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령 -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용현 지음 / 필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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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령』은 명령이 아니다. 사랑을 설명하지 않고, 사랑하게 만든다. 사랑은 감정보다 실천이다. 이 책은 그 실천을 위한 안내서다. 사랑을 믿고, 사랑을 다짐하고, 사랑을 다시 실천하게 하는 책이다.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는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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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령 -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용현 지음 / 필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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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틀 전 JTBC TV의 새로운 프로그램 〈史기꾼들〉 첫 회 방영이라고 해서 열심히 보았다. "최고의 역사 이야기꾼들이 펼치는 역사 강연 배틀쇼 프로그램"이라는 자사 방송 홍보 덕에 일부러 시간 맞춰 TV를 시청했다. 정치외교 전문가인 김지윤 정치학 박사(53), 방송 MC(KBS1 ‘아주 史적인 여행’) 경험도 쌓은 심용환 역사학자(48), 개그맨 영화배우 연극과 뮤지컬 연출 이력에 방송인과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본명 김선영·54), 그리고 방송인으로 오래 활동해온 최태성(54) 한국사 일타강사 등 출연진도 매우 낯익은 얼굴들이라 기대가 컸다. 출연진 가운데 한 출연자의 "인류의 역사에는 '전쟁'과 '사랑'의 역사"라고 단언한 부분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3,000년이 넘는 동안 문명을 가꾸어온 인류가 치른 전쟁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한 인물로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사랑은 누가 뭐래도 인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쟁의 원인이나 과정뿐만 아니라 인류 예술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 사랑이라고 독자도 공감한다. 이 책 『사랑령』은 표제어대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는 선포라는 의미로 쓰였다. 저자 이용현은 책의 〈서문〉에서 다소 어색한 표제어에 대해 밝힌다. "이 책은 사랑령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잉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통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사랑령(愛令)은 사랑을 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명령이 아니다."(p.6)

저자는 이어 사랑령은 우리에게 항상 사랑으로 '존재하라'는 부드러운 초대이다고 말한다. 또 사랑을 잊지 말라는 다짐이며,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이며, 사랑을 실천이라는 다정한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사랑령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선포한다.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에 따라 이 책은 사랑을 감정보다 ‘실천’으로 이야기하는 감성 에세이다. 사랑을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태도로 바라보며,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존재할 수 있는지를 다정하게 묻는다. 또 '령(令)'은 타인에게 내리는 강제적 명령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다정한 실천의 약속을 뜻한다. ‘사랑령’을 통해 누구나 사랑을 연습할 수 있다고 이 책 『사랑령』으로 초대한다. 이 책은 에세이로서 글을 싣는 순서는 논저나 소설처럼 일정한 형식을 갖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다소 의아해 할지 모르는 몇 개의 단어에 대한 해석을 글에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한 확신을 준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는 않지만 '사랑'을 풀어가는 저자만의 '형식'은 갖는다. 〈서문(들어서며)〉, 〈에필로그〉, 〈작가의 말〉 이외에 6개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사랑령의 선포〉, 2장 〈존재와 사랑〉, 3장 〈사랑의 표현〉, 4장 〈사랑의 실천〉, 5장 〈사랑의 장애물과 시간〉, 6장 〈사랑의 힘〉 등이다. 1장에는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2장엔 「사랑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온다」, 3장 「사랑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4장 「사랑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이 있다. 또 5장엔 「사랑은 노력하지 않으면 희미해진다」이, 6장엔 「살아있으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므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각각 짧은 표제어를 풀이해준다.

