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 책과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스물두 개의 일본 문화 & 여행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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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직접 가기 힘든 요즘,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나 일본에 관한 책, 일본 여행 경험담 등을 접하면서 일본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도 유익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 여행기라기보다 책과 여행에 대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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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 책과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스물두 개의 일본 문화 & 여행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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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는 일본과 일본 문화에 대한 스물두 개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②'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 최수진의 동명의 전작 '①'에 이어 펴냈다. 지난 책은 일본의 책 문화와 독특한 서점, 일본의 장인 정신, 일본 목욕 문화, 일본 먹거리, 일본 드라마, 일본 작가, 일본 여행 등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잘 몰랐던 일본 문화를 경험했다면, 이번 책은 한국인이 일본에 관해 쓴 책, 일본인 작가가 직접 쓴 책, 일본 여행 이야기 등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들은 잠시 일본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한 방법을 엿봄과 동시에 그동안 잘 몰랐던 일본 문화를 알게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롭고 독특한 문화와 문화 현상을 접하면서 신선한 자극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들어가며」를 통해 "몰랐던 나라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그 나라 문화를 접하고 들여다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고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저에게 일본 문화를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습니다. 신문을 봐도 일본 관련 기사를 더 유심히 보게 되고 서점에 가도 일본에 대한 신간이 나오면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런 작은 관심들이 모여 이 글의 재료가 되었습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들어가며」를 통해 한일 양국의 관계를 의식한 듯 "우리는 일본에 대해 잘 모르고, 그들도 우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나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본에도 한국과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일본에게 일본은 한국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하며 이 글들을 썼습니다."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한일 양국 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소망도 담았다고 덧붙인다. 이 말은 묘하게 며칠 전 일본에서 일어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이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의 일이라 책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한일 양국의 오랜 숙명적 관계에 대해 서로를 알아가며 문화적 접근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글로 옮기려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독자도 '일본 전 총리 암살' 사건이 벌어질 때 일차적으로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이 먼저 생각났다. 혹시? 그 생각은 그만큼 일본과 우리의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는 일본 극우파를 대변하는 언동과 행동으로 우리의 민족 감정을 긁고,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비난 정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행보를 보여 우리의 미움을 샀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독자로서는 피격 사망 소식은 누가?에 쏠렸고, 혹시 재일교포가? 하는 안타까운 감정이었다. 앞으로 더욱 강해질 일본 정부의 재일동포 차별화가 걱정된 것이다. 다행히 밝혀진 바로는 해상자위대 출신인 일본 남성이 범인이라고 해 안심은 됐지만. 이건 분명히 독자가 일본에 의한 피해의식일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독자는 일본에 의해 직접 피해를 당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들의 후손으로서 당연히 일본에 감정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일본은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우리에게 무고한 희생과 역사적으로 두 번의 굴욕을 안겨 줬고, 두 번째는 아예 식민지로 만들어 갖은 핍박과 수탈, 민족성 말살 정책 등 만행을 서슴지 않은 것이 몇 년이나 됐는가?

물론 지금의 일본 국민이나 정부 관계자도 당시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해방된 지 75년도 넘은 일이니. 이 시대 우리들은 일본에 대해 그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란 그렇게 이어져선 안 된다는 철저한 의식은 우리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올바른 역사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역사 인식에서부터 탈피해야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의 첫걸음이다. 이런 일본의 문화를 여행이나, 책 등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일본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저자의 이 같은 생각에 공감하며 이 책을 읽는다.

 

 

이 책은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책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는 16개의 주제, 2장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는 저자가 2013~2019년에 걸친 4번의 일본 여행길을 6개 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일본 여행길에서 담아온사진이 10페이지에 걸쳐 나옵니다. 또 중간중간 이어지는 사진들은 저자가 일본 여행길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데 활자만 주욱 보다가 눈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의 사진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을 잘 모르거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사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무슨 사진? 또는 어디?라는 것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터, 저자의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저자의 전작들과는 달리 컬러 사진들이 많아 더 눈길을 끈다. 1장 「책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는 저자가 그간 읽은 일본 관련 책 내용들과, 저자가 일본에 있었을 때 느끼고 경험했던 내용들을 주제로 이뤄져 있다. 1장 첫 글이 「야근이 없는 회사, 무인양품」이다. 이 회사의 원조는 일본이란 것을 독자는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해놓은 책은 처음이다. 샐러리맨, 월급쟁이라면 그 누구라도 동경할 '야근이 없는 회사' 이야기이다. 두 번째 글 「도큐핸즈는 왜 재미있는가?」인데 도큐핸즈 역시 일본의 소매점 회사이다. 독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깊은 공감을 가졌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부러 이 책을 찾아서라도 읽어보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게 자세히 쓰여 있다.

