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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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가 주연한 동명의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영화의 원작 소설˝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때 이권을 둘러싸고 암흑가 권력투쟁의 비정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는 본격 암흑가 느와르 소설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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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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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암흑가의 권력다툼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이 소설 『스카페이스』는 필명 아미티지 트레일(본명 모리스 쿤스 Maurice Coons)의 작품으로 영화 「스카페이스 Scarface」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암흑가 또 다른 갱단 권력다툼을 그린 「대부」에 출연한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았다.

소설의 주인공 토니 과리노는 가난한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 슬럼가의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난다. 모든 갱스터가 영웅이고, 경찰들은 모두 적인 세상에서 성장해가며, 그의 권력에 대한 열망은 철저하게 무력과 잔인함으로 표출된다. 토니는 어렸을 때부터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저자는 그의 어렸을 적 모습을 타고난 보스 기질의 암흑가 갱단 보스로서의 기질을 그린다.

"토니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들 차이를 느꼈지만, 누구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심리학자라면 ‘심리적 우월함’으로 이를 설명했을 것이다. 리더의 운명을 타고난 자와 평범한 군중의 한 사람으로 태어난 자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격차를 알아챈다."(p. 12)



토니가 한눈에 반한 비비안 러브조이(여주인공)와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토니는 비비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추파를 던진다. 하지만 잘나가는 그녀의 애인은 암흑가의 거물인 알 스핀골라. 그의 경고가 있었지만, 사랑하는 그녀를 독차지하기 위해 손쉽게 갱단의 두목을 총격해버린다. 어렵지 않았던, 너무나도 쉬웠던 첫 번째 살인으로 비비안을 독차지하게 된 토니. 화술이 능하고, 사람들을 잘 설득했던 그는 암흑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된다. 위험의 순간들이 즐비한 그때, 몸을 숨기기 위해 자원입대한다.

그의 기질은 군대에서도 빛을 발휘되고, 덕분에 많은 훈장과 영광의 상처를 안고 제대한다. 그러나 군대에서 입은 상처로 사람들은 그를 못 알아본다. 심지어 그의 연인이었던 비비안조차도. 조직의 두목이 은퇴하고, 어린 나이에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지하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는 토니. 명예와 투쟁의 조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스카페이스 토니는 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을 서서히 증명해간다.



스카페이스 토니 카몬테. 어둠의 황제. 거칠 것 없는 그는 조직의 두목이 되고, 군대에서 자신이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 여동생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근데 저 옆에 있는 놈은 설마, 여동생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토니는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설상가상으로 평범한 형사과장에 불과했던 친형이 경찰서장이 되어 점점 자신의 목을 조여 온다. 멈출 줄 모르고 폭주하는 스카페이스 토니 카몬테. 그는 서서히 파멸의 길을 향해 치는다.

의리와 명예를 중시하는 범죄 세계를 다룬 영화 「대부」와 같은 암흑가 갱단들의 활약(?)인 액션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잘 짜여진 영화 한 편처럼 거칠 것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章)과 장의 구별을 신(Scene) 넘버로 해놓은 것을 보면 저자가 영화를 염두에 두고 썼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처럼 전개가 빨라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또 대사 하나하나가 얼마나 생생한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면은 그가 경찰서장인 그의 형의 총에 맞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형의 말처럼 총이 불발된 것이 아니라 토니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음을 독자들만 아는 것으로 카타르시스에 이른다. 20대에 암흑가의 생리를 잘 알았던 저자는 불행하게도 20대를 넘기지 못하고 창작에 매진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해 독자들의 안타까움이 더한다. 스토리텔링이 우수한 작가가 전성기를 누리지도 못하고 병으로 요절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영화나 소설에서 암흑가의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대부분 이 책의 저자 아미티지 트레일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 아미티지 트레일