특히 각 장에는 음악이 함께 흐르고(각 장의 테마 음악을 QR코드를 활용해 함께 실었다), 질문이 따라오며, 짧은 순간의 이야기(일생을 통한 사랑의 깊어가는 에피소드)들이 사랑의 의미에 대한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여전히 사랑이 어렵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이 이 책은 다정한 초대장이자 실천의 문장들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① 김동률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② John Mayer - Gravity ③ 아이유 - 마음을 드려요 ④ Lauv - I Like Me Better ⑤ 최유리 - 사랑 ⑥ The Beatles - All You Need Is Love

〈에필로그〉 볼빨간사춘기 - LOVE 


1장엔 「지금 여기서 사랑을 시작하라」는 항목에 이어 「사랑의 어원」이 뒤따른다. 요즘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어의 '사람' '삶' '사랑'이란 단어가 모두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들었다며 매우 합리적인 언어라고 말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저자가 아는 어원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의 조합, 「사량(思量)」으로 쓰 였다고 전해진다.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며 헤아리는 마음.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고백 속에는 당신을 끊임없이 떠올린다는 진심이 담겨 있다.

상대를 향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애정은 자 라나 마음은 서서히 사랑이 되어간다.

사람을 깊이 헤아리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모든 순간은 사랑이다.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p.19~20)


저자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사유를 '자신'부터 비롯한다고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면 오히려 이기적(ego)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또 예부터 사랑은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배운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장 중 「내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에서 "우리는 주로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을 보는 것, 오늘의 실패가 아닌 내일의 성장을 믿는 것이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이유라고 말한다. 사랑은 밖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채워야 다른 이에게도 넘쳐 흐를 수 있다고 사유해 낸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은 가장 근본적인 사랑의 실천이라는 제언이다. 따라서 "사랑하라."는 명령은 타인을 향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 하루,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 나를 위한 작은 배려 하나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2장에서는 사랑의 대상을 넓힌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에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나보다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들 속에서 내 안의 세계도 함께 넓어진다."고 풀어낸다. 사랑할수록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색깔들이 더 다양해진다는 것. 그렇게 사랑은 우리는 더 깊고, 더 큰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말이다.

3장에서 저자는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별로 익숙지 않다.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랑의 표현에는 굉장히 미숙한 것 같다. 이에 저자는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지친 사람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우산이 없는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쓰는 것, 피곤한 친구에게 '잘자'라고 말해주는 것. 건네고 싶은 말을 아끼지 않고 하는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4장은 〈사랑의 실천〉에 관한 저자의 사유의 결과를 모았다. 세 번째 글 「사랑은 지금이다」를 옮겨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을 미룬다.

“나중에 말해야지.”

“다음에 더 잘해줘야지.”

“지금은 바쁘니까.”

하지만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랑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망설이다 더 이상 전 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 때 그 아픔은 배가 된다.

우리는 종종 “언젠가”를 기약하지만 사실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오늘은 지나가고 내일은 약속되지 않았다. 사랑은 언제나 지금, 해야 한다.

표현을 비롯한 모든 고백을 미루고 있다면 그 고백은 영원한 미뤄지게 된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지금 표현하라.

-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지금 전하라.(p.88~89)


5장에선 '사랑'과 '시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저자의 사유가 계속된다. 책에 따르면 사랑은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자신의 하루를 조금씩 건네며 하나의 관계를 함께 빚어간다.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준다는 것은 어떤 보석보다도 귀하고 진한 사랑의 징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함께 바라본 석양, 낯선 거리를 나란히 걷다 들은 웃음소리, 어깨에 기대어 들은 노래, 손을 맞잡고 올려다본 별빛, 이런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 한 켠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 삶을 기록하는 조용한 앨범이 된다. 추운 날, 담요처럼 우리를 감싸는 따뜻한 기억이 된다. 시간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얼마나 진심으로 서로에게 진심이었느냐 하는 것이다."(p.112~113)

저자는 사랑은 결국 '무엇을 함께 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있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추출해낸다. 짧은 시간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함께한다면 그 사랑은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시간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단단한 유대를 쌓아갈 것이며, 처음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지만, 함께 보낸 시간만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는 것임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시간은 단순히 함께 보낸 양이 아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열고, 깊은 유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여정이다.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유일한 존재가 된다."(p.114)


저자 : 이용현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포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온 작가.

『울지마 당신』(2016), 『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2021) 출간.

