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분이면 시작하는 저속노화 건강 습관
밸류어블라이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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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리 책을 보면 10년 전쯤 대한민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100세 열풍'이 생각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평균 수명엔 큰 변화가 없다. 사실 당시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것도 평균 수명, 혹은 기대 수명을 참고로 정부가 선언식으로 장수 국가가 됐다는 발표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 가지 살펴볼 것도 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남성은 80대 초반, 여성의 경우 8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이미 초고령 사회가 된 것이다. 당연히 100세까지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100세 시대에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 불멸은 아니더라도 장수는 누구나 원하는 바이까.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가면 실제 국가 입장에서는 노인 복지에 훨씬 많은 돈과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3포 세대' 5포 세대' 'N포 세대'로 확대되면서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장래가 암담해질 상황이다. 즉 경제 활동 인구는 줄고 비경제 활동 인구만 늘어난다면 결코 건강한 사회 발전엔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100세 시대 열풍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잠잠해지고 말았다. 100세 시대는 알고 보니 수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건강한 육체라도 100세를 산다는 것은 아직 무리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단기간에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는 단기간의 변화를 쉽게 흡수하지 못한다. 세대차 때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경제활동 인구의 상대적 축소를 의미한다. 초고령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설령 저출산이 아니더라도 비율적으로는 경제활동 인구 축소를 의미한다. 팬데믹 후 우리 사회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장수보다는 건강 생활로 옮겨간 것 같다. 최근에 건강한 몸 유지,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한 책도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같이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사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건강 생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무리 잘 먹어도 건강을 담보하지 않는다.

노인 건강 관리를 다루는 책들은 모두 적절한 운동을 주문한다. 이 책 『하루 1분이면 시작하는 저속노화 건강 습관』(이하 『~저속노화 습관』)도 마찬가지다. 다만 어르신이나 이미 병든 몸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지나치지 않은 운동을 강조한다. 저자 밸류어블라이프는 「건강에 디테일을 챙긴다면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매일 1분씩 투자해 스트레칭, 요가 동작 등을 꾸준히 하면 최소한의 노화 지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은 뒷모습부터 늙는다. 나이가 들수록 코어가 부족해져 몸이 앞으로 굽기 때문이다. 나이 때문에 체념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운동과 바른 자세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는 저속노화에 필요한 운동, 식단, 영양제, 스트레칭, 마사지, 건강 상식까지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느리게 늙기 위해 거창한 습관을 만들 필요는 없다. 시간을 길게 낼 필요도 없다. 하루 1분만 내키는 대로 이 책의 페이지를 펼쳐 바로 몸에 적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운동, 영양, 스트레칭, 마사지 등 내 몸을 돌아보는 시간과 습관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30세를 기점으로 우리 몸의 노화 속도는 빨라진다. 몸의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하면 기존의 신경 회로에 문제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건망증, 문제 해결 능력 저하, 소화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 몸의 변화는 노화의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몸의 외부, 내부의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늦출 수는 있다. 노화는 나이보다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운동과 습관으로 건강의 디테일을 챙긴다면 어제보다 느리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다. 이 책 집필 취지도 이와 같다.

이 책 『~저속노화 습관』의 집필은 약사, 필라테스 강사, 요가 강사, 물리치료사, 재활치료사가 함께 참여했다. 책에서 말하는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주는 운동법을 따라 하다 보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몸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저자들의 경험과 사례, 운동 원리, 의학적 지식을 모두 담았다. 노화된 신체 곳곳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이용한다면 상당 부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예방 운동을 하루 1분씩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늙어가며 가장 힘든 것이 통증과 노화다. 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느리게 늙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저속노화 습관〉, 2부 〈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근련 운동법〉, 3부 〈통증을 빠르게 없애주는 부위별 운동법〉, 4부 〈오늘의 습관이 나이를 이긴다〉 등이다. 각 부는 50~80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습관과 부위별 운동으로 노화와 통증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디테일한 부위 곳곳의 질환의 증상과 예방 운동, 요가, 동작 등을 하루 1분씩 반복 되풀이해 습관화할 것을 주문한다. 

1부 「컨디션 난조에 좋은 스트레칭」의 경우 살다보면 유난히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 계속 누워 있다면 몸에 오히려 해가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누워 있거나 잠을 잔다면 어떤 개선 의지가 없는 결과를 이끈다. 몸이 찌뿌둥하고 무기력할 때 하면 좋은 스트레칭을 이 장(章)에 동작 그림과 함께 하루 1분 스트레칭법을 적어놓았다. 하체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스트레칭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내자고 저자는 권유한다.

① 양발을 골반 너비의 2배만큼 벌려준다. ② 상체를 서서히 아래로 숙여 발 사이 중앙으로 손을 뻗는다. ③ 위의 상태를 8초간 유지한다. ④ 상체를 오른쪽으로 이동해 양손으로 오른쪽 발목을 잡는다. ⑤ 위의 상태를 8초간 유지한다. ⑥ 상체를 왼쪽으로 이동해 양손으로 왼쪽 발목을 잡는다. ⑦ 위의 상태를 8초간 유지한다.

집중력과 면역력에 좋은 스트레칭도 선보인다. 먼저 「집중력에 좋은 스트레칭」은 학생이나 직장인들 중 집중력이 떨어지면 학습 효과나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간단한 스트레칭 법을 소개한다. 앉아 있는 자세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할 수 있는 동작이니 뻐근하고 졸리고 지칠 때마다 해보길 권유한다. 

①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펴고 깍지를 낀다. 

② 머리 뒤로 깍지를 가져가 목덜미를 늘리며 눌러준다. 그 상태로 깊은 호흡을 하며 이완한다. 

