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
서경석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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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로 세계 각국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든 온실가스의 인위적인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으로,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회의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차례로 채택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3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하나로 도출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세계는 기후 이상으로 큰 혼란과 재앙을 겪고 있다. 이 국제협약의 목적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하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대상 물질로 탄산·메테인가스·프레온가스 등이 있다. 협약 내용은 기본원칙, 온실가스 규제문제, 재정지원 및 기술이전문제, 특수상황에 처한 국가에 대한 고려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변화협약 체결국은 염화플루오린화탄소(CFC)를 제외한 모든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제거량을 조사하여 이를 협상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가계획도 작성해야 한다. 이 협약이 횟수를 거듭하며 각계 각층, 세계 각국이 모두 목적이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막상 여기에 따른 재정 지원이나 온실가스 감축량 등에 들어가서는 외면하는 실정이다. 국가간 일이 되면 어느 나라도 강력한 규제를 발동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국은 적극 참여를 하지 않은 채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과 모색의 시간들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물질만능의, 인간 중심의, 편리 위주의 문명적인 삶의 태도로는 우리 앞에 와있는 환경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생태인류학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세계적 위기, 인류 존속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환경과 인류에 대한 성찰은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는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기후 문제나 팬데믹은 국가적, 세계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그 혼란과 재앙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돌아간다. 이런 시점에서 숲에서 생활하기나 숲에서 행복하기란 취지의 '트리하우스'는 훨씬 앞선 혜안을 가진 저자 서경석이 일찍부터 해온 작은 환경운동의 취지로 받아들이기에 어렵지 않다. 이는 저자가 그동한 해온 숲 살리기, 숲 가꾸기 등의 맥락과 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인 지금은 '숲'과 나무의 혜택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좋은 기회이기도 한 시점이어서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책은 평생 숲, 나무와 함께해온 저자가 지속가능한 자연에서의 대안적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자연에세이이다.

임업전문인이자 숲지킴이인 저자의 자연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솔방울을 벌려 솔씨로 야생짐승의 먹이를 제공하는 자연의 재생력에 놀라며,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색을 달리하는 트리하우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동한다. 다람쥐가 흩어놓은 천연 씨앗이 인간이 심은 나무보다 몇 백 년은 더 오래 살아가는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는 장면 등은 오랜 숲살림꾼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그만의 자연 철학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자연의 위대한 솜씨는 인간이 놓치고 있는 나무와 동식물, 사람의 공생·공존하는 자연살이와 산사람으로서의 지분지족(知分知足)으로 더해져 우리에게 남다른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우리들에게 작은 휴식처이지만 의미 깊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제시해주는 것 같아 깊은 애정이 간다.

 


 

저자는 '프롤로그' 「숲에서 행복하기 위한 시간들」을 통해 "“숲은 쉼터이고 쉴터이며 shelter이다. 숲은 수(樹)와 풀(草)이다. 교목과 관목 그리고 초본류의 식물과 곤충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공생하는 곳이다. 사람이 나무 밑에 있으면 편하지만 나무도 사람과 있으면 더 충실하게 잘 자란다. 트리하우스에 이용된 나무는 주변의 나무와는 월등하게 푸르게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나무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숲의 속성을 조목조목 풀이해 준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생·공존하는 뜨거운 숲살이와 이색적인 트리하우스 캠핑장 운영으로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주요 언론에서 화제의 삶으로 소개된 '나무철학자'이다.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에는 제목만큼이나 자연스럽고 행복한 숲살이가 책 곳곳에 녹음처럼 무성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가 독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50년 내공의 간단치 않은 임업전문가로서의 신산(辛酸)한 삶이 오늘에 이르는 밑돌이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서경석’ 하면 따라붙는 ‘나무독립군’, ‘겨울이 뜨거운 숲사람’, ‘신한옥 개척자’, ‘트리하우스 짓는 산사람’ 등의 별호는 아무도 선뜻 가려 하지 않았던 ‘홍천 산 지킴이’이자 ‘임업경영인’으로서의 그만의 삶의 편린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산주’로서의 운명적인 삶을 지명 받은 이후 산림행정가, 한국감사협회 회장,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 등 숲과 나무에 관한 한 우리 산과 나무의 현실적 한계를 일찍이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나무를 대량 소비하고 산촌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헌신해 온 그의 남다른 이력은 자연철학자로서의 그의 안목을 더욱 공감하게 한다. 저자는 국산 소나무와 자생 나무를 대량 소비하기 위해 신한옥을 짓고, 트리하우스를 만들며, 산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버섯종균 배양 표고목 생산, 버섯 재배, 장작나무 판매, 산나물 채취 등 일련의 쉽지 않은 산촌살이를 개척해갔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결론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자연과 벗하며 자연의 이치를 터득해가는 '소유요(遡遊謠)-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가는' 의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자연을 조응하며, 아름드리 숲과 신선한 야생의 향기를 저자 특유의 낭만과 여유가 묻어나는 사진 한 장으로 느끼는 감흥도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느끼고, 사유하며, 체험했을 저자의 아픔과 환희, 생명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숨 쉬며 가슴 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이 복받친다.

