 시를 발표하고, 〈순분할매 바람났네〉로 제16회 전국 장애인문학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창작의 결실을 맺었다. 62세에 취업 전선에 나선 경험을 담은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되었으나 얼마 뒤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져 뒤늦게나마 주목을 받았다. 일흔을 이른 나이로 여기며 치열히 살아오면서도 연민과 사랑, 희망과 위트를 잃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의 영혼에 큰 울림을 주었다. 자신과 가족, 이웃의 고통과 상처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은 그의 삶은 혐오와 차별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방향키가 되어주었다. 그가 작가의 꿈을 안고 마지막 순간까지 써 내려간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와 유고 시집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가 동시 출간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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