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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평점 :
이 소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결혼한 지 14개월 밖에 안 된,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주인공 해나가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한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남겼다는 쪽지를 누군가로부터 전달받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쪽지에 적힌 글은 짧고, 남편이 남긴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해나는 남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쪽지에는 "당신이 보호해줘"라는 한 줄뿐이다. 무엇을 보호하라는 뜻인지, 무슨 일을 하라는 의미인지 전혀 파악이 어려운 해나에게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남편이 남긴 한 줄의 메시지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되짚으며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비밀을 추적해나가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이 소설은 이처럼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뀐 삶의 여정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 헌신과 선택에 대한 매우 깊은 울림과 통찰을 형상화함으로써 보여준다. 뭔가 어두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며 해나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로맨스 미스터리'는 1년 만에 1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미스터리로 평가받았다.
머리가 새하얘졌을 해나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사랑하는 남편 오언에게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메모에서 누굴 보호하라는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지만, 해나는 자신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감한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였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여섯 살의 베일리는 청소년기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빠의 새 아내인 해나와는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 하지 않은 채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나는 늘 베일리와의 소통에 애를 먹어 왔다.
하지만 그 뒤로, 낯선 꼬마아이에게서 받은 노란색 리걸 패드 종이에 적힌 짧은 메시지를 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편 오언. 갑자기 FBI에 체포된 남편의 상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고, 예고도 없이 소살리토에 있는 집으로 미 연방수사국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서 해나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빠르게 깨닫는다. 2년 4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안다고 믿어왔던 남편은 누구이며, 베일리가 알고 있던 아빠는 누구인가? 어쩌면 오언의 진짜 정체와 그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줄 열쇠는 베일리가 쥐고 있는지도 몰랐다.
해나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해나와 베일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오언의 조각난 과거를 한데 합쳐 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두 사람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미래를 감당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오언은 왜 늘 목숨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아내와 딸을 두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걸까? 그가 해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해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은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가슴 아픈 감동과 반전”이라는 평과 함께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답게 해나는 하나씩 미지의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 가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원칙과 합리성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 남편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이자 의붓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모성애를 알아가는 가슴 절절한 휴먼 드라마에 독자들이 출간 1년 만에 무려 9만 7,000여 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리뷰 수를 기록, 호응과 응원이 증명된다.
이 소설은 원래 2012년도에 처음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여러 번의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중단하거나 놓을 수 없어서 무려 10년 만에 탈고한,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숙성하고 완성해낸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시작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 참신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 곳곳에 숨겨진 아찔한 반전과 흡입력 등이 어우러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 소설은 그간 영미권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에 판권이 팔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필력을 다져온 저자 로라 데이브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남편의 행방과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긴박한 현재의 이야기와 남편이 나에게 남긴 기억의 파편을 재조명해보는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지만,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다. 단숨에 빠져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과 매우 치밀하게 깔린 복선과 강력한 플롯, 끝까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반전의 묘미는 ‘단 한 장의 페이지도 버릴 게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실감난다.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힘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순히 ‘추리·미스터리’ 혹은 ‘서스펜스·스릴러’라는 장르로 국한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가슴 뭉클한 가족애(부성애와 모성애)를 매우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도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을, 그 어떤 가족 소설보다도 더 마음 찡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하는 가족의 모범적 예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내용을 잘 담아 매우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몰입의 페이지 터너를 자랑하면서도 메시지나 여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해 수많은 독자들이 감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살다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삶에 불쑥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와 인생 전체를 뒤흔들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배우자의 불륜일 수도 있고, 부모로부터의 버림일 수도 있으며, 남편이 남긴 쪽지 한 장일 수도 있다. 내가 잘 안다고 확신했고 믿었던 나의 가족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이 남긴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자 한 주인공 해나를 통해 결혼과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 특별하고 위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기적 같은 희망을 다시금 온전히 되새겨보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줄 것이다.
베일리는 기억의 공백을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로 채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채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기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이야기들로 기억의 공백을 채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오언처럼 거짓말을 했다면?
오언은 누구일까?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한, 자신이 신기루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믿었던 사랑이 거짓이라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인데, 그 같은 거짓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거짓들을 어떻게 끼워 맞춰야만 그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주어야 그 남자의 딸도 자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p.210)
“베일리,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이미 싼 짐만 챙겨서 나가자. 어서 가야 해.”
하지만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일리는 더는 그곳에 없었다. 베일리가 사라졌다.
“베일리?”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베일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곧 내가 전화기를 부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전화기가 없었다. 복도로 달려 나갔다. 청소 카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빨리 카트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층계로 뛰어갔다. 베일리는 없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베일리가 간식을 사러 호텔 바에 갔기를 바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식당으로,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베일리는 두 곳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p.319~320)
저자 : 로라 데이브(LAURA DAVE)
참신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 묘사, 깔끔한 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800개의 포도(EIGHT HUNDRED GRAPES)》와 《첫 번째 남편(THE FIRST HUSBAND)》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그녀의 작품은 18개 국가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중 총 5권이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바 있다. 가장 최신작인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THE LAST THING HE TOLD ME)》도 현재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사 헬로 선샤인과 디즈니의 20세기 텔레비전이 참여하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애플TV 신작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직접 드라마 각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퍼스트맨〉, 〈더 포스트〉 등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감독인 남편 조시 싱어(JOSH SINGER)와 함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산다.
역자 : 김소정
하루의 반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번역가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꾸준히 동네 분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고, 번역계 후배들과 함께 번역을 공부하고 있다. 실수를 하고 좌절하고 배우고 또 실수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되도록 오랫동안 번역을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아 있는 모든 것》,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프리티 씽》,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허즈번드 시크릿》,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