 

"바람의 방향과 바람의 움직임은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제멋대로 불어대다가도 멈춰야 할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숲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계곡으로 흐르는 바람은 때에 따라 딱 그만큼의 움직임을 허락한다. 오랜 숲살이로 터득한 자연의 법칙은 바람은 막는다고 멈추는 게 아니라 기다리면 멈춘다는 것이다. 바람의 지혜는 나에게 기다릴 줄 아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주었다." - 「산을 잘 가꾸고 산을 잘 지켜라」중에서

 


 

인류 존속마저 불안한 시대에 저자가 제시하는 자연 속에서, 나무와 인간, 동식물이 공생공존하고, 자기만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숲에서의 조용한 즐김은 심신의 위안과 함께 휴식, 놀이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리하우스 숲에서 즐기기는 이처럼 주변으로의 시선을 내 안으로, 자연 속으로, 고요의 공간으로 이끌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자연의 품안에 깃들여 '숲멍', '불멍', '물멍'을 하며 원초적인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아름다운 자연체험을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는 그 원초적 이유들을 들어 깊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눈에 확 띌 만한 사진이 많다. 저자가 트리하우스를 운영하기까지의 모습과 개척해가는 모습, 주위 경관, 트리하우스가 일부 완성된 모습 등 그동안 트리하우스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노력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한 번 보고, 글을 읽다 또 다시 펼쳐보곤 하게 된다. 글이 내면의 세계의 표현이라면, 사진은 직관의 풍경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를 보다 깊고 진한 울림으로 표현해주는 건 바로 저자가 직접 찍은 트리하우스와 나무, 숲, 사람들 사진 때문일 수도 있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저자의 묵직한 울림을 주는 130여 컷의 사진들은 독자들에게 녹음 짙은 숲으로의 생생한 비경(秘經)과 원시적인 즐거움의 공간으로서의 트리하우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트리하우스’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말한다. 한마디로 트리하우스 숲 체험은 어린이들에겐 꿈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길이자 어른들의 대안적 캠핑 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요즘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캠핑문화이다. 이 장에서는 완전 친환경 건축인 트리하우스의 자연친화적인 즐김에서부터 사계절 각각의 다른 색으로 다가오는 트리하우스 숲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우리 소나무를 활용한 저자의 트리하우스 건축철학에 이르기까지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뛰어놀고 편안하게 쉬고 올 수 있는 트리하우스 계곡 야영장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독자들을 자연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저자는 책 곳곳에 자신이 좋아하고 산촌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산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하는 숲살이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만의 홍천 숲살림의 정수는 바로 1, 2차 산림산업에 3차 서비스업이 결합된 산림 6차 산업이 산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야영장도 하고 캠핑장도 하면서 그 속에서 숲체험과 숲 치유, 숲에 관한 교육 등 숲의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사업들을 해야 함을 강조해 주장한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싸리버섯-능이버섯-송이버섯-표고버섯을 심고 기른다. 여기에 더해 표고나무에 인공적으로 균사를 접종해서 가을에 송이가 지고 난 다음에 표고버섯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홍천의 쏠쏠한 겨울 경제나기는 땔감용 나무나 목재용 나무를 만들고 표고목을 만드는 것이다. 그밖에 봄이면 고로쇠수액을 채취하고, 시시때때로 원형벌통도 만들어 토종꿀벌도 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나무를 활용해 집도 짓고 간단한 생활도구도 만들고 트리하우스에 들어갈 나무텐트며 페치카를 만들고 캠핑장에서 사용할 장작도 만들어 놓는 일들이 나무독립군이 가장 신경을 써서 해야 할 일들이다.

