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음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디플롯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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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생각의 음조』는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더 주목받는 철학자 현병철의 강연을 번역 출판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분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강연과 책을 쓰는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자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책의 번역자 최지수는 저자 현병철에 대해 '첨예한 시선과 독창적 사유, 문학적 문체가 돋보이는' 철학자라고 소개한다. 현병철의 책은 세계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독일과 한국은 물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역자는 왜 세계는 한병철에게 열광하는가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자는 또 ‘진단과 명명의 철학자’ 한병철의 사유는 무엇으로부터 발화되는가. 그의 시선은 지금, 무엇을 직시하고 있는가? 등 많은 질문이 담겨 있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을 이 강연 번역서에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생각의 음조』는 한병철의 가장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낸 유일한 책이라고도 역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한병철의 사유의 유래와 음조와 지향, 그리고 그가 펴낸 숱한 책들을 관통하는 사유의 궤적까지 담아냈다고 밝힌다. 피로사회와 불안사회 너머 희망의 정신을 향해, 지금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 한병철의 목소리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처럼 흐른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과 스페인어권 최대 규모의 출판사 〈플라네타〉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강연과 클래식 연주를 함께 진행한 후 텍스트, 사진, 영상을 책의 형태로 펴내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책은 ‘한병철 콘퍼런스 트릴로지’의 첫 책으로, 한병철의 가장 내밀한 고백과 사유의 정수를 담고 있다. 디플롯이 펴내는 한국어판은 한병철이 직접 집필한 독일어 원고를 저본으로 삼아 우리말로 옮긴 뒤, 다시 스페인어 출간본과 비교하며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었다고 한다. 이는 ‘한병철의 목소리’를 가장 온전하게 담아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역자는 설명을 덧댄다.

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그의 저서를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독자는 철학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접해본 적도 별로 없다. 학교 졸업 후 철학 서적을 읽은 경험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다. 재택 근무를 하는 동안 남아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이것저것 읽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독자는 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거의 책을 읽지 않았다. 기껏 읽어봐야 베스트셀러, 특히 소설 작품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독자에게는 책을 다시 손에 잡는 좋은 습관을 가져다 주었다. 읽다보니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것들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읽기에 좋은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설, 특히 판타지와 스릴러 소설 등이 대부분이었고, 정신 의학, 철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베스트 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들 책들은 대부분 위안과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들이었다. 이 책 『생각의 음조』는 독자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쉽지 않다. 독자의 개인적 무지에서 비롯되겠지만 문장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연 내용을 번역하다 보니 우리 작가가 쓴 글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독자들은 아는 사실이니 굳이 변명거리는 되지 않다. 철학적 사유나 철학과 다른 분야와의 접목으로 깊이를 더하는 책은 전문가들에게는 쉽게 통하겠지만 문외한인 독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조금 읽다 말 책이지만 이젠 조금 더 어른스럽게 생각해야겠다는 다짐 후 읽은 책이니만큼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읽어볼 욕심이 생긴다.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같고, 공감되는 부분도 더 많아진다. 더욱이 저자는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다니다 독일로 유학을 간 철학자라니 더 관심이 갔다. 

음악과 철학의 하모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철학과 음악의 상호 동화 작용이라고 봐야 하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철학 자체도 어렵고 힘든 독자에게 이 책은 철학의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느낌을 받게 돼 어려움이 많이 가셨다. 또 이해 가능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내니 한결 진의에 수월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표제어 '생각의 음조'는 2023년 4월 23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샤론 프루샨스키가 한병철의 강연에 맞춰 바흐와 슈만의 곡을 연주했다고 〈기획자의 말〉이란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날 저자 한병철은 '생각의 음조'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사유에서 음악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했다고 책의 기획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병철에게 음악은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시에, 그 안에 깊이 깃들어 있는 존재잉. 이 음악적 고백은 그의 철학을 관통하는 음조와 주제로, 즉 대지의 고양, 형이상학적 갈망, 진정한 생물학으로서의 신학으로 발화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프랑스 모음곡〉과 슈만의 〈어린이 정경〉 등 항상 그가 함께하는 음악을 경유하며 한병철 사유의 음조가 드러난다. 지금까지 자신이 펴낸 책들은 반복이 아니라 변주곡, 즉 위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음표라고 말한다. 이 때의 강연 제목이 그대로 이 책의 표제어가 됐다고 기획자는 알린다.