 


 

2장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는 6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가 직접 여행하면서 경험한 일과 느낌, 그리고 특이한 점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저자가 직접 가본 네 번의 일본 여행이 모두 여기에 나와 있다. 2014년 미야지키현 본베르타 다치바나 백화점, 2013년 사가현 우레시노 온천, 2017년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협곡과 오비성하 마을, 2019년 도쿄 출장 1편과 2편이다. 저자는 미야자키란 곳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일본 도시라고 한다. 저자는 사가현 미야자키 백화점 〈본벨타 다치바나〉라고 표기했는데 사가현 우레시노 온천은 2013년 방문했다고 나와 있는데 이 백화점 방문은 제목 밑에 '2014년'이라고 표기해놓아 일본 지리나 행정구역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음식이 싼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먼저 들어온 가족이 옆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기분이 완전히 나빠졌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무척 불쾌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은 확실히 흡연에 관대하다는 인상", "음식과 담배 연기를 함께 흡입하는 경험은 한국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기에" 언급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말은 아니리라고 생각된다. 감히 말하건대 한국에서도 식당에서 금연이 의무적으로 시행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저자가 미야자키 백화점에 간 그 무렵부터일 것 같다. 아마 저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식당 금연은 2014년부터 시행됐고, 그나마 150평방미터(약 45평) 미만의 음식점과 주점은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제 주변만 봐도 워킹맘은 전업주부를 부러워하고 전업주부는 워킹맘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마저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중략)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에는 가장 행복한 일본인은 30대 전업주부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류지향』의 저자 미우라 아츠시는 '전업주부의 꿈은 모든 여성의 바람'이라며 미혼여성의 '신(新) 전업주부 지향'이란 말까지 내놨다고 합니다."(p.133) - 「가장 행복한 일본인은 30대 전업주부」 중에서

 

저자 : 최수진

 

세나북스 대표. 20대 후반에 다녀온 일본 어학연수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2015년부터 1인 출판사를 시작, 일본 관련 에세이를 여러 권 출간하는 등 일본에 대한 관심과 일본 여행이라는 취미를 직업과 연결했다. 일본 관련 책뿐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출판과 연결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서른일곱 권의 책을 펴냈고 저서로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1인 출판사 수업』, 『일본어로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라』,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이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banny74

이메일 banny74@naver.com

인스타 @sujin128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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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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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비로소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예술 여행 기획자 강정모가 제안하는 새로운 미술 여행의 지도를 따라 한발한발 걸어나가면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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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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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자는 미술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그림을 배운 적도 없어 미술에 관한 한 문외한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의 격려의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그림을 좋아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술에 관한 책을 따로 사보거나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지만 취미로 전시회에 자주 다녔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기존 예정된 전시회도 취소되는 사태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취미 생활이 막히나 했더니 미술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화가가 호구지책으로 쓴 책이 아니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어쩌면 전공도 했을 분들이 앞다퉈 책을 발간했다.

그 얘기는 어쩌다 서점에 들러보면 최근 2년간은 신간도서 판매대에 언제나 미술 관련 책들이 꽂혀 있었다. 서점 관련자에게 질문했더니 "아마 코로나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코로나 극복 의지를 키워주는 데 '미술책'이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답변을 대신 해줬다. 아닌 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출판계도 힐링을 위한 에세이, 정신 주장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자기계발서 등이 압도적으로 많이 출판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 대형 서점에서 발표하는 일년 간 판매 집계에서 분류상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늘 1,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다 요즘은 미술과 클래식에 관련된 서적이 많이 발간된 점이 특이하고,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독자도 이 말에 공감한다. 독자 역시 미술 관련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코로나 이후부터니까. 또 그림에 관한 책은 명화 중심으로 깨끗한 컬러 인쇄가 필수적이라 눈에 쉽게 띄고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예상 외로 많이 팔린다고 했다. 독자가 코로나 이후 미술 관련 책을 읽은 것만 10권이 넘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들 책 대부분이 서양 명화에 집중되고, 동양미술이나 한국화 등은 거의 배제됐다고 한다. 물론 전혀 발간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호응도가 낮았던 것 같다.

