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페인팅 Final Painting - 화가 생애 마지막 그림을 그리다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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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한 책은 늘 독자의 관심을 끈다. 독자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림을 보는 관점이 저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안내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고, 감상법도 배우는 재미가 컸다. 같은 그림도 달리 보이는 이유는 명화이어서 다양한 저자가 시각을 달리 해서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이나 사실로 판명된 일까지도 시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서양미술사'를 다룬 책들은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꾸 보면 익히게 되고, 다음부터 그 그림에 대해서는 조금씩 지식이 쌓인다는 즐거움까지 지루함이 상쇄시키지는 못한다. 독자의 그림 사랑은 어쩌면 어렸을 때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엉겹결에 말한 적이 있는 데서 비롯됐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하교 때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당황해서 화가가 될 것이라고 답했던 기억. 쉽게 지워지지 않았지만 한때 고민을 했다. 정말 내가 그림을 잘 그리나? 하는 어린 마음에 화가를 꿈이라고 답했던 행복한 시절의 이야기다. 물론 이후에 곧 바뀌었지만.

그래도 그림에 관한 좋은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고, 전시회도 쫓아다니고 국내 미술관에서 세계 유명 화가전을 할 때는 열심히 관람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인연은 지금까지 독자가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이어졌다. 미술에 관한 책도 최근 몇 권 읽었었다. 모두 한 번 이상은 본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눈에 띄는 새로운 작품이 없을 경우에는 저자의 그림 감상법에 주력해 읽는다. 독자의 미술 지식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는 느낌이 좋다. 이 책 『파이널 페인팅』을 읽게 된 이유도 같다.

 


 

새로움이 느껴졌다. '마지막 그림'이니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깨졌지만 매우 즐거운 해석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크다. 보통 책의 두 배 크기다. 독자는 평소 책의 크기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인지 책의 판형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책 소개글을 찾아보니 '규격외 변형'으로 나와 있다. 지인에게 물었더니 '200x280mm'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로 20cm, 세로 28cm를 말하는 것 같다. 큰 책이라 그림을 보기에는 몇 배 더 좋은 것 같다. 원화로는 보기 힘든 대부분의 경우 수치로 표기해야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제목처럼 '화가의 마지막 작품'을 주로 해석해준다.

세계적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들(르네상스와 그 이후의 화가들이 많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작품이니만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로의 그림도 있다. 저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영원히 모를 사실이었다. 독자는 본 기억이 없지만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위대한 작가들의 말기 작품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와 통찰, 평가가 더해진 수많은 전시회 간행물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말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아마 저자의 이 책도 그 점을 토대로 쓰여진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고전학자이며 작가로도 활동한 파트릭 데 링크다. 저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두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폄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여론의 평가가 반대 방향으로 옮겨갔다. 적어도 특정 작가에 대해서는 인간의 삶이 가차 없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생각을 버린 것 같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말기' 작품이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게 된 현시대에, 혹시 모든 '말기' 것들을 과잉 보상하여 칭송하고, 정반대 극단으로 치달은 것은 아닐까? 또는 상업적 속셈을 가지고 작가의 말년을 성공적으로 미화하고 각색하고 심할 경우 신격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마이클 폴리는 이처럼 과열된 현상을 자신의 저서 『행복할 권리』에서 "삶은 짧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소멸에 대한 생각이 불러일으키는 고유의 찬란함과 불타오름을 느낄 수 있다. 일례가 말년의 양식이라는 현상인데 화가, 작곡가, 저술가들의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왕성함이다. (...) 이들의 작품이 유치하고, 조잡하고, 단편적이고, 미완성이고, 반복적이며, 쇠퇴하는 정신의 산물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동시대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들의 짜릿한 활력이 인정받고는 하는데, 평론가 바바라 헤른스타인 스미스는 이를 '노망든 숭고함'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말기 작품들이야말로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몸부리쳐 얻은 자유로움이다. 작품과 그 창조자 모두 그 어떤 진부한 가치나 기준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며,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그들(주로 남성)에게 기대하는 원숙함, 지혜, 사려 깊은 같은 따분한 자질에 관심이 없다. 예술 분야에서 폴리의 논지가 들어맞는 예를 분명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철학자 테오드로 아도르노가 만년의 베토벤 작품을 그런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며 특히 회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른 30명의 서로 다르고 독특한 작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들이 모두 '연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렘브란트: 말기 작품들』에서 저자 조나단 비커와 그레고르 J.M. 웨버는 보다 현실적인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고 실례(實例)를 내세운다. 두 공동저자는 "노령 작가들이 어떤 사회적 환경과 건강 상태에 처했으며 자기표현, 작품 판매를 위해서 사용한 전략 등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 틴토레토의 말기 작품에 대해 로버트 에콜스와 프레데릭 일크만은 다음과 같이 냉정하게 지적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작가들이 성공적인 기업가로 변신하여 말년에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한 자기 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야기에 우리는 별 흥미를 못 느낀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사실 경제적인 요인이 많은 화가의 생애 마지막 몇 년, 몇 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의 책임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거나, 작가가 고객들과의 거래나 미술 시장에서 (경제적이든 아니든)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을 점차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는 것. 이런 면에서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좋은 예라고 저자는 지목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알터스틸이 존재한다고 논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전통적으로 단계마다 사회적으로 다른 기대가 부여된다는 건 사실이며 작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와는 별도로 저자는 이 책에 라파엘로, 애곤 실레, 프리다 칼로와 같이 젊어서 세상을 떠난 몇몇 작가들도 함께 언급했음을 강조한다. 그들을 모든 호모사피엔스에게 경고하는 메멘토 모리(죽음의 상징)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말기 작품ㅁ'이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란 말이다.