현재 브런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글을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feeld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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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힘 - 진짜 메시지는 외모가 아니라 목소리에서 나온다
무라마츠 유미코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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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디지털 시대로 옮기면서 오늘날 우리들은 실상이든 가상이든 청각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에 훨씬 익숙해졌다. 목소리보다는 밖으로 드러나는 외모에 더 매력적인 호감을 느낀다는 말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수도 목소리만 전달하는 라디오나 오디오 기기가 더 영향력을 미쳤지만 이젠 목소리보다는 화려한 외모나 호화스럽고 선정적인 댄스에 훨씬 더 매혹되는 추세다. 

이는 우리의 감각 기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오감을 갖고 있다. 외부의 충격이나 공격을 느끼고 움직이는 데는 시각이 가장 먼저 작동한다. 또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훨씬 더 신뢰감을 갖는다. 이런 시각의 특성상 단순히 신체의 안전을 위한 감각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처음 접하는 대상에 매력을 느끼기에는 보여지는 것이 절대적이다. 시대 문화적 발전에 따라 시각은 이제 우리 감각 기관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류는 오랜 기관 진화해 왔다. 물론 인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꾸준히 진화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것이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시각에 의존하는 우리 감각은 진화의 결과라고 본다면 앞으로도 시각은 우리 감각 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할지 모른다.

이 책 『목소리의 힘』은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 아직도 남아 있는 아날로그의 힘에 집중하는 것 같다. 목소리는 인류 특유의 발성 기관의 진화로 오늘날의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목소리는 수십 억명의 지구촌 인류가 지문처럼 각각 다르다고 한다. 개개인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말이다. 목소리는 파장으로 우리가 느끼는 데 지문을 시각적으로 보는 것과 같이 파장으로 받아들이기에 모든 개개인의 파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안이다.



이 책은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거나, 자신의 목소리가 좋지 않아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의 중심 방안엔 사실 목소리는 나이와 무관하게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 무라마츠 유미코에 따르면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몇 살이 되었든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과거 저자는 내향적인 성격에 목소리도 작아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가끔 그녀가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거의 100퍼센트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사람은 목소리의 변화를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에 따라 목소리를 잘 다듬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있으면 표현력도 좋아져서 상대방(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 즉 ‘감동 보이스’는 발성 훈련을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감동 보이스란 각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진짜 목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이나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해결책이라는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각적 문제보다 왜 아날로그적 감각에 의존하는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길까? 저자가 밝히는 이유는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뀔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고, 게다가 신기할만큼 일도 인간관계도 술술 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인생의 70퍼센트 정도를 목소리에 관한 연구에 쏟아 부으며 누적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이 책의 저자 무라마츠 유미코가 내린 결론이다.


책에 따르면 목소리에는 그날의 컨디션, 즉 몸과 마음의 상태가 전부 반영된다. 컨디션이 나쁘면 목소리에도 변형이 생긴다. 따라서 거짓을 말하고 있거나 무리하는 상태라면 들통나게 마련이다. 말로는 아무리 “잘할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라고 해도 진심이 아니면 목소리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더욱이 거짓 섞인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위화감을 주게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거짓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거짓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저 사람한테 일을 맡겨도 될까?!’라고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자리라면 무시당할 수 있고, 면접 자리라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연설하는 자리라면 청중이 지루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만약 현재 자신의 목소리의 불만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목소리를 바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현재 기업 연수 강사, 세미나 강사, 화법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더 많은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TV 리포터를 시작으로 각종 기업행사 사회자, 프리랜서 아나운서, 뉴스캐스터, 해설자, 광고 노래 가수 등 목소리로 표현하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원에 다니며 ‘목소리와 심리’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주제로 한 논문을 일본과 유럽의 건강심리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목소리 등을 통해 정신력 향상에 접근하는 신체 심리학을 공부하여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진단하고 상담하는 데 필요한 자격도 취득하였다. 이렇듯 그야말로 목소리 마니아, 목소리에 인생 전부를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런 저자가 목소리와 관련된 경험과 전문 지식을 총동원하여 개최하는 세미나에는 목소리로 인한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찾아온다. 저자는 이들 중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자 여러 가지 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저자는 「목소리가 좋아지면 일도 인생도 술술 풀립니다」란 제목의 〈서문〉서 어떤 세미나에 참석했던 분들이 실제 불만과 콤플렉스에 대해 들은 내용을 적고 있다.

