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시, 리더의 격 - 탁월한 리더를 위한 인문 경영 바이블
고두현.황태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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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키워드로 풀어내는 두 가지 시선, 삶과 일을 향한 가장 진솔한 형태의 접근법으로 최정상의 리더는 물론, 미래 경영 구루들을 위한 인문학적 생각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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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시, 리더의 격 - 탁월한 리더를 위한 인문 경영 바이블
고두현.황태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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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이 시를 읽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시인이 경영을 운운하는 것은 조금은 부자연스럽다. 물론 독자의 편견 때문인지 안다. 시는 자연과 우리의 삶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굳이 연관성을 찾으려면 경영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렇다고 연관성까지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경영인이 시를 읽는다든지, 혹은 시를 쓴다는 것은 이해 가능 수준이기는 하다. 그만큼 시인은 그가 생각하고 쓰는 시만큼, 시보다 더 고결한 성격의 소유자란 생각을 독자는 갖고 있다. 선입견일지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그런 의미에서 '경영인을 위한 시론'쯤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낸 사람은 공동 저자 고두현과 황태인이다. 저자 고두현은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이고, 저자 황태인은 기업 회장이다.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떠나서 한 권의 책을 함께 펴냈다는 사실은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영감을 준다. 삶의 방법이야 어쨌든 시와 경영이라는 조합이 어색하지만 가능하다는 점은 문학과 경영 부분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두 사람은 이미 찾았기 때문에 함께 책을 냈겠지만), 그 가능성의 실현 여부를 점쳐 볼 수도 있으리라는 점에서 긍정적 느낌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설득력과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의심 받게 될 경우엔 정반대의 견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일 터 두 저자의 멋진 삶의 행보를 기대한다.

 


 

이 책은 인생에서 서로 다은 분야의 공통점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책의 성격, 중심점, 구성 등에 관해 많은 논의와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협의한 내용인지 모르지만 핵심단어(키워드)로 풀어내는 방식은 적절하다고 본다. 삶의 부분 부분을 키워드로 풀어내면 주제에 흔들리지 않고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풀어갈 수 있을 터, 두 분의 선택에 우선 박수를 칠 만하다. 우리가 살면서 꼭 한번쯤은 점검해봐야 하는 단어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단어는 문학이나 경영 등 특정한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설득력을 끌어오기에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격려, 역경, 치유, 교감, 성찰, 해학 등을 비롯한 29가지 키워드를 모아 시인 저널리스트와 현직 경영자인 두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인문 경영 에세이는 성공적 결과를 빚어낸 것으로 생각된다.

두 저자의 주장대로 "시를 통해 배우는 인생 수업"이란 타이틀을 붙여도 될 만하다고 생각된다. 공동 저자 중 고두현은 시에 자기계발적 요소를 결합해 비즈니스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경영자들과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던 고두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수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시를 엄선하여 그에 얽힌 스토리와 창의적인 단상들을 담아 이메일 편지로 풀어냈다. 또 수십 년 동안 여러 회사의 CEO를 역임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진하는 경영자 모임을 이끌어온 황태인 토브넷 회장이 현업에서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인생 성찰과 경영 노하우를 모아 화답하듯 이 시대 수많은 리더들과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시를 나누며,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두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일과 삶을 일깨우는 지혜와 덕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들은 '서문'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란 글 속에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의 책 발간 과정의 에피소드를 어원까지 밝혀가며 들려준다. "어느 날 시인은 함민복 시 「우표」를 읽고 그 속에 나오는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감복합니다. 이후 라틴어로 '심장을 내어준다'는 뜻의 '격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편지를 씁니다. 이를 본 경영인은 "저에게도 따뜻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준 분들이 있습니다"라며 재수할 때 만났던 '세상의 은인'을 비롯해 세 분의 '귀인 얘기를 찬찬히 털어놓습니다. 소동파가 귀양 갔던 '3주(州)'의 공통점과 관련해서는 애플, 3M,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들어 '실패는 혁신의 어머니'라는 진리를 일깨우지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목계(木?)의 지혜'와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등의 교훈도 함께 주고받습니다.

시와 경영은 많이 닮았습니다.