 


 

화가의 말기 작품을 찾아보면 그 안에는 정말 온갖 요소가 다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쇠퇴와 반복, 폭발적인 혁신, 성숙함, 경험과 기술적 기교, 새로운 매체의 사용, 체념과 반발 그리고 눈에 띄는 병약함과 극복하는 힘 등이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다루면서 관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침착하게 조명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 참고문헌에는 주로 최신 간행물이 실려 있다는 것. 작가마다 3점의 작품을 언급했는데 대부분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또는 추정) 때문에 강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다. 물론 어느 작품이 정말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으로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작가가 숨을 거두었을 때 어느 작품이 이젤 위에 놓여 있었냐는 재미난 질문에 대한 답은 금전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제로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때로는 논란이 타당한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특정 작품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었는지, 다른 작가에 의해 완성되었는지와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또다른 문제는 얼마만큼 '거장이 직접' 마지막 작품에 관여했고 어느 정도까지 작업실이나 개별 조수에게 맡겼느냐는 것이다. 이 또한 '낭만적이지 못한' 논란이지만 마땅하게 최근의 미술사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으므로 이 책에서도 다룬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이런 연구는 (작가에 대해) 사실적으로 서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 포함된 각 작가의 작품 세 점을 선택하면서 그것이 엄밀하게 최후 작품의 범주에 들지는 않더라도 작가의 '마지막 자화상(그런 작품이 존재하는 한)'을 최대한 많이 선보이려고 일관되게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또 작품이 이런 최종 '마감 시간'에 영향을 받았는지 같은 흥밋거리를 다루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사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에야 가능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출판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방대해질 수 있었으므로 인물과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화가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뻔한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5세기에 걸친 회화사에서 주요 화가 30명을 택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의 마지막 작품이 의미 있고, 저마다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가장 먼저 살펴본 작가는 얀 반 에이크로 그의 말년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런 사실 자체도 '초기' 회화를 논할 때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여기서 다루고 싶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책의 마지막은 적절하게도 파블로 피카소로 마무리된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엄청난 양의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그는 매우 노령까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드로잉과 회화 작품을 제작했다. 1988년에 존 버거는 이 스페인 출신 작가의 마지막 작품과 그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피카소의 말기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아직 너무 이르다. 그것들이 피카소 미술의 정점을 이룬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주변에서 항상 그를 성인처럼 떠받들던 자들만큼이나 터무니없다. 이를 노인의 반복된 호통 소리로 치부하는 자들은 사랑이나 인간의 역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반 고흐가 외톨이라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반 고흐의 작품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감동을 받았다.