③ 똑같이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턱이 왼쪽 쇄골로 향하게 사선으로 풀어준다. 깊은 호흡을 하며 잠시 정지한다. 반대쪽도 똑같이 반복한다.

「면역력에 좋은 스트레칭」도 있다. 고관절은 하체의 핵심 부위로 다리를 꼬거나, 짝다리를 짚는 등 장시간 잘못된 자세로 앉거나 서 있다면 틀어지거나 유연성이 떨어져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고관절 및 하체 스트레칭은 혈액과 림프 순환에 도움을 줘 체온을 올려주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데 좋은 동작이다. 여러 스트레칭 동작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독감을 예방하자. 

① 두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먼저 구부리고 상체를 숙여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는다. 

② 내쉬는 호흡에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게 주의하며 천장 쪽으로 올리고 무릎을 천천히 편다. 

③ 깊게 호흡하며 30초 유지하고 무릎을 먼저 접고 상체를 세워 제자리로 돌아온다. 3세트 반복한다.

1부에 있는 「마음 정리 요가」와 3부의 「뻐근한 목 풀어주기」도 알아둘 만하다. 요가에서 나무 자세는 땅에 뿌리를 내려 다단히 서 있는 나무를 형상화한 동작이라고 한다. 어려운 동작은 아니지만 인내심과 집중력 그리고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무 자세를 해볼 것을 권장한다. 

① 다리를 모은 상태로 양손을 골반 위에 얹고 반듯하게 섭니다. 

② 왼쪽 발바닥을 허벅지 안쪽까지 최대한 높게 붙이고 무릎을 바깥으로 열어준다.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발바닥 위치를 무릎 안쪽이나 발목 안쪽으로 내린다.

③ 중심이 잡히면 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마주댄다. 

④ 숨을 내쉬며 위로 손을 뻗는다. 

⑤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천천히 호흡하며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⑥ 손을 골반에 얹고 천천히 다리를 내려 제자리로 돌아온다. 


추울 때 우리의 목은 자연스럽게 움츠려 든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목을 움츠리다 보면 다른 근골격계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목이 앞쪽으로 빠지는 자세가 되고, 몸이 앞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목의 뒷부분이 긴장하면서 뻐근해진다. 다음 순서로 뻐근한 목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다. 

① 팔꿈치를 펴고 손목을 90도로 꺾어준다. 

② 팔을 어깨와 일직선으로 맞추고 옆으로 벌려준다. 

③ 목을 반대로 꺾어준다. 

④ 10초 3세트 반복한다.

비염은 많은 환자가 발생해서인지 이 책도 비염에 좋은 식품과 영양제 등도 함께 소개한다. 독자 역시 비염을 오래 앓아서인지 지금도 추우면 콧물이 자주 흐르는 편이다. 냄새나 통증은 없지만 갑자기 코피 흐르듯 주르르 흐르면 난처할 때도 있다. 이 기회에 이 책으로 비염에 좋은 식품을 영양제를 알고 사용해 볼 생각이다. 

책에 따르면 비염은 과한 알레르기 반응이 염증까지 일으킨 상태이다. 우리 몸에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식습관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와 유제품은 우리 몸에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쉽다. 사람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가 다르기에 알레르기 검사를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섭취하는 영양제로 오메가3를 추천한다. 오메라3는 우리 몸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줄여준다. 오메라3의 효과를 충분히 보려면 나쁜 기름, 가공식품 등에 들어 있는 오메가6의 섭취를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공식품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오메라6 섭취가 과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 충분한 양의 오메가3를 섭취한다면 우리 몸의 만성염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p.252)


비염의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는 영양제에 대해 몇 가지 알아본다. 프로바이오틱스와 비타민D, 오메가3이다. 면역력을 올리고 싶은 분들은 이 3가지 영양제를 기억해 둘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기본 영양제 외에 비염 증상에 좋은 영양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먼저 세라펩타제와 브로멜라인을 추천한다. 단백 분해 효소로 광범위한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퀘르세틴이다. 비염 관련 영양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퀘르세틴은 항염작용과 더불어 히스타민의 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베타글루칸도 효과가 있다. 베타클루칸은 면역에 좋다고 알져져 있다. 과한 면역반응을 조절하기 때문에 비염과 같은 질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MSM이다. MSM은 주로 관절 영양제로 알려진 성부이다. MSM 역시 광범위한 항염제로 관절염 이외에 염증성 질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저자 : 밸류어블라이프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강 솔루션과 의학적 정보를 가공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사, 약사, 물리치료사, 필라테스 강사, 요가 강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건강에 관한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재덕 대표(20만 운동 재활 인플루언서), 김보배(필라테스 강사), 문판철(물리치료사), 박보람(약사), 박윤미(물리치료사), 서승완(필라테스 강사), 이아름(필라테스 강사), 정수진(물리치료사)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유튜브나 SNS에 영상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체형 교정 클래스를 개설해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통증 없는 몸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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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 - 철학상담이 건네는 가장 깊은 인생의 위로
박병준.홍경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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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 밀레니엄을 맞을 때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기, 새로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말 IMF라는 듣도 보도 못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그리고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IMF 졸업'이라는 말을 정부 지도자로부터 이미 들은 터였다. 이젠 다시 옛날처럼 열심히 일하고 사는 것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물론 IMF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정부의 말보다는 우리 국민의 위기 대처 때의 모습에 서로서로 쌓은 신뢰감이 더 듬직했다. 우리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잘사는 나라에 편입될 것이란 희망도 갖기 시작했다.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쌓였던 부조리와 '졸부' 같은 소비 행태 등은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더라도 다시 경제 성장의 국가로의 발걸음에 힘을 줄 수 있는 국민간의 신뢰는 어느 때보다 컸다.

