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 스물다섯, 저마다의 이야기 그리고 인터뷰
황연웅 지음 / SISO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부모를 잃은 사람, 꿈을 찾아 왔지만 그속에서 내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래도 스물다섯을 훨씬 지나온 독자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무한한 나이이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도전해볼 나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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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 스물다섯, 저마다의 이야기 그리고 인터뷰
황연웅 지음 / SISO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은 처음 접할 때 제목이 몹시 끌렸다. 긴 인생을 살아온 노 작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인 것으로 보였다. 요즘 에세이가 대부분 그렇듯 위로와 공감을 바탕으로 잔잔한 삶의 모습들을 얘기하면서 혹시 독자들이 받았을지 모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쓴 책으로 느껴졌다. 독자가 부제를 자세히 읽지 않은 탓이었음을 고백한다. 저자 황연웅은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이 책을 썼다고 해서 도대체 얼마나 삶을 살았다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의아해 했는데 의문은 책을 펼치면서 풀렸다.

저자가 좋아하던 A라는 친구에게 선물 받은 노트에 저자와 같은 스물다섯 살의 이야기를 인터뷰식으로 담은 책이라는 것이다. 마음 치유 에세이가 아니라 스물다섯 살 또래의 이야기를 삶의 현장에서 인터뷰해 그 내용을 실은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어서는 저자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는 없는 일인데... 조금 아는 척하는 독자에 저자는 일침을 가한다. 이 책에는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부모를 잃은 사람, 꿈을 찾아 왔지만 그 속에서 내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나타난다. 저자는 현재 자신의 삶을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같은 또래의 스물다섯 명을 인터뷰해 자신의 생각과 연결함으로써 지금 대한민국 스물다섯 살의 청춘남녀의 삶의 모습과 안고 있는 고민 등을 알리려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이 때문에 생각보다 인터뷰는 분량이 적었고, 인터뷰이와의 연결고리와 작가의 이야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읽는 동안 독자가 25살이었을 때의 상황과 비교도 되고,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등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아 오랜만에 차분하게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또 독자 세대와 비교도 하고 변화된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중심 즉 인생관이 정착된 게 언제냐고 물으면 20대라고 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을 가고 남성의 경우 군 복무까지 마쳐야 하므로 사실 20대 중반까지 확고한 인생관을 세운 사람은 드물 것이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사회를 조금 살아본 20대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는 인생관을 세우기가 버겁다. 독자도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30대 중반에 가서야 세웠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확고한 인생관을 갖고 살기가 불확실한 시대였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는 아니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였고, 미래가 '예측불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합리적인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래도 아직은 자본주의에 덜 물들었는지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돈'은 없었다. 오히려 돈을 배제시켜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고전적, 유교적 가치관이 많이 반영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직업관도 돈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택하겠다고 확고하게 세울 때까지는 오히려 자유스러웠던 것 같다.

 


 

이 책은 20대와 30대 가운데서 선 청춘들의 생각을 매우 잘 정리한 세 가지의 챕터로 나뉘어 구성됐다.

소심과 용기 사이

평범과 비범 사이

젊음과 슬픔 사이

처음 페이지를 열었을 때 조금 당황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나 허례도 허식도 없는 그들의 말에 독자로서는 조금은 부끄럽기까지 했다. 25개의 청춘은 각기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어는 직전 인터뷰이가 말한 단어를 다음 인터뷰이에게 던진다. 어떤 이들은 그 말에 추가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부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현재에 '솔직하다'는 것이다. 감정에 어떤 화려한 수식도 없다. 한 명 한 명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쓴 저자에 대한 느낌은 대견하다에서 경이로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독자의 경우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사회로 나가기 직전 불안감은 취업이나 직업에 대한 것보다 사회 정의나 소득재분배 같은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자본주의 시대에 젖어드는 산업화 시대에 학교를 다녔지만 '돈'이나, 돈과 직결되는 '직업'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일을 하려 한다면 먹고 살 만큼 할 일은 많아서일까.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이 없어서일까. 그때는 대학을 서울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본인이 원하면 웬만한 직장은 갈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돈을 많이 받는 직장이나 권력을 향하는 직업은 요즘과 다르지 않았지만. 아무튼 직업 선택에 대한 고민과 '돈'에 대한 개념이 다른 '세대차'를 느끼게 해 독자로서는 약간은 서글프기도 하다.

