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 - CALENDAR & 컬러링 BOOK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독자가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만화'는 학습에 방해만 될 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됐다. 어린이들의 인성과 학습에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대신 공상과 현실성 없는 상상력만 키운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위인전이나 동화 같은 책보다 표현이 자유롭고 다소 과장되기도 해서 어린이들의 감수성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때문에 만화책이 지금처럼 어엿한 출판물이 되기까지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만화 시장도 열악할 수밖에 없을 터 책 자체도 적잖이 허름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불량 서적'으로 취급하기에 딱 알맞았다. 같은 이유로 만화가가 꿈인 어린이들은 희귀했다. 그때도 만화의 인기는 높았다. 글씨를 읽고 생각을 하는 것보다 그림만 봐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공부'가 싫은 학생들조차도 만화를 읽는 것은 당연했을 것 같다. 사회적 인식은 만화 시장을 점차 억압했을 것이고, 만화가의 원고료도 열악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부 인기 만화가들도 있긴 했지만 '만화'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당연히 학부모들은 만화를 읽는 것은 공부를 하기 싫은 아이들이 보는 것으로 인식했고, 대부분 만화 출판물은 잘 사주지도 않았다. 꽤 비싼 전집류도 만화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만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빴기 때문이다. 간혹 잡지가 있어 그 잡지에 연재만화 혹은 단편 만화가 실리긴 했다. 잡지에 실린 만화는 표현이나 과장의 수준이 훨씬 어린이 수준에 맞게 완화돼 있었다. 당연히 잡지사 측의 원고 자체 검열을 했기 때문이다.
공상이나 과장된 언행이 포함된 것은 잡지에 여간해선 실리지 않았다. 그나마 적은 판매부수가 학부모들이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만화가 실리면 정기 독자 등의 숫자가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만화의 전성 시대를 연 것은, 독자의 기억으로는 만화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던 듯 싶다. 야구를 소재로한 만화인데 야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야구 선수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린 '외인구단'은 엄청난 훈련(지옥 훈련)을 거치고 수많은 훈련을 통해 경기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성공 가도를 걷는 만화다. 거기에는 야구선수와 소녀의 풋풋한 사랑도 끼어든다.
이 탁상달력의 그림을 그린 분도 만화가이다. 지금이야 만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매체로서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예술가로 대우받지만 오래 전에는 힘든 만화가 시절을 거쳤을 것이다. 독자가 어렸을 때부터 그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했다. 특히 영화 〈타짜〉로 큰 인기를 모았던 『48+1』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대한민국 만화계의 최상위 계층에 속할 정도다. 그는 '화백'으로 대우받으며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상태다. 그의 인기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유명세'를 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그림 실력과 탄탄한 스토리로 그가 그린 만화마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소설가 못지 않은 창작성이 돋보인 것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 가이드가 된 허영만 화백은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언제나 그의 이름만 들어도 소탈함이 배어나온다. 그가 이번에는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팔아 찾아낸 음식들을 그려 달력에 붙였다. 이 캘린더에는 허영만이 추천하는 월별 제철 식재료와 음식뿐만 아니라 24절기에 먹어야 할 맞춤 건강 음식도 소개되어 있다. 이벤트 Day에 먹어야 할 음식은 덤이다.
또한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에는 계절에 맞는 음식 그림을 직접 컬러링 할 수 있도록 국민만화가 허영만이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여러분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색을 칠하면서 먼저 눈으로 맛보고, 곧 허기짐과 군침 도는 입의 아우성을 참지 못할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음식이 아니다. 제철에 맞는 건강한 맛을 제대로 맛있게 즐겨라. 허영만 화백의 음식에 대한 지론도 소탈하기 그지없다. 이 캘린더는 '식객과 함께 하는 2023년'으로 더 기다려진다. 어쩌면 식습관을 바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왠지 더 행복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식객』, 『타짜』,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등 48년 동안 500여 편의 만화를 그려 ‘살아 있는 전설’로 우뚝 선 허영만 화백.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에는 계절에 맞는 음식으로 건강한 한 해를 꿈꿔본다. 먼저 눈으로 맛보고, 곧 허기짐과 군침 도는 입의 아우성을 참지 못해 당장 나가 입을 달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캘린더와 함께 '건강 2023'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IMF가 왔을 때 아내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는 고생도 해 봤고, 또 누려도 봤으니까 힘든 시절이 와도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세대는 가난을 경험해 봤으니까 그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은데, 그때의 신세대들은 한 번도 생의 파도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막연하게 가난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도 잘 넘기지 않았습니까? 요즘도 그때만큼 힘든 시절이지요. 다들 언제 목이 떨어질지 모르는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심정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인생의 고비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모든 세대가 다 겪어온 어려움을 자신도 겪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떤 고난도 결국은 끝난다는 희망을 버텨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과거를 되씹지 말고,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숨 쉬고 있는 지금을 위해서 사십시오. 이 지금이 모여 인생이 되는 거니까요."
그가 관상을 소재로 그린 만화 『꼴』을 출간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오랫동안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의 인터뷰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말을 새겨 들으면 독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 수도 있다.
"재미있게 그려야 독자도 재미있게 읽는 것 같습니다. 독자는 정직해요. 작가가 얼마만큼 작품에 공을 들이는지 느낄 수 있어요. 안 보는 듯하면서도 다 보고 느낍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충 그리면 되지 뭐 그렇게 지독하게 취재하고 조사하느냐고 하는데, 세상의 누군가는 알고 있으니 절대로 게을리할수 없지요. 창작하는 사람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난 책을 낼 때 ‘과연 독자들이 내 만화를 읽어줄까, 재미있다고 해줄까.’ 불안한 심정이 듭니다. 그런 불안이 만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의 원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할 때는 사람이 송곳처럼 날카로워져서요. 안 그러려고 해도 그렇게 돼요. 그래서 집에 일거리를 가져가면 아내와 아이들이 긴장해요. 그래서 작품에 필요한 자료나 책도 집에서 읽지 않습니다."
그림 : 허영만(許英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이자 식객. 허영만 화백은 2019년 5월 14일부터 지금까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통해 전국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만의 맛집 기준은 첫째 ‘집밥 같은 백반’, 둘째 ‘비싸지 않은 가격’, 셋째 ‘그럼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이다. 밥을 먹다가 어머니의 손맛이 절로 그리워질 만큼 마음을 파고드는 맛, 다양하고 풍성한 반찬과 제철 음식으로 신선하게 담은 넉넉한 한 상. 그중 소박하지만 확실한 한 끼를 선사하는 진짜 맛집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백반기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974년 공식 데뷔한 허영만 화백은 《각시탈》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Q》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화제작을 그리며 인기를 누렸다. 그의 만화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화계의 중심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단연코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이자 예술가로 손꼽힌다. 현재 유튜브 채널 <허영만의 내일 출근 안 해>를 운영하며 술과 맛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