- 「빈센트 반 고흐」 중에서

 

클림트는 말년에 35세의 요한나 슈타우데를 그렸으며, 이 반신 초상화는 미완성이다. 모델이 왜 그림을 완성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작가는 “그러면 당신이 내 작업실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요한나 슈타우데의 초상〉」 중에서

 

저자 : 파트릭 데 링크

고전학자이자 출판사와 신문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가로도 활동했다. 『THE ART OF LOOKING』 시리즈 중 크게 호평받고 널리 번역된 책 두 권과 『한 권으로 읽는 명화와 현대 미술』을 집필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미술관을 위해서 회화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주제로 글을 썼으며 고대, 문화유산 그리고 회화에 대한 책을 30여 권 저술하고 번역했다.

 

역자 : 장주미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과 씨티은행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고, 한국과 미국의 여러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는 『빈센트 반 고흐』, 『드로잉 마스터클래스』,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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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처럼
멜리사 헬스턴 지음, 오현아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어떻게 살아가고 싶나요?” 매일 흔들리는 그대들을 위한 인생의 안내자 오드리 헵번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오드리스러운‘ 삶을 살아온 그의 내면에 있는 꺼내어 들어보고 우리 인생의 모토로 삼아도 될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읽고 갖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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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처럼
멜리사 헬스턴 지음, 오현아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오드리 헵번'을 이야기하면 누구든지 〈로마의 휴일〉을 떠올린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같은 세대가 아닌 외국의 영화배우였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영화 〈로마의 휴일〉은 유명하다. 아날로그 세대들은 대체로 기억하지만 요즘 MZ 세대에게도 그녀는 유명하다. 이유는 지금 세대들에게도 유행되는 그녀의 패션 때문인 것을 알고 있다.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헵번을 세계적인 배우로 도약시킨 한 편의 영화이지만 오드리 헵번은 영화배우로만 활동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외의 활동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배우 활동 이외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며 칭송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헵번의 영화 경력은 길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집중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1953년부터 1967년 사이에 겨우 15가지의 주요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일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영화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통일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헵번이 영화에서 연기한 역할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교육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한다. 〈로마의 휴일〉에서도 그녀가 여유로운 기분전환을 위해 엄격한 교육에서 달아난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상대역 그레고리 펙이 여전히 그녀에게 세상의 방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와 유사하게 그녀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들인 〈사브리나(1954)〉와 〈파계(1959)〉, 〈아이의 시간(1961)〉,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그리고 〈마이 페어 레이디(1964)〉를 보면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인물들의 매력이 언제나 교육과 노력과 적절한 예의범절과 관련되어 있음이 강조된다. 헵번이 모든 "교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라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책 『오드리 헵번처럼』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오드리 헵번. 한때는 세기의 연인이었고,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였으며, 자선활동가였던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여배우’로 꼽히는 오드리 헵번의 일생을 담았다. 이 책은 오드리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의 일화, 슬픈 가족사,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녀의 인생과 철학, 성공과 실패, 사랑과 희망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는 저자 멜리사 헬스턴은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오드리의 진짜 이야기를 담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을 취재했고, 비로소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오드리 헵번의 생전 인터뷰와 지인들이 바라본 오드리 헵번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을 수 있었다. 더불어 지금껏 감추어졌던 70여 컷의 미공개 사진을 그림으로 재창조해서 소장 가치까지 높였다.

