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란 무엇인가 -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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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종교인인 적이 없다. 한 번도 종교 신자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세계 종교로 일컬어지는 3대 종교는 물론 지역적 종교로 불리워지는 어떤 민간 종교도 믿고 삶에 적용하거나 삶에 힘을 준다고 믿지 않는다. 제 발로 찾아가서 들으려던 시도도 없었기에 종교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가르침을 직접 들은 적도 없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영성'이란 말은 미디어나 책을 통해 자주 접해본 단어다.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종교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경험적이며 인간에게 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간의 정신에 깃들어 있는 신비스러운 개념으로 생각을 해왔다. '영성'을 따로 정의한 책은 읽어보진 못했기에 영성에 대해서는 독자만의 추측적 개념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의문을 가졌던 것은 "비종교이고 어떤 믿음도 갖지 않는 나에게도 영성이 있을까?"란 의문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필요치 않아서 여전히 독자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종교인들이 쓰는 추상적 개념으로만 남겨져 있다.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려 했던 이유는 표제어가 '영성이란 무엇인가'이기 때문에 자주 듣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이다.

책을 읽기 전에 영성의 개념을 정확하게 확립해둘 필요가 있었다. 백과사전이라도 이용해야 할 것 같았다. 〈네이버〉 『교회용어사전』에 따르면 영성(靈性)이란(성경에도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① 하나님을 믿고 거듭난 모든 자녀들에게 주어진 영적인 성품을 말한다. ②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모든 은혜와 은총을 경험하는 자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경건한 성품이다. ③ 성령의 충만한 은혜 속에서 성령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영적인 사람의 속성을 말한다. ④ 이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온전한 사랑, 말씀에 기초한 도덕적 통찰과 능력, 그리고 하나님의 깊은 신비에 대한 신령한 지식과 지혜를 겸비하게 된다고 나와 있다. 영성이란 단어보다 더 어려운 단어들이 섞여 나오는 바람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인지,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서인지는 독자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행스럽게 앞서 언급한 사전의 부가 설명에서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에 근접한 표현들이 기술돼 있어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영성'을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에서 단지 육체와 구별되는 영적인 속성이나 인간 내면의 문제, 또는 신비주의적 경향성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있다. 즉, 로마 가톨릭, 이슬람, 불교에서도 영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바로 그런 점에서 '영성'은 타종교가 기독교의 담을 쉽게 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 소위 영성의 대가들(토마스 머튼, 헨리 나우웬, 리차드 포스터, 유진 피터슨, 필립 얀시 등)은 그들의 프로필과 글에 나타난 접근방법은 서로 달라 보여도, 그들은 신비주의적 가톨릭 영성이나 인간의 내면 문제를 추구하는 동양 종교의 영성과 기독교의 영성 간에 담을 허물어 놓고 교인들을 종교다원화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 책 『영성이란 무엇인가』는 종교적인 것 혹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사고나 신념 체계, '영성'에 대해 이렇게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시작한다. 영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에서 왜 영성을 비과학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부터 할까? 저자 필립 셸드레이크의 답변은 명확하다. 과학·의료·교육·예술·비즈니스 영역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 전반에 영성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과 사회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적 지능, 영적 자본이라는 표현에도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 영성은 세상을 바꾸고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자질이자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계발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성’의 의미와 가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종의 ‘영성 교과서’이다. 탈종교화 시대, 과학만능주의 시대를 역행하는 영성의 유행을 맞아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삶의 결정적 도구로 삼을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

 


 

이 책은 영성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삶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긴 역사를 가졌으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개념이 바로 영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 세기 동안 지속·발전해 온 ‘영성’의 개념과 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다룬다. 나아가 영적 태도 또는 영적 수행이 개인의 삶과 사회의 번영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짚어본다. ‘왜 영성이 필요한가?’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영성은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유행처럼 번지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머리말〉과 〈서문〉을 따로 두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영성처럼 방대한 주제에 짧은 개론서를 쓰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며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머리를 꺼낸다. "영성이란 개념은 세계 모든 종교에 존재하며 점점 더 비종교적인 맥락으로 확산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복잡함과 풍부함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다양한 해석 틀을 채택했고 여러 분야를 조사했으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내 피상성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오늘날 영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종교, 비의적(Esoteric), 인간 삶의 영역을 다룰 없다는 문제에 부닥쳤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저자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선택했고, 가급적 광범위한 근거를 찾고 쓸데없는 전형성이나 거친 일반화를 피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의 목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따라서 서술과 분석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다양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서술했으나 독자들이 이 책에 나오는 쟁점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기를 당부한다. 이어 〈서문〉에서 저자는 '영성'이란 넓은 의미에서 인간 존재의 전망, 인간 정신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갖기 위한 전망을 구체화한 생활방식과 수행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이란 말은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인생의 의미와 행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의미를 확립한다.