 

숲속 야영장은 원래의 산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놀이문화에서 발전해 다양한 이용객의 니즈를 맞춰주는 레저학습근무환경에 맞는 진일보한 캠핑시설로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놀이문화의 일상생활문화로의 자리매김은 앞으로의 숲속야영장의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비대면시 대의 미래형 레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p.163) - 「코로나시대의 여행, 숲캠핑 워케이션」중에서

 

저자 : 서경석

 

서경석은 홍천에서 나고 자랐다. 강원대학교 대학원 박사를 거쳐 농협에서 근무한 후, 임업전문가로서의 산림경영을 행정에 반영해 (사)한국감사협회 10대 회장과 산림조합중앙회 9대, 10대, 11대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2013년 고향으로 귀향해 자신의 산을 트리하우스계곡야영장으로 가꿔 ‘트리하우스 숲캠핑’이라는 새로운 가족캠핑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고향인 홍천의 산림 및 지방문화 개선에 힘써 홍천군 축제위원회 자문위원, (주)황토한옥학교 교장, (주)홍천장작마을 대표 등을 역임한 후 (사)한국임업경영인협회 부회장과 (사)한국산악회이사 (사)한국감사협회 명예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교수와 임업기계훈련원 교수로 산촌 귀촌인의 소득증대와 임업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1억으로 짓는 힐링 한옥》(2014년)이 있고, 박사학위논문으로 ‘자연휴양림의 효과분석’(1995, 강원대 석·박사학위 논문)이 있다. 대한민국 임업인 최초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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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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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호모 커먼스』는 부제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에서 보여지듯이 생물학, 의학, 사회학, 미생물학, 유전학 등 인류가 꾸준히 발전시켜 온 각종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인류 진화학적 측면에서 미래 인류의 존속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저자 홍윤철은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로서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후 위기와 펜데믹 상황인 지금 제대로 방향을 맟춰 인류 문명 발전에서 지속해 온 공유, 협력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 「공생과 공존, 그리고 공유성」을 통해 "공유지(Commons)'라는 말은 공동체를 뜻하는 커뮨(Cmmune)에서 왔다. 따라서 공유지는 '공동체의 공유적 장소'라는 의미다. 공동체가 없으면 공유지는 없고, 또 공유지가 없으면 공동체의 실체는 사실상 없는 것이다. 공유지는 공동체가 공동의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 활동을 하는 대상, 즉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공유지를 물려준 선대부터 이를 다시 넘겨줄 후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상태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의 개념이 포함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유지는 자유시장경제의 논리가 제한 없이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 보다 큰 시각 즉 문화적 전통이나 사회 공동 자산의 유지 관리, 더 나아가 생태계 보존에 대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 역사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인류가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고 흔드는 존재가 되기까지 짧은 기간에 어떻게 막대한 영향을 가질 수 있었을까란 문제부터 파고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실 이처럼 인류가 마치 우주 창조자인 '신의 대리인' 위치로 올라설 때까지는 인류의 노력이라기보다 물려받은 유산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삼림을 보호하고 생태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인류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자세라는 것이다. 기후 비상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생태계를 꾸리고 새로운 도시를 생성해야 하는가. 끊임없는 팬데믹의 시대에 도래한 지금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개인과 집단의 권리, 의무, 개인의 자유와 권력이 품고 있는 강제성, 사익과 공익, 이 모든 것에 대한 적절한 균형의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 『호모 커먼스』는 생태계와 인간의 공생, 공존, 그리고 공유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문제에 접근해야 인류를 위한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공유’와 ‘인류’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발전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새로운 길이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공감을 통한 연대」, 2장 「생태계와의 공존과 공유」, 3장 「인간 안의 생태계」, 4장 「인간과 공진화」, 5장 「사회적 인간」, 6장 「공유 사회」, 7장 「협력 사회」, 8장 「새로운 공유지의 개척」, 9장 「디지털 공유지」, 10장 「새로운 도시」이다. '들어가는 말'을 통해 공유지로서의 개념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는 갑자기 저자가 하는 주장이 아니라 이미 1217년 영국 국왕 헨리 3세가 이미 공식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확립된 개념이라고 한다. 이 문서가 학교 다니면서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마그나 카르타'이다. 우리는 '자유대헌장'이라고만 배웠지만, 이때 서명한 두 개의 문서 중 하나는 '카르타 데 포레스타(Carta de Foresta)'란 삼림헌장이다.