오드리 헵번은 인생 자체로 이미 좋은 교과서로 알려진 배우다. 아름다운 외모로 얻은 유명세는 금방 사라진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았던 그녀는 성공 후에도 자만하거나 소홀하지 않았다고 한다. 들리는 말뿐만 아니라 그녀가 걸어온 길을 보면 확실한 사실들이다. 그녀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남을 탓하지 않았고, 부족한 부분은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았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보다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그녀는 살아 있을 때 항상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이 좋다”고 말했다는 점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오드리는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때때로 불행이 문을 두드려도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휘청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매일 흔들린다. 독자도 그렇다. 매일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인데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확실한 정체성과 뚜렷한 주관을 갖지 않으면 누구나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찾지 못해서 헤매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드리 헵번의 인생은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인생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꿈을 이루고, 주어진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오드리 헵번을 삶의 사표(師表)로 삼는 사람도 많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보내는 감동의 메시지와 현실적인 조언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떠한 태도와 신념을 가져야 하는지 정답에 가까운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누구나 들어도 공감할 만큼 오드리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일 이유가 된다.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 단 한 번의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오직 하나다. “오드리 헵번처럼.” '오드리 헵번처럼'이라는 말도 이미 옛날부터 유행되던 말이라고 한다. "우아하고, 기품 있으며, 매력적이고, 지혜로운 여성으로 '오드리스럽다'라는 말은 마치 형용사처럼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오드리 같은', '오드리적인'이라는 말은 우아함, 고상함, 매력 그리고 지혜로움을 고루 갖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묘사할 때 쓰인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저자는 또 "오드리의 스타일은 패션계에 큰 영향을 영향을 주었지만, 그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오래 세월 동안 그녀가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인생을 완성했다는 데 있다. 오드리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일이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오드리는 항상 그녀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올바른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오드리가 실패와 좌절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특히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존엄성을 잃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를 묻는 사람들에게 내놓은 해답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오드리 헵번이 들려주는 10가지 인생 조건」이란 부제를 붙여 이 책에 썼다. 독자가 무엇을 암기할 때 습관으로 번호를 붙였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① happiness -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는 법

② success - 나만의 기준으로 성공하는 법

③ health - 건강하게 아름다워지는 법

④ love - 원하는 것을 얻는 법

⑤ family -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

⑥ friendship -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는 법

⑦ fulfillment - 스스로 성취감을 이끌어내는 법

⑧ style - 나의 자아 찾는 법

⑨ fame - 스스로 중심 잡는 법

⑩ humanity - 세상을 바꾸는 법

 

 

저자는 오드리 헵번의 인생 철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면 모든 게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평생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어릴 적에는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성공한 배우가 되고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어느 곳에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작품을 끝낸 후에는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전하려 애썼다. 뿐만 아니라 오드리는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성실했다. 일을 할 때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고, 쉬운 길로 가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은 성실과 근면으로 채웠다. 그녀와 함께 일했던 동료 배우, 작가, 감독 할 것 없이 그녀가 성공한 이유를 ‘성실’이라고 꼽을 정도였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오드리 헵번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삶을 사는지 그 태도와 가치관, 철학과 신념이 모두 담겼다. ‘행복’, ‘건강’, ‘사랑’, ‘가족’, ‘성공’ 등 오드리 헵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10가지를 키워드로 뽑은 이유이기도 하다. 각 키워드에 맞게 진정한 행복을 찾는 법부터 나의 자아를 찾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는 법,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건강하게 아름다워지는 법 등 현실적인 인생 조언이 가득하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는 문제의 해답을 오드리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언급이다. 저자는 오드리 헵번의 진짜 이야기를 담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을 취재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녀의 모습은 물론이고,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오드리 헵번의 생전 인터뷰와 지인들이 바라본 오드리 헵번의 이야기도 담았다. 더불어 지금껏 감추어졌던 70여 컷의 미공개 사진을 그림으로 재창조하여 더욱 소장 가치를 높였다고 설명한다.