 


 

모두가 그렇듯 똑같이 주어지 시간, 같은 시기를 보내게 되면 누구는 한 걸음 먼저 나아가고, 누구는 갈 길조차 정하지 못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나이와 무관한 것이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며 여러 고민을 마주하는 것이다. 때문에 동시대를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산 사람과는 감성적, 이성적 차이점을 보인다. 사회적 이슈이든 개인적 삶의 경제적 문제이든 공감하기 쉬운 이유다.

그럴 때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나의 주변은, 나의 또래는, 나와 같은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저자는 쓰인 것 하나 없는 빈 노트를 건네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겠다 다짐했지만, 막상 무엇을 채워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마치 빈 페이지가 멈춰 있는 자신의 모습과도 같다고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 다른 사람이 저자가 마주한 스물다섯의 친구이기도 했고, 낯선 누군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흔들리던 지난날에서 벗어날 힘을 얻고, 조금식 앞으로 나아갈 여유를 찾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다. 스물다섯 살은 처음이라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이십 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나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과 군대, 취업 등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나이다. 그래서 책 속 이야기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스물다섯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스물다섯,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격려와 안부이기도 하다. 분명 그 안에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책을 읽으며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되는 이유다.

 


 

나는 둥지에 홀로 남은 털 뭉치였다. 그런데 둥지가 더 비좁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너는 둥지를 벗어났다. 둥지는 알과 같았다. 전부였던 내 세상은 다시금 깨야 할 알이 되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는 날아갔다. 나만 이리 어려운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하고 싶은 걸까? 너무 큰 자유 앞에 갈 곳을 잃었다. 방향을 찾지 못해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만 바라보며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둥지를 떠난 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p. 13)

 

N과 여행하며 많이 다퉜다. 한번은 휠체어가 이유였다. N은 휠체어 타는 것을 정말 싫어했고, 난 여행 때마다 휠체어를 타자고 말했다. N은 목발이 있으면 걸을 수 있다며 매번 휠체어를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오늘 들르기로 한 곳이 세 군데라 휠체어를 타야만 전부 볼 수 있다고 말했고, N은 휠체어가 없어도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쓰러진 자전거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고집을 부린 사람은 나였다. 굳이 세 곳을 모두 돌아봐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루 한 곳만 가도 괜찮았다. 우린 우리의 속도로 가면 되었다.(p. 104~105)

 


 

A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울하게 만들려고 꺼낸 말이 아니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고, 꿈을 꾸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야 했다. 욕심만 쥐고 있던 손을 놓아야 다시 쥘 수 있었다. 스무 살의 내가 하얀 미래에 그림을 그리듯, 다시 노트를 채우고 싶었다.

“그런 표정 하지 않아도 돼. 난 여전히 여기 앉는 걸 좋아해. 스무 살 때처럼 나를 믿고 싶어서, 여기 앉을 때마다 다짐을 하나씩 하거든.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앉아 있잖아. 그러니깐 다짐을 하고 싶어서 여기 앉자고 했어. 네가 준 노트 있잖아? 그 노트에 다시 글을 쓸 거야. 지금 내 꿈은 일단 노트를 채우는 거야.”(p. 149)

 

노트를 채우는 과정은 나를 보이는 작업이었다.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문장이 써졌다. 그렇기에 줄곧 노트를 채우는 일이 어려웠다. 나는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도통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했다.