 


 

이 같은 공유지 논리는 자본주의가 채택한 '시장 논리'와 첨예하게 대립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은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백신 개발을 촉진시키는 수단이므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특허권으로 인해 비용이 올라가면 가난한 국가에서는 백신 공급이 더뎌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가난한 국가뿐 아니라 선진 국가에 사는 사람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은 공익을 위하여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논리의 대립을 피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았던 화이자는 국가별로 백신 가격을 차별화하여 중상위 소득 국가의 백신 가격은 고소득 국가 가격의 절반으로, 중하위 소득과 저도득 국가에는 원가에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과 집단의 권리와 의무, 개인의 자유와 정부 권력의 강제, 그리고 사익과 공익의 적절한 균형에 대해 잘 정리할 필요성이 있음을 드러냈다고 설명한다. 이는 근원적으로 '나는 무엇인가?', '나의 권리는 어디까지인가?'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나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호모 사피엔스 인류 종에 속하고, 나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특성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가진 고유한 유전체에서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미생물 군집과 같이 공존하는 복합생물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면 나라는 존재의 본질적 측면은 공유적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공유적 방식의 삶을 사는 인간, 즉 호모 커먼스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되는 소유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를 저자는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데 의학은 물론 생물학, 미생물학, 유전학적인 시각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각장의 제목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여러 분야에서 증명될 수 있음을 독자들은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사회학적 접근과 미래학 시각의 접근도 시도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씩 해결 방법으로 접근해 간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역사를 거슬러 보면 인류와 침팬지는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진 존재이다. 진화를 거치며 인류의 뇌는 커졌고, 다른 종과 비교하자면 인류의 뇌는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 뇌의 발달로 인류는 지구 환경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우리의 뇌는 비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거나 기쁜 순간을 경험했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감정을 공유한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나를 넘어선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는 공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류의 미래가 변화되고 있다.

1장 「공감을 통한 연대」에서 인간의 유전자, 즉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부모의 난자와 정자가 융합되어 만들어졌다. 그러나 좀 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실은 인간에게서 발견된 대부분의 유전자가 과거 언젠가 다른 종으로부터 전달되었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진화론적 시간으로 유전자의 공유를 본다면 인간은 전체적으로 유전 정보의 50% 이상을 식물 및 동물과 공유하고 있다. 동물과의 유전자 공유를 보면 초파리 같은 벌레와 61%를 공유하고, 소와는 약 80%를 공유한다.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중 원숭이와 DNA의 약 93%를 공유하고, 고릴라는 98.4%, 오랑우탄과 DNA의 96.9%를 공유한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보노보, 침팬지와는 DNA의 98.8%를 공유한다. 인간 사이의 DNA의 공유는 99.9%다.

