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
박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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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을 처음 본 순간 독자는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해주는 인술을 펼치는 곳이 병원인데, '잘 되는 병원'에 대한 책이라는 점에서다. 표제어를 풀어써서 조금은 덜 느껴지지만 '돈 잘 버는 의사'를 위한 어드바이스 책이 아닌가 해서다. 독자가 가끔씩 보는 TV 프로그램 중 '명의'를 주제로 시리즈로 방영한 것과 '우리 몸의 건강'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오랜 방영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은 이미 마쳤고, 나머지 한 프로그램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유명한 의사' 하면 사실 옛 중국의 '화타'나 조선시대의 '허준', 그리고 서양 의사로는 '히포클라테스'를 떠올린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 펜데믹이 처음 발효됐을 때 우리 의료진(간호사 포함)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을 커졌다. 의사들은 6년간의 어려운 대학 공부를 힘들여 끝내고, 의사자격시험을 치러 합격하면 의사로서 자격을 갖춘다. 그러나 각자의 전공을 위한 실습과정 3년을 거치지 않는다면 전문의로 향하는 길을 갈 수 없다.

3년 실습생을 마쳐도 어려운 과정이 끝난 것도 아니다. 전문의 과정은 따로 거쳐야 한다. 의대 입학해서 전문의가 되기까지는 최소 12년의 의학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힘든 여정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의사들에 대한 존경심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 중에는 지탄을 받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돈'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의술을 '인술(仁術)'이라 해서 공자가 최고의 가치로 치는 '인(仁)'자를 붙였다. 서양에서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다고 들었다. 말 그대로 환자 우선의 환자 입장에서 의술을 펼친다는 선서 같은 것이다. 전쟁 중이라도 생명을 구할 때에는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환자의 개인적 비밀은 결코 남에게 누설하지 않는 등 의사로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환자를 치료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각오를 선서하는 것이다. 독자는 의학 공부를 하지 않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들은 말은 있어서 한 말이다.

 


 

이 책 『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보다는 동네 의원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병원 운영의 노하우를 써놓은 책이다. 저자 박정섭은 의학을 공부한 분이 아니어서 의사로서의 경험은 없다. 다만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병원 의사들을 누구보다 많이 만나는 사람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병원 의사들이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비법'을 알려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프롤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의사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일까. 병원도 '부익부 빈익빈'이란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아픈 점이 드러나는 모양이다. 큰 병원(3차 진료, 대학 병원급)은 갈수록 많은 돈을 챙겨 병원이 커져만 가는데 동네 의원들은 최소한의 환자 확보가 안 돼 문을 닫는 의원급 병원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꽤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의사들로서는 최대 난관인 것 같다. 그러나 전제척으로 볼 때는 의사 평균 수입은 개인 의원이 연봉으로 2억 원 이상이 된 지 꽤 오래 됐다. 잘 되는 병원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수입이 있다고도 들었다.

의사가 유능하고 뛰어난 의술을 갖추고 있으면 당연히 '명의'로 대접받고 큰 병원에서 일하든 개인 병원의 차리든 수입은 보장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의원급의 동네 의원들에서는 맞지 않는 말인 듯하다. 이때 들려오는 말은 어김없이 "'명의' 따로 있고, 돈 잘 버는 의사 따로 있다"이다. 명의가 돈 잘 버는 것이 아니란다. 명의라고 알려져 환자가 많이 찾는 것은 최소한 동네 의원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말인 듯하다. 때문에 이 책처럼 병원 운영에 관한 조언을 쓴 책이 나온 것일 터다. 실제 대형 병원과 동네 의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매스컴을 탄 지 오래된 이야기다. 그래도 의사라는 직업에 고급 두뇌들이 쏠리는 것은 역시 '돈' 때문일 것이라는 시각이 제대로 짚은 것이란 지적에는 반론이 없다.

 


 

최근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이른바 'SKY대학' 중도탈락자가 2,131명으로 5년간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중도탈락의 대부분은 자퇴고, 의대를 진학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의사는 부와 영예를 누리는,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중·고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에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교육부, 2022년 통계). 개업 병원과 의원의 매출도 다른 자영업과 비교해서 두세 배 높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 2018년 통계).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악화 여파는 동네 개업 병원과 의원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요즘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영을 개선하고, 매출상승을 꾀하는 병원과 의원도 많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사들에 대한 존경심은 더 커졌는데 동네 의원들의 폐업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은 별도로 두고 우선 이 책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부터 짚어간다.

