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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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을 통해 일상을 기록한 일기 같은 에세이다. 담백한 흑백사진 하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일상의 기록처럼 황폐화된 가슴에 우리 일상을 되돌아본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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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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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시기였다. 지금도 예전의 일상이 아닌 '코로나 팬데믹 일상'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어 그나마 조금은 희망의 빛 한줄기쯤은 가슴속에 품고 산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거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누릴 수 없는 일상이 돼버렸다. 우리 대부분은 코로나 방역에 지칠 대로 지쳐가지만 또다시 예전처럼 함께 웃고 울며 사는 날이 되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힘겹지만 움츠린 채 살고 있다. 지난 한 해는 마스크를 쓰고 표정을 숨긴 채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삶 때문에 우리의 활기 차고 빛나는 일상은 온데간데없이 우울했다. 거리도 온통 잿빛이고 활기 없는 건물들은 휑하니 썰렁하기만 했다. 모두가 함께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 사진작가는 나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했다. 오롯이 렌즈를 통해본 우리의 삶은 우울한 기억을 깨우치지만 이런 상황을 함께 헤쳐왔다는 자긍심을 깨닫게 해준다. 또 앞으로 다가온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기대에 한껏 가슴을 부풀리고 신선한 겨울 공기를 들이마신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기도 전에 마주한 자신과의 많은 시간을 한 사진작가가 기록한 세상으로 들어가본다.

 


 

바쁘게 살다 보면 갑자기 몸이 아프기도 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몸이 아프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같은 세상을 살던 한 사진작가는 어느 날부터 늘 함께하던 술자리도 갈 수 없고 병든 몸으로 직장 생활도 못한 채 코로나로 닥친 통제된 세상과 맞닥뜨렸다. 그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르게 몸을 아끼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코로나바이러스마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픈 몸과 더불어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새롭게 맞이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돌면서 그는 불현듯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처럼 어지럽고 불필요한 감정은 내려놓고 좀 더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7년 전 사진으로 마지막 밥벌이를 한 이후 카메라를 처음으로 다시 들었다.

오랜만에 찍어서 낯설어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출근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그의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었다. 그렇게 일상을 다시 마주하기 시작했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좋았다. 그렇게 아픈 몸과 마음에 사진이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고 마음 치유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일상을 기록한 일기 같은 에세이이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화려한 수식이나 복잡한 문법이 아니라 담백한 흑백사진 하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짤막하게 자신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했다. 멋들어진 배경이나 인물은 없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주로 집(일산), 사무실(상암동), 출판단지(파주) 등 저자가 일상을 보내는 곳들 근처이다. 당초 의식하거나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의 대부분 사진과 기록이 코로나 시대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칫 단절과 외로움이 익숙해지기 쉽지만, 저자는 익숙한 공간들을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도록 사진으로 찍고 짧은 글로 말을 걸어온다.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느라 모두가 힘든 순간이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잠시 멈춘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그러면 새롭게 보이는 익숙하지만 낯선 일상이 마음에 쉼과 평안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이 책의 흑백사진들이 그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오늘의 짧은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된 포토에세이이다.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이 되고 어쩌다보니 코로나 속 일상의 기록이 함께 담겨 있다고 저자는 읊조린다. 맨날 보는 일상을 흑백 사진으로 찍어서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고, 흑백사진으로 계절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일상을 흑백사진과 메모식의 짧은 글로 정리했고, 감상은 독자몫이니. 각 장은 모두 흑백사진과 1 ~5 줄의 글로 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200여컷에 달한다.

 

1月 우두커니 햇살을 받는 나무처럼 올해도 묵묵히

2月 익숙하지만 오래된 겨울과 낯설지만 새로운 봄 사이에서

3月 이 비가 그치면 성큼 더 다가오겠지요?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4月 따스한 봄 햇살, 흐드러지게 핀 꽃이 마음에 불을 지르네

5月 눈부신 하늘, 예쁜 구름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에

6月 비가 내리고, 또 비가 내리고, 여름이 오기는 하늘 걸까?

7月 여름, 짙어가는 녹음은 눈동자를 찌르고 따가워진 햇볕은 피부를 찌르고

8月 저녁이 되면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네요, 찬란한 나의 여름이여

9月 자꾸 미련이 남는 여름과 갈 길 가야겠다는 가을의 경계에서

10月 소원을 들어주는 아름다운 달님은 올해도 뜨시려나?

11月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는 떠나는 가을의 몸짓인가 봐

12月 만남은 언제나 눈부시고 인연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흑백사진은 코로나로 멈춰버린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는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흑과 백, 명과 암의 기록, 즉 모든 장면을 추억으로 만든다. 아무리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흑백사진이 된 순간부터 열기를 잃어버린 듯 보이고, 건물 공간은 텅 비어 폐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기억 속의 모습은 모두 흑백으로만 존재한다. 암울한 도시, 빛 바랜 기억처럼...