시(詩)라는 한자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로 이뤄져 있어 흔히 '말씀의 사원'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절 사'는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 생긴 의미입니다. '사'로 읽으면 '집'이지만, '시'로 읽을 땐 '관청'을 뜻하지요. 그래서 시는 관청의 규율과 법칙, 운율과 형식을 갖춘 언어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뜻이 나아가는 바를 말로 나타낸다'와 '손을 움직여 일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지요. 영어 단어 시(poetry)는 '만들다'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poesis)세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제작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poiein)에서 파생됐죠. 시인(poet)이라는 단어 역시 '창작하다, 발명하다, 만들다'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영(經營)은 어떤가요. '지날 경(經)'은 '다스리다'와 '날실'을 뜻합니다. 실(絲)이 베틀 사이로 지나가듯이 기초를 닦고 차근차근 일을 해나간다는 것입니다. '경영할 영(營)'은 불(火)을 켜고 집(宮)에서 밤늦도록 일하듯 무언가를 '계획하고 짓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 경영(management)의 어원도 라틴어로 손(manus)이죠. 이게 13세기 이탈리아어의 말고삐를 다루는 능력(maneggiare)으로 이어졌으니, 고삐를 쥐고 말을 잘 다룬다는 얘기입니다."(p.9~10)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지혜가 만나는 접점 설명으로는 조금 장황하지만 시와 경영의 만나는 쉽지 않은 기회여서 생소한 독자들을 위한 것으로 친절한 안내로서의 역할로는 부족하지 않다. 두 저자에 따르면 시와 경영이 접점을 이룬 곳에서는 통찰의 문이 열린다는 말을 저자들은 빼놓지 않는다. 이것이 곧 사람의 격, 인격과 품격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품격을 뜻하는 '품(品)'에는 '입 구(口)'가 세 개나 있다. 평생 주고받는 말과 평판이 쌓여 그 사람의 인격을 이룬다는 뜻이다. '격(格)'은 나무(木)가 각각(各) 똑바로 자라도록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서양의 격(dignity)라는 단어에도 입(口)이 세 개 들어 있다.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서가 "품격과 지혜(시)는 세상의 모든 부를 뛰어넘는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원리에서 나왔다. 저자들은 시는 언어 지능과 감성 지능을 동시에 높여준다고 말한다. 시가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으로도 밝혀져 있다. 영국 연구진의 연구는 시를 읽으면 여러 겹의 의미와 이미지를 떠올릴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현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것. 즉 시를 해석하고 음미하는 것만으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다른 생각과 압도적인 판단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앞서가는 조직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며 최정상의 자리를 이끌어온 탁월한 리더들은 알고 보면 아주 사소하고도 세밀한 마음 한 조각의 통찰에 귀 기울인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 등 매우 많은 경영인들이 이를 현실화시킨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신만의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 리더들이, 또한 앞으로 리더가 될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짐을 덜어내고 잠시 잠깐의 여유를 통해 인문학적 사색과 함께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끄는 교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쓰였다.

 


 

매주 한 편씩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국내 여러 기업의 CEO, 오피니언 리더 등 수만 명의 회원들에게 공유되어온 고두현 시인의 엄선된 글에, 자신의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정성껏 담아 답해온 황태인 회장의 글이 더해진 이 책에는 삶과 일을 성장시킬 경험의 깊이와 주옥같은 통찰이 가장 진솔한 형태로 담겨져 있다. ‘시와 경영이 만났을 때’라는 콘셉트로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비슷하지만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두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2인 2색의 색다른 재미와 생각의 창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자들은 시와 경영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지혜가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통찰의 문이 열릴 것이며, 작든 크든 조직과 단체를 이끄는 모든 리더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전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경영자들이 오래전부터 시를 곁에 가까이 두고 즐겨 읽는 이유 아닐까?