노트를 채우는 일은 그런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었고, 변화는 차근차근 일어났다. 나를 인정하는 일은 의외로 재밌었다.(p. 226)

 

저자 : 황연웅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 목소리가 묻어나는 단어를 주웠다. 그렇게 단어가 많이 쌓이면 ‘나를 설명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단어들을 이 책에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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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잘못됐습니다 2 : 실천편 - 최신 의학이 검증한 진짜 건강한 식사법 70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마키타 젠지 지음, 문혜원 옮김, 강재헌 감수 / 더난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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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 2』는 전작에 따른 실천편으로 「건강한 식사법 70가지」가 들어 있다.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식사를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식사가 잘못됐습니다』가 인기리에 판매되며 올바른 식사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번에 「실천편」을 펴내게 된 것. 전작은 오랜 세월 비만의 원흉으로 지방이 지목되어 왔지만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진짜 범인은 탄수화물이라는 사실이 밝혀 책으로 펴낸 것이라면 실천편은 잘못 섭취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경고와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주며 우리 몸에 잘 맞는 식사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또 탄수화물은

체내의 소화, 흡수 시스템을 교란하여 만성적인 피로와 컨디션 저하는 물론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질병과 노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전작에서 밝힌 데 이어 이번 책에서는 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예방법은 물론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즉 정확한 식품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식사를 통해 건강하게 장수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건강관리와 올바른 식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인체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생화학을 바탕으로 비만, 노화, 질병이 발생하는 구조의 해설부터 매일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까지 70가지 식사법을 제시한다. 3대 성인병으로 알려진 암, 심근경색, 뇌졸중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해설을 곁들여 올바른 식사법을 안내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서장(序章)을 포함해 6개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중심은 건강한 식사법이다.

 

서장. 더이상 가짜 증거에 속지말자

잘못된 식사 정보가 왜 퍼지는지, 진실이 왜곡되는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가 마주해야 할 올바른 식사란 무엇인지 살펴본다.

1장. 근거없는 소문을 정확히 꿰뚫어보자

세상에 넘쳐흐르는 정보, 식품과 관련된 '카더라식' 정보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잘못된 부분을 짚어본다.

2장.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오해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로 3대 영양소를 잘 섭취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뿌리째 바꿔야할지도...

3장. 마트에 가서 아무거나 집지 말자

식품별로 가장 효과적인 식사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4장. 병은 음식에서 오고 음식으로 물리친다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혈당치를 마구 높이거나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 식사를 통해 잘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5장. 병원만 제때 잘 가도 100세까지 살 수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은 없다'는 전제로 생명에 지장을 주는 병을 조기 발견하는 방법, 치료와 관련하여 최신, 최선의 방법을 소개한다.

 


 

너무 늦은 건 아닐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인 조언을 받아보고 싶은 중년의 독자들은 이 책을 다 읽을 무렵 하나의 결심이 설 것이다. 독자도 그랬다. '정확한 식품 정보를 알고 올바른 식사법에 따라 결코 많지 않은 양의 식사를 습관화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AGE 마키타 클리닉 원장이자 당뇨병 전문의인 마키타 젠지가 쓴 책이다. 혈중 AGE측정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일류 의학 잡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2003년부터 당뇨병을 비롯한 생활습관병, 비만치료를 위해 'AGE마키타 클리닉'을 개업했고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환자를 진찰했다. 최근 몇 년간 식사와 건강에 관련하여 놀랄 만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저자가 신뢰도 높은 의학 논문에서 여러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식품과 건강에 관한 수상한 정보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는 '카더라식'의 정보도 많다.

사실이 아닐 것 같다고 느낀 소비자도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기에 그대로 묻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되는 것인데, 인간의 사고에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어 누구에게나 지금까지 믿었던 정보가 틀렸다고 인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식품 중 자신에게 필요하다 싶은 것에 대한 각종 정보를 많이 수집해 판단하고 알기 어려울 경우 의사나 약사와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저자는 마트나 편의점 선반에서 자주 보는 식품 중에도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이 많으며 이 사실을 잘 알아둘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식사가 산업이 된 이상 때때로 우선시 되는 것은 사실상 소비자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대한 식품 기업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가 더 먹고 싶어져 여러 번 사 먹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들로 소비자가 반복해서 사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공을 시도한다.