다시 세계적 금융 위기가 2010년 몰아닥쳤을 때 IMF 극복이라는 노하우와 함께 국민간 신뢰감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질 정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는 정식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안으로 삭히면서 겉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했다. 두 번째 경제 위기를 넘기고 10년 만에 이번엔 팬데믹이라는 처음 듣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약마저 없는 채 세계적 감염병이 지구를 휩쓴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서구·미국·일본 등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덜 감염되는 방법' 만을 찾아내 실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사실 우리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전에 비해 거리두기는 오히려 소통이나 친밀감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젠 권장하는 사항으로 바뀌었다. 

감염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회사도 가급적 재택 근무를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당연히 생산성은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바람에 공연이나 많은 스포츠 경기가 관중 없이 치르거나 온라인 혹은 중계 방송으로만 전해졌다.

이 감염병은 '코로나 19' '코로나 팬데믹'이란 정식 명칭으로 명명되었다. 가장 먼저 발발했던 중국 우한이라는 지역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지역에 불명예가 된다는 상식적인 이유였다. 한 가지 짚어볼 것은 다른 선진국은 우왕좌왕하는데도 대한민국의 의료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된 의료보험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타 선진국과의 보조를 맞춰가며 감염병 대책을 실시하는 데도 잘 이뤄졌다. 지금은 거의 사그러들었지만 완전한 정복 상태는 아니라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안정적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는 서평으로는 부적절한 머리말이 쓰이고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이 책의 주제가 '철학 상담'이라는 점이 독자가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의료계가 요즘 정부와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 『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는 육체적 질병이든 정신적 장애이든 모두 철학이 치료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사 소개글에도 이런 말이 씌여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의학과 심리학의 치료 방법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점점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자살률·우울증 및 현저하게 줄어드는 행복지수 등 현대인의 암울한 정신건강과 삶의 상태를 나타내는 수많은 지표는 우리가 아무리 발전된 시대를 살아간다 한들 삶이란 쉬이 극복될 수 없는 문제임을 절감하게 한다."

책의 공동 저자 박병준·홍경자(이하 저자)는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을 ‘철학상담’이라는 무대로 초대하기 위해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강조되어온 ‘영혼의 질병’을 몰아내는 철학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여, 과학적·의학적·심리학적 처방으로 해소될 수 없는 삶의 근본 문제 14가지에 관해 해설하고 치유의 방법을 제시한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에서 ‘치유의 행복학’ 프로젝트를 이끈 두 저자가 키르케고르,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주의 철학의 거장들과 함께 불안, 절망, 수치심, 죄책감 등 누구나 인생에서 마주해야 할 인간의 필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풀어가고 있다.

‘우리 존재의 규정’부터 ‘상태에 대한 진단’, 삶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의 정체’와 ‘관계적인 해법’까지 다루는 이 책은 불확실성으로 요동치는 오늘의 세상을 살아갈 우리에게 거대한 통찰을 선사하고 있다.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끌어안는 철학상담의 힘」이란 제목의 〈머리말〉을 통해 저자는 "마음의 상처는 육체의 질병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전제하고, "세계 내에 던져진 존재로서 삶을 통해 자기 존재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가운데 인간은 여러 한계상황과 마주하게 되며, 깊은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존재의 심연과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은 이해 불가한 한계상황에 직면하여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책의 표제어가 암시하듯 우리가 살면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삶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헨바흐가 철학실천센터를 개설하고 '삶으로 철학하기'를 내걸며 철학실천 운동을 시작한 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발족되었으며 오늘날 철학실천 운동은 철학상담, 철학카페(철학적 토론과 대화), 철학친교(라하브와 함께함과 공명을 추구하는 철학적-관조적 친교)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로써 철학상담은 개인이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상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학상담사를 양성하는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 이는 철학상담이 인간의 상처받기 쉬운, 심연과 같은 섬세한 영혼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철학실천으로서 철학상담이 삶의 통찰을 얻고 일상의 활력과 도약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자기 영혼의 구원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타인의 영혼을 치유하고 구원하고자 하는 철학상담사의 경우 그에 상응한 엄격한 양성 교육을 통해 깊은 철학적 지식과 통찰을 얻고, 윤리적 책임 의식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 목적이라면 이 책은 철학상담 및 철학상담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해 쓴 것 아닌가? 저자는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철학상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철학이 추구하는 것과 철학상담으로 치유하는 일은 같은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철학상담은 창조적인 형태의 자기성찰이자 상담사와 내담자가 철학적 대화를 통해 나누는 상호 협력의 인격적 대화를 지향한다. 철학상담은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철학상담은 오래전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각성하고 깨닫도록 했듯이 개방된 철학적 대화를 통해 건강한·아픈, 정상적인·비정상적인, 이로운·해로운 등의 이원적 구분을 지양하고, 내담자 스스로 삶의 지혜를 통찰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치유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철학상담이 삶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삶의 문제에 직면하여 그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면서 순간순간 한계를 넘어서는 통찰과 초월을 경험한다. 더 깊은 철학적 지혜를 얻을수록 우리는 삶을 감내하는 놀라운 힘을 얻게 된다. 철학상담은 삶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며, 또한 그럴 수독 없다. 그보다 철학상담은 내담자가 스스로 삶을 견디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영혼의 근력을 키우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이제껏 깨닫지 못했던 존재와 삶의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통해 자기 한계를 넘어서 초월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이끈다. 키르케고르는 "삶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간단한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한계 앞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영혼의 내적 근력을 키우는 작업을 철학상담은 지향한다.(p.7)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강단이 아닌 거리에서 문답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일깨운 것처럼, 철학상담은 오랫동안 ‘영혼을 치료하는 지혜’로 활용되어온 철학의 전통을 이으며 내담자와 상담사의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삶의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4부 14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2부 〈삶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3부 〈위기는 어떻게 닥쳐오는가〉, 4부 〈치유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이다. 1장 「철학- -영혼을 치료하는 지혜」, 2장 「실존-나는 누구인가」, 3장 「자유-속박을 벗어날 힘」, 4장 「세계관-경계를 짓고 넘다」가 1부에 속한다. 2부에서는 5장 「불안-인간 실존의 조건」, 6장 「절망-자기 자신의 상실」, 7장 「죽음-실존의 마지막 시금석」 등을 다룬다. 이어 3부에서는 8장 「자살-함부로 해명할 수 없는」, 9장 「애도-우는 자와 함께 울라」, 10장 「수치심-나를 갉아먹거나 지켜주는 것」, 11장 「죄책감-자기 구원의 조건」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4부에는 12장 「용서-고통스러운 사랑의 요청」, 13장 「의미-은폐된 것은 드러나야 한다」, 14장 「행복-불행 속에서 실현되다」 등이 이어진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숙고하고 마주해야 할 인생의 문제 14가지를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삶의 근본 통찰을 제시하는 다양한 철학자의 목소리를 통해 가장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린 인간 공통의 상처란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철학적 접근과 방법이 필요한지 제시한다. 1장에서는 철학과 철학상담의 쓸모에 대해 개괄함으로써 '철학상담'에 관한 〈서문〉을 대신하고 있다. 2장 ‘실존’부터는 우리의 삶이 가능한 조건으로서 ‘존재 방식’에 관한 해설을 들려준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규정은 언뜻 보면 참으로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외부의 어떤 절대적 원리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나’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실존주의 사상은 우리 인간이 ‘천상의 존재’가 아니라 ‘길 위의 존재’이자 ‘되어감의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 ‘자기 초월’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철학상담의 기초라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3장에서는 내면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발휘되어야 할 ‘자유’라는 힘에 관해 설명한다. 나의 내면을 조종하는 기제를 인식하고 이와 거리를 두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아상을 넘어 냉철한 자기 평가와 함께 스스로 인격을 창조하는 자유에 관해 말한다. 4장 ‘세계관’에서는 시대적인 전환기마다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려 했던 인간의 초월적 사고방식에 관해 설명하며, ‘나’라는 좁은 경계를 넘어 ‘사이 존재’로서 세계를 향해 기꺼이 개방하고 관점의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치유의 길임을 이야기한다.