 

“시인과 경영자는 닮은 점이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삶을 살다보면,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든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평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웃고, 함께 대화하며 살아가는 듯하지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인들은 때때로 일상이 버거울 때가 많다. 특히 점차 나이를 먹고 직급이 높아지는 리더의 자리로 올라갈수록, 문득문득 더 고독하고 외로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순간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 받을 수 있다면, 내 마음 한 조각을 알아봐주는 작은 글귀 하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심코 지나쳤을 책 속의 시 한 구절, 지인과의 담소, 우연히 목격하거나 경험한 일 등 저자들은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화두를 발견한다. 일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현상을 바르게 보고 이해하는 관점, 주변과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등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며 써온 글들을 현업에서 머리와 발로 뛰며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하고 있는 이 시대 수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은 출간됐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고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이 시대 수많은 경영자와 직장인들 시간이 날 때마다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와 그에 얽힌 인문학적 생각법은 막혀 있던 생각을 정화하고 지혜와 영감을 일깨우는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CEO는 물론 경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원하는 기업의 리더들, 고단하게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바쁜 일상 속 마음의 쉼표를 제공하며, 한 순간에 파고드는 찰나의 통찰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CEO’가 되는 길을 모색한다.

 


 

힘들고 어려운 위기의 시대, 여러 가지 인생의 무게 앞에 고단하고 초라해질 때 지금이야말로 삶의 방식을 은유의 언어로 온전히 드러내는 시가 주는 진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일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고품격 자기계발서이자 마음을 울리는 양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 고두현

시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와 경영의 의미를 접목한 베스트셀러 《시 읽는 CEO》로 기업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중?고교 교과서에 시와 산문이 수록돼 있다.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남해, 바다를 걷다》, 시산문집 《옛시 읽는 CEO》 《마흔에 읽는 시》 《마음필사》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독서경영서 《경영의 품격》 《생각의 품격》 《교양의 품격》 《나무 심는 CEO》 등을 펴냈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 황태인

토브넷/루츠템 회장. 전 동양시스템즈 대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로드아일랜드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 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쌍용정보통신 상무, 동원시스템즈 전무, 에어미디어 대표, 딜로이트컨설팅 고문, 공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 교관을 역임했다. 공부하는 경영자 모임인 ‘21CEF’를 창립해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한경에세이 필자이자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 대한적십자사 시니어클럽(RCS)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동 집필한 《이동통신 용어사전》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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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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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 파리'. 프랑스 파리는 자국 국민들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잘 아는 예술의 도시이다. 독자는 어렸을 때부터 파리가 예술의 도시란 말을 수없이 듣고 살았다. 어쩌면 프랑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도 파리가 예술의 도시란 사실을 듣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독자는 프랑스에 딱 한 번 간 적이 있다. 십여 년 전 일이라 파리의 구석구석을 잘 알지 못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을 포함해 파리 시내에만 여러 개의 유명 미술관이 있다고 들었다. 그 중 루브르를 제외하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술관들이다. 이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프랑스 곳곳에 있는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이다. 단순히 미술관만 소개한다면 굳이 할 말도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프랑스에 가본 사람이라면 으레 한 번은 가보기 때문이다. 파리를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을 설명해주는 예술서적, 심지어 역사서에도 루브르 박물관은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돌아본다. 미술관 안에 있는 그림이나 조각 등 예술 작품은 물론 미술관의 유래나 역사적 사건 등을 묶어 서양미술사를 대신해도 될 정도로 잘 구성됐다. 저자 이창용은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란 부제를 붙여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인상주의까지 서양 미술사조의 주요 흐름을 꿰뚫는 걸작들을 소개하고 해석해준다. 또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촘촘하게 미술관을 읽어준다. 저자는 실제로 로마 바티칸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약했으니 전문 지식은 물론, 비하인드 스토리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이를 미술 기행서로 써서 읽어주는 느낌을 준다.

 


 

독자도 최근에 나온 미술 관련 서적을 알게 모르게 1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읽은 것이다. 또 이 책에 나오는 「모나리자」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다. 입장 전 30여분을 기다려 간신히 그림 쪽으로 다가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그래도 일정상 다른 일정이 잡혀 있지 않으니 기다려 보는 수밖에... 혼자 간 것도 아니니 일행들과 스케줄을 무시하고 혼자 다닐 수도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직접 본 「모나리자」는 의외로 크기가 작았다. 그것도 앞에는 가이드라인을 쳐놓고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금했다. 사진마저 못 찍게 했다. 작품 훼손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뒤에 너무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바람에 밀리듯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감상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것 같았다. 이후 여러 개의 작품을 일정에 맞춰 끝내야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주마간산' 식의 관람이었다.