“지금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게 서툴렀는데요. 세미나에 참석한 후부터는 업무 협상이 순조로워졌습니다.”

“온라인 사이트에 제품 광고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요. 30분 만에 주문 신청이 들어오더라고요.”

“얼마 전 중소기업교류회에 참석해 사람들과 담소를 나눴을 뿐인데 몇몇 분이 일을 의뢰하시더군요.”

“한 행사에서 연설한 적이 있었는데 팬이 생겼어요.”(p.10)

모두 세미나에 참석하셨던 분들의 실제 얘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뭘까? 저자는 한마디로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서 목소리의 울림에 ‘거짓’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바꾸기만 했을 뿐인데 왜 목소리의 울림에 ‘거짓’이 없어질까?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저자의 답은 '몸의 사용법'에 있다.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기 몸 사용법을 알면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서 감정에 솔직해지게 되고, 그로 인해 목소리에 허세나 자위, 자학, 아첨 등과 같은 거짓된 울림이 섞여 들어가지 않게 된다는 것. 즉, 목소리를 바꾸면 몸이 바뀌고, 몸이 바뀌면 마음이 바뀐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신체 심리학에서는 ‘심신상관(心身相關)’이라 일컫는다고 과학적인 이유로 뒷받침한다. 이는 마음의 움직임이 생명 활동의 움직임과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 책에서는 목소리와 관련하여 신체 심리학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것으로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은 ‘감동 보이스’, 즉 자신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몸 사용법이다. 자세를 바꾸고 호흡법을 바꾸고 근육 사용법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여러분 우리들은 진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몸 사용법을 익혀 목소리를 내면 첫인상 호감도는 물론이고 설득력도 자연히 좋아질 뿐 아니라 나아가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동시에 진짜 목소리는 듣는 이의 귓가에 기분 좋게 울려 퍼져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듣는 사람의 반응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바뀌게 된다고 덧붙인다. 자기 목소리를 매일 듣고, 또 자기 목소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도 바로 본인 자신이니 그럴 법하다. 자기 자신을 바꾸고 듣는 이의 반응을 바꾸며 인생을 바꾸는 ‘감동 보이스’. 이 마법 같은 목소리를 손에 넣고 말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적인 화법을 구사한다면 그야말로 호감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독자도 기대된다. 이 책에서는 호감을 이끌어내는 화법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한다.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좋은 화법은 목소리가 90퍼센트를 차지한다〉, 2장 〈목소리를 바꾸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3장 〈감동 보이스를 손에 넣자〉, 4장 〈감동 보이스 구사하기〉, 5장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달법〉 등이다. 제1장에서는 먼저 「목소리가 갖는 영향력」에 관해 설명한다. 마음을 전해야 할 목소리가 듣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데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손에 넣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저자가 진행하는 강습회에 참석하여 한발 앞서 ‘진짜 목소리’를 손에 넣은 수강자들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관해 소개한다. 제2장에서는 진짜 목소리가 갖는 영향력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살펴본다. 진짜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뿐 아니라 목소리의 주인인 자신의 마음도 흔들게 된다.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심신의 건강 상태와 내면이 완전히 긍정적으로 달라지는데, 이에 관해 살펴본다.

제3장은 실천 편으로 「감동 보이스의 기본이 되는 발성법」을 소개한다. “한시라도 빨리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독자라면 여기서부터 읽으셔도 무방하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제4장에서는 제3장을 통해 익힌 「감동 보이스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감동 보이스로 마음을 전달하는 기술」에 대하여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말하는 순서’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이야기 구성 시의 ‘관점’에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놀라울 정도로 상대방에게 잘 전해진다.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모든 게 잘 풀리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을 독자가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진짜 목소리에는 그만한 힘이 있음을 믿고, 연습을 통해 독자들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보는 일을 권유해 본다. 