네브래스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모리스 쿤스(Maurice Coons)'. 아버지 오스카 쿤스는 뉴올리언스 오페라 컴퍼니의 순회공연을 책임지는 무대 감독이자, 가구와 농장의 사일로(가축의 사료 등을 저장해두는 저장고) 제조업을 했다. 일찍이 소설에 뜻을 두었던 아미티지 트레일은 소설을 쓰기 위해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열여덟 살 무렵부터 여러 잡지에 작품을 게재하기 시작했으며, 20대 초반에는 다양한 탐정 잡지에 많은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창작에 매진하는 동시에 할리우드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자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스물여덟이 되던 해 로스앤젤레스의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은 책으로 <스카페이스 Scarface>, <열세 번째 손님 The Thirteenth Guest>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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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 - 우리 모두가 별처럼 빛나는 나라
이광재 엮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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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이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가 이광재의 꿈이라기보다 우리의 꿈이다. 요즘 표현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이룩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자 설계도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 이광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제는 경제와 외교에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정치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모든 부문에서의 발전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담을 하며 그들의 의견을 끌어모아 대한민국이 세계의 미래 1번지가 되는 모습으로 엮었다. 그 힘이 정치에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선 '정치 혁명'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책을 펴냈다. 자신의 청사진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한데 묶어 '우리 모두가 별처럼 빛나는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사람을 만나 정치혁명으로 가는 길을 묻고, 치열하게 토론했던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이 모이면 생각이 되고, 생각이 모이면 사상이 되며, 사상이 모이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는 그런 힘을 느낄 수 있다. 이광재의 꿈꾸는 대한민국은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위대한 나라’이다. 그 미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드높고 ‘창업국가’를 통해 기회가 넘치며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창조적인 ‘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인 미·중·일·러의 박수를 받으며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곳, ‘국민통합’으로 공정과 연대가 있는 따뜻한 곳, 백 없고 힘없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바로 그런 곳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먼저 만나보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별처럼 빛나는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 미래 1번지가 되는 것. 이광재가 꿈꾸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광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제는 경제와 외교에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정치혁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정치혁명에 도달할 수가 없는 일.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길을 묻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정치혁명으로 가는 길을 묻고, 치열하게 토론했던 그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이 모이면 생각이 되고, 생각이 모이면 사상이 되며, 사상이 모이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는 그런 힘을 느낄 수 있다.

이광재의 꿈꾸는 대한민국은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위대한 나라’이다. 그 미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드높고 ‘창업국가’를 통해 기회가 넘치며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창조적인 ‘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인 미·중·일·러의 박수를 받으며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곳, ‘국민통합’으로 공정과 연대가 있는 따뜻한 곳, 백 없고 힘없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바로 그런 곳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먼저 만나보도록 하자.

 


 

2021년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 전 세계적으로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불안은 우리 나라의 정치부재에서 오는 정책의 실패, 외교적 입지의 한계, 미중 무역전쟁의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모습의 대한민국은 분명 위기의 상태로 보인다. 각종 경제 지표 등은 타국과 비교해 크게 나빠지지 않은 점은 다소의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다수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사기에 분명해 보인다. 10대는 대학입시, 20대는 취업 문제, 30대는 내 집 마련, 40대는 구조조정의 공포, 50대는 퇴출의 공포로 각각 불안해하며, 60대 이후에는 노후 가난과 건강 문제로 위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러한 불안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이광재의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라고 한다.

이광재가 주창하는 ‘정치혁명’은 전적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경제와 외교를 우선 강조한다. 먼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가장 큰 원인인 일자리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이 주도하고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복지다. 그래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외교는 어떤가? 이광재는 앞으로 20~30년 동안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균형을 잡아주는 린치핀 역할을 해서 미·중·일·러의 견제가 아니라 박수를 받는 가운데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꿈꾸는 위대한 대한민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숨통을 죄고 있으며,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불평등, 불공정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모순을 타파하고자 홀연히 일어선 이광재의 용기와 의지를 이 책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재가 주창하는 ‘정치혁명’을 통해 평생복지가 이루어지고 불평등과 격차가 없는 나라, 유능한 정부가 경영하고 세계에서 존경 받는 나라, 국가균형발전으로 전 국토가 희망이 되는 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우주와 바다, 생명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과학기술혁명을 일으키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국민은 잘살고 행복이 주렁주렁 열린 나라 만들기에 국민은 언제든 준비돼 있다.