이렇게 모나리자와의 인연도 끝났다.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첫 인상도 흡족하지 못했다. 가이드 표현대로라면 일주일도 모자란다는 말에 그나마 들렀다는 사실만이 위안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본 미술관과 예술 작품에 대해서는 더 애정이 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책도 루브르 박물관이 자랑하는「모나리자」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모나리자」의 눈, 코, 입과 특유의 미소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읽고 나면 「모나리자」가 왜 명작일 수밖에 없는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크 루이 다비드가 남긴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프랑스 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올랭피아」에서는 관습이라는 틀에 박힌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새롭고 혁신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한 마네의 용기를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한다. 미술계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은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 유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프랑스의 유명 미술관 순례를 통해 “바로 이것이다!” 싶은 최고의 작품을 스스로 정해볼 것을 권한다. ‘좋은 작품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미술 감상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프롤로그 「좋은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뭘까?」라는 글에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루브르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꺼낸다.(존칭어를 독자가 예삿말로 바꿈)

"루브르 박물관은 처음부터 박물관으로 건립된 곳은 아니었다. 이곳은 이전에 프랑스 왕과 왕비가 머무는 화려한 궁전이었다. 하지만 1789년 7월 14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그리고 나니 더 이상 그들이 머물던 궁전도 필요치 않게 됐다. 이후 혁명세력들은 루브르 궁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부르봉 왕조가 소유하고 있던 수많은 예술작품을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1793년 루브르 박물관이 그 서막을 열게 된다."

그 뒤 루브르에서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들의 가치가 얼마쯤이나 될까?' 궁금했던지 실제 작품들의 가치를 책정한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의 가치를 책정한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그 경제적인 가치만 40조 원에 이른다는 「모나리자」. 당시 「모나리자」에 매겨진 가치는 과연 얼마였을가? 고작 9만 프랑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5만 프랑이면 파리 시내에 일반 주택을 한 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과 비교하면 그리 큰 평가는 아니었던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자랑하는 대표 작품인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와 함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크 루이 다비드, 페테르 파울 루벤스 등 출중한 화가들의 대표작과 화가의 일생에 관해 들려준다.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19세기 근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장 프랑수아 밀레, 테오도르 루소, 구스타브 쿠르베를 비롯하여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에두아르 마네, 장 프레데릭 바지유,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르 드가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지베르니 정원과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에서는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로댕이 전 생애를 바쳐 집요하게 추구한 그들의 예술세계에 푹 빠져들 만큼 특유의 입담을 발휘한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 서양미술사 전문 강사로서 다져온 저자의 남다른 노하우는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보는 데는 최소 6시간에서 이틀 정도를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어떤 동선으로 돌아봐야 하는지, 빠트리지 않고 꼭 챙겨봐야 하는 작품은 무엇인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오르세 미술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소 4시간을 할애하여 고전주의부터 후기 인상주의 작품까지 빠짐없이 만나보라고 권한다. 지베르니 정원과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모네가 마지막 인생 12년과 맞바꾸어 선물한 삶의 여유와 위로를 느껴보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로댕 미술관은 파리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 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미술관이 보유한 방대한 컬렉션과 함께 드넓은 정원이 매력이라고 귀띔한다.

 


 

이 책에 담긴 프랑스 미술 기행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성한 정보는 지금 당장 이 책 한 권을 달랑 들고 프랑스로 떠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 이 책은 걸출한 화가들이 남긴 세기의 명작을 찾아 프랑스로 떠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의 주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에 관해 잘 알려진 사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잘못 알려진 사실을 가감 없이 명쾌하게 전달한다. 우선「모나리자」가 왜 그처럼 유명한가에 대해 그림의 구도, 스푸마토 기법, 대기 원근법, 다빈치의 해부학적 지식을 근거로 든다. 또 마네의 대표작 「풀밭 위의 점심」이 왜 프랑스 부르주아 남성들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인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불리는「칼레의 시민」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를 놓고 로댕이 왜 그토록 깊이 고민했는지 이유를 듣고 나면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밀로의 비너스」에 담긴 루브르 박물관의 애국 마케팅, 완벽하게 조작된 장면을 연출한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에 이르면 다시 한번 문제의 작품을 되돌아보게 된다. 「메두사의 뗏목」을 통해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고발한 테오도르 제리코, 우리가 잘 아는 인상파 화가들의 뒤를 부지런히 돌봐주면서도 정작 본인의 작품에 관해서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바지유는 그들이 남긴 작품을 넘어 삶의 진정성을 전한다. 밀레의 「만종」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 저자는 몇 가지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미술 분야이긴 하지만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는 낭설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가 고른 작품을 둘러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주요 작품 이미지도 수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명을 뒷받침하는 참고 작품까지 담았다. 한 편, 한 편 작품에 얽힌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이 작품들을 보러 반드시 프랑스에 가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서기도 한다. 한데 그럴 필요 없다.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어도 괜찮다. 내 방이든 지하철이든 한적한 카페 안이든 그 어떤 장소라도 상관없다. 찬찬히 시간을 들여 책 속에 안내된 그림과 텍스트에 푹 빠져 있다가 책장을 덮을 때쯤, 파리로 가는 항공권은 결코 끊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절로 감탄이 나오게 될 테니까.