또 전 세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당질을 섭취한다. 하지만 당질은 혈당치를 좌우하고 있으며 우리의 기분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당질을 섭취하고 혈당치가 급상승하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이라 하는 뇌내 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고조된다는 것. 당질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되면 뇌의 만복중추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란 호르몬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즉 포만감이 없어져 끊임없이 먹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지방이 아니라 밥이나 빵으로 대표되는 당질과 관련이 있는데, 전문가를 포함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가 높은 식품 때문에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는 식품 정보와 상식을 잘못 아는 데서 기인한다.

이와 함께 5대 영양소 섭취를 골고루 해야 하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체질에 따라 영양소 비율을 달리하여 섭취해야 된다는 것. 이밖에도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트러블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지방 때문이 아닌 당질 때문이라고 말한다.

식품에는 성분 표시들이 나와 있는데 나트륨을 예로 들자면 1그램이라 표시되어 있으면 소금이 1그램 들어 있는것 같지만 나트륨 1그램은 소금 2.54그램에 맞먹는다고 바로잡는다.

 


 

탄수화물을 줄여서 당질을 줄이는 습관 들이기, 지방은 더 섭취해도 괜찮지만 부족할 때는 되레 눈에 보이게 건강이 나빠진다고 한다. 단백질은 늘리지도 줄이지도 말라고 주의를 주고, 특히 단백질 보충제는 연구 결과 신장기능을 나쁘게 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잘못된 정보들을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바로 잡아주는데 모르고 먹고 살아왔던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거의 전부'인 것 같다. 식사가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제대로 검사를 받고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하는 일에 달렸다고 한다. 반드시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은 없다는 것. 우리 주변에는 식사에 주의를 기울여도 건강검진에는 무신경한 사람이 많다.

종합건강검진은 1년 또는 2년에 한번 꼴로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검사 외에도 대장, 위, 갑상선 등 추가적인 검사도 한다. 하지만 종합검진으로도 발견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CT 검사 또한 정기적으로 받는 걸 권장하고 있다.

CT 검사로도 암을 초기단계에 잡아내기 위해서는 종합검진 외에도 CT 검사를 별도로 더 받아보는 걸 추천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CT의 경우 밀리미터 단위로 몸의 단면사진을 최대 100장까지 찍어내어 작은 암이라도 확실하게 잡아낸다고 한다. CT 촬영은 비용 면에서도 MRI 촬영보다 훨씬 싸다. 다만 방사선 주입 때문에 일년에 2회 이상은 검사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사전에 의사들이 CT 촬영전 묻기도 하지만 사전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년에 2회 이상만 아니면 받아도 몸에 피해가 없으니 횟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점이 믿음직하다. MRI보다는 CT가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암의 경우 조기증상도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CT로 몸 안의 단면을 촬영하면 갑상선암, 폐암, 간장암, 췌장암, 담낭암, 신장암, 방광암, 난소암 등 대표적이고 치료가 어려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심근경색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일 경우 심근경색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사망할 때가 있는데 이는 합병증으로 인한 신경장애로 인해 협심증 증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사망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만 들어도 무섭지만 이를 무통성 심근경색이라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심근경색이 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관상동맥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일러준다.

엄격한 시험을 거쳐 승인된 의약품과 달리 영양제는 가짜도 많이 판매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효과가 기대되는 영양제를 섭취할 때 함유성분량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저렴한 제품은 알약이 커도 함유된 성분이 적다고 한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혈액검사로 빈혈을 검사할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은 빈혈에 걸리기 쉬우며 철분이 부족한 경우도 많으나 남성에게는 빈혈 증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남성에게 빈혈이 있다면 위나 대장과 같은 소화기에 암이 있거나 어딘가에 출혈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빈혈 예방을 위해서는 철분을 함유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게 좋은데 이 정도는 학교 다닐 때 배워서 알고 있는 수준이다.