 


 

저자 이광재는 국가 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인 '여시재' 원장을 지냈기에 다양한 인사들과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개발, 국가 전략을 위한 정치, 경제, 주거, 교육, 환경, 복제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것을 기록한 결과가 이 책이다. 물론 지금은 국회의원 신분이라 여시재 원장은 사임했다. 합치와 협치를 주장하는 이광재에 대한 기대가 컸음에도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독자 개인적으로는 무척 안타게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했고, 국회의원 선거로 정계에 복귀했지만, 국민의 지지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독자로서 알지 못하지만 대선 출마에도 뜻이 있지 않나 추측한다. 생각보다 약한 지지율(여론조사 결과)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 그의 포부나 정치 역정으로 보아 안타까운 것은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이 책도 혹시 대선용 책인가 하는 의문도 갖는다. 그러나 그것에 관계 없이 대한민국 미래 청사진을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책에 제시된 내용을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독자로서의 의견을 갖는다. 각 분야별 제시된 주장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자칫 저자의 의도에 반하는 홍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임을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저자 : 이광재 (엮음)

 

1965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원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2002년 ‘대통령 노무현’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30대에 참여정부의 첫 국정상황실장으로 주요 국가 정책 디자인에 매진했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0년 강원도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2011년 정계를 떠나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시야를 넓혔다. 이후 싱크탱크 ‘여시재’의 원장으로 재임하며 국가 미래전략을 연구했다. 재임 중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리더, 학자들과 교류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어(강원도 원주시 갑) 정계에 복귀했다. 더불어민주당 K뉴딜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 와 있는 미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개발에 앞장서왔다. 사회 원로, 전문가, 일반 시민들에게 지혜를 묻고 답하며 함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저서들을 연속 출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에게 묻다》(공저),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노무현이 옳았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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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사샤 베이츠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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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 소울메이트였던 남편이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남겨진 아내는 어떤 심정일까?. 이 책 『상실의 언어』의 저자 사샤 베이츠는 "나는 내 발밑의 땅을, 희망을,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은 이전과 영원히 달라진다고 덧붙인다.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죽음은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불러온다. 여론조사에서도 발표된 적이 있지만 평생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의 죽음'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리적 충격이 크다. 남편을 잃은 사샤 역시 자아를 무너뜨리고 일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며 충격과 스트레스는 폭풍우처럼 그를 덮친다.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숨을 쉴 수도 없다. 남편 빌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미래도 끝난 것만 같다. 빌 없는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죽음을 향한 열망이 시시때때로 몰려온다. 고통과 절망으로 부서지고 무너진 사샤는 이 거대한 슬픔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 혼자서 눈물의 단어장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끝도 없이 다양한 표현이 떠올랐다. 흐느끼기, 울부짖기, 쉰 목소리로 신음하기, 흑흑거리기, 끅끅거리기, 질질 흘리기, 콸콸 퍼붓기, 통곡하기, 엉엉대기, 절규하기, 괴로움에 조용히 몸부림치기, 몸 비틀기, 훌쩍대기, 글썽거리기, 내 의지를 거스르고 뱃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낮은 소리로 외치기. 그에 따르는 다양한 후유증도 있었다. 앤서니 조슈아와 10라운드 경기라도 치른 양진을 빼놓는 절망과 우울의 눈물. 혹은 한결 마음이 가뿐해지는 해독과 정화의 눈물. 심지어 몸속에 고여 출구를 못 찾고 있을 뿐 틀림없이 존재하는 부식성 눈물도. 그런 눈물이 차올라 마치 새로운 내면의 인격이 된 것처럼 몸을 부풀리는 게 느껴졌다. 눈물은 내 안에 잠복한 채 나를 인질로 잡아두고 있었다.(pp.188-189)