독자는 사진을 공부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많은 작품 사진 속에서 작가들이 표현하려는 것을 알아내는 순간 묘하게도 짜릿한 느낌과 희열이 느껴지고 작가와 공감하는 순간엔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한다. 사진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은 사진이 예술의 한 분야로 대우 받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독자가 알기로는 있는 것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은 예술적 감각이 불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예술의 범주에 넣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진 예술을 하는 분들은 사진 찍는 순간 사진 작가의 감각이나 감성, 바라보는 각도나 보이지 않은 것을 사진 속에 담아내기에 사진은 예술임을 주장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 쪽도 저 쪽도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진 전문가인 후배에게 들은 말로는 사진으로도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 추구하는 예술성을 얼마든지 사진에 투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타당성이 있고 설득력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컬러화 돼 지금 흑백사진은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작품 사진을 하는 분들은 흑백사진을 고집한다. 줄곧 흑백사진만을 찍는다는 것. 흑백은 오래 남기기 좋고(컬러사진에 비해) 명암이나 빛과 그림자를 강조하는 등 대조적 표현을 강조할 때는 컬러사진이 갖지 못한 오묘한 예술적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옛날 1970년대 이전의 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다. 컬러사진 기술(카메라 등)도 시원찮았고, 인화하는 기술도 지금처럼 정밀하지 못한 시절의 사진들이다. 무엇보다 컬러사진은 필름값도 엄청나게 비싸서 함부로 개인용으로 찍기에는 어려웠다고 한다. 출판계나 인쇄계에서도 컬러 원판이 지금처럼 정밀하지 못하는 데다 인쇄술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 정밀하지 못해 잘못 인쇄될 경우 매우 조잡하게 보이기 때문에 컬러사진을 여간해선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지금에 비하면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지만 카메라, 필름, 작가의 기술(카메라 조작 등), 색도 조절, 인쇄 등 모든 면에서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값도 흑백인쇄와 컬러인쇄는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났다는 것. 모두 예전에 들은 얘기지만 이 흑백사진 책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의 정감이나 감성이 묻어나오기도 하고...

 


 

이 책 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흑백사진과 함께 이야기하는 일상들이다. 화려한 멋을 내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닌 평범한 일상, 저자가 느끼는 그때 그때의 감정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페이지마다 캡션(사진설명)처럼 쓰인 짧은 글을 읽으며 저자의 일상이 작년 한 해 독자의 일상인 듯 다가온다. 아마 컬러사진이었으면 그런 감성이 느껴지지 않았을 터다. 흑백에서 오는 강렬한 명암 대비, 썰렁하고 차가운 느낌의 텅 빈 거리나 건물 등 황량하고 황폐화된 코로나 팬데믹에서 살아가는 움츠린 인간의 감정에 딱 들어맞는 느낌을 준다. 이 책에 실린 200여컷의 장면에는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고양이만 유일하게 생물로 등장한다. 고양이를 저자가 좋아해서 등장시킨 것인지, 작품 상 고양이(길고양이)가 들어가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유일한 등장 생물이다. 활기 있는 생물은 볼 수 없고 우리 일상에서 가장 활기 있게 느껴지는 시장의 모습도 없다. 저자 사진의 의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컬러가 들어가지 않아 마치 그림자로 비춰지는 세상인 듯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익숙한 일상의 사진들이지만 다른 이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일상은 독자에게 무척 긴장감과 새로운 느낌의 이중적 고찰을 강요하는 것 같다. 저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수 많은 순간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저자의 건강 때문에 일부러 흑백사진을 고집하지는 않았다는 것임이 확실하다. 일상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평소 일상에서 자주 보이던 모습은 낯설고, 자주 보이지 않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일상이 비상(非常)이고, 비상이 일상이다.