이에 앞서 같은해 4월 11일, 포르투에서 저자는 '에로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한병철은 신체적, 인격적 접촉이 점점 사라져 타자가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하며 사랑의 의미를 물었다. 오늘날 우리가 실제 만지고 접촉하는 거의 모든 것은, 심지어 치과에서 통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틀 후 포르투갈 가톨릭대학교 인문과학대학 50주년 기념 강연에서 한병철은 '희망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에 따르면 희망은 "우리를 우울과 지친 미래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도약이자 열정"이며, 이 미덕의 초월성에 대해 성찰한다. 흐망은 '영혼의 차원'이 되어, 즉 마음과 정신의 이정표가 되어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준다고 기획자는 전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생각의 음조〉, 2부 〈에로스의 종말〉, 3부 〈희망의 정신〉 등이다. 1부에서 저자는 피아노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역자 최지수에 따르면 한병철이 두 대의 그랜드피아노를 즐겨 연주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병철의 피아노와의 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그것을 날개 삼아 사유한다는 이야기는 '그랜드피아노'와 '날개'가 독일어로 같은 단어임을 생각할 때 일견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날개'는 동시에 검은 광 나는 기도용 염주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를 날아오르게도, 수련하게도 만드는 모순은 그의 생각의 음조를 이룬다. 그는 자신의 저작들을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에 빗대기도 하고, 〈사라방드〉, 〈시니의 사랑〉 등 다양한 곡과 연결 짓기도 하며 풀어낸다. 음악이라는 은유를 통해 그가 사유하는 방식을 설명할 때 우리는 그 어떤 백 마디 말보다 더 빠르게, 더 직관적으로 한병철의 '생각의 음조'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 한병철은 음악을 매개로 자신의 사유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두운 빛, 어두운 영롱함, 밝은 슬픔’과 같은 역설이 생각의 음조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진실은 이러한 ‘모순적 아름다움’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의 책들이 너무 많이 반복한다고 불평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들이 반복이 아니라 변주곡에 가깝다고 말한다. 마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멜로디는 변하지 않으면서 숱한 변주를 통해 멜로디는 명징해지고 밀도가 높아지며 아름다움이 깊어지는 것처럼. 한병철은 프리드리히 횔덜린, 베르톨트 브레히트, 롤랑 바르트, 로자 룩셈부르크, 페터 한트케, 가브리엘 단눈치오 등의 텍스트를 경유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사유의 음조와 글쓰기의 이상을 풀어낸다.

2부에서는 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꽃에 둘러싸인 저자의 안락한 방, 그리고 먼 타국에서 만난 플로레스 호텔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과연 얼마만큼이나 '꽃향기'를 찾아 맡으며 살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계속되는 강연에서, 접촉 없는 사회에 대한 그의 경종은 삭막한 '타자의 결핍'에 대한 더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타자 없이 '자기참조'에 갇힌 자기애적 성과 주체인 우리는 외로운 성공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반면에 그가 말하는 '에로스'는 타자를 고유의 타자성 안에서 경험하게 하며 자기애적 지옥에서 빠져나오게 한다. 우리는 타자를 내 눈 안의 거울을 통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에로스'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꽃과 연관된 감각과 열정은 진정한 사랑, 진정한 자유, 진정한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3부는 앞서 언급한 피아노와 꽃을 다시 거론하며 축제와 희망의 개념으로까지 나아간다. 축제 없는 현대 사회, 노예이자 가축이 되어버린 신성이 부재한 지옥에서 우리는 '고양된 시간'과 '초월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축제 없는 시간은 곧 희망 없는 시간으로, 그러한 시간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기존의 것, 뒤의 것만을 향해 있다. 한병철이 말하는 '희망의 정신'은 무언가를 단순히 바라는 차원을 넘어, 바츨라프 하벨의 말처럼, '저 너머'의 궁극적인 새로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하이데거의 불안의 현상학과 함께 설명한다. 2부와 3부는 지금껏 한병철이 펼쳐왔던 사유의 정수를 다시 한번 변주하되 마침내 그가 도달한 희망의 정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피로사회』 『투명사회』 『에로스의 종말』 『타자의 추방』 『고통 없는 사회』 『정보의 지배』 『관조하는 삶』 『서사의 위기』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등 핵심 저작들을 비롯해 가장 최근에 출간한 『불안사회』(원서 제목은 『희망의 정신(Der Geist der Hoffnung)』)까지 아우르며 평생 천착해왔던 사유의 궤적을, 그리고 바로 지금 그를 사로잡고 있는 ‘희망의 정신’을 고도의 우아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 책의 즐거움은 무엇보다, 예컨대 하이데거의 철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피아노를, 바흐의 〈샤콘느〉로 바이올린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으로 독일어를 처음 배웠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점이라고 역자 최지수는 강조한다. 그동안 조각조각 접해온 음악과 꽃에 대한 한병철의 사랑, 그리고 그의 철학이 변주곡처럼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듯하다. 역자는 이 책을 통해 한병철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는 것에 더해, 언어와 생각, 세상을 향해 가지고 있는 그만의 음조, 그리고 그의 아리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짐승은 주인에게서 채찍을 빼앗아서 자기가 주인이 되기 위해 다시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카프카는 썼다고 한병철은 인용한다. “우리는 각자 고유해지고 싶어 하는 복제인간”으로, “가축의 떼” “절대적 노예”로 전락한다.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는 끊임없는 자기 착취를 요구한다.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스스로를 최적화하며 ‘나’의 자유의지로 자신을 착취한다. 성과사회는 필연적으로 불안사회로 이어진다. 우울이 감염병처럼 창궐하고 불안과 혐오가 곳곳에서 촉발한다. 불안은 권력과 체제의 도구로 사용되며 희망의 씨앗을 질식시킨다. 저자 한병철은 바로 이 지점, “역사적 기로에서” 희망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리고 희망의 정신을 건져 올린다.

비평가들은 비관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한병철은 자신을 희망의 사람이라고 선언한다. 희망하는 사람만이 사유할 수 있다. 희망의 사람은 낙관주의자들과는 달리 세상의 비극과 삶의 부정적 측면, 그리고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완전히 다른 삶의 형태를 열망하며 행동으로 옮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긍정성 숭배는 사회를 탈연대화하지만, 희망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화해와 연대로 이끈다. 긍정성의 주체는 ‘나’이지만 희망의 주체는 ‘우리’다.