 


 

"오드리 헵번은 단순히 스타일이 좋고,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멘토이자 닮고 싶은 어른의 표본이다. 저자는 인생이 어딘가 어긋나고, 바라고 꿈꾸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헤맬 때 오드리 헵번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오드리 헵번에 대해 이처럼 단언한다. 오드리의 환경이 쉽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드리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어릴 적 부모는 이혼을 했고, 전쟁을 겪었으며, 죽음과 배고픔을 경험했고, 오랫동안 자유를 빼앗긴 삶을 살았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후에도 삶은 녹록치 않았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기에 작품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고, 여러 번의 유산과 실패한 결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어떤 일을 겪든 언제나 반짝거렸고, 그 빛을 잃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우리는 종종 잊고 사는 것을 그녀는 끝까지 잊지 않았다. ‘인생은 그 자체로 엄청난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는 오드리 헵번의 이러한 태도와 인생 철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마침내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결정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않으며, 때때로 고난이 와도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살아가기로 했다. 마치 오드리 헵번처럼. 이 책은 쉽지 않은 인생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꿈을 이루고, 주어진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오드리 헵번이 보내는 현실적인 응원이자 감동의 메시지라고 읽힌다. 지금 어떤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완벽에 가까운 인생 안내서를 만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승리는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나의 단점과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받아들였죠.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인간이 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어요. 그리고 지금의 내가 제법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어요.”(p.207)

“인간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의무는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거예요.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사치이고 사소한 거예요.”(p.287)

 

저자 : 멜리사 헬스턴

오드리 헵번의 열렬한 팬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멘토인 오드리 헵번의 자서전을 집필하기 위해 5년간 오드리 헵번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그 덕분에 오드리 헵번의 일흔다섯 번째 생일에 맞춰 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역자 : 카일리 박

경희대학교 호텔관광과를 졸업하고, ‘하나투어’와 ‘디지털아이디어’에서 근무했다. 현재 하와이에서 거주 중이며,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과 ‘아메리칸 세이빙스 뱅크’에서 일하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가 있다.

 

그림 : 오현아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하루의 감정을 담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2021년에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첫 전시를 했고, 현재는 SNS에서 크로키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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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처음 만나는 세계 - 메타버스,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펼쳐지는 새로운 예술의 장 서울대학교미술관×시공아트 현대 미술 ing 시리즈 1
심상용 외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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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미술의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인류의 긴 역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예술의 방식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논란은 늘 있어 왔다. 예술가들도, 예술 시장도, 또 우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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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처음 만나는 세계 - 메타버스,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펼쳐지는 새로운 예술의 장 서울대학교미술관×시공아트 현대 미술 ing 시리즈 1
심상용 외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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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NFT, 처음 만나는 세계』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1년 3월 11일에 크리스티 뉴욕 지사에서 있었던 한 경매 건으로 NFT 미술은 일거에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소설처럼 이 글을 시작하는 데는 저자로서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이 매우 극적이고, NFT 미술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날 '비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크립토 작가 자이크 윈켈만의 JPG 파일 하나가 유서 깊은 미술픔 경매사의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다. 이 '사건'으로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NFT 미술은 미술계의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NFT는 어떤 스타일이나 장르와 무관한, 디지털 소스를 암호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다시 말해 이론 인해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 등록과 '거래 가능성'이 가능하게 된다는 기술의 약호일 뿐이다.

따라서 NFT 미술은 온라인상에서의 거래 형태에 관한 기술일 뿐, 그 밖의 다른 무엇이 아니다고 이 책의 저자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은 말한다. 사실 NFT는 매일 기술 혁신을 거듭하는 오늘날에 놀랍지 않다. NFT 미술이라는, 불완전한 개념이 이토록 커다란 스캔들이 되는 이유를 NFT 자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입을 모은다.(이 책은 심상용, 디사이퍼, 캐슬린 김, 이민하, 김성혜, 정현 등 6명의 공동저작이다) 이들 저자는 비플의 경매건과 마찬가지로 뇌관은 맹렬한 자본의 쇄도와 시장 논리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NFT 미술이 예술의 풍경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상당히 일리 있는 리포트다.