동네 병원과 의원이 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저자는 국내외 최고의 제약회사에서 높은 영업 실적을 올리던 영업사원이었다는 사실은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다. 저자는 영업을 하는 동안 600여 개의 병원과 의원을 다니며 원장 의사들을 만났다. 잘되는 병원과 의원에서는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그 비결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업 활동을 하면서도 잘되지 않는 병원과 의원에는 잘되는 병원과 의원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했던 이 일로 보람을 느꼈고, 그 비법들을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때도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고민하는 병원은 대부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어떻게 병원을 더 알릴 수 있을까? 객단가를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에 딱 들어가는 순간 느껴진다. “아! 고민하는 원장님이구나.” 아마 이 책의 내용은 그 고민을 하는 원장님의 병원은 거의 적용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본 600여 곳의 동네 의원 중 95% 이상은 여전히 이 책의 대부분이 적용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p.5)

 

 

사실 의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동네의원은 평생 경영이나 병원 운영에는 잘 모르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직접 진찰하고 치료하는 본연의 업무 외에 병원 행정을 따로 맡는 사무장을 두는 경우는 큰 병원에 속한 일이고, 진료와 치료만 하는 의원에는 사무장도 없는 경우가 많다. 모두 의사가 직접하거나 간호사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도 병원 운영에 신경을 쓰고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정식 간호사들은 대학에서 치료와 간호 등에서만 배웠을 것이고 자신이 스스로 개업할 일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병원 운영에 관해서는 의사만큼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더욱이 절세나 운영상 지나치게 많은 소비되는 것 등의 절약엔 전문가에게 위탁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은 다르다.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운영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들은 동네 의원의 경우 전문 인력을 두지 않는다. 간호사도 정식 간호사는 법정 인원으로 최소화하고 공백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긴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동네 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자가 읽기에도 공감이 가는 조언을 하고 있다. 4장 '조직관리'의 장에서 이 내용이 보인다. 저자는 직원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병원은 없다고 한다. 이 고민은 병원이 문 닫는 날까지 계속된다. 직원이 2명인 동네의원부터 직원이 5,000명인 대학병원까지 직원에 대한 고민을 끝이 없다는 것. 동네 의원들이 대부분 간호조무사들이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여기에 기술한다. 이 특징들은 간호조무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자가 임의로 발췌 수록한다. 차례 숫자 역시 독자가 임의로 붙였다.

① 간호주무사는 대부분 여성이다.

② 간호조무사는 병원에서 일하지만 의료인은 아니다.

③ 간호조무사는 사명감보다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하게 된 경우가 많다(만은 간호조무사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다).

④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의 근로자 중에서 급여가 가장 적다.

⑤ 간호조무사는 상당수가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육체노동자다.

 


 

이 책은 집필 취지에 충실하게 쓰였다. 저자 자신이 직접 해본 것, 꼭 했으면 하는 것, 원장님이 직접 할 수 있는 것 등 오직 동네 의원들의 가장 큰 고충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하고자 한 원칙이다. 때문에 병원의 특성보다는 환자 유치와 지속, 직원 관리 등 동네 의원 원장 의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짚어내고 다룬 것이다. 책의 구성도 일목요연하게 의사들의 고충별로 나누어 유기적 구성을 취했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잘되는 병원의 핵심 노하우을 집중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동네 의원에서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1장은 항상 잘되는 병원이 잘되는 이유에 대해 주목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환자이면서 고객이므로, 고객의 심리를 파악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1장 「항상 잘되는 병원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에서는 비밀 2가지를 담았다. 비밀 1은 차별화이며, 비밀 2는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2장 「초진 환자가 병원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초진 환자가 병원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초진 환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라인, 오프라인 마케팅 실전 전략을 담았다. 2장에는 비밀 3, 4, 5가 들어 있는데, 비밀 3은 무료 온라인 마케팅이고, 비밀 4는 필수 오프라인 마케팅, 비밀 5는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병원 분위기다. 3장 「환자가 몰리는 병원은 진료의 1%가 다르다」는 환자가 몰리는 병원의 1%가 다른 진료에 관한 내용이다. 비밀 6, 7, 8이 담겨 있다. 비밀 6은 환경 진료 커뮤니케이션 스킬, 비밀 7은 비언어적 진료 커뮤니케이션 스킬, 비밀 8은 언어적 진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이 외에도 꼭 기억해야 할 진료 면담 상황 5가지와 진료 스킬을 늘리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4장 「성장하는 병원의 조직관리 7가지 비법」은 성장하는 병원의 조직관리 7가지 비법으로 직원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비밀 9는 내부 직원 교육 방법이고, 비밀 10은 바로 쓰는 실전 매뉴얼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병원이 성공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5장 「잘되는 병원, 결국 환자가 결정한다」는 병원은 결국 환자가 결정한다는 것으로, 비밀 11은 대기 시간에 환자와 매출 모두를 잡는 방법이고, 비밀 12는 환자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가게 하라는 것이다. 아주 쉽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알찬 병원 영업 비밀이 순서대로 담겼다.

