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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처음 만나는 세계 - 메타버스,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펼쳐지는 새로운 예술의 장 ㅣ 서울대학교미술관×시공아트 현대 미술 ing 시리즈 1
심상용 외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5월
평점 :
이 책 『NFT, 처음 만나는 세계』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1년 3월 11일에 크리스티 뉴욕 지사에서 있었던 한 경매 건으로 NFT 미술은 일거에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소설처럼 이 글을 시작하는 데는 저자로서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이 매우 극적이고, NFT 미술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날 '비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크립토 작가 자이크 윈켈만의 JPG 파일 하나가 유서 깊은 미술픔 경매사의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다. 이 '사건'으로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NFT 미술은 미술계의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NFT는 어떤 스타일이나 장르와 무관한, 디지털 소스를 암호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다시 말해 이론 인해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 등록과 '거래 가능성'이 가능하게 된다는 기술의 약호일 뿐이다.
따라서 NFT 미술은 온라인상에서의 거래 형태에 관한 기술일 뿐, 그 밖의 다른 무엇이 아니다고 이 책의 저자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은 말한다. 사실 NFT는 매일 기술 혁신을 거듭하는 오늘날에 놀랍지 않다. NFT 미술이라는, 불완전한 개념이 이토록 커다란 스캔들이 되는 이유를 NFT 자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입을 모은다.(이 책은 심상용, 디사이퍼, 캐슬린 김, 이민하, 김성혜, 정현 등 6명의 공동저작이다) 이들 저자는 비플의 경매건과 마찬가지로 뇌관은 맹렬한 자본의 쇄도와 시장 논리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NFT 미술이 예술의 풍경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상당히 일리 있는 리포트다.
이 책의 「프롤로그」 집필자 심상용은 용어부터 낯선 NFT의 기술적 이해, 이것이 미술(예술)에 접목되면서 비롯된 현상들의 짧은 역사,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이 이 책의 주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 예술에서는 믿음을 갖는 것 이상으로 의구심을 발동시키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NFT 미술은 정말 새로운 기회이고 가능성일까? 그것의 행보는 문명의 긍정적인 진화를 허용하는 쪽일까? 오히려 욕망으로 취급되어야 더욱 맞아떨어지는 주제는 아닐까? 이 작은 책에서 너무 멀리 나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두뇌의 강력한 알고리즘의 한 형태인 '편 가르기'다. 인간인 우리 모두는(내용과 무관하게) 자신의 편으로 정의된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고,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착착하는 강력한 경향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관점을 선택하는 저차 자체가 그것을 통해 추출된 관점이나 입장보다 더욱 질문들이 시작되어야 할 진정한 지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어 NFT(NON-FUNGIBLE TOKEN)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간단명료한 뜻을 제외한 활동 영역, 가치, 효과 등이 정해지지 않아서 독자들의 요구와 희망에 답하는 입장에서 이 책이 쓰였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NFT가 강력한 힘을 뻗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예술계에서 그것의 영향력과 논쟁을 다룬다. 모든 의문과 의혹에 관한 완전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NFT의 정의, 기술적 이해, 그리고 NFT 미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까지 담아낸 정수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6명의 공동 저작이다. 책의 구성은 6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NFT와 현대 미술」, 2장 「역사와 현장: NFT 미술의 출발부터 현재까지」, 3장 「NFT 미술과 문화 민주주의: 기회의 확장과 새로운 관계 모색」, 4장 「NFT 미술의 시장 가치」, 5장 「예술, 기술, 존재: NFT 미술에 대한 미학적 사유」, 6장 「NFT, 기게스의 반지」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나열해서는 얼핏 NFT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NFT 미술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글이 아니고, NFT 이미 시작된 NFT 미술의 올바른 방향을 함께 탐색하는 차원에서 NFT 미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전망 등을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 물론 저자들이 대부분 '예술', '미술'에 관여한 분들이라 미술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견해를 충분히 감안한다면 논의에 참여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분들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은 NFT 미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NFT 미술의 정체성 파악과 흐름, 예술 특히 미술에서의 NFT 시장의 활동 등을 충분히 의견을 낼 분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저자들의 훌륭한 저자들에게 NFT 미술을 알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무척 감사한 마음과 앞으로 더 열정적 활동을 기대한다는 점을 독자로서 전하고 싶다. 저자들의 자신의 의견을 가능한 자제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NFT 미술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예술의 색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분야로 진행되고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의견들은 언뜻 언뜻 비친다. 그 점이 오히려 NFT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더욱 반갑다. 예술의 기본적 정신에 벗어나, 과학이나 그를 이용한 예술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예술인으로서의 긍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1장 「NFT와 현대 미술」은 예술과 기술, 특히 현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디사이퍼)*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미술의 창작과 소비의 공간은 변해 왔다. 동굴 벽에서부터 종이와 캔버스로 진화해 왔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공간으로까지 확장 중이다. 한편, 파일의 위조와 변조나 복제가 쉬운 디지털 공간으로의 확장은 창작과 그 가치에 초점을 맞춘 미술 시장의 온전한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전제하고 "NFT는 미술품의 창작과 소비, 두 가지 측면에서 디지털상의 콘텐츠가 갖는 한계점을 분명히 해결해 준다. 창작 측면에서 예술가는 NFT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증명할 수 있다. 소비 측면에서 예술가는 다른 플랫폼이나 제3자의 개입 없이 작품을 직접 거래하여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오롯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본인의 작품 소유권을 인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NFT와 블록체인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된 암호 화폐가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서,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투자 상품, 투기, 코인, 변동성 같은 키워드와 연관하여 생각하는 듯하다고 밝힌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읽거나 쓰기만 할 수 있는 쓰기 전용(append-only) 구조의 데이터베이스와 비슷하다.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위조와 변조를 방지할 수 있어 디지털 자산을 구현하고 거래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블록체인의 순기능인 위변조 불가능을 적용한다면 미술품 경매나 거장들의 그림 경매 등 위변조 가능을 사전에 완전 차단할 수 있다. NFT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과 연결해 활용한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활용 가능한 재화가 되며, 이러한 재화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NFT라고 한다.