 


 

작품 설명이 자세하고 새로운 해석도 있는 데다,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책의 출간은 독자에게도 뜻하지 않는 기쁨을 준다. 당시 부르주아와 돈 많고 권력 있는 귀족들의 상당수는 미술 작품을 그들의 관음증을 만족시켜 주는 물건쯤으로 여긴 사람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도 그렇지만 애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이란 작품을 설명하면서 치부를 지적한다. 이 그림 화면 우측 상단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드러난다. 옷을 잘 차려입은 몇몇 중년여성들이 보인다. 과연 그녀들은 누구일까? 어린 발레리나들의 학부모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아닐 것이라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탄생한 발레는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그 뒤 그 중심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간다. 더 이상 프랑스에서 발레는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난하고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미모밖에 없는 어린 여성들이 공연을 통해 부르주아들에게 자신을 선보이는 도구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당시 '오페라 극장은 창관이다'는 말이 나돌았을까?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어린 발레리나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비를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후원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돈 많은 부르주아들은 어린 그녀들을 후원하며 그녀와 암묵적인 거래를 이어갔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저 소녀들의 부모가 좋은 옷을 입고 수업에 참관하러 왔을까? 그건 아니다. 아마도 저 중년의 여성들은 어린 소녀와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마담뚜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발레리나를 만나본다. 드가의 발레리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에뚜왈」(스타)이다. 불어로 '별'이라는 뜻으로, 발레 공연의 수석무용수를 지칭한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다. 춤추는 발레리나 뒤편으로는 또 다른 발레리나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듯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발레 공연 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한 남성이 뒤편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발레는 부르주아를 위한 공연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비싼 입장권을 사거나 많은 후원을 한 소수의 인원에게는 공연뿐 아니라 발레리나들의 연습실과 탈의실까지도 드나들 수 있는 통행권이 주어졌다. 그들은 그렇게 무대 뒤편의 감춰진 은밀한 공간까지 탐닉하며 후원자를 찾는 어린 발레리나들을 물색했다. 어쩌면 저 무대 뒤편의 남성은 새로운 발레리나를 찾으러 이곳에 왔거나 자신이 후원하는 발레리나를 에뚜왈로 만들고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측성 어투로 썼지만 저자의 해석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와 돈 많은 귀족들 사이에 암거래는 자연스러웠을 테니까.

드가가 1,500여점의 발레리나 작품을 전부 현장에서 목격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던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가난한 화가가 발레리나의 탈의실까지 들어갈 돈도 없었을 것인데 어떻게 속속들이 그릴 수 있었을까. 저자는 드가가 이 문제를 카메라로 해결했다고 말한다. 당시 휴대용 카메라는 집 한 채 가격과 비슷한 고가였다고 한다.

독자는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된 이 책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한 가지 사실을 건져낸다. 수련의 모네의 수련 연작, 루앙 대성당 연작, 생라자르역 연작 등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1871년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뒤 프랑스는 바닥에 떨어진 애국심과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다양한 공공사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칼레시는 백년전쟁 당시 도시를 구한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를 로댕에게 의뢰한다. 이렇게 탄생한 「칼레의 시민들」은 중세의 시인 프루아사르가 쓴 『연대기』에 등장하는, 프랑스와 영국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347년 8월 3일은 칼레시의 치욕스러운 날로 기억되고 있다. 이 날은 11개월 동안의 길었던 항쟁을 끝내고 영국의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칼레시가 항복한 선언한 날이라고 한다. 침략자인 에드워드 3세는 시민들 스스로 뽑은 6명의 대표자가 처형에 사용될 포승줄로 목에 걸고 직접 성문 열쇠를 들고 나온다면 그들 이외의 시민들은 살려주겠다고 항복조건을 내건다. 이때 나선 6명의 영웅을 로댕이 작품에 담았다.

