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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 문장을 다듬는 세 가지 글쓰기 원칙, 개정판
장순욱 지음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쓰기에 많은 독자들이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글쓰기가 모두 펜과 종이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의 깊숙한 지점에 이르러 펜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일부일 뿐이다. 이에 따라 글쓰기의 필요성도 사실 예전에 비해 훨씬 줄었기에, 점점 더 어려워진 점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빠르게 의사 전달과 소통이 가능한 SNS의 무한 발전에서 더욱 잘쓴 글보다는 빠르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에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은 잦을 것이다. 펜으로 종이에 쓰는 글을 쓰던 시절, 아날로그 시대의 글쓰기에는 글을 잘 쓰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전업 작가가 아니더라도 편지 하나라도 모두 손글씨로 써서 전달해야 했기에 글씨체부터, 오탈자, 문장의 흐름, 적절한 어휘의 사용 등 그야말로 한 자, 한 자가 집중력이 필요했었다. 이 시기에는 비즈니스 면에서도 보고서, 설명도 등 많은 계획서나 기안서 등을 쓰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기에 글쓰기에 더욱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오탈자나 맞춤법까지도 그 문서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 시절 글쓰기는 종류를 막론하고 전업 작가들의 글쓰기가 기준이 되었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3다(多)가 기본 조건이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쓰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SNS 시대에 인스턴트 메신저, 블로그 등이 의사전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입시나 입사에서 논술이나 자기소개서가 보다 더 중요해졌다. 시험의 당락이나 판단의 적부(適否)를 가려야 하는 기준으로 됐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써야 한다. 간결하고 매혹적인 글이 관심을 끈다."는 다름이 없다. 다만 평소에는 SNS나 인터넷에 댓글 정도만 쓰던 글쓰기 습관에서 올바른 글쓰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정작 필요할 때 적절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워진 것뿐이다.
이 책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의 저자 장순욱은 글쓰기가 어려워진 배경이나 상황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얼마나 잘 썼는지 평가해줄 사람도 드물고 기준도 불명확하다. 사람마다 잘 썼다는 기준이 때론 다르기도 하다고 밝힌다.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판단이다. 독자도 공감한다. 독자도 아날로그 세대라서 학교에서 배울 때까지는 아날로그 글쓰기 방식으로 배웠다. 다만 사회 생활 시작할 무렵부터 사회에서 디지털 문화가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해 컴퓨터 교육도 따로 받았다. 저자의 지적에 공감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잘 쓴 글이란 간명함을 갖춘 문장의 집합이라고 강조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써야 명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해진다는 신념으로 무장된 것 같다. 그렇다면 간결하게 쓰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이 책 표제어대로 '지우기’, ‘줄이기’, ‘바꾸기’ 세 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글이 간명하지 못한 이유는 군더더기가 문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걸 찾아 지우거나 줄이고 혹은 바꾸면 된다. 저자는 글쓰기 습관 고치기에 주목해 많은 사람의 글에 등장하는 나쁜 습관을 정리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을 찾아낸다면 글솜씨가 부쩍 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어떻게 쓸 것인가〉, 2장 〈지우기〉, 3장 〈줄이기〉, 4장 〈바꾸기〉, 5장 〈글쓰기 강의〉, 6장 〈실전 연습〉 등이다. 필기구와 종이만으로 글쓰기를 하던 예전이나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모든 글쓰기를 대신하는 지금이나 좋은 글을 쓰는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바뀌어도 너무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뀌어서 적절한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이다. 혹은 지금처럼 지내도 소통이나 웬만한 업무 처리에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글을 잘 쓸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책읽기, 글 다듬기도 컴퓨터를 통하거나 컴퓨터가 알아서 체크해주기 때문에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다. 이메일, 카카오톡, SNS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바뀐 환경이다. 어디서든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와 글로 소통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문장보다는 간결하고 빠른 속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글을 자주 쓰는 만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면 좋겠지만 오히려 나빠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
입말(구어) 그대로를 글로 옮길 뿐 아니라 짧은 문장만을 쓰는 탓에 올바른 단어로 긴 문장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맞춤법도 거의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굳어버린 잘못된 글쓰기 습관이 학생의 답안지와 과제물, 직장인의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학교와 직장 그리고 SNS 공간에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쉽고 빠르게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글 쓰기는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에서 시작된다.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는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신문사 기자와 출판 관련 일을 해오면서 체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아낌없이 소개한다. 그는 글을 쓸 때 알게 모르게 나타나는 나쁜 습관을 정리해 이를 세 가지 원리로 손쉽게 바로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즉 ‘지우기’ ‘줄이기’ ‘바꾸기’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군더더기 많고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간결하고 매력적이며 효율적인 글로 고칠 수 있게 도와준다.