 


 

이 책의 「프롤로그」 집필자 심상용은 용어부터 낯선 NFT의 기술적 이해, 이것이 미술(예술)에 접목되면서 비롯된 현상들의 짧은 역사,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이 이 책의 주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 예술에서는 믿음을 갖는 것 이상으로 의구심을 발동시키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NFT 미술은 정말 새로운 기회이고 가능성일까? 그것의 행보는 문명의 긍정적인 진화를 허용하는 쪽일까? 오히려 욕망으로 취급되어야 더욱 맞아떨어지는 주제는 아닐까? 이 작은 책에서 너무 멀리 나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두뇌의 강력한 알고리즘의 한 형태인 '편 가르기'다. 인간인 우리 모두는(내용과 무관하게) 자신의 편으로 정의된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고,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착착하는 강력한 경향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관점을 선택하는 저차 자체가 그것을 통해 추출된 관점이나 입장보다 더욱 질문들이 시작되어야 할 진정한 지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어 NFT(NON-FUNGIBLE TOKEN)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간단명료한 뜻을 제외한 활동 영역, 가치, 효과 등이 정해지지 않아서 독자들의 요구와 희망에 답하는 입장에서 이 책이 쓰였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NFT가 강력한 힘을 뻗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예술계에서 그것의 영향력과 논쟁을 다룬다. 모든 의문과 의혹에 관한 완전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NFT의 정의, 기술적 이해, 그리고 NFT 미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까지 담아낸 정수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6명의 공동 저작이다. 책의 구성은 6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NFT와 현대 미술」, 2장 「역사와 현장: NFT 미술의 출발부터 현재까지」, 3장 「NFT 미술과 문화 민주주의: 기회의 확장과 새로운 관계 모색」, 4장 「NFT 미술의 시장 가치」, 5장 「예술, 기술, 존재: NFT 미술에 대한 미학적 사유」, 6장 「NFT, 기게스의 반지」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나열해서는 얼핏 NFT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NFT 미술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글이 아니고, NFT 이미 시작된 NFT 미술의 올바른 방향을 함께 탐색하는 차원에서 NFT 미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전망 등을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 물론 저자들이 대부분 '예술', '미술'에 관여한 분들이라 미술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견해를 충분히 감안한다면 논의에 참여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분들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은 NFT 미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NFT 미술의 정체성 파악과 흐름, 예술 특히 미술에서의 NFT 시장의 활동 등을 충분히 의견을 낼 분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저자들의 훌륭한 저자들에게 NFT 미술을 알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무척 감사한 마음과 앞으로 더 열정적 활동을 기대한다는 점을 독자로서 전하고 싶다. 저자들의 자신의 의견을 가능한 자제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NFT 미술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예술의 색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분야로 진행되고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의견들은 언뜻 언뜻 비친다. 그 점이 오히려 NFT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더욱 반갑다. 예술의 기본적 정신에 벗어나, 과학이나 그를 이용한 예술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예술인으로서의 긍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1장 「NFT와 현대 미술」은 예술과 기술, 특히 현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디사이퍼)*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미술의 창작과 소비의 공간은 변해 왔다. 동굴 벽에서부터 종이와 캔버스로 진화해 왔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공간으로까지 확장 중이다. 한편, 파일의 위조와 변조나 복제가 쉬운 디지털 공간으로의 확장은 창작과 그 가치에 초점을 맞춘 미술 시장의 온전한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전제하고 "NFT는 미술품의 창작과 소비, 두 가지 측면에서 디지털상의 콘텐츠가 갖는 한계점을 분명히 해결해 준다. 창작 측면에서 예술가는 NFT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증명할 수 있다. 소비 측면에서 예술가는 다른 플랫폼이나 제3자의 개입 없이 작품을 직접 거래하여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오롯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본인의 작품 소유권을 인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NFT와 블록체인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된 암호 화폐가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서,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투자 상품, 투기, 코인, 변동성 같은 키워드와 연관하여 생각하는 듯하다고 밝힌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읽거나 쓰기만 할 수 있는 쓰기 전용(append-only) 구조의 데이터베이스와 비슷하다.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위조와 변조를 방지할 수 있어 디지털 자산을 구현하고 거래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블록체인의 순기능인 위변조 불가능을 적용한다면 미술품 경매나 거장들의 그림 경매 등 위변조 가능을 사전에 완전 차단할 수 있다. NFT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과 연결해 활용한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활용 가능한 재화가 되며, 이러한 재화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NFT라고 한다.