“희망한다는 것은 ‘희망을 확장’하고 ‘희망의 불꽃을 퍼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희망은 혁명의 누룩, 새로운 것의 발효제, 즉 비타 노바(vita nova)의 시작점입니다. 불안의 혁명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불안은 모두를 복종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사람은 지배자에게 복종합니다. 다른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것만으로도 혁명의 잠재력이 자라납니다. 오늘날 혁명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것은 희망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불안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며, 살아남기의 삶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p.169).


저자 : 한병철(Han Byung-Chul)


1959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브라이스가우의 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 뮌헨대학교에서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베를린예술대학교 철학·문화학 교수를 지냈다.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는 2012년 한국에도 소개되어 주요 언론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 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투명사회』, 『에로스의 종말』, 『서사의 위기』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저자는 최신작 『불안사회』에서 불안이 잠식한 사회에서 끊어져 버린 연대와 만연한 혐오에 경종을 울린다. 짙은 불확실성과 깊은 무기력에 빠진 현대인의 삶에 필요한 것은 ‘희망의 정신’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희망에 관한 그간의 무지한 착각에서 벗어나 위기를 극복하고, 비로소 생기로운 삶을 되찾을 것이다.


역자 : 최지수


영어 및 독일어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국제회의통역전공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경제, 법, 제약,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문서를 번역했다.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영미서와 독일서 번역 및 리뷰에 매진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통번역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역서로는 『프렌드북 유출사건』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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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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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인간을 통해 보여주는, 열렬한 감정선과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자극하는 압도적 로맨스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은 로맨스 스릴러이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 세상에서 보여지는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 인간의 모습에 투영해 소설 차원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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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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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신스』의 표제어 '신스'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대한 풀이가 부제로 채택됐다. ‘줄리아’라는 인조인간, 즉 전 세계 세 번째 '신스'다. 신스는 AI(인공지능)이 탑재된 여성 인조인간이다. 작중 인물 줄리아는 오로지 ‘조쉬’라는 남자의 니즈에 맞추어 만들어진 여자다. 줄리아는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많은 인간 여자들과 경쟁한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사랑과 상실이라는 감정을 겪은 줄리아는 결국 그의 마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고, 그와 결혼해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행복을 꿈꾼다. 이 작품은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정교하게 현실에 대입했다는 평가로 전 세계를 주목하게 만든 제나 새터스웨이트의 데뷔작이라는 데서 작가의 상상력과 소설적 스토리를 잘 엮어낸 대가의 면모를 선보인다. 열렬한 감정선과 서스펜스로 강한 흡인력을 자아내는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마리끌레르를 포함하여 각종 영미 문학 비평계의 호평을 받으며 202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은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적인 논점과 사려 깊게 짜여진 인물들을 바탕으로 잘 쓰여진 매력적인 스릴러'임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책을 여는 순간, 독특하고 흥미로운 AI 서스펜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독자로 하여금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탐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재미를 뛰어넘어 완벽한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스릴러, 공상과학, 로맨스를 결합하여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서사를 온몸으로 접하게 될 독자들은 벼락같이 등장한 이 최고의 페이지 터너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 작품이 전개되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 눈에 익숙하다. 어느 날 캠핑을 하러 간 남편의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남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내는 경찰에게 남편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소한 증거를 내세워 그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는다. 경찰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고, 그녀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도 한다. 이 소설 전개는 기존의 범죄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유사하다. 경찰의 판단도 이상할 것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신고한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적 사건을 대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경찰은 그녀를 범인 취급하는 걸 넘어서 자신이 그녀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그녀가 보통의 사람이 아닌, 첨단 테크놀리지의 기술로 탄생한 인조인간(신스)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모든 것이 같은 신스는 아픔도 느끼고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줄리아는 여기에다 더해 최초로 임신까지 가능했던 새로운 유형의 인조인간이다. 그야말로 거의 인간과 다름없게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다. 