"대체로 상담과 관련된 정신 건강의 목적은 ‘내적으로 속박된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의 근원, 즉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 불안, 수치심, 죄책감, 무의미, 자기혐오, 자기 정죄 등 다양한 종류로 자기에게 가하는 압박과 구속은 모두 ‘자유’의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일반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알코올이나 신경 안정제 등의 대체물을 통해서 내면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책임을 지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일 뿐이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진정한 자유는 항상 책임이 따르며, 전체주의적 사고와 일반적?보편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내적으로 해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전체주의적 사고와 일반적?보편적인 통념은 삶 안에서 자기 행동의 방향성을 통제하여 일방적인 방향만을 지시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p66~67)

오늘날 불안은 정신분석학에서 다루어져야 할 신경증적 증상이자 치료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실존철학자들은 불안이 자유를 맞닥뜨린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현기증’이자 ‘실존의 조건’이라며 과학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철학상담은 불안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내담자가 불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더 깊은 성장으로 이끈다.

이처럼 5장에서 ‘불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소개한 뒤, 6장에서는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만 같던 ‘절망’에 관해 새롭게 해설한다. 절망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태이며, 이는 자기와의 관계를 바로잡고 절대적 존재(신) 앞에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는 ‘양심’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7장은 그리스도교가 말해온 ‘부활의 신앙으로서의 죽음’과 자연과학이 제시한 ‘종말로서의 죽음’을 넘어,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죽음’에 대해 다루며 그동안 삶의 부정적인 요소로만 여겨왔던 것들이 어떻게 치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살을 대할 때 우리는 보통 사회적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는 자살자의 선택을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비겁한 행동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살은 외부인의 이러저러한 해석 이전에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선택하는 실존의 한 방식일 수 있다. 동기가 불분명한 자살의 위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 철학상담은 그러한 충동을 애써 무시하지 않고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랑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8장에 이어 9장에서는 실제로 자살자의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주목하며,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실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공감, 이해, 기억의 단계를 거치는 ‘애도’ 상담을 소개한다. 10장에서는 ‘남들에게 보이는 나에 대한 수치심’과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비롯되는 수치심’을 구별하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부끄러움의 감정을 넘어 새로운 주체성을 획득하는 수치심이란 어떻게 가능한지 살핀다. 11장에서는 현대인들이 쉽게 놓치는 인간의 고유한 감정인 ‘죄책감’에 대해 종교와 신화, 니체, 키르케고르 등의 철학자들을 통해 살피며, 죄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길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바로 그 관계로 인해 여러 상황에서 불가피한 갈등과 상처를 떠안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12장에서는 종교 및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사용되어온 ‘용서’ 개념을 개괄하며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지, 죄를 피할 수 없는 인간에게 요청되는 ‘초월적 사랑’이란 어떻게 가능한지 말한다. 13장에서는 철학상담의 대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이야기’ 및 ‘의미 밝힘’ 작업에 관해 소개하며, 내담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이야기를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지 설명한다. 14장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궁극의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하며, 숨 가쁘게만 살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관조’의 지혜와 ‘자기 초월’의 사색에 관해 전한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과학의 처방과 달리, 이 책은 문제를 그 자체로 직시하고, 사유하고, 초월함으로써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의 일방적인 처방이 아니라 내담자와 상담사 간 긴밀한 소통에 기반하여 삶이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감당케 하는 ‘철학상담’은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이에게 다소 답답하고 무거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갈수록 막연하고 험악해져만 가는 세상을 살아갈 보다 근본적인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제공하는 깊은 위로는 삶을 더 멀리, 깊게 내다보는 시야를 선사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 앞에 떳떳한 ‘책임 있는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집필 목적임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 : 박병준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철학과 교수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수련감독과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과에 입학, 이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입회해 사제 서품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리첸티아투스와 교황청립 로마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해석학회와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Anthropologie und Ontologie』, 『서양 고·중세 철학과 그 유구한 문제들』(공저), 『고령화 사회를 위한 행복의 인문학』(공저), 『죽음 그리고 자살』(공저), 『철학상담 방법론』(공저) 등이 있다.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과 철학상담”, “‘용서’ 개념에 대한 철학상담적 접근?