동양미술이나 한국화에 대해 책을 쓸 인적 자원도 훨씬 적은 데다 잘 팔리지 않으니 웬만한 결심 아니고는 출판되기 어려울 듯하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크다. 이래저래 독자가 읽은 미술 관련 책 10여 권 중 두 권만 동양미술과 한국미술에 관련 책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책 역시 서양화 중 유명한 그림이 많이 눈에 띈다. 물론 그림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미술관이나 화가들이 활동한 무대(지역)를 중심으로 쓴 책이어서 조금 결이 다르다. 특히 이 책 『한낮의 미술관』은 저자 강정모가 쓴 책으로, 그는 VIATOR(저자의 설명이 없어 무슨 단체인지 모르지만)가 선정한 세계 10대 가이드이자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라니 기대해볼 만하다는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떠나는 고요한 여행이 기대된다.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와 그곳에 서린 예술가들의 지난 삶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여정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청년 시절 루브르박물관에서 우연히 〈목수 성 요셉〉 그림을 만나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강렬한 느낌이었음을 그는 이 책 '들어가는 글' 「예술, 여행이 되다」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이후 ‘예술은 곧 여행이 된다’라는 마법 같은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그림을 좇아 온 세계를 여행했고, 그만의 예술 여행을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여행 기획자가 되었다.

그의 지난 여정을 담은 『한낮의 미술관』은 유명 작품 앞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바쁘게 돌아서는 여행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의 언저리를 채운 열망과 사랑, 삶에 대한 애틋함과 같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따라 걷는 여행을 제안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한낮의 미술관』을 읽는 시간은 초여름 바람 속을 산책하듯 잃어버린 감각을 깨우는 청량함으로 새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한 말이다. 저자의 집필 취지와 책 저술 이유에도 해당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여행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던 지난 시간이었다.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일상의 무거움을 더 크게 느끼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여행은 이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꼭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평범한 일상에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 ‘눈’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상세한 미술 작품 해석만 가득 담긴 전문 미술서도 아니다. 『한낮의 미술관』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며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 의미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여행의 지도와 다름없다.

그 지도에는 여행의 신선한 기쁨, 우리가 사랑하는 미술 작품의 위대함도 담겨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결같이 이 길을 따라 걸어온 저자 강정모의 생생한 경험과 감상이 함께 버무려져, 저자의 예술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이 점이 『한낮의 미술관』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독자의 생각과 일치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주는 힘과 다채로운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이 같은 생각 때문에 『한낮의 미술관』은 지금은 위대한 작품들로 높게 평가받는 예술가들이 생전에는 자신만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 바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이러한 믿음을 예술품으로 증명한 삶을 가만히 되짚어보는 여정은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책을 펼쳐 처음 맞이하는 화가 카라바조이다. 독자는 그의 그림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 책에선가 봤을 이 화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낼 수 있었다. 저자의 설명은 미술사적 의미와 작품의 독특한 기법에 맞추지만 않는다. 그의 화가로서의 활동(지역) 배경, 시대적 배경, 그리고 특징, 삶과 예술혼 등에 중점을 맞추어 소개해준다. 특히 〈병든 바쿠스〉를 설명하는 부분은 강렬하게 남아 있으며, 그림 감상법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그를 「빛과 어둠을 살았던 천재 화가」로 표현한다. 그의 방탕한 생활로 유산을 탕진하고 힘든 생활을 하다가 병까지 걸려 심한 고생을 하다 극빈자를 위한 병원에서 극적으로 회복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림 설명에서 "녹색으로 표현된 그의 창백한 얼굴은 관람객을 정확히 바라보며 살아남은 자가 짓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손으로 포도를 움켜쥔 모습에서는 비록 술과 도박, 섹스로 유산을 탕진했지만 삶의 쾌락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결의마저 느껴진다."고 감상의 초점을 짚어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은 극단적인 명암을 부각하며 사실을 표현하는 카라바조의 화풍에 매료되었다. 그는 르네상스 때부터 사용되어온 명암을 강조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에서 더 나아가 배경을 어둡게 만들고 인물만 부각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고 한다. 이처럼 극적 효과를 강조한 기법을 '테라네브리즘'이라고 한다는 저자의 설명이 덧붙여진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가 천재적 화가이고,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감상법에 대한 더 없이 훌륭한 조언이다. 카바라보의 그림의 특징 중 다른 하나는 '예비 드로잉'이 없다고 한다. 아마 목탄 등으로 색칠하기 전 밑그림을 말하는 것 같다. 우여곡절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이어가던 그는 토스카나의 한 해변에서 고열로 쓰러져 사망한다. 그의 그림 〈그리스도의 체포〉는 배와 함께 사라져 그의 죽음을 앞당겼으나 그 그림이 1990년대에 영국에서 발견돼 여태껏 실종되었던 이 그림이 그를 다시 유명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은 것인가?