더욱이 그녀와 결혼한 남자 조쉬는 그녀가 신스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다. 둘이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생생하게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에 방송되었다. 이른바 인간과 인조인간으로 유명인 커플이다. 하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누군가에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딜 가든 그들을 따라오는 혐오와 비난의 시선이 그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결국 부부의 사랑에도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고 조쉬의 실종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스와 인간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존재만으로도 받아야 하는 혐오와 차별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줄리아가 꿈꾸고 그리던 행복한 미래는 혐오와 차별의 힘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위태로운 결혼 생활 중, 캠핑을 떠난 후 실종된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녀는 남편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자신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는 경찰도, 계속해서 자신을 감시하는 이웃집 남자도, 딸을 극진히 보살펴주는 베이비시터도, 심지어 자신을 만든 개발자조차 믿을 수 없다. 줄리아의 세상은 오로지 조쉬뿐이다. 무엇보다 사건 열쇠의 중요한 포인트는 줄리아는 사람을 해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누명을 벗기 위해 스스로 수사에 나선 줄리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며 숨겨져 있던 진실에 접근한다.
주인공 줄리아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라는 두 타임라인으로 정교하게 섞여 전달된다. 과거 편은 그녀의 신비로운 탄생부터 연애 프로그램 속 조쉬와의 달달한 로맨스, 그리고 그의 실종 직전까지의 긴박한 상황을 비춘다. 현재에서는 조쉬가 실종된 후, 자신을 의심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 사라진 그날의 기억과 묻힌 진실을 파헤치는 줄리아를 묘사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서사를 두 분야로 나누어 전개하다가, 현재와 과거가 맞물리며 실종 사건의 비밀이 드러나는 클라이막스에서 한데 뭉쳐있던 카타르시스가 터질 수 있도록 짜임새를 섬세하게 구성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그 ‘한 여자’가 인조인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이었다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부분들이 인조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이질적이고, 혼란을 야기하며, 흥미로워진다. 로맨스가 꽃피는 사랑스러운 순간부터 얽히다 못해 엉켜가는 비극의 결말까지 복잡하고 세밀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줄리아’라는 존재에게 이입하고, 더 나아가 그 존재가 주는 딜레마에 대해 사유하게 될 것이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의 페이지를 거듭 넘길수록 우리는 인조인간인 줄리아에게 공감하게 된다. 우리와 같이 자율적인 감정을 가지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육아까지 해내는 그녀는 작품 속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완벽하게 설계된 여성 인조인간에게 일반적인 여성과 엄마의 삶을,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약자가 되기를 바라는 현실과 같기에 감정을 함께할 수 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약한 존재를 보면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배척하고, 혐오한다. 차별은 투명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의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자리한다. 우리는 그 벽을 세우기도 하고, 혹은 벽에 가두어지기도 한다. 이 소설 안에도 인간과 신스라는 존재적 차이가 느끼는 감정에 한계를 그어버리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온전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줄리아를 통해, 복잡하고 잔인한 차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을 밝히는 과정에서 혐오와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을 조명하고, 현시대의 차별에 대한 시의적절한 논제를 던진다. 이 소설로 하여금 성장 배경도, 신념도, 관심사도 모두 다른 줄리아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오롯이 마주한다면 현존하는 차별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우화 속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든 건 추운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연대하여 작은 사랑을 만들어 낸다면 그 햇살은 용기가 되고, 그 용기는 작은 움직임이 되어 차별의 유리에 틈을 남길 것이다.
이 소설은 인조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가능할까?란 기초적 질문에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또 인간보다는 신스가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도 덧대진다. 그리고 주제와 연결되는 인조인간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다. 이는 인간이 자신과 다른 인간을 보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대변한다. 현재 우리 문명에 맞지 않는 저급한, 그리고 사회의 하층 계급으로 살아가도록 규정 짓는 현실의 인종 차별 의식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저자 제나 새터스웨이트는 우리가 사는 현재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주제,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주제에 소설이 품는 내용을 접목시킨다. 
소설에서 줄리아라는 여성 신스는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순수하고 돈과 명예, 신분 등 계산 속 현실의 인간보다 더 진실한 사랑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차별과 혐오의 밑바탕에는 열등감이나 콤플렉스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주체는 열등 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혐오와 차별 사회의 극한적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학적 사유를 보여준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 점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주제이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이해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거짓말이 간절하다. 내가 그 거짓말을 믿어야만 우리 가족이 서로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마치 프러포즈의 순간처럼, 찰나의 순간이 있다. 지금 내 눈앞에 두 갈래 길이 있고, 나는 그 갈림길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가슴속의 모든 거친 욕망을 담아 말한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고.(p.408)
“줄리아 월든, 당신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줘요.” 그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뜬다. “나와 결혼해 줄래요?”
TV에는 지금쯤 달달한 배경음이 깔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승리의 오케스트라 음악이 우리 주위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 같다.(p.337)