치유의 행복학을 위한 영적 실천의 모델 제시”, “영성과 치유: ‘치유의 철학’을 위한 영성 개념의 정초 작업” 외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저자 : 홍경자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HK교수이자 생명교육융합대학원 조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야스퍼스와 짐멜의 비극적인 것의 개념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수련감독이자 교육이사로 활동하면서 삶과 죽음과 관련된 철학상담의 이론정립과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애도의 철학상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픈 영혼을 철학으로 치유하기: 철학상담을 위한 공감적 대화와 초월기법??(공저, 2018), ??철학 II: 실존조명??(공역, 2019)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자살자 유가족의 ‘수치심’에 대한 철학상담적 고찰”(2020), “철학상담적 관점에서 고찰한 자살자 유가족의 ‘죄책감’ 문제”(2020), “자살에 대한 실존론적 해석과 철학상담: 야스퍼스의 자살론을 중심으로”(2019),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애도의 철학상담”(2019), “불행을 극복하는 삶의 예술의 철학과 개인법칙: 짐멜의 생철학을 중심으로”(2016), “실존철학의 죽음이해”(2013)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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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한정판 세트 - 전5권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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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에 들이닥친 코로나19. 자유롭게 누군가를 만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무렵 집에서 안전하게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절박한 상황에서 한 방송사가 시청자를 위한 '세계 여행' 프로그램 제작 취지에서 시작됐다. 소박한 취지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제작팀의 열정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놀랄 만한 인기를 끌며 교양 프로그램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본보기로 올라섰다. 역사 속의 사건이나 인물 등은 직접 실시간으로 현지에 가지 않아도 자료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잇점을 충분히 살린 것으로 보인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은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구상됐던 취지를 온전히 살려낸 수작(秀作)이 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초기부터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인데다 제작팀의 의도와는 달리 강의 내용에서 허술한 지점이 있고, 때로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덧붙여지는 등 지적이 잇따랐다. 때로는 참여 패널들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도 끊이지 않아 시청자들의 시선에 맞추고,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강연자도 교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에 초기에는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매회 차 개선해가며 제작팀의 빈틈 없는 구상과 열정으로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고 한다. 시즌 3에서는 드디어 시청률이 4~5%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시즌 3는 다루는 범위도 대폭 확대하고, 시즌 2의 강연진과 경제·사회 전문가도 참여시켰다. 

"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은 저마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역사란 스포일러가 넘치고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역사를 바로 안다는 것은 지금을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작팀의 취지와 구상은 시청자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궤뚫었다고 판단된다.

제작팀은 역사가 왜 필요한지, 왜 후대를 위한 역사 기술이 정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까지 확대해 제작에 임했다. 이로 인해 시즌 3는 2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안정된 인기세가 지속되자 tvN 제작팀은 방영한 〈벌거벗은 세계사〉가 들려준 프레임 밖의 역사가 인정되고 차곡차곡 쌓이자 프로그램의 홍보 효과와 함께 역사 기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방영된 것 중 기록상 문제가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들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분야별로 나눠 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건편, 인물편, 전쟁편, 경제편, 잔혹사편 등 5개 분야다. 가장 먼저 출간된 책이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이다. 『~사건편』은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뤘던 내용 중 역사적 사건들을 모아 만들었다.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은 물론, 처음 만나는 의외의 사실들까지 더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프레임 밖의 역사까지 담았다.

이 책에는 신들의 전쟁인 그리스 신화부터 20세기 마지막 전쟁까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을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인들이 입체적으로 파헤치듯 보여준다. 특히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역사의 큰 맥락부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뒷모습까지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또한 그동안 한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아시아의 역사를 세계인의 시선에서 보여준 것은 백미다. 유럽인이 승자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세계사를 패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했다. 그동안 역사가 어려웠다면, 세계사가 지루했다면,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듣듯이 『~사건편』을 읽는다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건편』의 첫 번째 사건은 〈그리스 신화〉를 다룬다. 제우스는 신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신들의 왕’이라 불린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고뭉치에 바람둥이인 ‘트러블 메이커’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tvN 제작팀은 그런데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그리스 문명도, 이집트 문명도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고 저자는 묻는다. 동양의 〈삼국지〉도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삼국지〉는 수많은 영웅호걸의 전쟁과 음모, 지략을 들려준다.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삼국지〉는 사실 〈삼국지연의〉라고 나관중이 쓴 소설이다. 유비, 조조, 제갈량 등의 소설 〈삼국지〉 속 모습과 실제 역사에서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는 점도 이 책은 알려준다.

