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투 모링가 1』는 미래 우리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 한 가지 짚어보고 넘어갈 일이 있다. 저자 제이롬은 필명으로 추축되어 문제 없지만 소설 작품 내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이 우리말, 우리식 이름이 아니다. 영어나 기타 알파벳을 사용하는 지역이 배경 무대가 아닌가 싶다. 실제 저자 소개란에서 단초를 찾아낸다. "제이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지 않는 이야기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제작합니다. 마름모를 의미하는 ‘롬버스’에서 따온 ‘롬’."이라고 적혀 있다. 인명, 필명이야 짓는 사람의 자유니까 무엇이라고 짓든 문제될 게 없다. 저자 소개란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소설이 4부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소개란에 이렇게 썼다. "제이롬은 크게 4 가지 브랜드의 시리즈 소설 장르물을 구상, 기획 중입니다."
유리로 만든 지폐를 '역으로 성립하는 명제'와 함께 외우면 주문이 이루어지는 이곳은 죽은 자들이 빛을 밝히는 도시, 일명 '그림자 시장'. 눈동자 색깔에 따라 도시와 계절이, 환율에 따라 도시의 빈부가 나뉜다. 검은 눈동자로 태어난 겨울바다 출신 에밀레, 엄마와 새아버지가 재혼 후 생긴 새 오빠 뤼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금빛 눈동자의 뤼오를 찾기 위해, 누구나 입사를 꿈꾸는 ‘뱅커스 뱅크’로 향한다. 그 곳에서 그녀는 실종된 사람들이 남긴 검은 그림자들의 비밀을 밝히게 되는데··· 낮에는 시장이 원하는 훌륭한 인재, 밤에는 시장의 이단아. 과연 그녀는 끝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 작품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금융, 경제, 주식 시장의 개념을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번역 출간한 출판사는 밝히고 있다.

이 소설 『투 모링가 1』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1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부제는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이다. 표제어, 책의 표지, 그리고 각 장의 제목들로만 보아서는 지역이 굳이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프롤로그〉엔 「눈동자들의 이야기」란 제목이 붙어 있다. 첫 줄엔 '죽은 그림자들을 위한 찬송가'란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리고 찬송가 가사가 이어진다.
"눈동자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지
너의 시점에서 우리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지
세상을 보는 시점은 너의 눈동자 색에 달렸지
세상이 너를 보는 시점 또한 너의 눈동자 색에 달렸지"(p.8)
소설의 지문처럼 이 세상에 대한 저자 제이롬의 설명이 조금씩 따라 붙는다. 이 세계의 이름은 일명 '그림자 시장'이다. 눈동자 색깔에 따라 도시와 계절이 나뉘고 각 도시의 환율에 따라 빈부가 나뉘는 참담한 이름은 죽은 자들이 빛을 밝히는 도시, 그림자 시장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정삼각형 도시는 여름 바다, 봄 바다, 가을 바다, 그리고 차가운 겨울 바다로 나뉜다. 시민들의 삶이 철저히 구분이 된 그림자 시장에서 오늘도 죽은 자들의 영혼이 별이 되거나 혹은 그림자가 되어 밤을 만든다. 저자의 혼신을 다한 소개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독자들은 신비롭다 못해 공포감마저 느낀다. "이런! 내가 어쩌다 이런 세계에 왔지?" 언제부터 그래왔는지 잘 모르지만, 맥락 없는 이 세계에 눈을 뜬 이래로 마주하게된 비참에 현실이 몇 가지 있다.

그림자 시장의 문명론에 따르면 시민들의 사회적 계층과 직업 그리고 거주지는 네 가지 눈동자 색깔로 나뉜다. 플라밍고(Flamingo), 메리 골드(Marigold), 아발론(Avalon),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름 없는 모링가((Nameless Moringa).
핏빛 눈동자의 플라밍고에게 붉은 다이아몬드를
금색 눈동자의 메리 골드에게 금괴를
은빛 눈동자의 아발론에게 은구슬을
검은 눈동자의 모링가에게 검은 유리 동전을 노동의 대가로 각각 지불한다. 이어 이들 플라밍곤는 여름 바다, 메리 골드는 봄 바다, 아발론은 가을 바다, 이름 없는 모링가는 겨울 바다에 각각 거주한다. 외부로부터의 이민자들은 각 바다에 거주 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취업, 결혼, 특정 재산의 형태로 증빙이 되면 입주가 허가된다. 보석들은 그림자 시장의 화폐가 되고 시민들은 화폐를 환전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바다 건너 사고, 판다. 간단한 예를 들면, 그림자 시장에서 붉은 다이아몬드 하나면 보석의 가치는 붉은 다이아몬드, 금괴, 은구슬, 그리고 유리 동전 순으로 나뉜다. 책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유난히 빈부격차가 심한 겨울 바다. 가치가 낮은 검은 유리 동전, 유리 동전 백 닢으로 은구슬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이니, 말하지 않아도 이름 없는 모링가들의 빈곤한 삶을 엿볼 수 있겠지? 아직 〈프롤로그〉에서 독자는 헤매고 있지만 문득 자본주의와 차별이 제도적으로 굳어진 사회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혹시··· 미국의 미래를 그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은 독자들의 상상이다.

