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소개서 - 45억 년을 살아온 행성의 뜨겁고 깊은 이야기 인싸이드 과학 4
니콜라 콜티스 외 지음, 도나티엔 마리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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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구성과 본질을 초보자나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지진과 화산부터 지각과 기후, 판 구조론과 해저, 맨틀과 핵, 광물에 대한 지구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지구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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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소개서 - 45억 년을 살아온 행성의 뜨겁고 깊은 이야기 인싸이드 과학 4
니콜라 콜티스 외 지음, 도나티엔 마리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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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남태평양 퉁가 섬의 해저화산 '훈가 통가-훈가 하파이' 폭발 당시 발생한 화산 기둥이 57㎞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규모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다중 위성 이미지로 높이를 측정하는 기술을 사용해 지난 1월 발생한 퉁가 화산의 폭발로 화산 기둥이 성층권을 넘어서 중간권에 속하는 57㎞ 높이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영국 국립우주연구원 소속으로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이먼 프라우드 박사는 “연기 기둥이 주로 물과 약간의 재, 이산화황이 혼합돼 구성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해저화산이 아닌 육상화산의 분출은 화산재와 이산화황이 더 많고 물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인상적인 것은 화산 폭발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어났는지”라며, “30분 만에 57km 높이의 구름으로 변했다. 지상에서 보았을 때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의 공동 조자 앤드류 프라타 박사는 "나를 매료시킨 것은 우산 기둥 중앙에 있는 돔과 같은 구조였다. 나는 전에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는 파그라달스피아들(Fagradalsfjall) 지역의 화산도 폭발했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이 지역의 화산 폭발 모습을 1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곳에서 화산이 분출된 것은 1240년 이후 처음으로, 약 800년 만의 일이다. 화산 폭발이 일어난 지 4시간 만에 화산 일대 사방 1km 지점은 용암으로 뒤덮였으나,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산 분출은 많은 드론들이 동원돼 놀라운 사진과 영상들이 촬영됐다고 씨넷은 전했다. 씨넷은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 중 비욘 스테인백(Bjorn Steinbekk)의 촬영한 영상이 최고라고 소개했다.

 


 

위 두 건의 보도는 가장 최근의 화산 폭발 보도다. 두 곳의 위치가 가까운 데 있지는 않지만 지구가 늘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로 충분하다. 특히 퉁가 섬의 보도는 적잖은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퉁가 섬이 기후변화를 가중시킬 염려와, 해저 화산은 쓰나미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는 잠시도 쉼 없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다만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이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고 현재까지는 정확한 지구 내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미리 알 수 없는 게 문제일 것이다. 지구의 인간이 달에 도착한 지 5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화성 거주가 가능한지 탐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지구 내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한 단계이다. 물론 지구 내부의 성분 분석을 통해 탐사가 쉽지 않고, 정확하게 관찰하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지구에 대한 과학 연구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지구 과학의 역사도 항공 우주의 역사 못지 않게 오랜 기간 과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아마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연구나 탐사가 더디어졌을 것이란 예측은 가능하다. 평소 우리가 사는 지구는 고요하고 평온해 보인다. 땅과 바다, 하늘을 누비며 지구의 동식물들은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지축을 뒤흔드는 지진과 강력한 화산 폭발 등이 찾아올 때면 지구는 마치 웅크렸던 기지개를 켜는 것만 같다. 그때서야 우리는 어렴풋이 느낀다. “지구는 살아 있다.” 

 


 