평소 요리할 때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용하면 시간을 들여 조릴수록 냄비에서 철분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주의할 부분이 알루미늄 냄비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 알루미늄 냄비에 조리하면 알루미늄이 나오는데 철은 배출되지만 알루미늄은 체내에 쌓이기 때문이라고. 만약 뇌에 쌓이면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하니 알아두고 주의할 일이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20-30년 전에는 사실이었던 의학적 권고나 정보가 이제는 사실이 아닌 경우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책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 2』는 최신 의학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을 바로 잡아주고 일반인들이 질병 정보나 건강검진 지침에 대해 쉽게 이해 가능하도록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장점이다. 식습관과 건강에 관심이 두면 질병으로 일찍 사망하거나 고생하는 비율이 훨씬 줄일 수 있으리란 확신을 이 책은 준다. 일반 독자들도 잘 읽고 익혀 습관처럼 사용하면 가정전문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만한 책이다. 이미 만성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예방을 위한 분들 모두 공히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 건강한 장수를 누리기에 많은 건강지식이 녹아 있다.

 

저자 : 마키타 젠지

 

일본의 저명한 당뇨병 전문의. 홋카이도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홋카이도 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다키카와시립병원, 도마코마이시립병원에서 당뇨병 전문의로 근무했다. 뉴욕 록펠러 대학교에서 당뇨병 합병증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AGE를 5년 동안 연구했다. 홋카이도 대학교 의학부 강사를 거쳐 구루메 대학교 의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3년부터 당뇨병을 비롯한 생활습관병,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AGE 마키타 클리닉을 도쿄 긴자에 열고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저서로 『탄수화물 제한으로 살 빠지는 레시피』, 『늙지 않는 사람은 이것을 먹고 있다』, 『당뇨병으로 죽는 사람, 사는 사람』, 『당뇨병엔 밥보다 스테이크를 먹어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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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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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을 통해 일상을 기록한 일기 같은 에세이다. 담백한 흑백사진 하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일상의 기록처럼 황폐화된 가슴에 우리 일상을 되돌아본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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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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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시기였다. 지금도 예전의 일상이 아닌 '코로나 팬데믹 일상'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어 그나마 조금은 희망의 빛 한줄기쯤은 가슴속에 품고 산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거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누릴 수 없는 일상이 돼버렸다. 우리 대부분은 코로나 방역에 지칠 대로 지쳐가지만 또다시 예전처럼 함께 웃고 울며 사는 날이 되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힘겹지만 움츠린 채 살고 있다. 지난 한 해는 마스크를 쓰고 표정을 숨긴 채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삶 때문에 우리의 활기 차고 빛나는 일상은 온데간데없이 우울했다. 거리도 온통 잿빛이고 활기 없는 건물들은 휑하니 썰렁하기만 했다. 모두가 함께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 사진작가는 나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했다. 오롯이 렌즈를 통해본 우리의 삶은 우울한 기억을 깨우치지만 이런 상황을 함께 헤쳐왔다는 자긍심을 깨닫게 해준다. 또 앞으로 다가온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기대에 한껏 가슴을 부풀리고 신선한 겨울 공기를 들이마신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기도 전에 마주한 자신과의 많은 시간을 한 사진작가가 기록한 세상으로 들어가본다.

 


 

바쁘게 살다 보면 갑자기 몸이 아프기도 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몸이 아프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같은 세상을 살던 한 사진작가는 어느 날부터 늘 함께하던 술자리도 갈 수 없고 병든 몸으로 직장 생활도 못한 채 코로나로 닥친 통제된 세상과 맞닥뜨렸다. 그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르게 몸을 아끼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코로나바이러스마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픈 몸과 더불어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새롭게 맞이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돌면서 그는 불현듯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처럼 어지럽고 불필요한 감정은 내려놓고 좀 더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7년 전 사진으로 마지막 밥벌이를 한 이후 카메라를 처음으로 다시 들었다.