 

 

디지털 시대, 인류는 어떻게 미래의 공유지를 만들어 갈 것인가? 사회 인프라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회적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소유한 공유지의 질이 높아지면 커뮤니티 구성원의 삶의 질 또한 마찬가지로 향상된다. 이는 또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안전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유지가 축소되어 가는 현재 시대에서 사회적 공유지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방안이다. 인류는 구역화되고 배타적인 장소가 되어 가는 현 도시의 모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 책은 우리가 미래 사회의 공유지를 어떻게 설정하고 꾸려 나가야 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인류가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닌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세계관은 “생태계 구성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러한 생각이 자연과 사회가 가진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호모 커먼스』는 사회 공동체가 같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자연뿐 아니라 사회적 지식, 기술이며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와 그동안 쌓아온 업적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공유지는 현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합의를 통해 공동 소유로 결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결정권은 과연 누가 가지고 있는가?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오늘날의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 점과 인류가 지닌 모든 능력과 전략은 번성의 기반이 되어 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간 토론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이 첨예한 지적과 통찰은 우리 미래 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각 분야별 시각으로의 접근과 분석을 통해 인류의 존속 문제를 파악한 저자는 최종 결론에 이르도록 독자들을 돕는다. 각 분야별로 분산된 결과 서로 부딪치는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 외로 한 가지 사실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저자는 '정리하며' 「미래의 공동체 사회」를 통해 결론을 정리한다. "공유지는 사회 공동체가 같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토지, 산, 강, 바다와 같은 자연뿐 아니라 사회적 지식, 기술, 그리고 산물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은 상당 부분이 공유지의 영역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지의 대부분은 현재의 공동체 구성원이 합의에 의해 공동 소유지로 결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대부분 과거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으로 봐야 하고, 따라서 현재의 구성원들이 사용하고 미래 세대에게 다시 물려주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즉 현재의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는 공유지의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분 이후 사회의 많은 부분이 공적 소유에서 사적 소유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공유화할 공간이나 영역 자체가 부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지 사유화의 결과로 삶이 피폐해지고 가난해진 공동체의 하층민은 낙오자가 되어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의 공동성을 훼손함으로써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고, 양극화 과정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상류계층 역시 안전하지 않다. 따라서 공유지의 회복을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지위를 갖고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참여의 공유지 광장, 즉 아테네의 아고라 같은 장소에서 공감을 바탕으로 공유와 공생이 그리고 공존의 가치를 들고 새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생 관계는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개체 경쟁에 의한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에 보다 적합한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우수한 유전자들이 진화를 주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주어진 환경에 과거나 현재 시점에서 적합하게 구성된 유전자는 환경 변화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경우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합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기능의 저하나 질병으로 나타난다.(p.115) - 「인간은 독립된 생명체가 아니다」 중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킹은 이제 경력 개발과 전문적 성공을 위한 최고의 자원 중 하나다. 좋은 네트워크는 취업 기회를 주고, 승진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또한 네트워킹을 통해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나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사람으로 구성되며, 이들 모두는 잠재적으로 귀중한 전문적인 지원을 줄 수 있는 자원이 된다.(p.272) - 「폐쇄적 길드에서 개방적 공유지로」 중에서

 

저자 :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이면서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간, 사회, 그리고 의료〕라는 학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질병의 탄생』, 『질병의 종식』이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는 각각 『The Origin of Diseases』와 『The Changing Era of Diseases』로 번역되어 해외 출간되기도 하였다. 국제학술지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그리고 세계보건기구 WHO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펜데믹』, 『미래의 귀환』,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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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
성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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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의 답을 몰라 걱정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나가면 스스로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슬며시 일러준다.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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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
성진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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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의 저자 성진 스님은 「저자의 말」을 통해 '걱정의 다른 말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 성진은 어쩌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두려는 데서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이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실체 없는 불안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덩치를 불려 압도하곤 한다. 이를 내려놓는 방법을 저자는 이 책에서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상상 속에서 거대해진 걱정에 실체를 부여하면 된다. 종이를 꺼내고, 연필을 들고 걱정을 적어보자. 불교에서는 발원문이라고 부처에게 비는 소원을 적는다. 이때 적는 소원이 바로 지금의 걱정을 해결하는 단서가 된다. 실체를 갖게 된 걱정은 두려워하던 것에 비해 한결 작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풀어나갈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지친 내 마음을 돌보는 진료가 된다."