"1991년 1월 17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쟁 현장이 TV로 생중계되었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공격하자 칠흑 같은 밤하늘에 불꽃놀이 폭죽처럼 대공포 사격의 섬광이 퍼졌다. 이윽고 토마호크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이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목표물을 추적해 폭파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고 그대로 노출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안방에서 마치 영화를 보듯 실제 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당시 TV를 지켜보던 독자는 화면을 보고 놀랐을 뿐이었다. 밤새도록 지켜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앞의 현실처럼 생생하다. 그런데 이는 모두 미국이 의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고 한다. 왜, 무엇때문에? 이 책에는 전략적 생방송의 이유가 나와 있다. 「벌거벗은 걸프 전쟁-검은 황금, 석유가 불러온 전쟁」(p.372)이란 제목으로 박현도 교수가 강의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은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은 물론, 처음 만나는 의외의 사실들까지 더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프레임 밖의 전쟁사를 보여준다. 프랑스와 영국이 무려 116년간 벌인 〈백년전쟁〉부터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세계를 뒤흔든 전쟁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했다. 독자들은 전쟁의 진짜 원인부터 그동안 몰랐던 전쟁의 뒷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방송과 책의 차이점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승자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전쟁의 역사를 패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한다.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다툼과 분쟁,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왜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을까?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에서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전쟁이 끝나야 할 이유를 알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도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1세기를 뒤흔드는 이 대사건은 영국, 미국, 독일 등 수많은 나라까지 얽히면서 기존의 세계 질서를 바꿔놓고 있다. 수많은 국가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경제 제재를 가했고, 전 세계에 반러시아 정서가 확산되었다. 하지만 2년 7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시아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이 전쟁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전쟁으로 러시아가 얻는 것은 무엇이기에 전쟁을 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벌거벗은 세계사: 경제편』에는 중세 유럽의 최고 부자 중 하나로 르네상스 최고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메디치 가문이 등장한다. 메디치 가문의 실체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일본에 찾아온 경제 버블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돈과 욕망의 역사가 펼쳐진다. 저자는 역사는 그 시기 돈과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그들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만 기록되어 왔다고 전제한다. 이 책은 이제껏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의 사실과 근거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경제의 역사를 해석한다. 잘못된 시선으로 한쪽의 역사만을 보면 전체를 놓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고르지 못해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경제편』은 이 세상과 경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통찰과 미래를 읽는 전망을 얻을 수도 있다.

15세기 중세 유럽은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었던 시기나다. 이는 수많은 신화와 함께 위대한 가문으로 널리 알려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디치 가문이 귀족이 아닌 평민 출신이라는 사실과 돈을 앞세운 권모술수로 권력을 장악한 추악한 이면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평범한 흙수저였던 메디치 가문은 어떻게 돈과 권력, 종교까지 손에 넣었을까?

우리는 과거 흑인 노예를 향한 잔혹함과 야만성을 이야기할 때 미국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노예무역의 최고 주범은 영국이다. 16세기부터 약 300년간 영국이 활발한 노예무역을 펼친 이면에는 너무도 달콤해서 끊을 수 없었던 ‘설탕’이 있었다고 한다. 설탕이라는 달콤함 뒤에 숨겨온 쓰디쓴 흑역사의 민낯은 무엇일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화폐인 달러를 가진 미국이지만 영국에서 독립 후 1789년에 미합중국(USA)을 세울 때까지 지폐 형식의 화폐도, 달러라는 이름의 돈도 없었다. 과연 미국 화폐의 시작은 언제이며, 그전까지 미국은 어떻게 경제 활동을 했을까?

인류의 삶을 바꿔온 여러 산업혁명 중에서 그 시초는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산업혁명이 끼친 긍정적인 변화의 뒷면에는 세상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비극도 존재했다는 이야기다. 세계사를 바꾼 거대한 혁명 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폐허가 된 일본은 미국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본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인 ‘버블 경제’를 맞이했다. 찬란했던 이 시기는 너무나도 짧았고, 199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일본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잃어버린 20년’은 왜 최악의 위기를 맞았을까. 이 책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불편한 진실을 피하고 감추려 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뼈아픈 역사는 되풀이되기도 한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교훈이 있잖은가? 이 책은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부터 미국의 총기 사고까지 세상이 지우고 싶어 했던 비극의 순간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역사의 참혹한 파편들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다. 『~잔혹사편』을 읽으며 인류가 경험했던 비극을 되돌아본다면 바른 역사의식을 만들 수 있고 성숙한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통찰과 미래를 읽는 영감을 받길 바라는 게 저자의 집필 취지다. 

2000년 3월, 교황청은 바티칸에서 열린 참회 미사에서 수백 년 전 일어났던 마녀사냥이 교회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교황까지 나서서 오래전 일을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일까? 17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은 미국은 동부 지역의 13개 주에서 시작했다. 미국의 성조기 13개 줄이 상징적이다. 그런데 불과 100여 년 만에 6배가 넘는 땅을 손에 넣었다. 그 대가는 수많은 인디언이 흘린 눈물과 피였다. 인디언의 희생을 발판 삼아 땅을 마련한 미국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우리가 아는 서부 개척 시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 책에 상세히 나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이아몬드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는 모두 영국 왕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없는 영국으로 온갖 보석이 모여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 보석에는 어떤 비극이 숨어 있을까? 영화 〈블루 다이아몬드〉, 〈아프리카의 눈물〉이 생각난다.

