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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령 -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용현 지음 / 필독 / 2025년 8월
평점 :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틀 전 JTBC TV의 새로운 프로그램 〈史기꾼들〉 첫 회 방영이라고 해서 열심히 보았다. "최고의 역사 이야기꾼들이 펼치는 역사 강연 배틀쇼 프로그램"이라는 자사 방송 홍보 덕에 일부러 시간 맞춰 TV를 시청했다. 정치외교 전문가인 김지윤 정치학 박사(53), 방송 MC(KBS1 ‘아주 史적인 여행’) 경험도 쌓은 심용환 역사학자(48), 개그맨 영화배우 연극과 뮤지컬 연출 이력에 방송인과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본명 김선영·54), 그리고 방송인으로 오래 활동해온 최태성(54) 한국사 일타강사 등 출연진도 매우 낯익은 얼굴들이라 기대가 컸다. 출연진 가운데 한 출연자의 "인류의 역사에는 '전쟁'과 '사랑'의 역사"라고 단언한 부분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3,000년이 넘는 동안 문명을 가꾸어온 인류가 치른 전쟁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한 인물로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사랑은 누가 뭐래도 인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쟁의 원인이나 과정뿐만 아니라 인류 예술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 사랑이라고 독자도 공감한다. 이 책 『사랑령』은 표제어대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는 선포라는 의미로 쓰였다. 저자 이용현은 책의 〈서문〉에서 다소 어색한 표제어에 대해 밝힌다. "이 책은 사랑령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잉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통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사랑령(愛令)은 사랑을 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명령이 아니다."(p.6)
저자는 이어 사랑령은 우리에게 항상 사랑으로 '존재하라'는 부드러운 초대이다고 말한다. 또 사랑을 잊지 말라는 다짐이며,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이며, 사랑을 실천이라는 다정한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사랑령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선포한다.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에 따라 이 책은 사랑을 감정보다 ‘실천’으로 이야기하는 감성 에세이다. 사랑을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태도로 바라보며,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존재할 수 있는지를 다정하게 묻는다. 또 '령(令)'은 타인에게 내리는 강제적 명령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다정한 실천의 약속을 뜻한다. ‘사랑령’을 통해 누구나 사랑을 연습할 수 있다고 이 책 『사랑령』으로 초대한다. 이 책은 에세이로서 글을 싣는 순서는 논저나 소설처럼 일정한 형식을 갖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다소 의아해 할지 모르는 몇 개의 단어에 대한 해석을 글에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한 확신을 준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는 않지만 '사랑'을 풀어가는 저자만의 '형식'은 갖는다. 〈서문(들어서며)〉, 〈에필로그〉, 〈작가의 말〉 이외에 6개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사랑령의 선포〉, 2장 〈존재와 사랑〉, 3장 〈사랑의 표현〉, 4장 〈사랑의 실천〉, 5장 〈사랑의 장애물과 시간〉, 6장 〈사랑의 힘〉 등이다. 1장에는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2장엔 「사랑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온다」, 3장 「사랑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4장 「사랑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이 있다. 또 5장엔 「사랑은 노력하지 않으면 희미해진다」이, 6장엔 「살아있으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므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각각 짧은 표제어를 풀이해준다.
특히 각 장에는 음악이 함께 흐르고(각 장의 테마 음악을 QR코드를 활용해 함께 실었다), 질문이 따라오며, 짧은 순간의 이야기(일생을 통한 사랑의 깊어가는 에피소드)들이 사랑의 의미에 대한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여전히 사랑이 어렵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이 이 책은 다정한 초대장이자 실천의 문장들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① 김동률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② John Mayer - Gravity ③ 아이유 - 마음을 드려요 ④ Lauv - I Like Me Better ⑤ 최유리 - 사랑 ⑥ The Beatles - All You Need Is Love
〈에필로그〉 볼빨간사춘기 - LOVE

1장엔 「지금 여기서 사랑을 시작하라」는 항목에 이어 「사랑의 어원」이 뒤따른다. 요즘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어의 '사람' '삶' '사랑'이란 단어가 모두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들었다며 매우 합리적인 언어라고 말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저자가 아는 어원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의 조합, 「사량(思量)」으로 쓰 였다고 전해진다.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며 헤아리는 마음.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고백 속에는 당신을 끊임없이 떠올린다는 진심이 담겨 있다.
상대를 향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애정은 자 라나 마음은 서서히 사랑이 되어간다.
사람을 깊이 헤아리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모든 순간은 사랑이다.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p.19~20)

저자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사유를 '자신'부터 비롯한다고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면 오히려 이기적(ego)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또 예부터 사랑은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배운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장 중 「내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에서 "우리는 주로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을 보는 것, 오늘의 실패가 아닌 내일의 성장을 믿는 것이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이유라고 말한다. 사랑은 밖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채워야 다른 이에게도 넘쳐 흐를 수 있다고 사유해 낸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은 가장 근본적인 사랑의 실천이라는 제언이다. 따라서 "사랑하라."는 명령은 타인을 향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 하루,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 나를 위한 작은 배려 하나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2장에서는 사랑의 대상을 넓힌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에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나보다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들 속에서 내 안의 세계도 함께 넓어진다."고 풀어낸다. 사랑할수록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색깔들이 더 다양해진다는 것. 그렇게 사랑은 우리는 더 깊고, 더 큰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말이다.
3장에서 저자는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별로 익숙지 않다.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랑의 표현에는 굉장히 미숙한 것 같다. 이에 저자는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지친 사람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우산이 없는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쓰는 것, 피곤한 친구에게 '잘자'라고 말해주는 것. 건네고 싶은 말을 아끼지 않고 하는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4장은 〈사랑의 실천〉에 관한 저자의 사유의 결과를 모았다. 세 번째 글 「사랑은 지금이다」를 옮겨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을 미룬다.
“나중에 말해야지.”
“다음에 더 잘해줘야지.”
“지금은 바쁘니까.”
하지만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랑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망설이다 더 이상 전 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 때 그 아픔은 배가 된다.
우리는 종종 “언젠가”를 기약하지만 사실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오늘은 지나가고 내일은 약속되지 않았다. 사랑은 언제나 지금, 해야 한다.
표현을 비롯한 모든 고백을 미루고 있다면 그 고백은 영원한 미뤄지게 된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지금 표현하라.
-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지금 전하라.(p.88~89)

5장에선 '사랑'과 '시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저자의 사유가 계속된다. 책에 따르면 사랑은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자신의 하루를 조금씩 건네며 하나의 관계를 함께 빚어간다.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준다는 것은 어떤 보석보다도 귀하고 진한 사랑의 징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함께 바라본 석양, 낯선 거리를 나란히 걷다 들은 웃음소리, 어깨에 기대어 들은 노래, 손을 맞잡고 올려다본 별빛, 이런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 한 켠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 삶을 기록하는 조용한 앨범이 된다. 추운 날, 담요처럼 우리를 감싸는 따뜻한 기억이 된다. 시간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얼마나 진심으로 서로에게 진심이었느냐 하는 것이다."(p.112~113)
저자는 사랑은 결국 '무엇을 함께 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있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추출해낸다. 짧은 시간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함께한다면 그 사랑은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시간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단단한 유대를 쌓아갈 것이며, 처음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지만, 함께 보낸 시간만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는 것임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시간은 단순히 함께 보낸 양이 아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열고, 깊은 유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여정이다.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유일한 존재가 된다."(p.114)
저자 : 이용현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포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온 작가.
『울지마 당신』(2016), 『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2021) 출간.
현재 브런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글을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feeld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