걱정, 고민, 불안, 근심, 우울, 고통. 이들은 출처가 어디일까. 어디서부터,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걸까. 그 상태의 감정만 해소하고자 급급해하지 말고 감정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을 먼저 찾아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럴 때 스스로가 몸과 마음의 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는 바로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답을 몰라 걱정으로 차오르는 사람들에게,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나가면 스스로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일러준다. 우리들은 자칫하면 걱정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자체에 잠식되기 쉽다. 이때 한 발짝 떨어져서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보자고 저자는 부드럽게 제안한다. 왜 우울한가? 무엇이 걱정인가? 걱정을 일으킨 뿌리를 찾으면 그걸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긴 이 책을 썼다. 몸이 병들면 어디가 아픈지 확인하여 치료하는 것과 똑같다. 내 걱정이 어디서 왔을까, 질문을 던져 찾아간 원인에 힘겨운 감정을 해소하고 벗어날 답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 뒷걸음치듯 우연 속 인연으로 만난 스승에게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출가한 지 30년 차의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인 성진은 지금은 답을 찾는 길에서 만난 이웃 종교 성직자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종교의 담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다. JTBC 〈다수의 수다〉에 출연한 신부님, 목사님, 교무님, 그리고 성진 스님 등 4인 4색 종교인이 뭉쳐 국내 최초로 종교 통합 중창단도 결성했다.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마음 읽어드립니다’에서 홍창진 신부과 함께한 성진의 유쾌한 걱정 해소법을 이 책에 담았다. 인생에도 ‘커닝페이퍼’가 있다면 어떨까. 정답만을 콕 집어줄 수는 없지만, 어깨너머로 힌트를 보고 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인생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고민이나 걱정은 더 많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독자는 생각해본다. 저자는 고민 많은 인생에 '커닝'하라고 기꺼이 모범 답안을 모아 이 책을 냈다.

 


 

저자는 출가의 수행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정적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고 말을 꺼낸다. 걱정과 근심의 실체는 무엇인지? 왜 우리는 걱정을 싫어하면서 마음의 주름은 걱정을 향해 접혀있는 것인지? 그땐 왜 그리 걱정했는지?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길을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이 책에는 특히 50대 시절에 행복해야 80대까지 그 행복이 간다며 행복을 이루는 7가지 조건을 소개한다. 2장 「잠깐 커닝 페이퍼를 펼쳐봐도 됩니다」 '50대 행복이 80대까지 간다'에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무려 72년에 걸쳐 진행했던 연구를 들춰낸다. 하버드 법대생, 도시빈민층의 남성, IQ 150 이상인 여성 등 모두 814명을 선정해 생애를 추적하는 연구다. 연구의 목표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나는 과연 행복한가?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등이다. 즉, 행복의 조건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조사자 측은 마음, 정신, 신체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72년간 데이터를 모았고 지금도 현존하는 자손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조사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이 바로 「행복의 7가지 조건」이라고 한다. 이 책의 2장은 이 7가지 조건과 저자의 해석과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7개의 조건 중 지금 시점에서 저자는 어떤 조건들을 달성했을지 독자들이 궁금해 한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저자의 답에는 유머와 뼈 있는 말 모두를 담고 있다. "두 가지 빼고는 달성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인데요. 바로 원만한 결혼 생활입니다. 대신 사찰에는 여러 대중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원만한 절 생활로 50%는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 적당한 체중도 아직입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습관도 문제고, 빵과 떡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아직 고쳐가는 중이라서요."