1975년, 캄보디아에서 폴 포트라는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3년 9개월간 캄보디아 인구의 25%인 18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다 보니 이 시기 캄보디아인의 평균 수명은 15세에 불과했다고 할 정도다. 대체 캄보디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금은 널리 알려진 〈킬링필드〉가 이곳이다. 얼마 전 TV에서 본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특히 학교를 감옥으로 만들어 1만 5,000명을 수용하고 고문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잔혹했던 킬링필드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다.

『벌거벗은 세계사: 인물편』에는 알렉산드로스, 진시황, 네로, 칭기스칸, 콜럼버스, 엘리자베스 1세, 루이 14세, 마리 앙투아네트, 나폴레옹, 링컨 등 1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들었다.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은 우리가 듣도 보도 못했던 프레임 밖의 역사도 담겨 있다.

인류 역사에서 ‘세계화’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세계 최초의 코즈모폴리턴인 셈이다. 한 사람이 이루기 어려운 초인적 업적을 세우고 수많은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낸 그의 아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과연 누구일까? 

알렉산드로스는 필립포스 2세(B.C. 359~336)와 왕비 올림피아의 아들이다. 카이로네이아 전쟁(B.C. 338)후, 헤리스 동맹의 맹주였던 부왕 필립포스 2세가 암살당한 후, 20세로 즉위. 페르시아 왕 다레이오스 3세를 격파, 페니키아, 시리아, 이집트를 제압, 박트리아에 침입, 인도 북방까지 도달했으나, 돌아오는 도중 병에 걸려 바빌론에서 죽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스승이다. 

네로는 집권 초기 로마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황제이다. 그는 시와 음악을 즐기고 로마의 문학과 예술을 발전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고 신분에 차별 없이 관직에 등용하는 관대함과 융통성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그는 로마를 피로 물들이며 공포에 몰아넣은 최악의 폭군으로 남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아들을 괴물로 만든 어머니의 치맛바람이라는 사실이라는데 이 책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프랑스 국민은 ‘사치의 여왕’, ‘프랑스를 망친 오스트리아의 스파이’라고 비난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유럽의 유력 가문 합스부르크 여인이다. 프랑스의 왕비였던 그녀는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녀에 관한 소문은 대부분 가짜 뉴스였다는 것. 책으로만 봤던 왕비가 아닌 그녀의 진짜 삶은 어떠했으며, 프랑스 혁명을 몰고 온 가짜 뉴스의 내용은 무엇일까? 『~인물편』은 세계 최초 코즈모폴리턴부터 미국의 흙수저 대통령까지,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다양한 인물과 그 속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파헤친다. 


저자 : tvN〈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에 들이닥친 코로나19. 자유롭게 누군가를 만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무렵 집에서 안전하게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숨겨진 세계사까지 배울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것이 <벌거벗은 세계사>입니다. 다시금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진 지금,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답을 지혜롭게 모색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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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대한 자유 아포리즘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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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고등학교 이후로 철학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도 학과목 이름이 '국민윤리'였던 것 같다. 오로지 대입만을 위해 준비하던 고등학교에서는 철학은 아무 소용이 없는 과목이었다. 교과서 안에 서양 철학자와 동양 철학자가 나온 것을 보고서야 '철학' 과목인 줄 인식했을 정도다. 고등학교 필수과목이었지만 입시에는 들어가지 않은 과목이었던 듯싶다. 고등학교 1학년 때만 수업이 있었다. 그렇게 '철학'이란 단어만 듣고 이후 철학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철학과는 먼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인간의 본질과 삶을 배우는 학문이라는 철학이 사회 생활에서는 필요했을까? 생각할 틈도 없었고, 일에만 매달리기에도 개인적 시간을 갖기는 어려웠다. 졸업 이후, 자충수를 두는 말이겠지만, 진지하게 철학 책 한 권 오롯이 읽지 못했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 근무를 권장할 때 출퇴근에 사용된 시간 등 아무래도 시간이 여느 때와 비해 훨씬 여유가 있었다. 때로는 여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될 지경이었다. 이때 머리를 번쩍 스친 생각이 '책을 읽자'였다. 우선 온라인 서점을 뒤지다가 니체의 책과 니체와 관한 우리 작가들이 쓴 책이 굉장히 많아 깜짝 놀랐다. 전 세계를 휩쓴 감염병과 니체는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렇게 많은 책이 지금 이 시기에 줄지어 출간됐을까? 궁금해서 조금 더 읽다보니 '열풍'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고 기승을 부리다보니 대면 소통이 불가능해지자 정신적인 우울한 환자들이 많아졌다(코로나 블루라고 표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니체의 철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있었다. 니체 철학은 삶의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통상적인 이야기지만 독자에게는 가슴속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한 권을 골라 구입했다. 책을 읽은 지 오래된 데다 어렵다는 니체의 책을 읽으려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책이 아니라, 니체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작가가 쓴 칼럼 등을 모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었는데도 어려웠다. 며칠에 걸쳐 한 번씩 펼쳐보다 결국은 끝까지 읽는 데는 실패했다.

기왕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낯설기는 하지만 쉽게 읽히는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서는 소설도 읽고, 간혹 전문서적에 가까운 책도 읽었다. 조금씩 옛날 학창 시절 때 열심히 책 읽던 기억도 되살아나며 독서를 다시 시작하고자 결심도 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책에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되자 이후엔 온라인 서점을 수시로 기웃거리게 되었다. 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명백한 계기가 된 것이다. 이 무렵 신문에 난, 이른바 '니체 열풍'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한 서평 기사를 읽었다. 지난 번 실패를 경험한 적 있었지만 묘하게도 신문 기사는 관심이 더 갔다. 니체 철학이 어려운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니체를 연구하는 학자나 후배 철학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니체 철학을 어렵다고 하는 것은 철학을 조금 알다 말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있다. 