이 책 『지구 소개서』는 살아 움직이는 지구에 대한 소개서이다. 이 소개서를 통해 지구는 표면적이고 단편적이었던 자신의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내면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자신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의 노력과 흥미로운 연구 성과도 함께 담고 있다. 맨틀의 하부에 약 35억년 전 생성된 넓은 잠재력 대륙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지구 표면 환경의 변화와 생물 종의 멸종, 지구 내부 활동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치는 연구는 흥미진진하다. 물론 과학자들의 연구 대부분에는 같은 결말이 붙는다.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아직 미스터리한 행성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담고 있다. 지구과학과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구조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아직 더 파헤쳐야 할 지구 생명력의 비밀을 풀어낼 시스템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담겨 있다. 이 책은 지구과학자, 연구 교수 등이 공동 집필했다. 지구 연구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로 나뉘어 있음을 독자들이 깨달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구에 대한 관심과 접근, 분석과 탐색의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구를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지구를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생물체로 인식해 병들지 않고,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살아가는 데 인간이 나서야 한다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지구 과학이 우리 인간이 하는 만큼 되돌려준다는 자연의 법칙에 존재한다는 점을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지구의 현재 상태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지구의 성격, 그리고 미래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인류의 삶과 종말과도 불가분의 관계임을 적시함으로써 지금 지구가 닥친 문제에 인간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깃들어 있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핵폭탄으로 시작된 지구 속 탐사」, 2장 「화산은 재앙일까, 축복일까」, 3장 「지구를 들여다보는 초음파, 지진」, 4장 「지각이 만들고 기후가 조각하다」, 5장 「판이라는 퍼즐로 맞춰진 해저 세계」, 6장 「움직이는 지구 관찰하기」, 7장 「껍데기를 벗겨 보니, 맨틀」, 8장 「지구의 심장, 핵 속으로!」, 9장 「생명의 흔적을 담고 있는 광물」, 10장 「우주 속의 지구」 등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들어가며」를 통해 지금 지구 과학은 지구의 보이는 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면까지 알게 되어, 우리의 행성을 말 그대로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진정한 항해에 성공하면서, 지구 깊숙한 곳까지 관찰하고 다양한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놀랍게도 지구 과학의 폭발적인 발전이 핵폭탄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말한다. "우선 지구물리학의 연구 범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여러 탐지 방법이 개발되면서부터였다. 이에 따라 지구물리학자들이 지구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위 '지구의 분노'라 불리던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진 또는 예측 가능한 사소한 현상을 포함해 모든 유형의 화산 활동부터 판 구조론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알아가면서 우리는 차츰 '모든 것이 움직여야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힌다.

 


 

책에 따르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을 만든 과학자 프랜시스 버치는 놀랍게도 지구물리학 교수였다. 그가 만든 핵폭탄은 지구에 커다란 재앙의 씨앗을 심어 줌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지구 내부를 더 깊숙이 탐사하는 물꼬를 터 주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지진학자들은 지진의 위치와 지진파의 도달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지구 전체를 포괄하는 표준화된 관측소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기회는 뜻밖에도 각국의 핵실험을 감시하던 세계 각지의 관측소에서 잡을 수 있었다. 최초의 핵 확산 금지 조약 덕분에, 이들 관측소에서 지진파 측정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5억 년 이상을 살아온 행성 지구는 많은 내외부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의 막내인 인류가 나타나면서 지구는 또 다른 변화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최초로 지구를 인공적으로 진동시킨 핵이 등장하고, 인류세로 대표되는 인류의 흔적으로 기후가 변화하고 지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 『지구 소개서』는 지구의 본질을 들여다보면서 인류로 인해 찾아올 커다란 변화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구가 이루고 있는 완전한 균형을 제대로 이해할 때, 인류의 미래와 지구와의 공존을 지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인이라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지구의 구성과 본질을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지진과 화산부터 지각과 기후, 판 구조론과 해저, 맨틀과 핵, 광물에 대한 지구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지구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이 책은 지금도 움직이고, 갈라지고, 뒤틀리며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완벽한 설명서이다.

 


 

판 구조론과 관련하여 대륙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첫 번째 확인은 우리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로부터 왔다. 천체는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빛과 전자기파를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 내뿜는다. 초장기선 전파간섭계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은하에서 지구에 있는 2대의 망원경에 도달하는 빛의 시간차를 통해 두 지점간의 거리를 계산한다. 그러면 망원경 사이의 상대적인 거리를 mm 단위의 정밀도로 얻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지각 판에 설치한 안테나에서 이것을 여러 번 측정하면, 지각 판이 각자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p.126~127)

 

저자 : 니콜라 콜티스(Nicloas Coltice)

ENS(Ecole Normale Superieure) 고등사범학교 대학원의 교수이다. 그의 연구는 지구 깊은 곳의 역학과 우리가 살고 있는 표면과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 : 로망 졸리벳(Romain Jolivet)

ENS 콘퍼런스 의장이다. 위성 및 지진 관측 기술을 사용하여 지진을 연구한다. 왜, 언제, 어떻게 이런 현상이 촉발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주로 두 지진 사이의 조용했던 시간대에 중점을 두었다.