 


 

동네 의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료 면담’이다. 진료에 만족하면 그 환자는 그 병원을 다시 찾는다. 환자들은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잘해주는 진료를 기대한다. 하지만 의사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서 개인적인 차이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무리 친절함을 연습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이런 원장님의 병원은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들은 동네 의원에 방문할 때 기대하는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만족을 주는 방법도 굉장히 다양하다.(p.227)

 

저자 : 박정섭

 

메디어시스트 대표. 대웅제약과 한국MSD에서 11년간 최상위 실적을 내는 영업사원이었다. 높은 실적의 비밀은 단 하나, '병원이 잘되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 방법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무료 마케팅으로 초진 환자를 늘린다.

둘째, 비급여 상품으로 객단가를 올린다.

셋째, 직원 교육으로 고객 응대 수준을 높인다.

넷째, 의사 코칭으로 진료 면담을 개선한다.

다섯째, 청구, 세금, 행정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준다.

이렇게 병원이 잘되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만족하는 것이 일하며 느끼는 만족이자 큰 기쁨이었다. 이것을 위해 10년간 자나 깨나 병원이 잘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많은 동네 의원에 도움을 주고자 '메디어시스트'의 문을 열었다. 그 첫걸음으로 동네 의원에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필수 비밀들을 이 책에서 공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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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 -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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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종교인인 적이 없다. 한 번도 종교 신자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세계 종교로 일컬어지는 3대 종교는 물론 지역적 종교로 불리워지는 어떤 민간 종교도 믿고 삶에 적용하거나 삶에 힘을 준다고 믿지 않는다. 제 발로 찾아가서 들으려던 시도도 없었기에 종교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가르침을 직접 들은 적도 없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영성'이란 말은 미디어나 책을 통해 자주 접해본 단어다.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종교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경험적이며 인간에게 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간의 정신에 깃들어 있는 신비스러운 개념으로 생각을 해왔다. '영성'을 따로 정의한 책은 읽어보진 못했기에 영성에 대해서는 독자만의 추측적 개념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의문을 가졌던 것은 "비종교이고 어떤 믿음도 갖지 않는 나에게도 영성이 있을까?"란 의문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필요치 않아서 여전히 독자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종교인들이 쓰는 추상적 개념으로만 남겨져 있다.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려 했던 이유는 표제어가 '영성이란 무엇인가'이기 때문에 자주 듣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이다.

책을 읽기 전에 영성의 개념을 정확하게 확립해둘 필요가 있었다. 백과사전이라도 이용해야 할 것 같았다. 〈네이버〉 『교회용어사전』에 따르면 영성(靈性)이란(성경에도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① 하나님을 믿고 거듭난 모든 자녀들에게 주어진 영적인 성품을 말한다. ②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모든 은혜와 은총을 경험하는 자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경건한 성품이다. ③ 성령의 충만한 은혜 속에서 성령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영적인 사람의 속성을 말한다. ④ 이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온전한 사랑, 말씀에 기초한 도덕적 통찰과 능력, 그리고 하나님의 깊은 신비에 대한 신령한 지식과 지혜를 겸비하게 된다고 나와 있다. 영성이란 단어보다 더 어려운 단어들이 섞여 나오는 바람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인지,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서인지는 독자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행스럽게 앞서 언급한 사전의 부가 설명에서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에 근접한 표현들이 기술돼 있어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영성'을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에서 단지 육체와 구별되는 영적인 속성이나 인간 내면의 문제, 또는 신비주의적 경향성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있다. 즉, 로마 가톨릭, 이슬람, 불교에서도 영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바로 그런 점에서 '영성'은 타종교가 기독교의 담을 쉽게 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 소위 영성의 대가들(토마스 머튼, 헨리 나우웬, 리차드 포스터, 유진 피터슨, 필립 얀시 등)은 그들의 프로필과 글에 나타난 접근방법은 서로 달라 보여도, 그들은 신비주의적 가톨릭 영성이나 인간의 내면 문제를 추구하는 동양 종교의 영성과 기독교의 영성 간에 담을 허물어 놓고 교인들을 종교다원화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는 종교적인 것 혹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사고나 신념 체계, '영성'에 대해 이렇게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시작한다. 영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에서 왜 영성을 비과학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부터 할까? 저자 필립 셸드레이크의 답변은 명확하다. 과학·의료·교육·예술·비즈니스 영역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 전반에 영성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과 사회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적 지능, 영적 자본이라는 표현에도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 영성은 세상을 바꾸고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자질이자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계발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성’의 의미와 가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종의 ‘영성 교과서’이다. 탈종교화 시대, 과학만능주의 시대를 역행하는 영성의 유행을 맞아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삶의 결정적 도구로 삼을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

 


 

