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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
서경석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9월
평점 :
기후 위기로 세계 각국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든 온실가스의 인위적인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으로,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회의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차례로 채택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3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하나로 도출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세계는 기후 이상으로 큰 혼란과 재앙을 겪고 있다. 이 국제협약의 목적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하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대상 물질로 탄산·메테인가스·프레온가스 등이 있다. 협약 내용은 기본원칙, 온실가스 규제문제, 재정지원 및 기술이전문제, 특수상황에 처한 국가에 대한 고려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변화협약 체결국은 염화플루오린화탄소(CFC)를 제외한 모든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제거량을 조사하여 이를 협상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가계획도 작성해야 한다. 이 협약이 횟수를 거듭하며 각계 각층, 세계 각국이 모두 목적이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막상 여기에 따른 재정 지원이나 온실가스 감축량 등에 들어가서는 외면하는 실정이다. 국가간 일이 되면 어느 나라도 강력한 규제를 발동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국은 적극 참여를 하지 않은 채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과 모색의 시간들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물질만능의, 인간 중심의, 편리 위주의 문명적인 삶의 태도로는 우리 앞에 와있는 환경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생태인류학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세계적 위기, 인류 존속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환경과 인류에 대한 성찰은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는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기후 문제나 팬데믹은 국가적, 세계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그 혼란과 재앙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돌아간다. 이런 시점에서 숲에서 생활하기나 숲에서 행복하기란 취지의 '트리하우스'는 훨씬 앞선 혜안을 가진 저자 서경석이 일찍부터 해온 작은 환경운동의 취지로 받아들이기에 어렵지 않다. 이는 저자가 그동한 해온 숲 살리기, 숲 가꾸기 등의 맥락과 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인 지금은 '숲'과 나무의 혜택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좋은 기회이기도 한 시점이어서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책은 평생 숲, 나무와 함께해온 저자가 지속가능한 자연에서의 대안적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자연에세이이다.
임업전문인이자 숲지킴이인 저자의 자연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솔방울을 벌려 솔씨로 야생짐승의 먹이를 제공하는 자연의 재생력에 놀라며,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색을 달리하는 트리하우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동한다. 다람쥐가 흩어놓은 천연 씨앗이 인간이 심은 나무보다 몇 백 년은 더 오래 살아가는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는 장면 등은 오랜 숲살림꾼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그만의 자연 철학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자연의 위대한 솜씨는 인간이 놓치고 있는 나무와 동식물, 사람의 공생·공존하는 자연살이와 산사람으로서의 지분지족(知分知足)으로 더해져 우리에게 남다른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우리들에게 작은 휴식처이지만 의미 깊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제시해주는 것 같아 깊은 애정이 간다.
저자는 '프롤로그' 「숲에서 행복하기 위한 시간들」을 통해 "“숲은 쉼터이고 쉴터이며 shelter이다. 숲은 수(樹)와 풀(草)이다. 교목과 관목 그리고 초본류의 식물과 곤충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공생하는 곳이다. 사람이 나무 밑에 있으면 편하지만 나무도 사람과 있으면 더 충실하게 잘 자란다. 트리하우스에 이용된 나무는 주변의 나무와는 월등하게 푸르게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나무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숲의 속성을 조목조목 풀이해 준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생·공존하는 뜨거운 숲살이와 이색적인 트리하우스 캠핑장 운영으로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주요 언론에서 화제의 삶으로 소개된 '나무철학자'이다.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에는 제목만큼이나 자연스럽고 행복한 숲살이가 책 곳곳에 녹음처럼 무성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가 독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50년 내공의 간단치 않은 임업전문가로서의 신산(辛酸)한 삶이 오늘에 이르는 밑돌이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서경석’ 하면 따라붙는 ‘나무독립군’, ‘겨울이 뜨거운 숲사람’, ‘신한옥 개척자’, ‘트리하우스 짓는 산사람’ 등의 별호는 아무도 선뜻 가려 하지 않았던 ‘홍천 산 지킴이’이자 ‘임업경영인’으로서의 그만의 삶의 편린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산주’로서의 운명적인 삶을 지명 받은 이후 산림행정가, 한국감사협회 회장,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 등 숲과 나무에 관한 한 우리 산과 나무의 현실적 한계를 일찍이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나무를 대량 소비하고 산촌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헌신해 온 그의 남다른 이력은 자연철학자로서의 그의 안목을 더욱 공감하게 한다. 저자는 국산 소나무와 자생 나무를 대량 소비하기 위해 신한옥을 짓고, 트리하우스를 만들며, 산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버섯종균 배양 표고목 생산, 버섯 재배, 장작나무 판매, 산나물 채취 등 일련의 쉽지 않은 산촌살이를 개척해갔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결론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자연과 벗하며 자연의 이치를 터득해가는 '소유요(遡遊謠)-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가는' 의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자연을 조응하며, 아름드리 숲과 신선한 야생의 향기를 저자 특유의 낭만과 여유가 묻어나는 사진 한 장으로 느끼는 감흥도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느끼고, 사유하며, 체험했을 저자의 아픔과 환희, 생명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숨 쉬며 가슴 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이 복받친다.