 


 

이 책은 3장에 걸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여러 화가, 작품, 미술관 등을 두루 설명하지만 독자에게 낯선 이름 '페기 구겐하임'이 가장 인상 깊다. 지금 베네치아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주인은 탁월한 안목과 재력을 지닌 현대 미술 컬랙터였다.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현대 미술가라면 이 컬렉터의 신세를 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 여행객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이곳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피카소, 브라크, 뒤샹, 레제, 브랑쿠시, 칸딘스키, 달리 등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이 300여 점이나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 미술사에서는 현대 미술을 사랑하고 후원했던 페기 구겐하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녀의 삶 또한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여행자들의 관심을 끈다. 페기의 전설적인 인생 이야기는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 호에서부터 시작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배가 가라앉을 때 "신사답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브랜디와 시가를 달라는 노신사가 나온다. 이는 페기의 아버지 벤저민 구겐하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타이타닉〉에서도 그려졌듯 일등석 승객인 그는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애인과 하인들을 배에 태운 뒤 자신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했다. 아버지를 잃고 상속녀과 된 페기는 파리로 떠났다.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는 현대미술을 천대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그녀는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 등을 받아들이고 여러 예술가와 작가들과 교류하며 안목을 높여갔다. 하지만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보수적인 영국에서 현대 미술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모든 사람이 하루빨리 유럽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유대인계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파리로 향한다. 칸딘스키,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와 같은 파리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들인다. 페기는 작품뿐 아니라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유대계나 반나치주의 예술가들도 뉴욕으로 탈출시켰다." 쉰들러 리스트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몽마르트에 대한 설명도 무척 자세하다. 파리 여행자가 한 번쯤 꼭 들르는 곳이 몽마르트다. 저자는 몽마르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이곳에 숨겨진 예술과 낭만을 찾아본다. 19세기와 20세기 초 가난했던 예술가들은 꿈을 품고 이곳으로 들어와 서로 뒤엉켜 살며 저마다의 흔적을 남겼다.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고흐,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모네, 달리와 같은 수많은 예술가가 몽마르트를 거쳐갔다. 몽마르트에 있었기에 파리는 예쑬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아직도 이곳에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던 장소나 예술가들이 살던 공간이 남아 있다고 확인한다. 골목을 꺾어 들면 이들이 술을 마시며 에술을 논하던 선술집이 보이고, 또 다른 골목에 접어들면 가난하던 이들이 그림을 그려 외상값을 갚던 레스토랑이 나온다.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예리한 필치로 잡아내는 예술가들의 삶과 고난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핟. 대작을 남긴 예술가 등 유럽에서 활동하던 화가들이 저자의 시선과 손에 잡히면 독자들에게 모두 숨기고 싶던 비밀이 없다. 이 책이 그래서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다만 옥의 티를 하나만 짚어내라면 그림을 다루는 책이 그림의 크기나 인쇄 상태가 다소 아쉽다는 점이다.

 

저자 : 강정모

 

‘여행은 예술이 되고, 예술이 주는 힘이 곧 여행이 된다’고 믿는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 유럽예술 전문 여행사 ‘아츠앤트래블’의 대표인 그는 2014년 VIATOR 10대 가이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모던, 니스의 샤갈 미술관과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의 전시 해설을 맡은 바 있으며, 삼성 인력 개발원과 교보 생명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에 출강하여 유럽미술과 예술 기행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아츠쌀롱’과 유튜브 채널 ‘아츠앤트래블’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 여행을 선보이며 구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늘 꿈꾸는 여행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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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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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결혼한 지 14개월 밖에 안 된,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주인공 해나가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한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남겼다는 쪽지를 누군가로부터 전달받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쪽지에 적힌 글은 짧고, 남편이 남긴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해나는 남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쪽지에는 "당신이 보호해줘"라는 한 줄뿐이다. 무엇을 보호하라는 뜻인지, 무슨 일을 하라는 의미인지 전혀 파악이 어려운 해나에게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남편이 남긴 한 줄의 메시지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되짚으며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비밀을 추적해나가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이 소설은 이처럼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뀐 삶의 여정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 헌신과 선택에 대한 매우 깊은 울림과 통찰을 형상화함으로써 보여준다. 뭔가 어두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며 해나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로맨스 미스터리'는 1년 만에 1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미스터리로 평가받았다.

 


 

머리가 새하얘졌을 해나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사랑하는 남편 오언에게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메모에서 누굴 보호하라는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지만, 해나는 자신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감한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였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여섯 살의 베일리는 청소년기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빠의 새 아내인 해나와는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 하지 않은 채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나는 늘 베일리와의 소통에 애를 먹어 왔다.