오랜만에 찍어서 낯설어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출근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그의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었다. 그렇게 일상을 다시 마주하기 시작했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좋았다. 그렇게 아픈 몸과 마음에 사진이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고 마음 치유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일상을 기록한 일기 같은 에세이이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화려한 수식이나 복잡한 문법이 아니라 담백한 흑백사진 하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짤막하게 자신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했다. 멋들어진 배경이나 인물은 없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주로 집(일산), 사무실(상암동), 출판단지(파주) 등 저자가 일상을 보내는 곳들 근처이다. 당초 의식하거나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의 대부분 사진과 기록이 코로나 시대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칫 단절과 외로움이 익숙해지기 쉽지만, 저자는 익숙한 공간들을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도록 사진으로 찍고 짧은 글로 말을 걸어온다.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느라 모두가 힘든 순간이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잠시 멈춘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그러면 새롭게 보이는 익숙하지만 낯선 일상이 마음에 쉼과 평안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이 책의 흑백사진들이 그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오늘의 짧은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된 포토에세이이다.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이 되고 어쩌다보니 코로나 속 일상의 기록이 함께 담겨 있다고 저자는 읊조린다. 맨날 보는 일상을 흑백 사진으로 찍어서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고, 흑백사진으로 계절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일상을 흑백사진과 메모식의 짧은 글로 정리했고, 감상은 독자몫이니. 각 장은 모두 흑백사진과 1 ~5 줄의 글로 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200여컷에 달한다.

 

1月 우두커니 햇살을 받는 나무처럼 올해도 묵묵히

2月 익숙하지만 오래된 겨울과 낯설지만 새로운 봄 사이에서

3月 이 비가 그치면 성큼 더 다가오겠지요?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4月 따스한 봄 햇살, 흐드러지게 핀 꽃이 마음에 불을 지르네

5月 눈부신 하늘, 예쁜 구름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에

6月 비가 내리고, 또 비가 내리고, 여름이 오기는 하늘 걸까?

7月 여름, 짙어가는 녹음은 눈동자를 찌르고 따가워진 햇볕은 피부를 찌르고

8月 저녁이 되면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네요, 찬란한 나의 여름이여

9月 자꾸 미련이 남는 여름과 갈 길 가야겠다는 가을의 경계에서

10月 소원을 들어주는 아름다운 달님은 올해도 뜨시려나?

11月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는 떠나는 가을의 몸짓인가 봐

12月 만남은 언제나 눈부시고 인연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흑백사진은 코로나로 멈춰버린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는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흑과 백, 명과 암의 기록, 즉 모든 장면을 추억으로 만든다. 아무리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흑백사진이 된 순간부터 열기를 잃어버린 듯 보이고, 건물 공간은 텅 비어 폐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기억 속의 모습은 모두 흑백으로만 존재한다. 암울한 도시, 빛 바랜 기억처럼...