내가 잃게 될 기억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조차 없이 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두개골이 불타오르는 듯하다. 비명이 침묵을 찢으며 혀끝에서 터져 나온다. 내 마지막 생각은, 이 비명을 이웃들이 들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게 까맣게 변했다.(p.523)

저자 : 제나 새터스웨이트(Jenna Satterthwaite)

미국 중서부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성장하고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던 제나 새터스웨이트는 현재 시카고에서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작가다. 스페인의 사라고사 전문 음악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그녀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프랑스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향긋한 커피와 함께 수많은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때 부업으로 포크 밴드 '쏜필드(Thornfield)'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한 적도 있다. 겨울이면 벽난로 앞에서 아늑하게 노트북을 펼쳐놓고 열정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여름이면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햇볕에 살짝 그을리는 여유를 가지고,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건지 고민하며 생각에 잠기는 것이 일상의 낙이다. 초밥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안식처인 침대에서 책 읽기를 즐기며, 여성들이 자신의 힘을 되찾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은 그녀의 데뷔작이다. 

역자 : 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군중심리》, 《싯다르타》, 《마리메꼬: In Patterns Marimekko》, 《뉴욕 최고의 퍼스널 쇼퍼가 알려주는 패션 테라피》, 《아이의 영재성을 키우는 부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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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 - 서양사와 함께 배우는 클래식 음악 수업
이인화 지음 / 초봄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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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문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서양 음악에서 자주 나오는 작곡가나 명곡 몇쯤은 알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도 있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그들의 이름과 명곡들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등이다. 그러나 서양 음악은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서양 음악사 책을 읽으려 해도 한두 권 읽어서는 내용을 제대로 짚어내기 어렵다. 오랜 역사와 뛰어난 음악가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서양 음악을 설명하려면 서양사 등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예술 분야, 미술이나 건축 등 다른 분야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단번에 흐름을 궤뜷기도 쉽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자는 클래식을 접한 지 5년쯤 됐다. 학교 다닐 때는 물론 지금까지 클래식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냥 곡의 흐름, 분위기에 이끌려 듣기 시작했다. 때문에 작곡가와 성악가 이름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곡이든 상관 없이 클래식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의 느낌에 이끌려 방송을 틀어놓고 일할거나 쉴 때도 많았다. 방송은 DJ들이 중간중간 곡의 성격이나 작곡가, 작곡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귀에 담아두지 않았다. 곡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독자가 클래식 지식을 외면한 탓인지 아주 익숙한 곳이 아니면 작곡자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주로 서양음악사가 풍부한 클래식 지식을 전해줄 것 같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곡과 작곡가가 매치가 안 되서인지 지금도 음악이 흘러 나올 때 누구의 곡인지 잘 모른다. 그래도 책을 읽은 탓인지 작곡가의 이름은 익숙한 게 많다.
쉽고, 빠르고, 알차게 클래식 음악 지식을 쌓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 『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의 저자 이인화는 30년동안 음악을 가르쳐온 현직 교장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 방대한 자료들을 검토하되,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맥점이라 한 것들만 섭렵하여 서양음악사의 핵심적인 지식들을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추렸다고 한다.
저자는 음악가이기에 앞서 현직 교사로서 누구보다 '배우는 자'의 마음을 잘 알기에 이 책은 클래식의 기본개념 정립부터 클래식 음악사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정, 박자, 가락, 화성 등 소리 요소들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해 만든 게' 음악이라는 정의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클래식을 다른 분야 지식과의 연관을 통해 살피고 그것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라는 것은 얼핏 대단히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저자도 대학에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여러 선입관, 오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양 음악의 역사가 고작 400여 년에 불과함에도 '클래식(Classic)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었다. 음악의 '고전'이 역사에서의 '고대'인 그리스 · 로마 시대를 떠올리게 했던 거다. 그래서 저자는 음악사의 실제 시대와 자신의 심정적 시대 사이의 시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아주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역사적 접근'이야말로 머릿속에 있는 여러 얽혀진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며, 클래식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사의 정치·철학·과학·예술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지적 창고'가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에 자기만의 음악을 차곡차곡 채워간다면 어느새 클래식이 그대 마음 가까이 다가온 것을 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와 함께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부제 ‘서양사와 함께 배우는 음악 수업’이 상징하듯 서양사를 씨줄로, 클래식 음악사를 날줄로 삼아 엮었다. 서양의 역사와 음악 이야기가 자칫 어렵거나 딱딱할 수 있지만 저자는 일화를 곁들인 특유의 유머로 재밌고 쉽게 설명하고, 따로 추가 설명이 필요한 건 상자 안에 설명을 추가하는 친절함도 베푼다. 시간(역사)을 축으로 그동안 배운 음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상식을 구조화하고, 거기에 새로운 지식과 상식을 더해 음악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클래식 음악을 보여주세요〉, 2장 〈바로크 시대 이전의 음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3장 〈새로운 음악의 역사, 바로크에서 낭만까지〉, 4장 〈다시 시작하는 음악의 역사: 근·현대 음악〉 등이다. 1장은 클래식 음악과 서양 역사를 비교한 연표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 흐름의 맥을 짚어 본다. 2장에서는 바로크 시대 이전인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바로크 음악과 고전 음악, 낭만 음악은 3장에 담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음악이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 시대를 거쳐 낭만 시대까지의 음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분량과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그만큼 많다. 