 

저자 : 장 아르튀르 올리브(Jean-Arthur Olive)

ENS 지질학 연구소의 CNRS 연구원이다. 그는 지각판 경계에서의 변형 물리학과 퇴적물, 열수 및 마그마 과정과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

 

저자 : 알렉산더 슈브넬(Alexandre Schubnel)

ENS 지질 연구소 소속 교수이며 CNRS의 연구 책임자이다. 그는 최대 150km까지의 압력과 온도 조건을 재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암석과 지진의 역학을 연구했다.

 

그림 : 도나티엔 마리(Donatien Mary)

스트라스부르 미술학과를 졸업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조각가이다.

 

역자 : 신용림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후 통번역 활동을 해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스페셜 매거진 2』, 『블랙 위도우 : 포에버 레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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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베이식 아트 2.0
제이콥 발테슈바 지음, 윤채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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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마크 로스코』는 한 위대한 화가의 작품집이기도 하고, 그의 일생을 기록한 전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미술사 거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 베이식 아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판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1985년 피카소 작품집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으로 거듭났다. 그 이후 간결하고 얇은 작가별 도서는 200여 종이 넘게 제작되었고, 20여 개 국어로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뛰어난 제작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훌륭한 삽화와 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책이 지닌 주제 의식은 활력이 넘치면서도 어렵지 않아 가까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5년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이후 15년 만에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이번 〈베이식 아트 2.0〉 시리즈는 전보다 더 커진 판형과 도판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한 작품 이미지를 전달한다.

마크 로스코(1903-1970)는 예술가의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옹호자였다. 작품 해설이나 구분에 반대한, 뉴욕에서 처음 형성된 추상표현주의 운동의 핵심 주역이었지만 로스코는 레이블*을 거부하고 ‘그림과 관람객 사이의 완전한 경험’을 주장했다.

*레이블은 라벨(label)이라고도 하며, 인쇄하여 상품에 붙여넣는 조각을 가리킨다. 종이, 중합체, 옷, 금속 등의 물질로 된 조각이다. 표찰이라고도 한다. 때로는 레터(letter)라 하여 포장에 첨부하거나 인쇄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블은 제품의 기원 제조업체(예: 브랜드 이름), 용도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중에는 영국]이나 미국에서의 음식 등에서 법에 의해 관리될 수 있다. ① 라벨의 효과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게 하고, ② 상품의 내용을 확신시켜 판매를 촉진하며, ③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표시하여 사용자에 편의를 제공하고 보호하는 수단이 되는 데 있다.

 


 

비유적인 작품들에 이어 로스코는 빨강, 노랑, 황토, 적갈색, 검정 및 녹색 등 대담한 색상으로 현재 그를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반짝거리고 생동감 있는 색 덩어리로 인간의 모습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상징적으로 표현하거나 모양을 넣었다고 강조한다. 이 강렬한 색채 형태는 인간의 모든 비극을 담고 있다. 그와 동시에 로스코는 작품의 표현 가능성에 대해 관객이 명시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는 “그림은 민감한 관찰자의 눈에서 확장되고 빨라진다”고 믿었다. 이 책은 로스코의 지적인 사고와 초기부터 가장 유명한 색채 분야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극적이고 친밀하며 혁명적인 작품의 영향력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제이콥 발테슈바는 박물관 전시 작가 및 비평가이자 독립 큐레이터다. 앤디 워홀 등 20세기 거장들에 대한 공부가 깊고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등 20세기 화가와 팝아티스트들에 대한 책을 다수 출간한 미술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로스코는 지식인이자 사상가이며 매우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과 문학을 사랑했고 철학, 특히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신화에 심취했다. 친구들은 로스코를 까다롭고 불안하며 성미가 급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급하긴 했어도 다정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로스코는 이후 추상표현주의자들로 알려진 미국인 미술가 운동의 주역이었다. 양차 대전 사이에 뉴욕에서 결성되어 뉴욕파라고 불린 이 그룹은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국제적 인정을 받았던 최초의 미국인 미술가 그룹이다. 로스코를 포함, 이 그룹에 속했던 많은 이들이 오늘날 전설이 되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일생을 풀어낸다.