"바람의 방향과 바람의 움직임은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제멋대로 불어대다가도 멈춰야 할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숲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계곡으로 흐르는 바람은 때에 따라 딱 그만큼의 움직임을 허락한다. 오랜 숲살이로 터득한 자연의 법칙은 바람은 막는다고 멈추는 게 아니라 기다리면 멈춘다는 것이다. 바람의 지혜는 나에게 기다릴 줄 아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주었다." - 「산을 잘 가꾸고 산을 잘 지켜라」중에서
인류 존속마저 불안한 시대에 저자가 제시하는 자연 속에서, 나무와 인간, 동식물이 공생공존하고, 자기만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숲에서의 조용한 즐김은 심신의 위안과 함께 휴식, 놀이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리하우스 숲에서 즐기기는 이처럼 주변으로의 시선을 내 안으로, 자연 속으로, 고요의 공간으로 이끌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자연의 품안에 깃들여 '숲멍', '불멍', '물멍'을 하며 원초적인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아름다운 자연체험을 『트리하우스, 숲에서 행복하기』는 그 원초적 이유들을 들어 깊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눈에 확 띌 만한 사진이 많다. 저자가 트리하우스를 운영하기까지의 모습과 개척해가는 모습, 주위 경관, 트리하우스가 일부 완성된 모습 등 그동안 트리하우스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노력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한 번 보고, 글을 읽다 또 다시 펼쳐보곤 하게 된다. 글이 내면의 세계의 표현이라면, 사진은 직관의 풍경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트리하우스 숲 즐기기’를 보다 깊고 진한 울림으로 표현해주는 건 바로 저자가 직접 찍은 트리하우스와 나무, 숲, 사람들 사진 때문일 수도 있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저자의 묵직한 울림을 주는 130여 컷의 사진들은 독자들에게 녹음 짙은 숲으로의 생생한 비경(秘經)과 원시적인 즐거움의 공간으로서의 트리하우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트리하우스’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말한다. 한마디로 트리하우스 숲 체험은 어린이들에겐 꿈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길이자 어른들의 대안적 캠핑 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요즘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캠핑문화이다. 이 장에서는 완전 친환경 건축인 트리하우스의 자연친화적인 즐김에서부터 사계절 각각의 다른 색으로 다가오는 트리하우스 숲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우리 소나무를 활용한 저자의 트리하우스 건축철학에 이르기까지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뛰어놀고 편안하게 쉬고 올 수 있는 트리하우스 계곡 야영장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독자들을 자연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저자는 책 곳곳에 자신이 좋아하고 산촌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산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하는 숲살이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만의 홍천 숲살림의 정수는 바로 1, 2차 산림산업에 3차 서비스업이 결합된 산림 6차 산업이 산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야영장도 하고 캠핑장도 하면서 그 속에서 숲체험과 숲 치유, 숲에 관한 교육 등 숲의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사업들을 해야 함을 강조해 주장한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싸리버섯-능이버섯-송이버섯-표고버섯을 심고 기른다. 여기에 더해 표고나무에 인공적으로 균사를 접종해서 가을에 송이가 지고 난 다음에 표고버섯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홍천의 쏠쏠한 겨울 경제나기는 땔감용 나무나 목재용 나무를 만들고 표고목을 만드는 것이다. 그밖에 봄이면 고로쇠수액을 채취하고, 시시때때로 원형벌통도 만들어 토종꿀벌도 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나무를 활용해 집도 짓고 간단한 생활도구도 만들고 트리하우스에 들어갈 나무텐트며 페치카를 만들고 캠핑장에서 사용할 장작도 만들어 놓는 일들이 나무독립군이 가장 신경을 써서 해야 할 일들이다.
숲속 야영장은 원래의 산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놀이문화에서 발전해 다양한 이용객의 니즈를 맞춰주는 레저학습근무환경에 맞는 진일보한 캠핑시설로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놀이문화의 일상생활문화로의 자리매김은 앞으로의 숲속야영장의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비대면시 대의 미래형 레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p.163) - 「코로나시대의 여행, 숲캠핑 워케이션」중에서
저자 : 서경석
서경석은 홍천에서 나고 자랐다. 강원대학교 대학원 박사를 거쳐 농협에서 근무한 후, 임업전문가로서의 산림경영을 행정에 반영해 (사)한국감사협회 10대 회장과 산림조합중앙회 9대, 10대, 11대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2013년 고향으로 귀향해 자신의 산을 트리하우스계곡야영장으로 가꿔 ‘트리하우스 숲캠핑’이라는 새로운 가족캠핑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고향인 홍천의 산림 및 지방문화 개선에 힘써 홍천군 축제위원회 자문위원, (주)황토한옥학교 교장, (주)홍천장작마을 대표 등을 역임한 후 (사)한국임업경영인협회 부회장과 (사)한국산악회이사 (사)한국감사협회 명예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교수와 임업기계훈련원 교수로 산촌 귀촌인의 소득증대와 임업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1억으로 짓는 힐링 한옥》(2014년)이 있고, 박사학위논문으로 ‘자연휴양림의 효과분석’(1995, 강원대 석·박사학위 논문)이 있다. 대한민국 임업인 최초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