『상실의 언어(원제 : Launguages of Loss』는 공인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와 자기 통제 전문가인 사샤 베이츠가 남편 빌과의 사별 후 가장 끔찍했던 첫 해 동안 ‘유족으로서의 나’와 ‘치료사로서의 나’를 오가며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그는 오랜 기간 유족을 만나며 사별을 극복하려는 이들을 수없이 상담했고, 애도 이론에 관해 읽고 연구하며 그들이 슬픔을 통제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런 그가 사별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사샤는 이 책에서 ‘유족으로서의 나’와 ‘치료사로서의 나’라는 두 가지 자아를 오간다. ‘유족으로서의 나’는 사별의 고통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가족이자 친구, 소울메이트였던 빌을 잃는 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한다. ‘치료사로서의 나’는 프로이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윌리엄 워든, 존 볼비, 스트뢰브와 슈트, 릴리 핀커스 등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애도 이론을 고찰하며, 사별 직후 자신이 겪은 경직 상태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등의 감정을 전문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또한 여행, 상담, 명상, 종교 활동, 요가, 마사지 등의 치유 활동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실이라는 경험을 깊게 파헤친 저자는 애도 이론에 관한 지식이 상실의 고통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내린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한다. 이 책은 그런 상실의 경험을 심리치료사인 저자의 관점으로 통과하며 애도의 과정에서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곁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힘겨운 상실의 시기에 위로를 보내는 책은 있었지만 심리 이론과 그 자신의 경험을 결합하여 이토록 내밀하게 상실의 심리를 파헤친 책은 없었다.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의 저자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인 고선규는 사별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적당한 언어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 책을 통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던 상실의 언어가 명확해졌다"고 말한다. 또한 전문가이자 당사자로서 통렬한 슬픔과 심리 이론 사이를 오가며 비탄의 마음을 글로 새긴 이 책이 사별을 경험한 사람뿐 아니라, 곁에서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애도 상담을 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 노래, 음악, 문학, 미술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왔듯이, 사랑하는 이를 잃으면 우리의 심장은 정말로 부서질 수 있다.

내 생각에 이런 연구 결과는 몸과 마음이 통합시스템으로서 작용하며 몸은 말 그대로 우리의 정서 상태를 보여준다는 자명한 관점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슬픔은 우리의 몸에 물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외적으로는 관절염, 피로, 요통 등 온갖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내적으로는 주요 장기들뿐 아니라 세포, 호르몬, 호흡 단계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p.71)



대부분의 사별자가 첫 1년 동안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사샤 역시 마찬가지로 혼란과 고통 속에서 1년을 보낸다. 그는 빌의 부재를 깨달으며 수없이 무너진다. 장기기증 담당자가 빌을 수술실로 데려갈 때, 사망 신고를 하러 간 등기소에서, 입국신고서에서 ‘비혼’과 ‘기혼’을 선택해야 했을 때, 볼 사람이 없는 신문의 스포츠 면을 마주하거나, 빌 앞으로 온 우편물이 편지함에 들어 있을 때도. 그는 “길을 걸으면서 줄줄 눈물을 흘리고, 전철 좌석에 앉은 채 훌쩍거리고, 말하던 도중에 힘이 빠져 입을 다문다.”(p. 169) 한 순간 멀쩡한 것처럼 느껴졌다가도 다음 순간 무너지는 일이 반복된다.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그는 내적으로는 두려움과 혼란을,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함을 느낀다.