 


 

긴 복도를 따라 햇살이 비춥니다. 여기는 병원. 여기저기에 병원을 다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그만큼 제 인생도 살아온 세월이 길어진 걸까요? 아픈 게 지겹지만 또 한 줄기 햇살이 비치듯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남은 삶도 세월이 쌓여가겠죠? 비추는 햇살과 함께요.(P. 49)

꼭 멋진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름 재미있는 풍경이지만 창밖을 본다는 것이 꼭 멀리 있는 것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P. 146)

무언가에 비친 모습은 진짜가 아닙니다. 자기 생각이 비친 모습을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자기 생각이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P. 191)

한참을 걷다 보니 여기가 어디죠?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요. 머릿속은 다른 세상을 헤매고 있었나 봐요. 요즘 자꾸 이럽니다. 현실의 목적지와 소망의 목적지가 달라서일까요?(P. 250)

 

저자 : 도진호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몇몇 잡지사를 다녔고 지금은 출판사에서 일합니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몇 차례 사진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언젠가 평생 사진 촬영할 주제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생에서 술이 빠진 빈자리를 사진, 로큰롤, 영화, 역사, 야구, 마작 등으로 채워 넣고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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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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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힘을 통해 우리에게 참된 사랑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왜 사랑이 인간 생존에 가장 큰 힘인지를 저자의 실천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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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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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과 생명의 숭고함, 삶의 진정성이 빛을 발하는 감동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접한다. 세상이 모든 이슈를 잠재우고 온통 코로나 얘기뿐이다.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인 전쟁에 버금가는, 어쩌면 전쟁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생업마저 뒤로 미루다보니 힘든 하루 하루가 그야말로 '지옥'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삶의 의미를 새삼 되돌아보는 일도 있지만, 대개는 코로나 종식만을 바라며 한껏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다. 온 세상이 다 그렇다. TV에서 그렇게 자주 눈에 띄던 전쟁 고아 문제나 식량 위기의 아프리카 난민 돕기 등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자주 방송에 나오는 이웃돕기가 쏘옥 들어간 채 연말연시를 보낸 것 같다. 병원에서 불치나 난치병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는 사람들마저도 매스컴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관심을 덜 가지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활을 '해내느라' 우리 일상에 감동 스토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감동적인 일도 모두 코로나로 잠식된 듯하다. 출판가, 서점가도 감동 스토리를 다룬 책 발간이 작년 한 해는 여느 해보다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감동 스토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덜 가기 때문이다.

 


 

이 책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는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이어오던 남편의 보호자로서 병상을 지키고,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공여자로서 이식수술을 자처하며, 퇴원 후 예후의 관리자로서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일종의 간병 일기이며 치유 에세이이다. ‘치유’라는 수식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신장 이식의 특별한 경험과 치료의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일상을 성찰하게 하며, 위로와 더불어 난관을 극복하고 주변과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부부이긴 하지만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준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감동이다. 저자의 이 책은 장기 기증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며, 삶에 대한 무한 의지를 담았기 때문에 감동이 훨씬 크다. 또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긴 하지만 고통을 함께하며 세속적 욕망을 넘어서는 생명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소중하다.

코로나로 각박해진 이웃과의 관계,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 잠시이지만 소홀해진 친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사랑, 희생, 이타적 행동 등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도록 해주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저자 류정호는 병상 한쪽 구석에서, 퇴원 후 남편 곁에서 틈틈이 기록해온 이 이야기들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무한한 신뢰,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이타적 헌신, 신을 마주 대하는 겸허한 자세를 감동적으로 드러낸다. 온갖 세속적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태 속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과 사랑의 참뜻을 일깨우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신이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준 것은, 우리는 고난에 처한 이들보다 여분의 삶을 누리고 있으며, 가슴속에 늘 베풂과 나눔의 마음을 간직하라는 뜻이리라"며 사랑의 힘을 우리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크리스찬인지는 모르지만 예수의 가르침에 따른 삶을 살고 있는 저자에게서 인간 사랑, 생명의 외경, 인간 존엄, 이웃 사랑 등 많은 감동적이고 신비로움마저 느낄 정도로 독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독자는 이 책을 한 번에 쫘악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느려고 몇 번씩 책을 놓았다가 다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읽곤 했다. 오랜만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직접 읽다보니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책에 따르면 다도 전문가로서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오며 차향처럼 그윽한 인생을 살던 저자는 남편의 만성신부전증으로 인생의 반전을 맞는다. 30여 년 전에 발병한 당뇨병으로 여러 합병증을 겪었으며, 대장암으로 수술까지 했으나 이때까지 만해도 비교적 잘 관리되어왔다. 그러나 투석을 해야 삶을 겨우 버텨갈 수 있는 만성신부전증은 천형과도 같은 병이었다. 부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해 봄, 하나의 신장(콩팥)을 두고 공여자와 수혜자가 되었다. 공여자는 이 책의 저자이고 수혜자는 남편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신장을 적출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생체이식은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수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보다 만나기 힘들다는 기증자가 나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장기 기증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배우자가 기증자로 나서더라도, 이식수술을 위한 교차반응검사와 혈액형 일치에서 ‘적합’ 판정을 받는 희박한 가능성을 통과해야 하며, 다른 장기들과 호응할 수 있도록 미세한 신경과 혈관들을 연결시키는 고도의 의료 기술이 따라야 한다.