 


 

저자는 책에서 마크 로스코(1903~1970)는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에 혁명을 일으킨 미국인 화가 세대에 속한다고 구분한다. 로스코는 다양한 형상적 표현으로부터, 관람자가 회화와 맺는 적극적 관계에 뿌리를 둔 추상양식으로 이르는 양식적 발전은 회화에 있어서의 급진적 비전을 구체화했다. 로스코는 이러한 관계를 '회화와 관람자 간의 완전한 만남의 경험'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내 그림과 관람자 사이에 놓여서는 안 된다"라는 말에 따른 분석이라 한다. 저자는 로스코의 색 구성은 관람자를 내적 빛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주로 관람자의 경험 즉, 작품과 수용자의 언어적 이해를 넘어선 합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로스코는 "어던 기호들로도 우리의 회화는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이란 회화와 관람자 간의 완전한 만남의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예술 감상이란 정신적 존재들 간의 진정한 결혼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결혼에서 초야를 치르지 않는 것이 무효선언의 근거가 되듯이 예술에서도 완전한 만남의 결여는 무효 선언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는 점을 들어 평가한다.

저자는 19세기 후반 이래 현대미술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특히 파리 같은 활기찬 도시들이 현대미술 발전의 중심이 되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1차 대전, 2차 대전 이후부터 미국 미술이 점점 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미국이 떠오르면서 경제와 문화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 주도적 흐름이 형성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로스코가 이 흐름에 존재하며 역할을 주도했고, 협력했다는 분석으로 보인다. 이른바 '뉴욕파'의 주역으로서 로스코가 활동한 것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실제로 1952년 근대미술관에서 열린 〈15인의 미국인전〉을 통해 뉴욕파는 국내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로스코를 설명하기 위해 추상표현주의 등 미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추상표현주의라는 용어는 양식보다는 과정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행위에 의해 도출된 산물 즉, 예술작품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 그 자체의 작용으로부터 느끼는 것 즉,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운동의 주창자들에는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아돌프 고틀리브, 로버트 머더웰, 프란츠 클라인, 클리포드 스틸, 바넷 뉴먼 그리고 마크 로스코가 있다. 그들 모두는 유럽 미술 특히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 그리고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마송, 몬드리안, 탕기, 샤갈 같은 나치 시절에 미국으로 이주해 온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이 작가들의 작품이 시각적으로 같은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은 뉴욕 근대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로서 그 가운데는 모네의 후기작, 마티스, 칸딘스키, 마누엘 오로스코와 그 밖의 멕시코 벽화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었다.

저자는 '추상표현주의 운동'을 화가 일리엄 자이츠의 말을 들어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완벽함보다는 표현을, 완성보다는 활력을, 휴식보다는 동요를, 알려진 것보다는 미지의 것을, 분명한 것보다는 베일에 싸인 것을, 사회보다 개인을, 외부적인 것보다는 내부적인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추상표현주의는 정해진 강령을 가진 단일한 운동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입장을 가진 느슨한 연합형태의 그룹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추상표현주의가 등장하기 전 1차 대전 이후 미국의 미술계에는 두 개의 흐름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이다. 전자는 근면하게 일하는 시골 사람을, 후자의 작품은 대공황 시절의 미국 도시 생활을 반영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45년에 걸친 마크 로스코의 활동 시기는 리얼리즘 시기(1924~1940), 초현실주의(1940~1946), 과도기(1946~1949), 고전주의 시기(1949~1970) 등으로 나뉘는데 이 모두를 그의 작품에 반영됐다고 저자는 확인한다.

 


 