 


 

3장 「NFT 미술과 문화 민주주의: 기회의 확장과 새로운 관계 모색」에서는 신기술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개방성이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미치는 영향력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 중 하나인 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여러 갈래의 서로 다른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비록 오늘날의 미술이 과거처럼 단편적인 미의 추구를 넘어, 보다 열린 방식으로 확장된 개념을 갖게 되었지만,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이루어진 새로운 예술 창작과 향유의 맥락에서 미술품의 미적인 가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NF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단어였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만드는 기술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앞으로 금융, 의료, 유통 등 각 산업 분야의 전통적인 체계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지닌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디지털 원본 증명서'다. 작품 거래 기록 등 작품에 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만든다. NFT 미술품 거래라고 하면 작품 실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의 증명서 역할을 하는 디지털 파일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하나의 의문을 갖는다. 아날로그 인식에서 못 벗어났지만 소유도, 감상을 위한 것도 아닌 미술품의 가격이 그렇게 높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것의 활용도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환경을 더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아득한 느낌도 있다.

 


 

이 장에서 독자의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해 볼 때 미술은 상대적으로 관객과의 거리가 먼 장르로 알려져 왔다. 전통적으로 미술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정치적·사회적 기능과는 분리되어 미술만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데 있었다. 미술관은 오랜 시간 동안 '화이트 큐브(whate cube)'라 불리며, 세속과는 분리된 일종의 성전과 같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예술품에 신성성을 부여하고 일반 대중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품의 소유와 거래는 일부 계층에 의한 독과점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간 미술 시장의 구조가 고가의 미술품과 유명 작가에 집중된 형태로 유지되다 보니 소수의 컬렉터나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의 유입을 통한 새로운 감상층과 컬렉터층이 생겨날 가능성을 애초에 배제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암호와 수집품'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된 디지털 자산인 NFT를 수집하는 것이다. NFT 미술품 경매의 경우 하나의 미술품을 여러 개의 NFT로 분산하여 판매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미수계에서 암호화 수집품의 확산에 기여했다. 이렇게 미술 작품의 지분을 분산하여 소유하는 것은 이전의 미술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높게 여겨졌던 미술품 수집의 장벽을 허무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로써 NFT의 등장은 미술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공동 소유와 분산 판매의 개념을 만들어 내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 향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NFT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술계에서는 1년여의 짧은 기간의 이력을 갖고 있다. 장점은 대체 불가 토큰은 파일의 위변조나 복제가 쉬운 디지털 공간의 맹점이었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소스를 자산화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은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에게는 큰 기쁨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의 가격이 45파운드에서 4억5,000만 달러로 치솟는 동안, 적어도 서구의 선진국들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설파하고자 했던 것들인 사랑, 희생, 영혼의 밝음으로서의 은총, 그리고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 방점을 찍고자 했던 예수의 '신성한 선량함에 동참할 수 있는 본성'은 그 가격 상승과 거의 정확하게 반비례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져 왔다. 2021년 루이스(크립토 작가)가 NFT로 만들면서 〈살바토르 문디〉는 다시금 세간의 화제로 부상했다. 루이스는 그리스도가 그것의 구원을 위해 희생양을 자처한 행성을 달러 뭉치로 대체하고, 작품의 제목을 〈살바토르 메타버시〉로 바꿔 달았다. 오늘날 만연한 신성 모독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풍자였다.

저자가 마지막에 쓴 에필로그 「신과 기술이 뿌리 깊은 예술과 동거할 때 제기되는 것들」에서 "NFT 미술이 제도화된 글로벌 미술 체계의 고착된 문제들을 극복하고, 다양성과 기회 균등 같은 민주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늘 기대해 왔던 바다. 비록 늘 실패를 거듭했던 요구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술이란 제아무리 삶의 편의를 제공한다고 해도 자체로는 덧없는 인생의 재편에 불과하다. 익숙한 귀결이다. 예술은 덧없음, 죽음에 대한 저항이다. 기술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드는 과학의 열매인 반면에 예술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술의 위치, NFT 미술의 제기, 장단점, 예술계의 반응 등을 한데 묶어 표현한 말로 독자는 공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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