3장 「NFT 미술과 문화 민주주의: 기회의 확장과 새로운 관계 모색」에서는 신기술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개방성이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미치는 영향력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 중 하나인 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여러 갈래의 서로 다른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비록 오늘날의 미술이 과거처럼 단편적인 미의 추구를 넘어, 보다 열린 방식으로 확장된 개념을 갖게 되었지만,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이루어진 새로운 예술 창작과 향유의 맥락에서 미술품의 미적인 가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NF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단어였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만드는 기술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앞으로 금융, 의료, 유통 등 각 산업 분야의 전통적인 체계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지닌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디지털 원본 증명서'다. 작품 거래 기록 등 작품에 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만든다. NFT 미술품 거래라고 하면 작품 실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의 증명서 역할을 하는 디지털 파일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하나의 의문을 갖는다. 아날로그 인식에서 못 벗어났지만 소유도, 감상을 위한 것도 아닌 미술품의 가격이 그렇게 높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것의 활용도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환경을 더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아득한 느낌도 있다.
이 장에서 독자의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해 볼 때 미술은 상대적으로 관객과의 거리가 먼 장르로 알려져 왔다. 전통적으로 미술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정치적·사회적 기능과는 분리되어 미술만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데 있었다. 미술관은 오랜 시간 동안 '화이트 큐브(whate cube)'라 불리며, 세속과는 분리된 일종의 성전과 같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예술품에 신성성을 부여하고 일반 대중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품의 소유와 거래는 일부 계층에 의한 독과점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간 미술 시장의 구조가 고가의 미술품과 유명 작가에 집중된 형태로 유지되다 보니 소수의 컬렉터나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의 유입을 통한 새로운 감상층과 컬렉터층이 생겨날 가능성을 애초에 배제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암호와 수집품'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된 디지털 자산인 NFT를 수집하는 것이다. NFT 미술품 경매의 경우 하나의 미술품을 여러 개의 NFT로 분산하여 판매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미수계에서 암호화 수집품의 확산에 기여했다. 이렇게 미술 작품의 지분을 분산하여 소유하는 것은 이전의 미술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높게 여겨졌던 미술품 수집의 장벽을 허무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로써 NFT의 등장은 미술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공동 소유와 분산 판매의 개념을 만들어 내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 향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NFT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술계에서는 1년여의 짧은 기간의 이력을 갖고 있다. 장점은 대체 불가 토큰은 파일의 위변조나 복제가 쉬운 디지털 공간의 맹점이었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소스를 자산화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은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에게는 큰 기쁨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의 가격이 45파운드에서 4억5,000만 달러로 치솟는 동안, 적어도 서구의 선진국들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설파하고자 했던 것들인 사랑, 희생, 영혼의 밝음으로서의 은총, 그리고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 방점을 찍고자 했던 예수의 '신성한 선량함에 동참할 수 있는 본성'은 그 가격 상승과 거의 정확하게 반비례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져 왔다. 2021년 루이스(크립토 작가)가 NFT로 만들면서 〈살바토르 문디〉는 다시금 세간의 화제로 부상했다. 루이스는 그리스도가 그것의 구원을 위해 희생양을 자처한 행성을 달러 뭉치로 대체하고, 작품의 제목을 〈살바토르 메타버시〉로 바꿔 달았다. 오늘날 만연한 신성 모독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풍자였다.
저자가 마지막에 쓴 에필로그 「신과 기술이 뿌리 깊은 예술과 동거할 때 제기되는 것들」에서 "NFT 미술이 제도화된 글로벌 미술 체계의 고착된 문제들을 극복하고, 다양성과 기회 균등 같은 민주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늘 기대해 왔던 바다. 비록 늘 실패를 거듭했던 요구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술이란 제아무리 삶의 편의를 제공한다고 해도 자체로는 덧없는 인생의 재편에 불과하다. 익숙한 귀결이다. 예술은 덧없음, 죽음에 대한 저항이다. 기술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드는 과학의 열매인 반면에 예술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술의 위치, NFT 미술의 제기, 장단점, 예술계의 반응 등을 한데 묶어 표현한 말로 독자는 공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