이 책 『마크 로스코』는 모두 8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저자가 그의 일생과 작품 활동, 활동 무대, 작품 경향을 종합 분석해 시대를 구분한 데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1장 「드라마로서의 회화」, 2장 「러시아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거쳐 뉴욕으로」, 3장 「마르쿠스 로트코비치, 마크 로스코가 되다:신화와 초현실주의」, 4장 「멀티폼-고전 회화에 이르는 길」, 5장 「로스코의 벽화와 팝아트의 대두」, 6장 「로스코 예배당과 테이트 미술관」, 7장 「로스코의 죽음과 유산」, 8장 「마크 로스코 삶과 작품」 등이다. 2장 「러시아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거쳐 뉴욕으로」는 로스코가 러시아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이 책과 두산백과에 따르면 로스코는 1903년 러시아의 드빈스크에서 마르쿠스 로스코비츠(Marcus Rothkowitz)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유대인으로 1913년 가족이 모두 미국 오리건주(州) 포틀랜드로 이민을 왔다. 1921년 예일대학교에 입학했으나 3년 만에 학업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들어가 맥스 웨버(Max Weber) 밑에서 공부했다. 웨버를 통해 컬러 페인팅 화가이자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밀턴 에이버리(Milton Avery)를 만났다. 에이버리는 로스코 회화의 초기 발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935년에 추상미술과 표현주의에 찬성하는 미술가 그룹인 ‘10인회’을 창립했다. 그리고 미국 미술가 협회와도 그룹전을 개최했다. 초기의 작품은 종이와 캔버스에 주로 인물과 풍경을 그렸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인 《지하철 Subway》 연작이나 《거리 풍경 Street Scene》에는 치밀한 기하학적 구도의 휘황찬란한 도시 풍경 속에 정신적으로 고립된 익명의 인간 군상들이 부유하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의 소통단절과 외로움이란 주제를 발전시켰고,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소재로 변형해 그렸다. 비록 초기 구상회화이지만 이 작품들에서 이미 성숙기 회화의 특징인 수평과 수직의 구성과 색면 분할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

 


 

로스코는 유럽에서 나치의 영향력이 커지자 1938년 미국 시민권을 얻어 법적으로 완전한 미국인이 되었다. 1940년에는 이름도 마르쿠스 로스코비츠(Marcus Rothkowitz)에서 마크 로스코(Mark Rothko)로 개명했다. 이때부터 로스코의 예술은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후앙 미로(Joan Miro),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제작했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이 신화와 초현실주의 경향을 띠기 시작한 때가 로스코로 개명을 통해 미국인으로 거듭난 때와 함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때부터 로스코의 예술은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후앙 미로(Joan Miro),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제작했다. 이 당시 그는 초월적 세계와 원시미술 및 고대미술 세계와의 교감에 매료되어 있었다.

1943년 이후 추상화가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과의 우정은 로스코가 색면 회화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커다랗고 모호한 색면과 불분명한 경계선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의 캔버스는 절망부터 환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1940년대 말에는 재현적인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물감이 캔버스 속으로 배어들게 하여 더 개성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로스코는 1950년에 뉴욕 화파의 일원이 되었고, 1954년부터는 시드니 재니스 화랑의 전속작가가 되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60년에는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며 당대 최고의 작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로스코는 자신의 사회적 명성에 대해 기꺼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미술적 진보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지 않았는지 두려워했다. 또한 예술이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극도로 불편해했다. 1964년 이후 로스코는 주로 어두운 색이 지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말기 작품에서는 단 하나의 수평선으로 화면이 양분되는 등 구성이 더욱 단조로워지고 무거움과 우울함의 정조가 짙게 드리워졌다. 결국 그는 우울증과 건강의 악화로 1970년 2월 25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으나, 전쟁이 극심했던 시기에 로스코는 급격한 양식 전환을 꾀했다.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은 친구 아돌프 고틀리브와 함께 작업하던 시기에 나왔다. 로스코는 어떤 것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야 할지에 대해 고틀리브와 끊임없이 토론을 벌였다. 이 두 화가는 미국 회화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 또한 이들은 로스코가 지하철 그림 이후에도 피투라 메타피시카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했다. 토론에 자주 참석했던 바넷 뉴먼은 이들이 처했던 딜레마에 관해 훗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 광기어린 세계대전의 대량 파괴 앞에 황폐해져가는 세상의 도덕적 위기를 감지했다..... 따라서 예전처럼 꽃이나 누워 있는 나신, 첼로 연주자 같은 것들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p.32)

 

저자 : 제이콥 발테슈바

 

박물관 전시 작가 및 비평가이자 독립 큐레이터다.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마르크 샤갈, 알렉산더 칼더,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및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작품에 관하여 수많은 책을 출간했다. 그는 뉴욕과 파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역자 : 윤채영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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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선사해준 사람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살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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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작품 『별을 선사해준 사람』은 표제어부터 매우 서정적이고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겨나온다. 20세기 초반 세계적 격동기를 지나 차츰 안정돼 가는 무렵 미국은 다시 한 번 대공황이라는 엄청난 시련에 부딪친다. 이 무렵 미국은 이미 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서 격랑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유럽 세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발전에 본격 시동을 걸 무렵이다. 유럽에서는 제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쓸 때 미국 사회는 전승국인 데다 발전된 산업 기반으로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던 때이기도 하다. 호사다마일까, 한바탕 전승국으로서의 유희를 끝낸 미국 사회에 예기치 못한 경제대공황이 불어닥친다. 이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경제부흥을 위해 내세운 '뉴딜 정책'으로 팔을 걷어부친 경제 재건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