바로크 시대는 비발디, 바흐, 헨델이, 고전 시기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약한 시기다. 당연히 이들 음악가의 삶과 음악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낭만 음악을 지나 근대·현대에 이르러서 실험적인 많은 종류의 음악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어떤 곡들은 이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곡들도 많다. 근대 · 현대 음악을 소개한 4장에는 클래식 음악 못지않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금을 울린 대중음악도 끼어 있다. 이 책은 서양 음악을 처음 대하는 초보자나 입문자, 그리고 지금 중고등 학생들에게 서양 음악의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기 위해 집필됐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일반적 인식을 깨뜨리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초보자나 입문자, 혹은 청소년들이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갖게 되는 기본적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내준다. "음악이 뭘까?" 저자는 음악이란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정, 박자, 가락, 화성 등 소리 요소들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해 만든 거라고 답한다. 음악가들이 소리를 조합하고 변형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을 담는 것이라는 답변도 덧붙인다.
사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특히 문학,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의 사조와 음악가 개인의 환경과 경험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은 그 음악과 관련된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 예술사조, 음악가의 삶 등과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각각의 개인적인 서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예술가들의 이야기 속에는 예술가들의 삶이 있는 것이다. 음악은 삶과 밀접하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음악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련을 겪었고 어떻게 곡으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공감하기가 쉽다. 그리고 이 공감은 그 예술가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책 『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는 위대한 작곡가들로 칭송받는 모차르트, 베토벤의 개인적 서사를 찾아 들어간다.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 이인화의 주장이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세계적인 거장인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등의 예술가들을 연상한다. 실제로 클래식이라는 분야는 그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클래식과의 그 거리감을 꽤 가깝게 느껴지게 해 준다.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는 그들의 삶이 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를 알아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던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이야기가 별도로 정리돼 있다. 「모차르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모음」(p.129~133)과 「베토벤이 사랑한 여인들」(p.166~173), 「베토벤에 대한 당황스러운 뒷담」(p.174~184)이 그것이다. 다른 음악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별도로 묶지 않고 본문에 녹여냈지만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따로 별도의 란을 마련해 처리한 것은 두 사람이 서양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다. 사실 서양 음악을 이야기할 때 이 두 사람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 음악가란 모차르트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란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천재의 노력'이란 소제목의 글로서 모차르트의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재인 모차르트는 작곡할 때, 영감을 받아 머릿속에서 음악을 완성한 다음 한 번도 고치지 않고 써 내려간 걸로 유명해요. 사실은 그의 음악적 지식과 기법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이전 시대의 다양한 음악 기법을 연구함으로써 터득한 것이며, 한 번에 거침없이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숙고한 뒤에 썼기 때문에 고친 흔적이 거의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p.130)
베토벤이 남긴 사랑과 연인 이야기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베토벤이 평생 알고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를 모두 기술하고 있지만 베토벤의 명곡 〈불멸의 연인〉이라는 곡을 쓰고 누군가에게 '나의 천사, 나의 전부, 나의 분신'이라고 호칭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불멸의 연인'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일까? 책에 따르면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는 헝가리 왕국의 백작 가문의 딸이다. 베토벤이 29세 때, 요제피네 부모가 20세의 요제피네와 24세의 언니 테레제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의뢰한다. 요제피네는 이때 이미 결혼이 예정돼 있었다. 집안의 요구대로 27세나 연상인 다임 백작과 정략 결혼하는데, 남편이 1804년 급사한다. 베토벤은 요제피네와 다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해 약혼까지 한다. 베토벤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약혼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맹렬한 반대로 요제피네는 다른 귀족과 결혼했고, 집안에서 버림받은 채 가난과 고독 속에 42세의 젊은 나이로 쓸쓸하게 죽었다.
"베토벤 연구가들은 요제피네가 죽을 당시에 쓴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Op.31, Op/32를 요제피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송곡으로 보고 있어요. 〈불멸의 연인〉 실제 수신인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토벤이 가장 오랫동안, 또 가장 깊이 사랑했던 여인이 바로 요제피네이죠."(p.170)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는 요제피네의 언니이다. 요제피네의 첫 번째 남편이 죽은 후 본격적으로 연애하다 집안의 반대로 다시 헤어지고 나서, 36세의 베토벤과 테레제는 갑자기 가까워졌다. 베토벤은 나중에 테레제에게 "피아노 소나타 24번 '테레제를 위해' Op.78"을 헌정했다. 테레제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테레제가 남긴 일기와 편지에서 베토벤과 브룬스비크 가문의 관계, 요제피네와 베토벤의 연애사가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어 베토벤 연구자들에게 아주 귀중한 연구자료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베토벤의 연애 관계는 자세하게 써놓지 않아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는 알기 어려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요제피네가 불멸의 연인 유력 후보에서 탈락한 후, 테레제가 유력한 후보에 올랐는데, 요제피네가 다시 유력 후보로 부각되면서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42세 때 “불멸의 연인” 이후 베토벤은 더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며, 노숙자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옷차림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길거리에서 소리를 마구 지 르기도 했고, 가끔은 집에서 찬물을 얼굴에 퍼붓고 바깥으로 나오는 통에 미치광이 취급을 받곤 했어요.(p.150)