 


 

모네가 남겨준 다양한 수련 연작들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그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당연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된 수련 대장식화입니다. 이 작품은 모네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며 그의 말년 인생과 맞바꾼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만큼이나 모네는 이 작품을 위해 정신적 ? 육체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완성하게 됩니다. - 「모네의 가장 위대한 걸작 「수련 대장식화」」 중에서

 

로댕은 이들의 모습을 죽음도 초월한 신성한 영웅적인 모습으로 거짓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죽음 앞에 두렵고 떨려 눈물을 흘리고 당장 도망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노라고. 그래서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더 위대하고 값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칼레의 시민」」 중에서

 

저자 : 이창용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2년여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바티칸 박물관전』 큐레이터를 맡았다. 2012년부터 6년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로 활약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톡파원 25시>, 시사교양 프로그램 <미술은 처음이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림맛집 미?알?랭> 등에 출연하면서 미술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강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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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 - CALENDAR & 컬러링 BOOK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가면서 우리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는 더 커졌다. 식객 허영만 화백은 “아무거나 먹지 말고 제철 건강한 맛을 맛나게, 제대로 즐기자!”라는 2023 새해 제안을 하며 캘린더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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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 - CALENDAR & 컬러링 BOOK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독자가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만화'는 학습에 방해만 될 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됐다. 어린이들의 인성과 학습에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대신 공상과 현실성 없는 상상력만 키운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위인전이나 동화 같은 책보다 표현이 자유롭고 다소 과장되기도 해서 어린이들의 감수성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때문에 만화책이 지금처럼 어엿한 출판물이 되기까지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만화 시장도 열악할 수밖에 없을 터 책 자체도 적잖이 허름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불량 서적'으로 취급하기에 딱 알맞았다. 같은 이유로 만화가가 꿈인 어린이들은 희귀했다. 그때도 만화의 인기는 높았다. 글씨를 읽고 생각을 하는 것보다 그림만 봐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공부'가 싫은 학생들조차도 만화를 읽는 것은 당연했을 것 같다. 사회적 인식은 만화 시장을 점차 억압했을 것이고, 만화가의 원고료도 열악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부 인기 만화가들도 있긴 했지만 '만화'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당연히 학부모들은 만화를 읽는 것은 공부를 하기 싫은 아이들이 보는 것으로 인식했고, 대부분 만화 출판물은 잘 사주지도 않았다. 꽤 비싼 전집류도 만화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만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빴기 때문이다. 간혹 잡지가 있어 그 잡지에 연재만화 혹은 단편 만화가 실리긴 했다. 잡지에 실린 만화는 표현이나 과장의 수준이 훨씬 어린이 수준에 맞게 완화돼 있었다. 당연히 잡지사 측의 원고 자체 검열을 했기 때문이다.

공상이나 과장된 언행이 포함된 것은 잡지에 여간해선 실리지 않았다. 그나마 적은 판매부수가 학부모들이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만화가 실리면 정기 독자 등의 숫자가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만화의 전성 시대를 연 것은, 독자의 기억으로는 만화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던 듯 싶다. 야구를 소재로한 만화인데 야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야구 선수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린 '외인구단'은 엄청난 훈련(지옥 훈련)을 거치고 수많은 훈련을 통해 경기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성공 가도를 걷는 만화다. 거기에는 야구선수와 소녀의 풋풋한 사랑도 끼어든다.