독자는 사진을 공부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많은 작품 사진 속에서 작가들이 표현하려는 것을 알아내는 순간 묘하게도 짜릿한 느낌과 희열이 느껴지고 작가와 공감하는 순간엔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한다. 사진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은 사진이 예술의 한 분야로 대우 받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독자가 알기로는 있는 것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은 예술적 감각이 불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예술의 범주에 넣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진 예술을 하는 분들은 사진 찍는 순간 사진 작가의 감각이나 감성, 바라보는 각도나 보이지 않은 것을 사진 속에 담아내기에 사진은 예술임을 주장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 쪽도 저 쪽도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진 전문가인 후배에게 들은 말로는 사진으로도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 추구하는 예술성을 얼마든지 사진에 투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타당성이 있고 설득력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컬러화 돼 지금 흑백사진은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작품 사진을 하는 분들은 흑백사진을 고집한다. 줄곧 흑백사진만을 찍는다는 것. 흑백은 오래 남기기 좋고(컬러사진에 비해) 명암이나 빛과 그림자를 강조하는 등 대조적 표현을 강조할 때는 컬러사진이 갖지 못한 오묘한 예술적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옛날 1970년대 이전의 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다. 컬러사진 기술(카메라 등)도 시원찮았고, 인화하는 기술도 지금처럼 정밀하지 못한 시절의 사진들이다. 무엇보다 컬러사진은 필름값도 엄청나게 비싸서 함부로 개인용으로 찍기에는 어려웠다고 한다. 출판계나 인쇄계에서도 컬러 원판이 지금처럼 정밀하지 못하는 데다 인쇄술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 정밀하지 못해 잘못 인쇄될 경우 매우 조잡하게 보이기 때문에 컬러사진을 여간해선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지금에 비하면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지만 카메라, 필름, 작가의 기술(카메라 조작 등), 색도 조절, 인쇄 등 모든 면에서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값도 흑백인쇄와 컬러인쇄는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났다는 것. 모두 예전에 들은 얘기지만 이 흑백사진 책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의 정감이나 감성이 묻어나오기도 하고...

 


 

이 책 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흑백사진과 함께 이야기하는 일상들이다. 화려한 멋을 내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닌 평범한 일상, 저자가 느끼는 그때 그때의 감정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페이지마다 캡션(사진설명)처럼 쓰인 짧은 글을 읽으며 저자의 일상이 작년 한 해 독자의 일상인 듯 다가온다. 아마 컬러사진이었으면 그런 감성이 느껴지지 않았을 터다. 흑백에서 오는 강렬한 명암 대비, 썰렁하고 차가운 느낌의 텅 빈 거리나 건물 등 황량하고 황폐화된 코로나 팬데믹에서 살아가는 움츠린 인간의 감정에 딱 들어맞는 느낌을 준다. 이 책에 실린 200여컷의 장면에는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고양이만 유일하게 생물로 등장한다. 고양이를 저자가 좋아해서 등장시킨 것인지, 작품 상 고양이(길고양이)가 들어가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유일한 등장 생물이다. 활기 있는 생물은 볼 수 없고 우리 일상에서 가장 활기 있게 느껴지는 시장의 모습도 없다. 저자 사진의 의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컬러가 들어가지 않아 마치 그림자로 비춰지는 세상인 듯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익숙한 일상의 사진들이지만 다른 이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일상은 독자에게 무척 긴장감과 새로운 느낌의 이중적 고찰을 강요하는 것 같다. 저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수 많은 순간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저자의 건강 때문에 일부러 흑백사진을 고집하지는 않았다는 것임이 확실하다. 일상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평소 일상에서 자주 보이던 모습은 낯설고, 자주 보이지 않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일상이 비상(非常)이고, 비상이 일상이다.

 


 

긴 복도를 따라 햇살이 비춥니다. 여기는 병원. 여기저기에 병원을 다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그만큼 제 인생도 살아온 세월이 길어진 걸까요? 아픈 게 지겹지만 또 한 줄기 햇살이 비치듯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남은 삶도 세월이 쌓여가겠죠? 비추는 햇살과 함께요.(P. 49)

꼭 멋진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름 재미있는 풍경이지만 창밖을 본다는 것이 꼭 멀리 있는 것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P. 146)

무언가에 비친 모습은 진짜가 아닙니다. 자기 생각이 비친 모습을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자기 생각이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P. 191)

한참을 걷다 보니 여기가 어디죠?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요. 머릿속은 다른 세상을 헤매고 있었나 봐요. 요즘 자꾸 이럽니다. 현실의 목적지와 소망의 목적지가 달라서일까요?(P. 250)

 

저자 : 도진호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몇몇 잡지사를 다녔고 지금은 출판사에서 일합니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몇 차례 사진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언젠가 평생 사진 촬영할 주제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생에서 술이 빠진 빈자리를 사진, 로큰롤, 영화, 역사, 야구, 마작 등으로 채워 넣고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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