사샤는 이 책에서 세상이 온통 무너지고 흔들리는 애도의 과정을 항해에 비유한다. 빌과 함께한 생활은 ‘배’, 상실 이후의 삶은 ‘미지의 바다’, 상실의 경험은 저자가 그 바다를 탐험해 다시 정박할 곳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그는 사별 후 1년의 과정을 일곱 단계로 나누어, 그 시기에 경험한 감정의 변화와 그를 설명할 심리 이론을 함께 담았다. 사샤는 정신분석, 인문주의, 실존주의, 초개인주의 등 다양한 애도 이론을 소개하면서, 특정 이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신 그 중에 어떤 이론에 공감하고 어떤 이론에 공감할 수 없는지, 그 방식들이 애도의 시기에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샤사는 또 애도 이론이 규칙이 아니라 경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애도에 옳거나 그른 방식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심리치료 이론 중에서 자신이 선택할 경로의 본보기를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사별은 고통스럽고 긴 과정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상실의 경험과 공명하는 이론을 찾는다면, 그것은 기꺼이 비탄을 통과할 경로를 알려주고, 혼돈에서 구해주며,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사샤는 이 책에서 보여지는 대로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혼돈의 밑바닥을 파헤쳐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고통을 치료할 약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세상에 적응할 방법이다. 누구나 겪지만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상실의 경험에서, 회복과 치유를 거쳐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기까지 그는 수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사별 직후에 친구들은 돌봄 당번을 정해 사샤가 혼자 밤을 보내지 않도록 곁을 지켜준다. 장례식과 그 밖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도록 도와주고,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대신 해준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받아주고, 함께 엉엉 울어주기도 한다. 그들의 인내와 배려, 사랑이 가장 힘겨운 날에도 사샤를 굳건히 받치며 그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 애도의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별 직후의 유족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목록을 구체적으로 실었다.(p. 155)



1년이 지난 후 사샤는 자신이 빌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고통의 파도를 마주하게 될 것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뒤에 자신이 모르는 행복의 파도 또한 밀려올 것임을 확신한다. 그는 상실이 이기거나 극복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상실의 경험은 떠나간 이와 함께한 시간과, 그들이 남긴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오롯이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된다. 사샤는 먼저 상실을 겪은 사람으로서 유족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고통을 쓰다듬는다. 이제 그는 슬픔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자신과 남편이 서로에게 가장 행복한 14년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쁠 때든 슬픈 때든 그의 기억과 함께 하리라는 사실도.거대한 상실 앞에서 집요하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무너진 일상을 재건하려는 감동적인 여정은 “아내가 아니라 유족으로서, 기혼자가 아니라 비혼자로서, 빌의 유산과 기억을 지키는 사람이자 나 자신의 자아와 창조성을 빚어낼 도가니로서(p. 332)” 자신을 재정립하고 비탄이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끝난다.

그는 “인생은 달라졌지만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질’ 수는 없겠지만 달라진 삶 역시 괜찮을 수 있다고 말이다. 유족은 고인을 떠나보낸 후에 일상의 면면에서 고인의 존재와 그들이 보낸 메시지를 느낀다고 한다. 처음 겪는 상실 앞에 혼란과 절망을 느끼는 독자에게, 뜨거운 위안을 전하는 이 책 또한 아직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누군가 건네준 선물처럼 느껴지리라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사샤 베이츠(SASHA BATES)

공인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와 자기 통제 전문가. BBC와 채널4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18년간 작가, 디렉터, 프로듀서로 일하며 〈옴니버스〉, 〈그랜드 디자인〉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자 런던의 더 민스터 센터THE MINSTER CENTRE에서 심리치료 석사학위를 받고, 상담 및 통합 심리치료 과정을 수료했다. 치료사를 위한 셀프케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한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고, 특히 요가 강사로서 쌓은 몸과 마음에 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치료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6년째 상담 치료사로 일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유족으로서 나’와 ‘치료사로서의 나’를 오가며, 상실과 애도, 비탄의 심리를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비탄에 잠긴 사람과 심리치료사 들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역자 :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여자 사전》,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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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세뇌하는가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스테판 오렐 지음, 이나래 옮김 / 돌배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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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들의 활동을 보면 최근에는 상업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기업 영리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은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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