이 책은 영성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삶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긴 역사를 가졌으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개념이 바로 영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 세기 동안 지속·발전해 온 ‘영성’의 개념과 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다룬다. 나아가 영적 태도 또는 영적 수행이 개인의 삶과 사회의 번영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짚어본다. ‘왜 영성이 필요한가?’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영성은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유행처럼 번지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머리말〉과 〈서문〉을 따로 두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영성처럼 방대한 주제에 짧은 개론서를 쓰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며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머리를 꺼낸다. "영성이란 개념은 세계 모든 종교에 존재하며 점점 더 비종교적인 맥락으로 확산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복잡함과 풍부함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다양한 해석 틀을 채택했고 여러 분야를 조사했으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내 피상성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오늘날 영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종교, 비의적(Esoteric), 인간 삶의 영역을 다룰 없다는 문제에 부닥쳤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저자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선택했고, 가급적 광범위한 근거를 찾고 쓸데없는 전형성이나 거친 일반화를 피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의 목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따라서 서술과 분석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다양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서술했으나 독자들이 이 책에 나오는 쟁점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기를 당부한다. 이어 〈서문〉에서 저자는 '영성'이란 넓은 의미에서 인간 존재의 전망, 인간 정신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갖기 위한 전망을 구체화한 생활방식과 수행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이란 말은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인생의 의미와 행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의미를 확립한다.

 


 

영성에 대한 '매혹'이 우리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매혹'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를 독자로서는 감히 추측하기 어렵지만 종교, 특히 기독교에 국한되어 사용되던 영성이 현대에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고 사용되는 영성의 확장 개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이해된다. 이는 서구에서 전통 종교 집단이 감소하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저자의 주장은 단어 사용은 설득력을 갖는다. 20세기 마지막 25년 동안 영성 개념은 기독교라는 기원, 나아가 종교 자체를 훨씬 넘어섰다고 저자는 제시한다. 이제는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적 경험과 영적 수행에 광범위한 탐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학문 분야로서 영성은 신학과 종교학을 넘어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 젠더연구 등의 분야에서 점점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영성이라는 주제는 또한 보건의료와 간호, 상담과 심리치료, 사회사업, 교육, 경영학, 예술, 스포츠교육과 같은 직업 세계와 훈련에서도 꾸준히 나타난다고 밝힌다.

이 책은 수 세기 동안 '영성'이 무엇을 의미해 왔는지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영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좀 더 분명히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또 인간의 번영과 영정 수행이 어떤 관계인지, '영적 삶'을 추구하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려는 의도 역시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미리 말하고 있다. 영성이라는 단어는 기독교에서 처음 사용하다가 다른 세계종교로 확대돼 지금처럼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이 단어가 흔히 '세속적 영성'이라고 불리는 비종교적 맥락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 책은 종교, 역사, 철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여러 인식 틀을 함께 사용한다고 밝힌다. 이 책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영성이란 무엇인가?」, 2장 「유형과 전통」, 3장 「영성과 경험」, 4장 「삶의 방식으로서의 영성」, 5장 「사회의 영성」, 6장 「영성과 종교」, 7장 「영적인 삶을 영위하라」 등이다. 이 책에서는 영성의 확대 의미뿐만 아니라 영성의 유형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2012년에 출간한 『영성: 매우 짧은 개론서』 초판을 옮긴 번역서이다. 역자 한윤정은 "이 책은 세부로 깊이 들어가기보다 영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각을 주는 데 집필의 주안점이 있다"고 밝히고 영성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p.198)고 말한다. 역자는 저자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한국의 영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물론 번역자로서 저자의 주장과 설명에 공감하고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성을 특정 종교의 개념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넓고 깊은 영성의 스펙트럼에서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렇게 좁고 제한적인 관점으로 영성을 이해하면 그것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라. 삶 전반에서 영성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심리학·철학·젠더연구 같은 학문 분야는 물론이고, 보건의료와 심리치료 같은 의료 분야, 경제·경영, 예술과 스포츠 영역에서도 영성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영성이 주목받는 이유, 인간 삶과 행복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자질로 각광받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인간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삶을 지향하며 이에 대한 추구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성장 또는 성숙을 갈망한다. 이것이 영성이 생겨나고 지금껏 존재하는 이유이다. 곧 진화와 진보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욕구이며, 이와 관련해 영성은 인간 실존의 가장 큰 화두인 셈이다. 이 책은 내용 면에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주요 세계종교와 세속적 사고, 비의적 운동에서 영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1장), 그런 다음 공통된 특징을 가진 네 가지 유형의 영성을 정의하고 탐구한다(2장). 이어서 영성의 세 가지 핵심적 차원인 경험(3장), 삶의 방식(4장), 사회 전반과 맺는 관계에서의 가치(5장)를 탐구한다. 끝으로 최근 영성이 어떻게 서로 다른 종교의 지혜를 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영성과 종교의 관계를 탐구하고(6장), 오늘날 ‘영적 삶’의 가능성과 여러 영적 수행 사이의 관련성을 그려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7장).