 


 

영성에 대한 '매혹'이 우리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매혹'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를 독자로서는 감히 추측하기 어렵지만 종교, 특히 기독교에 국한되어 사용되던 영성이 현대에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고 사용되는 영성의 확장 개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이해된다. 이는 서구에서 전통 종교 집단이 감소하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저자의 주장은 단어 사용은 설득력을 갖는다. 20세기 마지막 25년 동안 영성 개념은 기독교라는 기원, 나아가 종교 자체를 훨씬 넘어섰다고 저자는 제시한다. 이제는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적 경험과 영적 수행에 광범위한 탐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학문 분야로서 영성은 신학과 종교학을 넘어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 젠더연구 등의 분야에서 점점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영성이라는 주제는 또한 보건의료와 간호, 상담과 심리치료, 사회사업, 교육, 경영학, 예술, 스포츠교육과 같은 직업 세계와 훈련에서도 꾸준히 나타난다고 밝힌다.

이 책은 수 세기 동안 '영성'이 무엇을 의미해 왔는지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영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좀 더 분명히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또 인간의 번영과 영정 수행이 어떤 관계인지, '영적 삶'을 추구하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려는 의도 역시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미리 말하고 있다. 영성이라는 단어는 기독교에서 처음 사용하다가 다른 세계종교로 확대돼 지금처럼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이 단어가 흔히 '세속적 영성'이라고 불리는 비종교적 맥락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 책은 종교, 역사, 철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여러 인식 틀을 함께 사용한다고 밝힌다. 이 책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영성이란 무엇인가?」, 2장 「유형과 전통」, 3장 「영성과 경험」, 4장 「삶의 방식으로서의 영성」, 5장 「사회의 영성」, 6장 「영성과 종교」, 7장 「영적인 삶을 영위하라」 등이다. 이 책에서는 영성의 확대 의미뿐만 아니라 영성의 유형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2012년에 출간한 『영성: 매우 짧은 개론서』 초판을 옮긴 번역서이다. 역자 한윤정은 "이 책은 세부로 깊이 들어가기보다 영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각을 주는 데 집필의 주안점이 있다"고 밝히고 영성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p.198)고 말한다. 역자는 저자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한국의 영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물론 번역자로서 저자의 주장과 설명에 공감하고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성을 특정 종교의 개념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넓고 깊은 영성의 스펙트럼에서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렇게 좁고 제한적인 관점으로 영성을 이해하면 그것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라. 삶 전반에서 영성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심리학·철학·젠더연구 같은 학문 분야는 물론이고, 보건의료와 심리치료 같은 의료 분야, 경제·경영, 예술과 스포츠 영역에서도 영성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영성이 주목받는 이유, 인간 삶과 행복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자질로 각광받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인간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삶을 지향하며 이에 대한 추구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성장 또는 성숙을 갈망한다. 이것이 영성이 생겨나고 지금껏 존재하는 이유이다. 곧 진화와 진보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욕구이며, 이와 관련해 영성은 인간 실존의 가장 큰 화두인 셈이다. 이 책은 내용 면에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주요 세계종교와 세속적 사고, 비의적 운동에서 영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1장), 그런 다음 공통된 특징을 가진 네 가지 유형의 영성을 정의하고 탐구한다(2장). 이어서 영성의 세 가지 핵심적 차원인 경험(3장), 삶의 방식(4장), 사회 전반과 맺는 관계에서의 가치(5장)를 탐구한다. 끝으로 최근 영성이 어떻게 서로 다른 종교의 지혜를 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영성과 종교의 관계를 탐구하고(6장), 오늘날 ‘영적 삶’의 가능성과 여러 영적 수행 사이의 관련성을 그려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7장).

 

 

저자와 역자가 함께 영성에 대한 견해는 공감을 보이며 때론 일치한다. "영성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을 삶의 도구로 가지지 못하더라도 사는 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금보다 나은 삶,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한다면 영성에 대한 이해와 영적 삶을 향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영성은 가장 깊은 차원에서 일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관한 것이며, 성장과 변화와 진보로 나아가는 자기 성찰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각자가 가진 영적 능력 또는 영적 성장의 가능성만큼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저자 : 필립 셸드레이크(Philip Sheldrake)

 

21세기 학제 간 영성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영성 연구가이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오블레이트 신학대학원(Oblate School of Theology) 교수이자 동 대학원 현대 영성 연구소 소장이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산하 세인트 에드먼드 대학의 폰 휘겔 연구소(Von Hugel Institute), 케임브리지대학교 신학협회 소속 웨스트콧 하우스(Westcott House)의 선임연구원이다. 역사와 신학을 전공했으며 2015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고등박사 학위(DD)를 받았다. 지난 30여 년간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 영성과 현대 영성에 관한 다각적 연구와 강의를 진행해 왔으며, 국제 기독교 영성 연구 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변화된 세상: 신비로운 여정(A World Transfigured: The Mystical Journey)》 《우리의 욕망과 친구 되기(Befriending Our Desires)》 《영성 탐구: 역사와 신학 그리고 사회적 실천(Explorations in Spirituality:History, Theology & Social Practice)》 외 다수의 책을 썼으며, 그중 《미래로 열린 영성의 역사》 《도시의 영성》이 우리말로 번역·출간되었다.

 

역자 : 한윤정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생태문명’이란 키워드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생태적 전환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기획위원회와 워킹그룹에 참여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경향신문 사회부·경제부·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관훈클럽 임원, 한국여기자클럽 이사를 지냈다. 연세대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명작을 읽을 권리』(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집이 사람이다』를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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