저자는 혈육이 아님에도 자식들과 배우자의 형제들을 만류하고 스스로 기증을 자처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랐다. 부부는 애초에 한 몸이며, 배우자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눈부신 부부애보다 더 값지게 와닿는 것은 글의 전편에 녹아 흐르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희생적 사랑에 주저함이 없는 태도와 고통을 받아들이고 결연히 극복해가는 자세이다.

 


 

하나의 장기에는 한 사람의 생애에 아로새겨진 모든 유전자 정보가 담긴다고 한다. 과학적 논의를 떠나 장기 이식은 온전히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부품 하나를 갈아 끼우는 기계적 공정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부부간이라 해도 내어주는 것도 받아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기꺼이 내어주고 겸허히 받아드는 줄탁동시(?啄同時)의 순간에 사랑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인생의 한쪽 문이 열릴 때, 다른 한쪽 문이 닫힌다. 누구의 인생도 행복으로만 채워지는 일은 없으며, 불행은 도처에 잠복해 우리를 기다린다. 예고 없이 닥치는 좌절의 순간들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고 견디어낸 사람만이 기쁨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 저자는 청천벽력처럼 다가온 난관들 앞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의료진과 주변에 감사를 전한다. 그 힘의 근원이 바로 사랑과 삶에 대한 진정성일 것이다.

책은 이식수술을 전후로 ‘기꺼이 내어주다’와 ‘겸허히 받아들다’ 2부로 나뉘어 있으며, 에필로그를 통해 현재 자신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임을 고백하고 있다. 이식 전 모든 검사에서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던 건강한 저자에게 이식수술 후 6개월 만에 일어난 급작스러운 일이다.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후의 예후 또한 잘 관리되고 있을 때, 또 다른 난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 대목에선 참담한 슬픔이 복받쳐 눈시울을 뜨겁게 하지만, 저자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한다. “다 잘될 거예요.”

 


 

다음 두 분의 추천사는 저자의 숭고한 정신을 더욱 빛나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사색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예부터 내려오던 말의 가치를 빛내고 진실되게 한다. 우리는 사실 나눌 수 있는 것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를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명과 사랑에 대한 숭고한 정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 책은 솔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남편에 대한 신장 이식 전후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무한한 신뢰, 고통을 받아들이고 신을 마주하는 겸허한 자세가 감동의 빛을 발합니다. 저자의 진정한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인간은 신의 숨결이 스민 고귀한 존재이다. 인간의 마음속에 지극하고 숭고한 신의 ‘뜻’이 깃들어 있다는 말일 텐데, 세상이 암울하기만 한 것은 인간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운 시절에 모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글을 만났다. 류정호 선생의 글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사랑의 지고지순한 가치를 일깨워 어둡고 우울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드러낸다. ‘베풂’과 ‘나눔’의 미덕이야말로 우리가 살펴야 할 신의 ‘뜻’이 아닐까. 저자의 웅숭깊고 정갈한 성품과 글의 진정성으로 인하여 읽는 내내 따뜻하고 행복했다.

- 정호승 시인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아모르 빈치트 옴니아(Amor Vincit Omnia)"

 


 

삶의 난관을 배회하는 남편 곁을 지키며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끄적여온 글이 점점 부풀어올라, 이식 후 여섯 달이 지나는 동안 예상치 않게 책으로 엮였습니다.

‘고통은 선물이다.’

닳고 닳은 이 말도 아픈 사람에게만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아픔 앞에서 한탄하고 원망에 빠졌더라면 그럴싸하게 포장된 저 말에 계속 분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 말이 정말 가슴으로 다가오더군요. 유한한 삶에 무한한 욕심과 기대를 욱여넣고 살던 내가 남편의 병마를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의 이식 과정을 경험하면서 생로병사의 뜻을 다시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 좀 더 진한 사랑이 담기기를

 

저자 : 류정호

 

부산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10년간 물리교사로 지냈으며, 금당 최규용 선생의 금당다회를 거쳐 다도에 입문했다. 스승의 차 한잔에 매혹되어 물리교사에서 차(茶) 선생이 된 지 35년 동안 국내외 차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차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다도대학원과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원대학교에서 ‘차학교육학’과 ‘차학교수학습이론’을 강의했고, 서울대학교 ‘다향만당’에서 15년 동안 다도 특강을 진행해 왔으며, 인문학아카데미 ‘꽃과 문학’, ‘차 한잔의 인문학’ 강의로 차에 인문적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의 생명사목연구회와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 『여행길에 찻집』 , 『마음 하나 챙겨 떠나는 찻집여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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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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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특권의식과 내로남불, 도덕성 결여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불신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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