 

 

저자와 역자가 함께 영성에 대한 견해는 공감을 보이며 때론 일치한다. "영성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을 삶의 도구로 가지지 못하더라도 사는 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금보다 나은 삶,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한다면 영성에 대한 이해와 영적 삶을 향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영성은 가장 깊은 차원에서 일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관한 것이며, 성장과 변화와 진보로 나아가는 자기 성찰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각자가 가진 영적 능력 또는 영적 성장의 가능성만큼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저자 : 필립 셸드레이크(Philip Sheldrake)

 

21세기 학제 간 영성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영성 연구가이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오블레이트 신학대학원(Oblate School of Theology) 교수이자 동 대학원 현대 영성 연구소 소장이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산하 세인트 에드먼드 대학의 폰 휘겔 연구소(Von Hugel Institute), 케임브리지대학교 신학협회 소속 웨스트콧 하우스(Westcott House)의 선임연구원이다. 역사와 신학을 전공했으며 2015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고등박사 학위(DD)를 받았다. 지난 30여 년간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 영성과 현대 영성에 관한 다각적 연구와 강의를 진행해 왔으며, 국제 기독교 영성 연구 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변화된 세상: 신비로운 여정(A World Transfigured: The Mystical Journey)》 《우리의 욕망과 친구 되기(Befriending Our Desires)》 《영성 탐구: 역사와 신학 그리고 사회적 실천(Explorations in Spirituality:History, Theology & Social Practice)》 외 다수의 책을 썼으며, 그중 《미래로 열린 영성의 역사》 《도시의 영성》이 우리말로 번역·출간되었다.

 

역자 : 한윤정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생태문명’이란 키워드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생태적 전환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기획위원회와 워킹그룹에 참여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경향신문 사회부·경제부·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관훈클럽 임원, 한국여기자클럽 이사를 지냈다. 연세대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명작을 읽을 권리』(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집이 사람이다』를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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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고쳐 나갈까?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1
구정은.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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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삶은 풍요롭게 개선된 듯하지만 겉만 화려한 '속빈 강정'이라는 것을 다 안다. 지난 세기 양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이제 인간이 사는 지구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바뀔 것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양차 대전은 전쟁 도발국들의 패배로 끝나면서 '악(惡)의 패배', '사필귀정'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였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지구상에서 퇴출시킬 기세였다. 그러나 곧바로 '냉전'이라 부르는 이념 갈등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나라들이 농노제를 폐지하며 근대화의 길로 돌아섰지만 러시아만 유독 농노제가 강화되었다. 러시아 제정 말기 농노의 삶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처참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받아들여지기 좋은 토양으로 변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첫 노동자·농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레닌의 볼셰비키파가 혁명에 성공, 제정을 끝내고 입헌군주제의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탄생했다. 레닌의 주도로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중국으로 뻗쳐 나갔다. 레닌의 사후 2차 세계대전에 나치 독일에 의해 거의 나라를 잃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난 러시아는 공산주의 종주국의 위치를 굳히며 러시아에 인접한,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친 수많은 나라들을 자신들의 영향 하에 두고 공산주의 체제를 강요했다. 강력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의 지분(?)을 차지한 것이다.

20세기 말 구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뒤지며 경제가 무너져 내렸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공산주의는 실패한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젠 정말 새 밀레니엄에는 지구의 유토피아가 실현되리라 믿었던 인류는 다시금 절망한다. 많은 수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했지만 아직 공산주의 체제가 끝장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오랫동안 종교 분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다. 이 종교 분쟁은 이슬람 종교가 새로 생겨난 7세기 중반부터 충돌해 왔다. 이 종교 전쟁은 거의 1,500년 간 지속돼 왔기에 2차 세계대전처럼 진영이 나뉘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만 않았을 뿐 끊임없이 크고 작은 지구상 전쟁의 진앙지였다.

 


 

인종 차별, 남녀 성차별은 예전에 비해 다소 완화되어 왔지만 종교적 대립은 물밑에서 이어져 언제든 전쟁 대비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히려 21세기 들어서다. 가장 강력한 이슬람 세력인 이라크가 무너졌지만 잔여 세력의 무장화로 또 다른 대립과 갈등이 이어졌다. 다만 우리는 지난 세기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전쟁을 치르고 다시 복구하는 입장에다 국교를 정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로서 분쟁에 참여할 일도, 참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사실 종교 전쟁에서 자유로웠기에 전쟁 복구와 경제 발전에 매진할 기회를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이기에 종교 전쟁과는 다른 이념 전쟁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50년도 안 된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고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이르렀다.