평소 혀를 쓰거나 씹는 행위를 안 하다 보면 혀 근육이 약해집니다. 혀 짧은 소리는 귀여운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비즈니스 장면에서 강함이나 엄격함이 필요할 때 적합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므로 신뢰감을 주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다음에 소개하는 훈련을 통해 혀의 근력을 키워야겠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혀를 쭉 내밀고 열을 센 다음 힘을 뺍니다. 이 동작을 3회 반복하세요.(p.118~119)


사람 목소리에도 배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유명 가수나 배우 중에도 따뜻하고 안심감을 주는 배음이 풍부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거든요. 배음을 의도적으로 목소리에 담으려면 내쉬는 호흡량을 많게 해서 살짝 한숨을 내쉬듯 발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꼭 시도해 보세요.(p.154)


저자 : 무라마츠 유미코(村松 由美子)


일반 사단법인 감동 보이스 협회 대표이사로 ‘보이스 크리에이터’이자 ‘화법 컨설턴트’. 전문 건강 심리사(임상 심리전문가). 교토 출생으로 대학 재학 중 TV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일을 경험한 바가 있다.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서는 홍보 및 IR을 담당했으며, 그 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이직하여 TV와 라디오의 뉴스캐스터를 시작으로 사회자, 리포터 등으로 활약했다. 내레이션 및 광고 노래를 담당했던 라디오 광고가 2년 연속 ACC 광고상을 받았다. 2009년, 오비린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신체 심리학을 공부하며 목소리와 심리의 관계에 관해서 연구하기 시작하여 음성 훈련을 통해 목소리가 바뀌면 정신 건강은 물론이고 호감도 상승에도 효과적임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2011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하여 유럽과 일본의 건강심리학회에서 발표, 2014년 일반 사단법인 감동 보이스 협회를 설립했다.

현재는 기업 연수 강사, 세미나 강사로 맹활약 중이다. 주로 보이스, 프레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정신 건강을 축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 및 연수를 진행한다. 지금까지의 총수강자 수는 약 4만 명에 이르며 수강자 만족도 98%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강자나 듣는 이의 흥미를 유발하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감동 보이스를 기점으로 감동적인 분위기 및 공간 만들기가 가능한 감동 보이스 텔러teller를 육성 및 지원하고 있다.