글을 잘 쓰려면 국어 교과서를 다시 봐야 할까? 맞춤법과 띄어쓰기,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법 등 어문규정을 배워야 하나? 글쓰기 교실이라도 다녀볼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일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보다는 기존의 글을 잘 고쳐 더 좋은 글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세대라고 통칭되는 21세기 뉴밀레니엄 세대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점들을 숙지하고 계속 사용하다 보면 확실히 달라지는 글쓰기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저자는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테면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또는 불필요하게 사용하거나 ‘~적’ ‘~버렸다’와 같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한결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문장을 다듬는 세 가지 원리는 다음의 예와 같다.
① ‘지우기’에서는 명사의 반복, 주어와 술어의 반복, 구와 절의 반복, 동사의 반복, 의미의 반복, 한자어나 영어의 반복, 문장의 의미 반복, 서술어의 의미 반복, 부사/ 형용사 의미 반복, 조사의 반복, 너무 많은 접속사, 불필요한 명사, 불필요한 동사, 불필요한 보조사, 불필요한 의존명사, 불필요한 지시대명사를 기술하고 있다.
② ‘줄이기’에서는 늘어진 동사, 늘어진 명사, 간접화법, 동사┼동사, 목적어┼서술어 ,부사┼관형어, 복수형, 짧은 단어 사용하기, 의미 없는 접사, 끊기에 대한 설명이다.
③ ‘바꾸기’에서는 호응하기, 구어체 바꾸기, 수식어 위치에 알맞게 쓰기, 영어식 표현 바꾸기, 같은 단어의 반복, 능동적으로 행동하기,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쉬운 단어 택하기, 구체적으로 쓰기, 끼리끼리 모아주세요 등이 서술돼 있다.

책의 1장 〈어떻게 쓸 것인가〉는 총론이다. 즉 '지줄바'(지우기 줄이기 바꾸기)를 잊지 말 것을 주문한다. 책에 따르면 지우기는 반복 혹은 중복을 피하는 작업이다. 타자가 야구배트 두 개를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고 안타가 곱빼기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휘두르기가 불편해 아웃되기 더 쉽다. 수비수가 양손에 글러브를 낀다고 공을 잘 잡는 것 역시 아니다. 반복해서 사용된 단어도 이와 같다. 불필요한 단어를 찾아 없애야 한다. 두 번째는 줄이기다. 줄이기는 불필요한 지방을 빼는 일종의 다이어트와 같다. 몸무게가 70킬로그램인 사람이 그 가운데 10퍼센트인 7킬로그램만 빼도 몸매가 살아난다. 70자인 문장에서 일곱 글자만 줄여도 글맵시가 몰라보게 좋아진다. 간결해지고, 임팩트는 증가한다. 바꾸기는 어색하거나 맥락에서 벗어난 말을 수정하는 작업이다. 반복된 단어는 우선 지우기를 시도하는데, 어려운 경우 의미가 비슷한 단어로 바꾸거나 표현이 생뚱한 경우도 다르게 써야 한다.