이 책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는 ‘평등하지 않은 세계’를 들여다 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제사회가 만들어온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쓰였다. 인류는 살아오면서 치열한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 온 덕에 전체적인 부는 믿기 힘들 정도로 쌓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이다. 1장에서는 세계의 불평등한 현실과 함께,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를 분석한다. 역사는 늘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래전의 역사에서만 원인을 찾다 보면 과거에만 치중하게 되고 지금 그들이 국가를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오히려 놓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빈곤과 세계적인 불평등의 원인을 좀 더 다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특히 앞으로 더욱 심해질 기후 재난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2장에서는 세계가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어떻게 국제사회의 규칙으로 확립됐는지를 살펴본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권’이 있다는 개념, 전쟁에서도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친 사람을 버려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구호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 구호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저마다 다른 생각들이 부딪친다. 구호의 역사와 함께, 구호의 ‘원칙’을 둘러싼 논란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분쟁 상황에서의 ‘중립’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3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한 국가나 지역의 발전을 도와주는 개발원조에 대해 알아본다. 개발 원조의 여러 형태, 원조를 많이 하는 나라와 많이 받는 나라 같은 기본적인 상황들을 짚었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에 어마어마한 원조가 흘러갔다는데 왜 빈곤은 없어지지 않는 거야?’, ‘원조는 결국 효과가 없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의도는 좋았는데 결과가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개발원조의 한계와 문제점, 경제 규모가 커진 중국이 최근 원조에서도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에 던져 주고 있는 고민거리 등을 살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는 윤리적으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1940~1960년대에는 세계 대부분의 식민지가 독립을 했지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첨예했던 시기였고, 저개발국들이 소련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미국이 대대적인 원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맨 먼저 원조 예산을 퍼부은 대상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국들이 아닌 유럽이었습니다. 미국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살려 소련에 대항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p.105~106)

 

 

미디어에서는 빈곤과 전쟁과 전염병과 재난 같은 ‘나쁜 뉴스’들을 주로 전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동안 서로 돕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정말 많이 발전해 왔다. 오래전의 한국, 그 뒤를 이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개발된 나라로 변신한 나라들도 있다. 한 지역이나 나라의 발전이 더디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그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면, 거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가난은 과거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 동시에, ‘지금’ 불평등을 키우는 금융 시스템이나 교역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나라나 우리 기업이 혹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해를 입히거나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늘 생각해봐야 할 위치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이 모두에게 그런 생각거리들을 던져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저자 구정은과 이지선은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이미 빈국의 부채를 없애주자는 '주빌리2000'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1996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개발도상국들이 IMF나 세계은행 등에 지고 있는 부채를 없애주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50년마다 한 번씩 빚을 탕감해주는 '희년(Jubille)'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운동이었습니다. 여기에 호응해 1999년 독일에 모인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개도국들의 빚을 일부 없애줬습니다. 20여 년이 흐른 뒤에도 '부채 탕감'이라는 똑같은 주장이 되풀이되는 것은, 발전의 운동장이 여전히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겠지요.(p.173)

 


 

'디지털 세상'이라는 세계가 공동 번영을 누리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을 선진국 등 많은 나라들이 희망적인 기대감을 보였지만 지구상 인류는 혜택받고 다같이 누리는 세상이 아닌 오히려 더욱 더 불평등과 빈부의 차, 그리고 차별이 극심해진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균형 잡힌 세상이 되기 전에는 어떤 문명의 혜택도 함께 누리는 '공동 번영의 길'은 헛된 구호에 그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을 뿐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구호활동과 원조를 하는 나라들의 취지가 일치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 원조나 헤택의 취지와 목적이 앙리 뒤낭이 확립하고 발전시킨 〈적십자사〉처럼 원조나 구호의 본뜻에 충실한 일들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특별한 목적을 갖고 실시하는 원조와 구호는 또다른 분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미·소의 갈등으로 자국의 이념에 함께하려는 자들에게 경제 원조뿐만 아니라 무기 원조도 해주는 바람에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지역별 분쟁이 잇따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냉전은 끝남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쥐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경찰을 자처하며 그들만의 문제에 자국의 이익에 맞는 곳에 원조를 해줌으로써 갈등과 전쟁을 부채질한다는 의심도 받았다. 지금은 경제적 부흥을 이룬 중국이 G2로 떠오르자 미중간 '무역 전쟁'의 양상 속에서 다시 극명한 대립구조로 갈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 큰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중소 국가들은 양쪽의 눈치를 보는 '양다리 외교 정책'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특히 2019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코로나 백신'의 불균형 공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빈부와 지역 갈등, 종교 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이 한꺼번에 폭발함으로써 2023년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갈등과 분쟁은 또 한 번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임을 또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구정은과 이지선은 신문사 기자로서 활동하며, 경험하고 확립한, 국제 원조·구호 활동의 허점을 명확히 짚어내 이 책에 기술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한 문체와 줄거리를 세워 차근차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크다. 도 저자는 근 미래 세계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세상의 흐름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국가 원조·구호 활동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

 

저자 : 구정은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고, 지금은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강한 것보다는 힘없고 작은 것, 눈에 띄는 것보다는 가려지고 숨겨진 것에 관심이 많다. 번역을 하면서 나라 밖 소식을 전하는 일도 하고 있다.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등의 책을 썼고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등을 번역했다.