역자 : 고정아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했다. 7년간 일본에서 유학하고 기업체에서 일본어 통·번역을 하면서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번역이라는 작업에 고군분투하며 다양한 분야의 일본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바른 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인사이트 마케팅』『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V』『빛과 그림자의 약속』『엔터테인먼트 법칙 30』『도요타 최강경영』『밑바닥 성공법칙』『한비자, 관계의 지략』『히트상품을 맨 처음 사는 사람들』『달려라』『결정하는 힘』『굿바이 리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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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 소설 박헌영
진광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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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박헌영은 민족보다 계급, 자유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택하며 조선 공산주의의 중심에 섰지만 결국 조국도 동지도 가족도 모두 잃었다. 이 책은 그의 삶을 통해 ‘이념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 『반도의 불은 별 : 소설 박헌영』을 출간한 출판사의 소개글의 일부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조선 공산주의 운동의 흐름을 중심으로, 그 내부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이념의 허상까지 파헤치는 역사소설이라고 출판사는 덧붙이고 있다. 저자 진광근은 이 소설을 통해 민족보다 이념을 앞세운 선택이 어떻게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졌는지 묻기 위해 집필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밝힌 대로 6.25 전쟁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쟁 후 휴전으로 인해 전쟁이 끝난 것으로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은 전후 '동서 냉전'으로 불리우는 강대국의 진영 싸움에 그대로 노출됐다. 끊임없이 서로를 비방하고 옳고 그름을 진영 논리에 맞춰 따지고 겨뤘다. 우리 민족은 한시도 냉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로막힌 휴전선을 응시하며 서로를 감시해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동서 냉전은 어느 날 갑자기 유럽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분단됐던 독일이 소련 붕괴에 따라 다시 합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련 체제 하에 유지하던 공산 사회주의는 대부분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소련이란 공산 사회주의 종주국의 몰락은 결국 경제력 차이였다고 우리들은 배웠다. 이렇게 소련은 무너졌지만 대신 중국이 여전히 건재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산 사회주의 이념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은 일제 하 우리나라에 착지했던 공산주의 세력 중 대표적인 인물인 박헌영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정국,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나라는 영토 뿐아니라 이념과 사상도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치달아 갔다. 이로써 6.25 이후 분단은 더욱 고착화됐고, 70여년 동안 적대적으로 극명하게 갈라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전후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반공, 승공으로 철저하게 교육 받았고 이념적으로도 재무장되었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독립운동하다 공산주의자가 된 인물들, 특히 한국전쟁 때 월북하거나 공산주의자들은 우리 교육 어디에도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았고, 관련 책들도 '금서'로 지정돼 읽기조차 어려웠다. 박헌영도 독자가 어렸을 때는 이름조차 모르는 인물이었지만 소련이 무너진 후 비로소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방 후 얽히고설킨 남북 관계의 원인과 전개, 그리고 인물들의 내면을 심도 있는 탐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도의 불은 별』은 이러한 역사적 과제에 응답하며, 특히 박헌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쟁의 이면과 이념 갈등이 빚어낸 비극적 인간상을 탁월하게 조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운명을 분석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박헌영은 해방 직후 미 군정 하에서 월북한 후 인민해방군으로 참전하고 전후 김일성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근현대사사전』에서도 이 사건을 짤막하게 다루고 있다. (김일성 정권은) 1953년 남로당계열인 박헌영·이승엽 등 13명을 간첩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여 숙청했다. 52년 12월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당의 조직적·사상적 강화와 종파주의 잔재 청산을 강조하는 김일성의 보고가 있은 후, 노동당은 각 정당·단체들에게 당성(黨性) 검토를 하게 하는 한편, 박헌영·이승엽 등을 체포·구속했다. 53년 7월 30일 이승엽·조일명·임화·박승원·이강국·배철·윤순달·이원조·백형복·조용복·맹종호·설정식의 12명이 기소되어 8월 3일부터 6일까지 심리가 진행되었다.

기소장에는 ①미제국주의를 위해 감행한 간첩행위 ②남반부 민주역량 파괴·약화, 음모와 테러·학살행위 ③공화국 정권 전복을 위한 무장폭동 행위 등 3가지 내용의 죄상이 제시되었다. 이들 중 이원조 징역 12년에 재산몰수, 윤순달 징역 15년에 재산몰수, 나머지 10명은 모두 사형과 재산몰수를 선고받았다. 박헌영은 55년 12월에 기소되고, 그의 재판을 위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특별재판소를 설치, 최용건을 재판장에 임명했다. 박헌영의 기소내용은 ①미제국주의자들을 위한 간첩행위 ②남반부 민주역량 파괴·약화행위 ③공화국 정권 전복음모 행위 등이었다. 12월 15일 열린 공판에서 박헌영은 사형과 재산몰수를 선고받았으며, 그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박헌영의 유년 시절부터 숙청돼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그가 초등학교 다니던 때 담임 선생이 가정 방문 차 헌영의 집을 찾은 일이 소개된다. 헌영의 재주를 높게 봤던 선생님이 중학 진급을 권유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안골 박첨지라는 사람의 첩으로 헌영을 낳아 기르고, 그가 등을 돌린 후 주막에서 헌영이 잡아온 물고기로 어죽을 끓여 하루하루 생계를 잇는 처지이다. 중학 진학은 어린 헌영도 꿈꾸지 못할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등록금의 일부를 내서라도 꼭 헌영을 진학시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권유에 어머니는 완고하게 무력한 자신만을 탓한다. "근디 우짠대유? 당장 입학금은 고사하고 연필값 종잇값 댈 형편이 안 되는데. 그라고 헌영이가 고기를 잡지 않으면 내는 주막도 꾸리지 못할 기고···"(p.15)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중학은 들어갔고 어찌어찌해 공부를 계속한다.(뒤에 들은 바로는 아버지 박첨지가 본처 몰래 학비를 대주었다고 서술한다.)