이 소설은 숨 막히는 영국에서의 생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 앨리스는 잘생긴 미국인 청년 베넷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의 역동적인 재건 바람을 듣고 훨씬 자유롭고 역동적인 미국 사회를 동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켄터키 또한 밀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밖으로 드러난 풍요로운 땅, 검소한 생활, 국민이 강한 나라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고 되찾는 데는 짧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터였다. 1930년대 말 미국 대공황의 막바지로 접어들자 차츰 경제부흥에 성공이라는 확신이 들 무렵 미국 정부는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이동 도서관’을 실히한다. 이 제도는 대통령 영부인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도서관까지 찾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말을 타고 외진 곳까지 가 직접 책을 빌려주는 책 대여 시스템이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이 사업은 잔혹한 현실과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시기의 미국 켄터키주 동부의 탄광촌 깡시골까지 미친다. 어느 날 앨리스는 여성으로 구성된 사서 팀을 모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단번에 합류를 결정한다. 그리고 함께 뜻을 모은 다섯 명의 사서. 품속에 책을 넣은 채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켄터키의 풍경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사서.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켄터키주 동부의 탄광촌 깡시골은 당시 만연했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인종, 계급, 성별, 장애를 비롯한 인권과 관련된 갈등과 전반적으로 평등하지 못한 사회 인식 문제를 다각도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루즈벨트 대통령과 영부인의 주도로 공공사업국에서 1935~1943년에 실시했던 ‘이동 도서관’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이 다섯 명의 사서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당시 미국의 이야기다.

미국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시집온 영국인 앨리스 반 클리브, 베일리빌에서 안 좋은 쪽으로 명성을 떨쳤던 밀주업자의 딸 마저리 오헤어,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의 외동딸로 자란 베스 핀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이지 브레이디, 유색인 소피아 켄워스까지 각기 다른 성향과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의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성별, 집안 환경, 장애, 인종, 출신지 등 수많은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로막힌다. 이 다섯 명의 사서 역시 본인들이 지닌 시대적 약점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본래의 자신을 잃어갔다. 이동 도서관을 통해 쌓아가는 사랑과 우정은 이들을 원하는 곳으로 안내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심어준다.

 

 

이 시기의 미국 농촌에서는 지식의 바람이 불었다. 이동 도서관 사업은 배움의 기회가 현저히 적고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이가 태반인 산속 주민들을 문명의 앞에 한 걸음 다가서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바람은 켄터키주 베일리빌까지 불어와 ‘윤리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에 갇힌 삶을 살던 여성들의 닫힌 생각을 일깨워준다. 말을 타고 깊은 산속의 집집마다 직접 방문하여 책을 빌려주는 이동 도서관의 사서들은 마저리를 중심으로 앨리스, 베스, 이지로 구성되고 후에 소피아가 합류하여 이들을 지원한다. 처음에는 이웃의 방문조차 꺼리며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경계하던 산속 주민들은 점차 이 네 명의 여성 사서들의 진심과 정성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배운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격언이다. 배운 사람들은 캔터키 깡촌까지 찾아들 리 없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평등, 인종 차별, 장애에 대한 인식, 노사 갈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비롯한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고충에서 보면 말 그대로 사회 사각지대다. 그러나 이들이 사각지대에 갇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것은 배우지 못해서이다. 그 무지는 모르는 것뿐만이 아닌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더 문제일 것이다. 주변을 위해, ‘나’를 위해 비난하거나 포기하기 전에 타인을 알고 ‘나’를 마주보려 노력한다면,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이 책은 주목한다.