 

저자 : 이지선

18년간 신문사에서 일하며 독자와 함께하는 콘텐츠를 고민해 왔고, 2021년부터는 스타트업 트레바리에서 일하고 있. 유학 등을 통해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하고부터, 배제된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는 방법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말할 통로가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찾고, 듣고, 쓰고 싶다. 함께 지은 책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가 있고, 『혁명을 리트윗하라』(공역),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공역)을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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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선택 :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
마야 괴펠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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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일상이 크게 변하는, 흔들리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어려움에 부딪치면 "내가 뭔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사회 탓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곤 어려움이 해결되었든, 되지 않았든 다시 삶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간다. 어려움이나 변화에 적응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동서고금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그렇다. 그래서 사회는 천천히, 그러나 발전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이고 큰 위기일 때는 좌절하고 극단적으로 삶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전쟁도 겪고 외환 위기도 버텼고, 기후 변화에도 서서히 적응해 간다. 이런 상황에서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끈기 있게 버티는 우리에게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지금은 전 지구가 환경적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기의 시대다. 냉전 시대 극심한 갈등과 경쟁은 어느 정도 수그러진 것 같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 심화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이라는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책 『더 좋은 선택: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운영 시스템에 어떤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저자 마야 괴펠은 이제는 우리가 모든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원칙에 의문을 갖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재평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 지구를 더 이상 고갈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다시 생각하고, 결핍과 불균형을 풍요와 균형으로 되돌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의 확신과 용기, 그리고 선택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자 괴펠은 인류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책에서 말한다. 인류 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기대도 높지만, 반대로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환경, 경제, 정치, 사회, 기술에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시스템들이 무너지고,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생태계 파괴까지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불어닥칠 것이란 과학적 진단도 쏟아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우리가 사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풍족함은 사라지고 예상치 못한 쇠락과 빈곤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어그러져 파국으로 치닫기 전, 우리는 환경과 경제와 정치와 기술을 근본부터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고치고 해결하고 새롭게 재정비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런 도전을 건설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나침반과 창의성과 용기를 우리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위기가 분명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중요한 것은 책임과 협력의 가치를 되새기고, 새로운 목표에 맞춰 사회 구조를 재설정한 뒤 단계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라고 제안한다. 이런 성찰의 자세는 예측과 관리 및 통제의 한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만들 수 있다는 망상에서 깨어나 겸손함을 배우고, 함께 진화하는 길을 모색하며, 분열을 이겨내고, 조화를 이루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변화의 물꼬를 어떻게 돌릴 것인지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그 실천 주체인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미래를 꾸려가기 위해서다.

 

 

괴펠은 「인류 최대의 모험이 시작된다」는 제목의 〈머리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 위협만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는 신호도 읽어내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 출발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진단하기란 오늘날처럼 전 세계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사회에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에 이르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다양한 입장이 서로 충돌한다.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낙관론과 당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경고, 시장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가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은 서로 충돌을 계속한다. 미래가 막막하고 불투명하게 보이는 탓에 우리는 이런 충돌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고, 방관하거나 외면하고, 현상 유지를 고집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 그리고 미래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계로의 전환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작은 행보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영웅은 일론 머스크도, 빌 게이츠도 아니다. 당신은 오늘 당장 거울 속에서 그 영웅을 만날 것이다. 필요한 것은 명확한 방향 설정과 확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이다. 새로운 출발, 거대한 전환이라고 해서 아주 거창할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작은 것부터 행동에 옮겨보자. 우리는 얼마든지 다르게 행동하고, 일하고,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은 예전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훨씬 더 큰 자유를 누리며 산다."