 


 

저자는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 포교에 힘써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단법인 파라미타 청소년연합회 상임이사와 조계종 어린이 청소년전법단 단장도 역임했다. 포교를 하는 일이 종교인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그 중에서도 저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포교를 하는 일은 많은 깨달음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설명한다. "예전에 한 어머니가 무기력과 자괴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고2 아들을 데리고 오신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보내고 학생과 함께 법당에서 1박 2일 동안 1080배를 했습니다. 그 학생은 엎어지고 쓰러지고 울며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비록, 제가 절을 대신 해주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쳐 느려진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절하는 사이에 서서히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저를 버팀목 삼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절을 다 마치고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학생의 눈에는 세상을 다 가진 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훗날 그 학생은 저와 유발상좌의 인연까지 맺었고, 자신을 믿어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나 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자신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아이들을 더 많이 따랐다고 술회한다. 자신은 길의 진입을 도울 뿐이었고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가는 과정이 자신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어른이 불교를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털어놓는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진짜 포교란 그 포교의 대상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생이란 시험은 시작됐습니다」에서 저자는 '비대면이라도 우리는 이어져 있습니다', '세 명의 친구만 있으면 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의 중심 잡기' 등 19개 항목의 화두로 세상살이의 원칙과 만족, 욕심을 버리고 역경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 등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해결책이 될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예를 들며 보여줍니다. 물론 커닝 페이퍼니만큼 핵심만 슬쩍슬쩍 찌른다. 명쾌한 해답은 없는 것이고, 설령 명쾌한 해답이라고 내놓아 봤자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결국은 해답 근처에 가는 곳까지 인도할 뿐이고 길을 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란 삶의 대원칙을 거스르는 답은 있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장 「잠깐 커닝페이퍼를 펼쳐봐도 됩니다」에서는 엎서 언급한 대로 하버드 대학교 72년 간의 연구 「행복의 7가지 조건」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법문을 펼치듯 자세하고 불교적 입장에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은 키워드로 보면 '고통에 대한 성숙한 방어기제', '상처와 고통을 대하는 미성숙함',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성숙한 자세', '이타적인 마음 승화', '교육, 스스로를 위해 배우자',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사람 등이다. 3장 「오답인 줄 알았는데 정답이었던」에서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 '우리의 숨은 쉼터를 만듭니다', '스마트하게 거절하기', '받고 싶으면 먼저 주세요', '오해를 푸는 첫걸음' 등 모두 20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우리의 대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점, 올바른 대인 관계, 거절과 협상 등 삶의 길목에 놓인 걸림돌과 디딤돌에 대한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슬쩍 내민다. 받아들여 실천하고 안 하고는 독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마지막 4장은 「백 점이 아니어도 괜찮은 인생」으로서 저자 자신의 근황 및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곧 수행이고,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슬며시 제시한다.

 


 

4장에 걸쳐 말하고도 남은, 아직까지 답을 주지 못한 개별적이지만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부록」에서 '일문일답'의 문답식으로 엮었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생의 희로애락.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들. 그 감정들은 어떻게 다스려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 저자는 "감정도 습관입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가장 익숙하고 편했던 감정이 툭 나오는 거지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결국 습관의 벽에 부딪힙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으려 하면 얼마나 불편합니까. 감정도 나쁘게 써오던 버릇을 생각만으로 비우려 하면 불편해서 어려운 것이지요. 이제 감정의 습관 바꾸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 연습에 진전이 있는지 꾸준히 체크해야 하지요."

 

시동을 켤 때는 굳이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잘 안 맞으면 그때 가서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시길 바랍니다. 인생의 선택이 여러 차례 바뀔 것을 부디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잘못 접어든 길은 돌아 나와 다시 새 길로 찾아가도 되고, 조금은 여유를 두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도 있는 법이니까요.(p.149)

-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무엇이든 시작할 때입니다」 중에서

 

저자 : 성진

 

남양주 성관사 주지 스님으로 현재 BBS 불교방송라디오 <지금은 수행시대>에 출연 중이다.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종교간의 대화위원장과 대한불교 조계종 국제위원,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에 재임 중이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어린이청소년 전법단 단장 및 포교원 포교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성진 스님의 행복공양간》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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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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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회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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