 

 

이 탁상달력의 그림을 그린 분도 만화가이다. 지금이야 만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매체로서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예술가로 대우받지만 오래 전에는 힘든 만화가 시절을 거쳤을 것이다. 독자가 어렸을 때부터 그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했다. 특히 영화 〈타짜〉로 큰 인기를 모았던 『48+1』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대한민국 만화계의 최상위 계층에 속할 정도다. 그는 '화백'으로 대우받으며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상태다. 그의 인기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유명세'를 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그림 실력과 탄탄한 스토리로 그가 그린 만화마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소설가 못지 않은 창작성이 돋보인 것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 가이드가 된 허영만 화백은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언제나 그의 이름만 들어도 소탈함이 배어나온다. 그가 이번에는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팔아 찾아낸 음식들을 그려 달력에 붙였다. 이 캘린더에는 허영만이 추천하는 월별 제철 식재료와 음식뿐만 아니라 24절기에 먹어야 할 맞춤 건강 음식도 소개되어 있다. 이벤트 Day에 먹어야 할 음식은 덤이다.

 

 

또한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에는 계절에 맞는 음식 그림을 직접 컬러링 할 수 있도록 국민만화가 허영만이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여러분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색을 칠하면서 먼저 눈으로 맛보고, 곧 허기짐과 군침 도는 입의 아우성을 참지 못할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음식이 아니다. 제철에 맞는 건강한 맛을 제대로 맛있게 즐겨라. 허영만 화백의 음식에 대한 지론도 소탈하기 그지없다. 이 캘린더는 '식객과 함께 하는 2023년'으로 더 기다려진다. 어쩌면 식습관을 바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왠지 더 행복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식객』, 『타짜』,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등 48년 동안 500여 편의 만화를 그려 ‘살아 있는 전설’로 우뚝 선 허영만 화백.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에는 계절에 맞는 음식으로 건강한 한 해를 꿈꿔본다. 먼저 눈으로 맛보고, 곧 허기짐과 군침 도는 입의 아우성을 참지 못해 당장 나가 입을 달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캘린더와 함께 '건강 2023'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IMF가 왔을 때 아내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는 고생도 해 봤고, 또 누려도 봤으니까 힘든 시절이 와도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세대는 가난을 경험해 봤으니까 그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은데, 그때의 신세대들은 한 번도 생의 파도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막연하게 가난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도 잘 넘기지 않았습니까? 요즘도 그때만큼 힘든 시절이지요. 다들 언제 목이 떨어질지 모르는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심정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인생의 고비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모든 세대가 다 겪어온 어려움을 자신도 겪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떤 고난도 결국은 끝난다는 희망을 버텨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과거를 되씹지 말고,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숨 쉬고 있는 지금을 위해서 사십시오. 이 지금이 모여 인생이 되는 거니까요."

그가 관상을 소재로 그린 만화 『꼴』을 출간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오랫동안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의 인터뷰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말을 새겨 들으면 독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 수도 있다.

"재미있게 그려야 독자도 재미있게 읽는 것 같습니다. 독자는 정직해요. 작가가 얼마만큼 작품에 공을 들이는지 느낄 수 있어요. 안 보는 듯하면서도 다 보고 느낍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충 그리면 되지 뭐 그렇게 지독하게 취재하고 조사하느냐고 하는데, 세상의 누군가는 알고 있으니 절대로 게을리할수 없지요. 창작하는 사람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난 책을 낼 때 ‘과연 독자들이 내 만화를 읽어줄까, 재미있다고 해줄까.’ 불안한 심정이 듭니다. 그런 불안이 만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의 원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할 때는 사람이 송곳처럼 날카로워져서요. 안 그러려고 해도 그렇게 돼요. 그래서 집에 일거리를 가져가면 아내와 아이들이 긴장해요. 그래서 작품에 필요한 자료나 책도 집에서 읽지 않습니다."

 


 

그림 : 허영만(許英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이자 식객. 허영만 화백은 2019년 5월 14일부터 지금까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통해 전국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만의 맛집 기준은 첫째 ‘집밥 같은 백반’, 둘째 ‘비싸지 않은 가격’, 셋째 ‘그럼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이다. 밥을 먹다가 어머니의 손맛이 절로 그리워질 만큼 마음을 파고드는 맛, 다양하고 풍성한 반찬과 제철 음식으로 신선하게 담은 넉넉한 한 상. 그중 소박하지만 확실한 한 끼를 선사하는 진짜 맛집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백반기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974년 공식 데뷔한 허영만 화백은 《각시탈》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Q》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화제작을 그리며 인기를 누렸다. 그의 만화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화계의 중심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단연코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이자 예술가로 손꼽힌다. 현재 유튜브 채널 <허영만의 내일 출근 안 해>를 운영하며 술과 맛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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