헌영이 조선의 역사와 조선이 처한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였다. 헌영은 선생님이라는 창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배웠고 가끔 읽는 신문을 통해 조선이 처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에 쓰인 조선의 역사와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 즉, 일본의 조선 지배는 필연적이고 정당한 것이라는 헌영의 믿음은 한치 의심이 없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일제 강점기 때 양반과 상놈으로 반상을 철저히 구분하여 지배와 피지배 구조가 영속되는 조선 사회는 혁파되어야 마땅했다고 헌영은 생각했다. 하지만 양반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억압할 뿐 모순된 세상을 혁파할 힘을 가진 세력은 조선 어디에도 없었다. 그 모순을 혁파한 것이 바로 일본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일본은 조선을 개화시킬 것이고 제 뱃속만 챙기는 양반들로부터 억압받는 백성들을 해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일제 강점기 때 식민사관에 의한 교육의 내용을 받았을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하지만 헌영은 자신의 생각이 방향을 잘못 설정한 나침판이요, 굴절되고 왜곡된 창을 통해 정립된 것임은 후일에야 깨달았다.(p.19) 헌영의 생각에 변화를 준 것은 〈동아일보〉였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창간 때부터 일본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논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박헌영의 공산주의는 우리나라 독립에 먼저 방점을 찍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헌영은 동아일보를 꾸준히 구독하며 의식의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독립을 위해 더욱 더 공산주의에 매달리는 이념적 일직선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첫 체포된 것도 신의주경찰서에서였다. 이때 박헌영을 취조하고 고문한 사람은 유명한 친일 경찰 노덕술이다. 그곳은 독립운동가들만 조사하는 특별 조사실이라고 저자는 서술하고 있다. 묵비권을 지키는 박헌영이 무너진 것은 고문에 의해서였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박헌영은 "조선 내 공산당 조직과 거점을 대라."며 형언하기 힘든 고문을 가하던 노덕술에게 결국 자신의 똥을 집어 먹는 등 이상한 행동을 연출한다. 경찰도 정신이상 증세로 판단, 더 이상의 고문 없이 재판에 넘겼다고 소설은 밝힌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박헌영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는지를 알면 당시 상황을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재판에 넘겨진 헌영은 신의주지방법원에서 '대정(大正) 제령 제7호'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의 형을 살았다. 신의주 교도소에서 징역 사는 동안 어머니는 부근에 방을 얻어 그의 옥바라지를 했다. 친분을 갖고 있던 동아일보 기자 김단야와 임원근는 헌영이 신의주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면회는 위험해서 몰래 편지와 영치금만 보내왔다. 그러나 박헌영은 1년 6개월 동안 이념과 사상을 더욱 견고히 다진 시기였다고 저자는 짧은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박헌영은 상해에서 도움을 준 스승이자 후견인인 현순 목사와의 만남으로 공산주의 이념에 빠져 들었다. 이때 현순 목사의 딸 현앨리스에게 사랑을 느꼈으나, 그녀도 좋은 감정으로 헌영을 대했지만 막상 정혼한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이별이 불가피했던 듯하다. 혼자서 열병을 앓던 헌영은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들고 레닌을 만나기도 한다. 그는 열성적인 공산주의 신봉자가 되었다. 이 무렵 조선공산당에 입당했고 점조직 형태로 지하에서 활동했다. 조선공산당은 항일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공개활동을 할 수 없어 고려공산당의 재정 지원을 받았고 조직의 일부를 받아 조선공산당에 열정적으로 힘을 쏟는다.