후기 낭만파 시대에 작곡자의 강한 개성과 민족주의적 색채, 순간 의 인상 등을 표현하기 위해 불협화음을 사용하는 등 점점 조성음악 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년)는 조성음악 해체의 중심인물이며, 12음 기법 을 확립했고, 많은 근대·현대 작 곡가들이 그를 계승했어요.(p.225)

저자 : 이인화 

부안고등학교 교장. 꽃구름 속에 푹 안긴 소박하고 예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노래하며 성장했다. 선생님의 권유와 가르침으로 음악 선생님, 성악가가 되었다. 37년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동안에도 읽고, 쓰고, 노래했다. 미국, 일본 등 국외와 국내에서 독창회, 오페라, 국제음악회 출연 등의 음악 활동을 했으며, 초·중·고 성악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석사 시절에는 「북한의 음악 교육」에 대해 연구하였고, 박사 때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본 음악 교육」을 연구했으며, 이후 생태주의, 교육, 여성, 음악 등을 주제로 9편의 논문을 전문학술지에 게재했다. 음악이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역사, 문화, 철학, 다른 예술 분야 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O.S.T.코드: 클래식』, 『O.S.T.코드: 히든씬』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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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지는 연습 -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임태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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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단순해지는 연습』의 저자 임태환은 집필 이유를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복잡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 가능해진 디지털 사회가 일견 굉장히 좋은 것 같지만 실제 점점 더 인간 두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육체 노동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일들을 디지털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서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젠 디지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어떻게든 디지털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스트레스 줄이기에 사람들은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문화뿐만 아니라 AI로까지 발달해 인간을 뛰어넘는 두뇌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디지털 문화는 이미 편리하고 무한한 이익을 창출하는 새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인간은 자신들이 얻은 편리함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요구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미 충분히 편리함을 맛본 사람들은 디지털 없이는 많은 일들을 포기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서야 단순하게 사는 것에 눈길을 돌렸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다른 한편에선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단순하게 살기'는 점점 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저자 임태환은 「당신의 인생은 가성비가 좋나요?」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많은 사람이 단순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려워한다. 단지 물건 절반을 눈 딱 감고 아무거나 내다 버리면 단순해지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단순함은 걷어내고 버린다고 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버려야 할 것을 갖고 있고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인간은 그 선택의 안목을 기르는 것을 매우 어렵게 느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대인을 위로하는 책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실제 서점에 가보면 거의 모든 책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삶을 즐겨라" 등 많은 메시지가 난무한다. 그러나 저자는 극히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저자는 돛단배는 선체 위해 세운 돛에 바람을 받게 하여 움직인다. 만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오독해 "그래, 드러눕고 있어도 괜찮아, 배는 파도를 따라 알아서 움직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태평양 한가운데서 변사체로 발견되기 십상이라고 저자는 경계한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배가 편안하게 움직이도록 바람에 맞게 돛의 방향을 잡는 것이라는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또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무언가를 한 만큼 결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쉽게 오독하는 이유는 에너지의 효율이 잘못된 것인데 에너지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거칠게 단순하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에너지를 쓰지 말자'라는 선언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에너지의 효율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에너지를 쓰지 않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틀어버린다고 이 책 『단순해지는 연습』의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생각은 안 하고 왜 자꾸 무언가를 할 생각만 하는 걸까? 저자는 “아직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단순함을 지루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평온함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잘못을 지적한다. 이를 ‘등산에 비유하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말하길 산을 오를 때 가장 편한 구간은 내리막이 아니라 평지라고 한다. 나도 사량도 지리산을 등산하면서 찰나의 평지가 나왔을 때 숨통이 트이는 행복감을 느꼈다. 고저 없이 완만하고 평평한 상태, 우리는 그 평평한 순간을 얻기 위해서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에 내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간은 꼭 무언가를 해야만 에너지를 얻는 존재일까?’, ‘무언가를 해서 더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질문과 답을 이 책을 통해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선택은 당신의 삶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롭게 한다. 만약 그것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아직 오지 않을 미래를 불안해하며 현재를 무겁게 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가벼운 현재의 무게만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 2장 〈단순함의 쾌락〉, 3장 〈단순함의 6가지 법칙〉, 4장 〈응용 편- 단순함이 되는 기술 4단계〉, 5장 〈생활 편- 단순함을 실현하는 생활 TIP〉, 6장 〈고수 편- 단순함은 고도의 복잡함이다〉 등이다. 각 장은 4~6개 씩의 소제목의 글들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가장 앞에는 주문(註文)으로 장의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장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의 주문은 "깊이와 복잡함은 한 끗 차이다. 누군가는 복잡함을 깊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복잡함과 깊이의 차이는 뭘까? 깊이 있는 생각은 점점 생각이 좁아지면서 역삼각형 모양처럼 끝 지점이 뽀족해진다. 반면, 복잡함은 깊이 아래로 뾰족한 지점을 만들지 못하고 표면에 머물면서 넓이만 점점 커질 뿐이다. 우리가 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지 안다면,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단순함을 만들 수 있다."(p.17)

"인생의 의미는 그게 다에요. 내가 산 물건을 어디다 놓을지 찾느라 애쓰는 것." 미국 스탠드 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의 아포리즘이라고 소개한다. 

1장은 「딥 심플리시티(Deep Simplicity), 단순함이 작동하는 원리」「왜 그렇게도 복잡해지고 싶어서 안달 난 거야?」「나는 나를 착취할 권리가 있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어렵다」「우리는 복잡한 것이 좋다는 세뇌에 빠졌다」「불안은 나를 복잡하게 만든다」 등 6개의 작은 제목을 가진 글들이 모여 있다.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란 제목에 맞게 단순함이 작동하는 원리부터 우리가 복잡하게 사는 이유까지 차례로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단순함과 복잡함은 공생 관계란 명제를 세운다. 사람들 앞에서는 "복잡함, 너는 나쁜 놈이야"라고 말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오늘도 수고했다"고 등 토닥여주는 관계라고 비유한다. 이를 본질에 집중한 아이폰은 단순하지만 아이폰과 얽혀 있는 네트워크와 생태계는 상상을 초월한 복잡함이라는 주장이다. 아이폰이 주목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복잡한 네트워크를 아이폰 하나면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함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복잡함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함은 복잡함 속에서 기능한다. 단순함은 거기서 나온다는 논거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복잡하다. 분명히 오늘 낮에 구름 한 점 없다고 했지만 내가 나가자마자 하늘이 토하듯이 비를 쏟아낸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어제까지 오르던 주식은 오늘 아침에 지하 암반수를 뚫을 정도로 곤두박칠치고, 영혼까지 끌어 산 25평 아파트는 더 이상의 반등은커녕 우리 단지 내 내 최고가를 갱신해 준 호구가 되어 떨어지기만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급상승과 폭락이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움직여 준다면 어정쩡하게나마 장단에 맞춰 춤이라도 추겠지만 이 세상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어 복잡하다. 이 상황까지 오면 세상이 영화 〈트루먼 쇼〉처럼 나 모르게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 들 정도라고 우리 사회의 복잡함을 토로한다. 

