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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맛집 ㅣ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평점 :
디지털 시대이고, 나아가 이젠 인공지능(AI)시대이다. 세상은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직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는 주문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나 우리의 음식 문화는 다행히도 아직은 디지털의 속도에 따라 변화하진 않은 것 같다.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는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이 책 『간판 없는 맛집』은 옛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을 소개한다. '옛 맛'은 한마디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와 문화에서 아날로그 시대부터 영업을 계속해오는 음식점의 맛이다.
옛 맛 그대로 변함없이 고객을 맞이하는 음식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맛 좋은 집'으로 소문난 집들이다. 이 음식점들은 젊은층의 지속적인 고객이 확보된다면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을 음식점들이라 각별하게 애정이 간다. 또 변화하고;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해 주기 때문에 아날로그 세대에겐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젠 휴대폰 앱을 통해 전국 곳곳의 음식점이 대부분 등재돼 있어 음식점을 몰라서 못 찾아가는 일은 없다. 독자는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의 식도락가도 아니고, 풍요로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어서 음식점을 특별히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가깝고 먹을 만한 집은 가리지 않고 간다. 그러나 꼭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땐 휴대폰 앱을 이용해 찾기도 하니 디지털 문화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이긴 하지만 '맛 좋은 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많이 찾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에게 더 소중하다. 모르는 맛집도 한 번씩 기회가 있을 때 찾아서 음식 맛도 보고 함께 간 사람들과의 정감을 돈독히 하는 데다 음식에 대한 대화도 풍부히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푸드테크 기업 식신(대표 안병익)이 오랜 기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노포 맛집’을 모아 발간했다. 식신은 300만 유저가 즐겨 찾는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을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약 75만개의 식당정보와 110만건의 사용자 리뷰 데이터가 쌓여 있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간판 없는 맛집』은 식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 온 노포 맛집을 한데 묶어 소개한다. △국밥(순대국, 해장국, 곰탕, 설렁탕, 육개장), △면요리(평양냉면, 함흥냉면, 막국수, 칼국수, 콩국수), △골목 터줏대감(보쌈, 닭한마리, 돼지갈비, 족발, 생선구이), △찌개(김치찌개, 청국장, 부대찌개, 감자탕, 생태찌개), △고기(한우 등심, 돼지구이, 닭갈비, 차돌박이, 냉동 삼겹살, 곱창, 양갈비)의 5개 섹션으로 나누어 모두 115곳의 노포 맛집 정보를 담았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맛집에 대한 정보와 소개를 꼼꼼하게 담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일이 허다한 외식 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식당들의 비결을 읽는 이로 하여금 탐색해 볼 수 있게 했다. 저자이자 식신의 안병익 대표는 “음식에 까다롭고 진심인 우리 나라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발걸음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식당들을 모아 정리하는 일은 꽤나 보람되었다.”며, “이 책이 어떤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편저자에 따르면 어느 날 아무 생각없이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보다가, 오래된 유명한 평양냉면집 노포에 올라온 리뷰를 보고 깜작 놀랐다. “아! 이집 냉면 때문에 이민을 못 가겠어!” 한 사용자의 깜찍한 리뷰는 위트가 있으면서도 저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민을 가게 된다면 한국의 수많은 노포들의 맛을 잊고 살아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해 보니, 리뷰를 남긴 사용자의 글이 공감이 되었고, 한국인으로써 우리 노포들의 음식이 정말 소중하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길가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언제 한번 밥한번 먹자”라고 말한다. 이런 인사치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에 대한 진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예로부터 함께 밥을 먹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공유하며 살아왔다. 가족이라는 의미의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진정한 구성원들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따뜻한 밥 한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11년전 신선한 콘셉트로 내놓았던 위치기반SNS ‘씨온(SeeOn)’ 애플리케이션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지만 일 스토리(글) 수가 3만에 이를만큼 성공한 서비스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방문한 장소를 체크인 하면서 위치기반으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 만든 서비스인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음식’이었다. 그것도 식당 이야기다.