헌영은 전조선민중지도자 대회를 준비하던 중 관북의 명문 함흥 영생고보를 마치고, 상하이 안정씨 여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여인 주세영을 만난다. 그들은 두 달만에 동거를 시작했고, 둘 사이에 딸 비비안을 두었다. 주세영은 여성운동을 이끄는 한편, 고려 공산청년동맹 중앙 후보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회주의 운동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제1차 조선공산당 검거 사건을 시작으로 이들 부부는 망명과 도피, 그리고 번갈아 가며 투옥 생활을 거치면서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박헌영은 1차 조선공산당 사건으로 조직의 수괴로 7년형을 선고받았고, 서대문교도소에서 형을 살았다. 주세영은 수감 중인 헌영의 옥바라지를 5년 간 하다 어느 날부터 발길이 끊어졌다. 출감 후 찾았던 집에서 헌영은 김단야와 주세영의 동거를 목격하고 집을 나온다. 이후 심훈과 만나 조선 독립의 길에 대해 의논도 하고 그에게서 시(詩)도 한 편 받는다. 이때 심훈이 건넨 시가 「그날이 오면」이다.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심훈과의 만남은 헌영이 독립운동 의지를 더 다지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옥고를 치르고 또 다시 검거돼 형기를 마치고 출감하는 생활을 여러 번 겪고서야 해방은 찾아온다. 해방 직후 헌영은 조선공산당 창당에 혼신을 다한다. 해방 정국에서 남한은 미 군정, 북한은 소 군정이 실시된다. 미 군정은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 우려가 큰 인물로 박헌영을 지목한다. '정판사 사건'을 계기로 헌영은 김일성의 요청대로 조선공산당 중앙을 평양으로 옮길 것을 결심한다. 관(棺)에 숨어 경성을 탈출하고 월북의 길에 오른다. 이때 박헌영은 10여명의 공산당 수뇌부 등과 함께 38선을 넘는다. 1945년 12월 말경이었다. 김일성과도 회동하고, 또 스탈린과도 만난다. 조선공산당 창당의 주인공이고 '리론가(이론가) 선생'으로 불릴 정도로 공산 사회주의 이념에 통달했던 박헌영은 해방 후 대위 계급장을 달고 북한에 나타난 젊은 김일성과의 권력 다툼을 하다 김일성에 이어 2인자로 6·25에 참전한다. 모든 독자들이 다 알다시피 남한을 전격 침략한 인민해방군은 3일만에 수도 서울을 점령한 후 3일간 서울에 머무른다. 이때 박헌영이 서울에 더 머무르면서 병참 보급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병참선이 끊기면 전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후방 병참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저자는 파악한 것 같다. 이 일은 후에 권력 다툼 중 체포되는 빌미가 되고 결국 박헌영은 이적 행위로 숙청돼 형장의 이술로 사라진다.


저자 진광근은 소설의 〈에필로그〉를 통해 박헌영을 "조국의 독립투쟁으로 15년의 옥고를 치렀고, 해방된 조국에서 인민민주주의의 공화국을 꿈꾸었던 '반도의 붉은 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잊힌 경계인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죽어서도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저자는 전쟁과 갈등을 뛰어넘어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의 한 부분 대사를 인용해 헌사를 남긴다.

"V는···

희망찬 전위!(Vanguard!)

단호한 폭력!(Vioence!)

과거의 흔적!(Vestige!)

철저한 복수!(Vendetta!)

전망의 제시!(Vision!)

결정적 승리!(Victory!)

고귀한 희생!(Victim!)


저자 : 진광근


경남 거창 출생으로 다올합동법무사 대표 법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검검찰청에서 20여 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였고, 틈틈히 인터넷에서 시와 수필 등을 기고했다. 현재 다올합동법무사 대표 법무사로 서민들의 법률 문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과 사건에 관심을 두고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 재평가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조선 후기 정권 실세인 민영익의 호위 무사로 들어가 짧은 시간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지주로 부상해 한일은행을 세운 인물로 알려진 조병택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장편소설 《상혼》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반도의 붉은 별_ 소설 박헌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해방 후 남로당을 이끌며 ‘조선의 레닌’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박헌영의 초기 이념적 지향과 ‘인민민주주의공화국’ 건설이라는 원대한 꿈을 상세히 다룬다. 레닌과 스탈린, 모택동, 호치민 등과의 만남, 김일성의 무력 통일 노선과 충돌하며 점차 좌절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소설은 6.25 전쟁의 주요 국면을 박헌영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데,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면서도 동시에 강인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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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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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마음속에도." 하나의 구멍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중간 세계로 설정,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결합된 매혹적인 환상소설의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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