 


 

다섯 명의 사서들도 각자 개성이 강하다.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오지만 기대와는 확연히 다른 결혼 생활에 실망한 앨리스.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남편과 부부의 일에 너무 깊게 관여하고 보수적인 시아버지 사이에서 지쳐가던 그녀는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동 도서관 사업의 사서로 지원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 마저리는 마을에서 유명했던 폭력적인 밀주업자 아버지의 아래서 자라 보수적이고 신앙심 강한 마을에서 유독 자유롭고 자기주장이 강한 튀는 성격의 소유자다. 마을 이동 도서관 프로젝트의 주축으로 다른 사서들을 이끌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앞장선다. 그녀에겐 그녀와의 결혼을 원하는 오랜 연인 스벤이 있다.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마저리의 신념으로 인해 결혼하지 않고 연인의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세상에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신념만이 가득했던 마저리는 이 사업을 통해 겪는 모종의 사건들과 예기치 않은 출산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나간다.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라 거칠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베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자신없는 태도로 일관했던 이지 역시 이동 도서관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일에 보람을 느끼고, 사서들끼리 우정을 나누면서 자신의 세상을 깨고 나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사서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간에 합류한 유색인 소피아 역시 자신의 잘못이 아닌 그저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로 세상에 소극적이던 태도를 우정을 위한 용기로 바꿔나간다.

 


 

이렇듯 각기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진 다섯 명의 여성 사서들은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채 바보 같은 인형처럼 그저 예쁘게,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동 도서관 사업을 통해 서로를 만나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믿음을 키워 나간다. 또한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해나가며 고난이 닥쳐와도 서로를 홀로 고통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우정과 애정을 보여준다. 이는 스스로가 알을 깨고 나오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무엇을 위해 맞서고, 무엇을 위해 희망하고 사랑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자신의 선택을 믿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경직된 사회 문제들을 실제 역사적 배경에 빗대어 풀어나간 이 책은 이유도 모른 채 만연한 서로를 향한 증오의 목소리를 누르고 상처받은 개인에게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들의 삶이 얼마나 잔인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사서들에게 도서관은 도서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들에게 도서관은 내면의 공허함, 의지, 생각, 주권, 의무, 책임, 투쟁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의 디딤돌이다. 평등을 잊은 사회 속에선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여성은 미소를 짓고 움직이지 않으며 소리 없이 그저 장식하는 존재가 아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말을 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할 이유도 없으며 노동자는 노예나 소모품이 아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마음껏 이룰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누구도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다름이 불쾌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조조 모예스의 좋은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재미와 희망을 간절히 기다린 독자들에게 사랑, 혐오, 기쁨, 우정, 고통, 슬픔, 분노까지 모든 종류의 감정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또한 책 속의 눈부시게 용감하고 활기차고 영리한 여성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 남성들이 우상화하던 여성이라는 존재를 추모하게 될 것이다.

 

“스벤, 내겐 아무것도 없어. 자유도 없고 존엄성도 없고 미래도 없어. 내게 남은 거라곤 이 애, 내 심장,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다른 삶을 살길 바라는 희망뿐이야. 그러니 날 사랑한다면, 내 부탁을 들어줘. 내 딸이 어린 시절에 감옥이나 찾아다니는 걸 바라지 않아. 당신과 아이가 매주, 매년, 주립 교도소에서 머리에는 이가 들끓고 구정물 냄새를 풍기면서 시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런 모습을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우리 애를 행복하게 해줘. 내 이야기를 할 때는 이 이야기 말고, 찰리를 타고 산속을 다니던 이야기를 해줘. 내가 사랑하는 일을 했던 이야기를.” (p.354)

 

저자 : 조조 모예스(JOJO MOYES)

런던에 있는 로열 홀로웨이 대학(RHBNC)에서 공부했고, 시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웠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디펜던트」에서 1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팔린 『미 비포 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 비포 유』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첫 책인 『Sheltering Rain(비를 피하기)』 이후 『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더 라스트 레터』 『스틸 미』 등의 소설을 썼는데, 모든 작품이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46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4,000부 이상 팔렸다.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붙는 그는 로맨스 소설 협회상을 두 번 받았다. 최신작 『The Giver of Stars』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역자 : 이나경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메리, 마리아, 마틸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 스티븐 킹의 『샤이닝』, 『피버 피치』, 조조 모예스의 『애프터 유』, 제프리 디버의 『XO』, 제시 버튼의 『뮤즈』, 『살아요』, 『배반』, 『좋았던 7년』,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세이디』, N. K. 제미신의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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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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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보편적이지만 용기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불안을 느끼지만, 모두가 그것을 이겨 낼 용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용기는 삶에서 얻은 작은 성취들을 쌓으며 학습하고 배우는 것이다. 이 책에 용기를 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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