특히 주문을 외우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림자 시장의 유일한 유리 지폐 핍스는, 갖가지 보석들의 환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역으로 성립하는 명제를 외우고 성냥불을 유리 거울로 만들어진 지폐 모서리에 붙이면 말하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법의 지폐도 등장한다. 어느 사회나 특권층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일까? 더욱이 핍스는 모링가들의 사전에 없는 단어라니, 요동치는 물가 덕분에 유리 지혜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 구할 식량조차 문제이니 모링가들은 오늘도 희망 앞에 나약해진다. 그렇다면 가난한 삶으로부터 몸부림치는 자들을 위한 도피처는 정말 단 한곳도 없는 걸까? 저자는 점점 좌절에 빠지는 독자들을 위해 '하나의 예외'를 슬쩍 귀띔한다. "단, 모든 모노센더(Monoscender)들은 이 규칙에서 제외된다."(p.11) 단 하나를 의미하는 모노, 올라가는 사람을 의미하는 어센더, 그리고 이 둘을 합한 모노센더다.
그렇다면 모든 겨울 바다 시민들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터, 그 내용에 대해 저자의 기술은 독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오직 겨울 바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 단 두 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토너먼트 형식의 시험의 명칭은 '모노'. 이 시험에서 우승한 최종 합격자를 모노센더라 한다. 이들에게는 그림자 시장 꼭대기에 위치한 뱅커스 뱅크(Banker' Bank)의 직원, 포 시그마(Four Sjgma)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은 여름 바다 끝에 위치한 뱅커스 뱅크의 고급 인력 포 시그마들은 핍스를 관리하고, 각 바다의 화폐 유동성을 확보하며, 시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 치안와 경제를 담당한다는 권력층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 기회는 과연 다행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의 연속일까? 신분 상승을 위한 겨울 바다 아이들의 학구열릉 그야말로 하늘을 치솟는다. 4년마다 치러지는 이 시험에서 단 한 명만이 모노센더가 될 수 있었기에 겨울 바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밤이 모자랄 만큼 책을 외우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각 장의 제목을 통해 이 소설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면 좀 더 몰입도가 높아질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프롤로그에 나온 전체를 소개하진 못했지만 이 책 속의 세상은 묘하게도 우리가 임 경험한, 그래서 어느 정도 익숙한 기시감이 들 정도다. 낯설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물 이름이나 마을 이름, 각종 제도 등이 모두 외국어로 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16개 장의 제목을 여기에 차례로 적어본다. 「눈동자들의 이야기」「검은 안경을 쓴 소녀, 에밀레」「문을 여는 소년, 뤼오」「겨울 바다에서 4년 뒤」「마지막 춤」「모노센더 연쇄 실종 사건」「할로우 휠즈」「칸델라」「인터뷰」「포 시그마 행동지침」「뱅커스 뱅크 사거리」「첫 출근」「딜러 부스」「장 마감」「To.모링가」「모든 경우의 수 층」「검은 두 눈동자, 모링가」 그리고 〈에필로그〉의 제목 「뱅커스 뱅크 남쪽 입구」이다.
저자 제이롬은 책 뒷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독자들이 혼란과 신비감을 걷어내고 소설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투 모링가』는 자칫하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금융, 경제, 주식시장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만든 판타지 소설입니다. 돈이라는 매개체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을 이끌어 나가는지, 시장 안에서 형성된 정의 속 모순이 과연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궁금해야 하는지,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질문을 유도하는 책입니다."(p.338)
죄책감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자기 자신마저 적으로 돌리니 이보다 더 파괴적인 감정이 있을까. 그 어떠한 욕망도 희열도 그림자에 소멸하는 빛처럼 죄책감 앞에서는 무기력해진다.(p.313) - 「모든 경우의 수 층」 중에서
저자 : 제이롬
제이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지 않는 이야기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제작합니다. 마름모를 의미하는 ‘롬버스’에서 따온 ‘롬’. 제이롬은 크게 4 가지 브랜드의 시리즈 소설 장르물을 구상, 기획 중입니다.
투 모링가 3부작 시리즈 중 첫번째 시리즈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을 시작으로 2 권 『옴브렐라와 멈춰버린 시계』, 3권 『이름없는 모링가와 이름있는 모순』을 집필 중입니다. 2부와 3부는 각각 2026년, 2027년 출간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