저자는 그러나 이 책에서 정리한 36가지 문제가 원고에 단 한 번이라도 나타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완벽하게 쓰는 일은 누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지당 한 번쯤 같은 문장에 단어가 반복되거나 동사가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같은 문제가 습관처럼 반복되는 지점이다. 그걸 찾아 고치면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기자 생활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풀어쓰고 있다. 누군가의 글을 고쳐줄 때는 완전히 뜯어 고치기보다 지줄바를 함으로써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려줄 것을 권유한다.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고쳐쓰기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후 저자는 타인의 글을 고칠 때는 각각의 맛을 최대한 살린 가운데 지줄바로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문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책의 첨삭도 원문 구조를 유지한다는 원칙 하에 작업했다. 원래 구조를 살리면서 지우고 줄이고 바꿨다. 문장을 완전히 뒤집어 뜯어 고친 경우는 드물다고 밝힌다.

책에 따르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려운 단어 구사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가능하면 쉽고 알아듣기 편한 말로 표현해야 한다. 물론 쉬운 말이라는 게 앞서 본 것처럼 풀어서 길게 늘여 쓴 걸 뜻하지는 않는다. 생소하고 또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가급적 쉬운 것으로 대체하라는 말이다. 예컨대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으나, 최근 빈도가 낮아진 단어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걸로 바꿔야 한다. 또한 전문용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기에 모두 이해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도 최대한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장황하게 설명해도 안 된다. 짧고 간략하게, 하지만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는 전달능력이 전문적인 글을 대중적으로 쓸 때 필요하다. 지식은 자기만족을 넘어 많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을 때 보석 같은 가치가 생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전문용어를 쉬운 단어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2장 〈지우기〉, 3장 〈줄이기〉, 4장 〈바꾸기〉는 지줄바에 대한 각론을 펼친다. 특히 용례를 들어 친절하게 수정 전과 수정 후의 문장을 독자들이 비교할 수 있게 저자가 직접 바꿔 책에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글을 쓰다 보면 ‘~적’, ‘~화’, ‘~성’, ‘~감’ 등 불필요한 접사가 붙는 경우가 많다. 무의미한 접사와 마주치면 달리던 차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반복되면 멀미가 난다. 반대로 그걸 제거하면 뻥 뚫린 길을 달리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덜컹거리며 갈 것인가, 시원하게 달릴 것인가. 답은 물론 후자다. 글은 최대한 물 흐르듯 유연해야 한다. 딱 한 글자지만 불필요한 접사가 그걸 방해할 수 있다. 이는 곧 한 글자만 치우면 글이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p.125)
5장은 〈글쓰기 강의〉란 제목의 장(章)이지만 지즐바를 통해 말하지 못한 바를 보완하고 또 심층적 글쓰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한 장이다. 중요한 항목 10개만 선정해 여기에 적어본다. ① 호흡으로 고치기 ② 노력이 명문을 만든다 ③ 오탈자의 일상 ④ 가능하면 구조를 흔들지 말 것 ⑤ 이왕이면 다홍치마 ⑥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라 ⑦ 양만큼 질도 중요하다 ⑧ 얼마나 잘 버리느냐가 성패를 결정한다 ⑨ 첫 문장이 중요하다 ⑩ 욕심 버리기

오늘 경기는 삼성이 한화를 2대 1로 이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늘 경기는 삼성이 한화를 2대 1로 이겼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리포터가 이렇게 말했다. 불필요하게 많이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같습니다’가 아닐까. 7월 초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여름이 다가왔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굳이 ‘여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라고 할 필요가 없다.(p.104)
일은 계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 일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적’은 의미 없는 군더더기다. 빼고 나면 문장이 간결해진다. 읽으면서 걸리는 느낌이 절반쯤 줄어든다.(p.125)
저자 : 장순욱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경제를 몰라 세상이 답답하고 취직이 걱정돼 제대 후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고, 내친김에 영국 뉴캐슬 대학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경제신문과 스포츠투데이를 거쳐 중앙일보 NIE면 담당 기자와 팀장으로 일했다. 기자 시절부터 실물경제와 재테크의 다양한 면을 추적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푼돈의 경제학》, 《부자들의 상상력》, 《하룻밤에 읽는 경제》, 《불황의 경제학》, 《시간과 균형》 등 여러 책을 썼다. MBC, SBS, YTN, CBS, KTV 등에서 경제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국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세계경제를 탐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