저자에 따르면 갈릴레오 이후부터 과학은 이러한 세상의 복잡성을 이미 무시했다. 그들이 왜 위대한 과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나는 왜 주가지수나 눈알 빠지게 보는 범인으로 사느지 알 수 있는 행보이다. 그들은 왜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지, 사과는 왜 땅을 향해 떨어지는지 등 단순한 문제에 답을 하면서 점차 과학을 발전시켰다. 과학자들은 이 세상의 복잡성 속에 단순함이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간파했기 때문이다. 

앞선 저자의 논리는 복잡함 속에 있는 단순함을 채택한 과학을 도입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복잡성을 단순함으로 설명하는 진리, 법칙, 원칙 등을 알아낸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존 그리빈의 『딥 심플리시티』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 설명하고 해석한다. 우리는 과학에서 말하는 복잡계를 들으면 복잡을 어렵고 난해함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복잡계란 사실 상호 작용을 하는 몇 개의 단순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계이다.'*라고 말한다. 마치 이산화탄소 분자는 탄소 원자 한 개와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구성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산화탄소가 탄소와 산소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구성 시스템도 일종의 복잡계라고 할 수 있다. 과학 작가인 존 그리빈은 복잡계를 아래와 같이 쉽게 설명한다.

"가장 단순한 기계는 바퀴와 손잡이다. (중략) 바퀴 하나 또는 기어 톱니바퀴 하나조차도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바퀴와 손잡이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 달리는 자전거는 과학적으로 보자면 복잡한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부품의 상호 작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복잡성이 지닌 또 다른 중요한 특성-사물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복잡성을 만날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반응이 있다. 첫째, 단순한 구성 요소를 파악하고 둘째, 이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셋째, 자신들이 연구할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과학자들은 복잡성 속에는 필연적으로 단순함이 있다고 믿는다. 존 그리빈은 그것을 바로 '깊숙이 숨겨진 단순함에 기반을 둔 복잡성' 즉, 딥 심플리시티라고 했다는 것은 존 그리빈의 단순함의 법칙을 과학이 작동하는 근본 원리에 맞는다고 저자가 판단한 것이다. 

* 딥 심플리시티, 존 그리빈 p.191

** 딥 심플리시티, 존 그리빈 p.192~193

단순함은 이제 종교라는 저자의 주장은 앞서 과학의 근본 원리와는 다소 배치된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다시 논거를 갖고 이를 제시했다. "(과학과 종교는) 모두 단순함을 추구한다. 그럼 과거는 복잡했을까? 과거에 사회 구조는 단순했지만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는 복잡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보자. 한국에서 1990년대는 198년대부터 본격화된 여름 바캉스 문화가 만개한 시기다. 1990년대 여름 고속도로는 피서객들의 급증으로 늘 정체였다." 정부는 이후 고속도로 대책, 고속도로 진입로 대안, 교통 분산화 도로 개설로 꾸준히 정체를 눈에 띄게 줄여 나갔다. 때문에 고속도로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혔지만 숨통은 트였다. 의식도 변했다. 사람이 명절 때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줄었다는 말이다. 이를 간소화로 저자는 규정한다. 사회 구조는 다각적으로 복잡해졌지만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는 단순해졌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적·문화적 수용력이 크고 많아지면 단순함은 따라온다고 주장한다. 높은 수용력은 조밀도가 떨어져서 평방 1m 안에 층층이 복잡하게 쌓았던 기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함을 주장하는 저자가 한마디 덧붙인다. '본질에 집중해라, 조금 더 단순해져라' 이것은 마치 지금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단순함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이 복잡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 단순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함의 원리를 과학에서 찾아낸 예로써 훌륭한 지점이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한마디로 복잡성은 단순함에서 기인하고 단순함은 복잡성 안에서 기능한다. 만약 당신이 이 세계가 복잡하고 불가해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 안에 단순함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라는 저자의 말은 규명된다. 지금까지 단순함의 원리를 찾아 설명한 부분은 '1장 1절'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모두 32개의 절이 있다. 관심을 갖고 읽는다면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사랑이 사라진 시대, 무언가를 더 가져야만 사랑받는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어쩌면 ‘사랑’이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라고 강조한다. 혹시 사랑도 단순함의 원리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영감을 독자는 받았다.


저자 : 임태환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마케팅은 사회, 문화, 경제, 인문, 엔터, 미디어 등 수많은 분야가 만나는 교차로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특히 인간이 미디어를 만났을 때 영향받고 변화하는 데 관심이 생겨 인터넷 방송 기획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미디어아트 웹진 <앨리스온>에서 미디어문화예술을 관찰하는 에디터로서 글을 썼다. 이후 모두가 마케팅에서의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말할 때, 글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뺏는 방법에 관심이 생겨 카피 책을 썼다.

CJ제일제당 햇반의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오뚜기 디지털마케팅 기획,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PR 콘텐츠 기획, 에뛰드하우스 캠페인 기획, 도루코페이스 통합 마케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YBM커리어캠퍼스에서 카피라이팅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그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쾌락으로 여기며,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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