하지만 그 뒤로, 낯선 꼬마아이에게서 받은 노란색 리걸 패드 종이에 적힌 짧은 메시지를 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편 오언. 갑자기 FBI에 체포된 남편의 상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고, 예고도 없이 소살리토에 있는 집으로 미 연방수사국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서 해나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빠르게 깨닫는다. 2년 4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안다고 믿어왔던 남편은 누구이며, 베일리가 알고 있던 아빠는 누구인가? 어쩌면 오언의 진짜 정체와 그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줄 열쇠는 베일리가 쥐고 있는지도 몰랐다.

 

 

해나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해나와 베일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오언의 조각난 과거를 한데 합쳐 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두 사람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미래를 감당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오언은 왜 늘 목숨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아내와 딸을 두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걸까? 그가 해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해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은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가슴 아픈 감동과 반전”이라는 평과 함께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답게 해나는 하나씩 미지의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 가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원칙과 합리성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 남편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이자 의붓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모성애를 알아가는 가슴 절절한 휴먼 드라마에 독자들이 출간 1년 만에 무려 9만 7,000여 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리뷰 수를 기록, 호응과 응원이 증명된다.

 


 

이 소설은 원래 2012년도에 처음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여러 번의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중단하거나 놓을 수 없어서 무려 10년 만에 탈고한,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숙성하고 완성해낸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시작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 참신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 곳곳에 숨겨진 아찔한 반전과 흡입력 등이 어우러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 소설은 그간 영미권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에 판권이 팔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필력을 다져온 저자 로라 데이브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남편의 행방과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긴박한 현재의 이야기와 남편이 나에게 남긴 기억의 파편을 재조명해보는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지만,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다. 단숨에 빠져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과 매우 치밀하게 깔린 복선과 강력한 플롯, 끝까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반전의 묘미는 ‘단 한 장의 페이지도 버릴 게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실감난다.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힘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순히 ‘추리·미스터리’ 혹은 ‘서스펜스·스릴러’라는 장르로 국한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가슴 뭉클한 가족애(부성애와 모성애)를 매우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도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을, 그 어떤 가족 소설보다도 더 마음 찡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하는 가족의 모범적 예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내용을 잘 담아 매우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몰입의 페이지 터너를 자랑하면서도 메시지나 여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해 수많은 독자들이 감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살다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삶에 불쑥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와 인생 전체를 뒤흔들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배우자의 불륜일 수도 있고, 부모로부터의 버림일 수도 있으며, 남편이 남긴 쪽지 한 장일 수도 있다. 내가 잘 안다고 확신했고 믿었던 나의 가족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이 남긴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자 한 주인공 해나를 통해 결혼과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 특별하고 위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기적 같은 희망을 다시금 온전히 되새겨보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줄 것이다.

 


 

베일리는 기억의 공백을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로 채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채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기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이야기들로 기억의 공백을 채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오언처럼 거짓말을 했다면?

오언은 누구일까?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한, 자신이 신기루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믿었던 사랑이 거짓이라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인데, 그 같은 거짓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거짓들을 어떻게 끼워 맞춰야만 그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주어야 그 남자의 딸도 자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p.210)

 

“베일리,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이미 싼 짐만 챙겨서 나가자. 어서 가야 해.”

하지만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일리는 더는 그곳에 없었다. 베일리가 사라졌다.

“베일리?”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베일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곧 내가 전화기를 부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전화기가 없었다. 복도로 달려 나갔다. 청소 카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빨리 카트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층계로 뛰어갔다. 베일리는 없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베일리가 간식을 사러 호텔 바에 갔기를 바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식당으로,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베일리는 두 곳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p.319~320)

 


 

저자 : 로라 데이브(LAURA DAVE)

참신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 묘사, 깔끔한 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800개의 포도(EIGHT HUNDRED GRAPES)》와 《첫 번째 남편(THE FIRST HUSBAND)》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그녀의 작품은 18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중 총 5권이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바 있다. 가장 최신작인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THE LAST THING HE TOLD ME)》도 현재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사 헬로 선샤인과 디즈니의 20세기 텔레비전이 참여하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애플TV 신작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직접 드라마 각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퍼스트맨〉, 〈더 포스트〉 등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감독인 남편 조시 싱어(JOSH SINGER)와 함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산다.

 

역자 : 김소정

하루의 반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번역가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꾸준히 동네 분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고, 번역계 후배들과 함께 번역을 공부하고 있다. 실수를 하고 좌절하고 배우고 또 실수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되도록 오랫동안 번역을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아 있는 모든 것》,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프리티 씽》,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허즈번드 시크릿》,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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