편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씨온(SeeOn) 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확장을 고려하다 독특한 점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의 발간 이유가 됐다고 설명한다. "유저들은 자신의 일상을 끄적인 글보다 이런 맛집 소개 글에 더 반응했다. 뷰(view)가 높았고,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는 열심히 즐겨찾기를 해가며 나중에 갈 맛집 리스트를 저장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사람들의 어떤 갈증을 보았다. 그리하여 과감하게 소셜SNS 중심이던 서비스를 맛집 정보에 비중을 둔 국민맛집 ‘식신’으로 전면 개편했다.
올해 햇수로 12년 차가 된 식신은 주요 포털과 유수의 자동차회사 및 내비게이션 기업들에 콘텐츠를 공급하게 되었고 월 서비스 방문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음식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맛집’을 소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줄을 서서 먹는 ‘핫플’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갓 오픈해 ‘새것’의 쾌적함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맛보다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해서 종종 “이 동네는 어디가 맛있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스무 고개하듯 되려 질문을 이어간 뒤에 추천하곤 한다. 식신 서비스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식신의 최고봉인 ‘별 맛집’은 정말 한땀 한땀 까다롭게 선정하고 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편저자의 오랜 경험에 의한 '촉'이 발동했나 보다. "그런데 10여 년간 ‘맛집’이라는 주제에 매달리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인기 있는 노포들은 그 인기를 유지함에 있어 부침이 없다는 것이었다.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일이 허다한 전쟁터 같은 외식 업계에서 수 십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식당들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에 이토록 까다롭고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발걸음 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식당들을 모아 정리하는 일은 꽤나 보람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책이 그 어떤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더해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보람과 함께 성공을 위해서는 널리 알려 음식점의 영업이 잘 돼 지속되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주장이다.
이 책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누구나 먹고 싶고, 즐기는 음식을 제공하는 집이 주 대상이다. 이 집들은 많은 손님보다 '단골 손님'이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음식점들이 많다. '간판 없는 맛집'은 음식점의 상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음식점을 말하는 것이지 진짜 상호가 없거나 간판이 없지는 않다. 요즘 상호·간판 없이 음식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세금 문제도 있고, 여러 각지 위생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책으로 만들기 위해 내놓은 상징적 의미다. 그러나 의미에만 그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식당 주인들이 상호를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돈 벌었다고 넓히고, 더 많은 손님을 맞기 위해 확장하고 심지어는 간판도 바꾸는 그런 집은 이 책에 없다.
소개된 음식도 대부분 우리 한식이다. 국밥이 그렇고 면요리가 그렇다. 또 고기도 보쌈·닭한마리·돼지갈비·족발·생선구이 등 우리가 집에서도 자주 먹어보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이 맛이 좋으면 고객이 줄을 이어 음식점이 번창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찌개류도 고유의 음식 일변도다 김치찌개·청국장·부대찌개·감자탕·생태찌개 등 다른 나라에선 찾을 수 없는 우리 음식이고 먹으면 맛을 물론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음식 아닌가. 이들 음식의 음식점이 전국에 있으니 우리의 고유 음식 문화도 날로 번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저자 : 안병익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 박사로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SEIT 과정을 수료했다. KT 연구원에서 전자지도를 연구하고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위치기반서비스)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0년 위치기반 SNS를 개발했고, 푸드테크 기업 ‘식신 주식회사’를 창업해 맛집정보 앱 ‘식신’과 모바일식권 ‘식신e식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푸드테크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와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 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 LBS산업협회 이사, 한국 벤처기업협회 이사, 한국 텔레매틱스협회 이사, 한국 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 〈포춘〉지, 매일경제, 서울경제, 전자신문 등에 다수의 칼럼을 기고했고, 저서로는 소셜네트워크와 복잡계 현상을 다룬 《커넥터―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