하지만 이런 윤택함은 지구의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지구 자원을 착취하는 탓에 가능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동시에 가난과 부유함, 북반구와 남반구, 흑과 백, 여성과 남성 사이의 불평등과 불공정은, 그동한 꼼꼼하게 관리된 데이터가 확인해 주듯 줄어들기는커녕 부분적으로는 더욱 심해졌다. 경제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그만큼 더 분배는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저자는 전작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에서 지적한 250여년 전에 생겨난 '낡은 생각'을 청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80억 명에 이르는 인구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자원 소비로 지탱되는 오늘날의 세게에서 이런 낡은 생각은 도처에서 일어나는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대안의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것. 저자가 이 책에서 새로운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다. 내일의 세상으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 방안에 앞서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확신'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70여 년 전에 "개혁의 진정한 기준은 현실을 직시하는 사실주의, 말 그대로 철저한 '근본주의'다. 핵심을 뿌리까지 파고들어 문제의 원인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란 에리히 프롬의 문장을 인용한다.

저자 또한 근본을 파고드는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근본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이 책을 쓴 것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거대한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살핀다. 2부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에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3부 〈미래는 누가 결정하는가〉에서 이 변화를 '누가' 밀어붙이는가?를 세심하게 알려준다. 특히 2부에서 「책임- 다르게 배우기」, 「능력- 다르게 성장하기」, 「연결- 다르게 활용하기」, 「행동- 다르게 조직하기」, 「소통- 다르게 교류하기」로 나눠 세부적으로 살피고 안내한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 물건을 가질 기회는 오로지 경제성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런 경제성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쉽사리 드러난다. 우선, 물질적으로 부족한 게 없음에도 어떤 재화는 서로의 생활수준을 비교할 때만 사회적 위상을 상징할 수 있다. 둘째, 이로써 나의 위상이 더 낫다고 여길 수 있는 기준은 계속 올라간다. 더 좋은 것을 더 높은 위상으로 누린다는 말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결핍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사회적 결핍’은 결국 최대 다수를 위한 최대 행복이 말이 되지 않는 논리임을 확인해 준다.(pp.157~158)

 


 

책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미래 예측보다는 당장의 문제가 시급하다. 미래 환경이나 기후보다는 당장의 경제적 가치가 우선순위다. 그러나 솔직히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시나리오는 각기 다른 미래를 그려 보인다. 기술 혁신만을 목표로 설정한 시나리오도 있을 테고, 지구와 생태계의 균형을 우선한 시나리오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경제적 이익이나 교통, 인구 문제 같은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우리의 눈을 현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각각의 시나리오가 오늘과 내일을 이어줄 길을 모색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미래 예측은 필요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냄으로써 우리의 시야가 확장되고 위기에 활용할 여러 가지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어떤 대안이 현실적이고 긍정적인지 묻는 활발한 토론은 문제와 오류가 불거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준다. 어느 시나리오가 들어맞을지, 어긋난다면 어떤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인지 하는 질문의 답은 운명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미리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는 미래 문해력이 필수적이다.

“미래 문해력을 갖춘 사람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왜, 그리고 어떻게 현재로 끌어와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유네스코 미래예측분과 위원장인 리엘 밀러(Riel Miller)의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저자의 미래 문해력은 탁월하면서도 낙관적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실천 방안을 함께 제안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우리의 창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다.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이제는 개인과 사회 전체가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고 꿈꾸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공감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긍정적인 회복력 정책은 옛것을 고수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가치를 보존하는 쪽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 적기를 놓치지 않으려 항상 주의하고 예견하는 태도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안녕을 키우는 쪽으로 자산 가치를 강화하는 자세다. 훼손되지 않는 자연, 좋은 교육과 보건 체계, 신뢰감이 형성된 관계 및 제도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인생의 밑바탕이 된다. 우리의 능력을 키워 사회의 구조와 의사 결정 및 실행 과정을 일찍부터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p.226)

 

저자 : 마야 괴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경제학자이며, 지구 환경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연사이기도 하다. 2019년 뤼네부르크의 레오파나대학교(Leuphana University) 명예교수로 임명되었고, 2021년 7월까지 독일 글로벌환경변화학술자문위원회(WBGU)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의 환경을 고민하는 책임 있는 학자로서 ‘로마 클럽(Club of Rome)’,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Council)’, ‘발라톤 그룹(Balaton Group)’, 독일 연방정부 바이오경제위원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미래를 위한 과학자 모임(Scientists for Future)’이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이 단체에는 2만 6천 명이 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2019 애덤 스미스 상, 2019 BAUM의 환경 및 지속가능성 상, 2021 에리히 프롬 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희상

 

성균관 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와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헤겔 이후의 계몽주의 철학을 연구했다. 『늙어감에 대하여』,『사랑은 왜 아픈가』,『존재의 박물관』 등 10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2008년에는 어린이 철학책 『생각의 힘을 키우는 주니어 철학』을 집필 · 출간했다. ‘인문학 올바로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과 독서 모임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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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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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젠더 범죄자에 대한 응징은 악인의 소행인가, 광인의 광란인가. 저자는 젤틸레스키의 삶과 그림을 소설 곳곳에 인용되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직접 보복의 정당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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