출판계는 지금 니체에서 '쇼펜하우어'로 관심이 바뀐 것 같다. 독자는 최근 쇼펜하우어에 관한 책도 몇 권 선택해 읽었다. 독자는 사실 쇼펜하우어를 의식적으로 싫어했었다. 염세주의자란 말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이 한 말이었으니 그대로 믿었다. 어쩌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선생님 말씀이 "쇼펜하우어는 삶을 '고통'으로 전제하고, 염세적 세계관을 가진 철학자였다"는 말을 했다. 거기에 부연한 내용은 학생들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목을 하지 않자, 농담을 섞어 한 말이었으리라. 그런데 독자가 듣기에는 철학자의 말 한마디에 삶을 끝낸다고? 하는 의문이었다. 선생님이 들려 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염세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세상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했던 그는 유럽의 수많은 청년들을 자살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90살까지 살았다"는 말이었다. 선생님의 말이었기에 더욱 놀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읽은 몇 권의 철학 책을 통해 지금은 '철학'에 대해 기본적 소양은 갖추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니체의 위대한 자유』에도 나오지만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고, 책에서도 감명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은 니체가 신을 부정했던 것은 아니라고 역자 홍성광은 이 책에서 말한다. 니체가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주창한 말이며, 니체는 본능적으로 무신론자라고 주장한다. 역자에 따르면 니체는 젊었을 때 신의 힘을 확신해서 신이야말로 선뿐 아니라 악의 기원임에 틀림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말은 불경하고 때로는 독설적이기까지 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신앙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기독교의 신보다 그리스의 신들에 더 호의적이다. 그가 보기에 신은 약자들의 버팀목으로, 원한에 찬 사람들을 위한 힘으로 봉사한다. 그러나 그는 신성을 거부한다는 의미의 전형적인 무신론자는 아니었다고 역자는 강조한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가장 유명한 저서다. 니체는 이 책에 「모두를 위한 책이면서 그 누구도 위한 것이 아닌 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고 역자는 귀띔한다. 『차라투스트라~』는 플라톤의 대화편이나 신약성서를 참조한 많은 패러디를 담고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의 삶에 다가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소크라테스나 그리스도에 가깝다. 니체가 사도 바울은 싫어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존경한 것은 사실이다. 니체는 또한 종교적 삶을 추구한 몇몇 기독교인에게 개별적인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차라투스트라는 기원전 6세기 고대 페르시아에서 생겨난 태양 숭배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교조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니체는 전작 『즐거운 지식』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미 차라투스트라를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 예언가처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어떤 전언을 지닌 현인이다. 그런데 선과 악, 신과 악마라는 이원론을 주창한 조로아스터와는 달리 차라투스르라는 일원론의 주창자이다. 

책에 따르면 1883년 2월 3일부터 13일까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 제1부를 집필했는데, 이렇게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작품이 단숨에 쓰여지던 신성한 시각에 바그너가 베네치아에서 사망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한때 숭배하던 스승이 사망한 날 그의 초인, 즉 '위버멘쉬'가 탄생한 것이다. 천재 숭배의 시기, 부정의 시기에 이어 니체 만년의 가장 창조적인 시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 『니체의 위대한 자유』는 니체의 본고장 독일에서 직접 대중을 위해 기획하고 엮은 열림원의 아포리즘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의 편저자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으로, 니체의 전체 사상을 간추려 8장으로 묶고 저작에서 352문장을 엄선했다. ‘자아·행복·사랑·재능·정치·사유·평판·자유’로 각 장을 포괄하는 8개의 키워드는 삶에서 떨어트릴 수 없는 뼈대와 같은 요소로, 니체는 위와 관련한 문장들을 관통해 자신으로부터 끊임없이 탈피하고 새로워짐으로써 자유롭고 위대한 ‘나’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번역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비극의 탄생』 등을 포함한 다수의 니체 원전과 독일 철학서를 번역한 홍성광이 맡았다. 니체의 저작에서 핵심만을 추출한 짧고 굵은 아포리즘에 이어 역자 홍성광의 구체적이고도 심도 있는 「니체와 초인은 누구인가」란 제목의 〈해설〉은 ‘위대함’과 ‘자유로움’에 대한 니체의 독창적인 사유를 더욱 풍부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니체의 위대한 자유』는 편역자에 의해 임의로 수정되지 않고 철학자 본연의 문장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스무여 권에 이르는 니체의 저작과 유고, 편지까지 방대하게 선별해내어 그의 세계관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편저자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원제를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로 지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느낄 필요 없는 과도한 스트레스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는 스트레스에 빠진 일반 대중을 위해 니체의 말을 빌려 “삶의 상황이 주는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을 강한 인격으로 키우”고 “자신을 편하게 만들려는 습관적인 충동”을 이겨내 지속적으로 단련하라고 요구한다. 그와 동시에 니체처럼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모든 불만을 버리고, 더 잘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니체가 “위대한 문제는 모두 위대한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듯이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이러한 ‘아모르 파티’ 정신과 끝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우리는 ‘내가 나로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리고 나만의 재능과 주체적인 노력을 통한 진정한 위대함을 얻을 수 있다.

〈해설〉은 독자들이 니체의 핵심적인 철학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니체가 지나온 삶의 자취와 태도, 그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스승들과의 관계, 니체의 주요 저작들이 집필 당시 그의 삶과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맥락, 시기에 따라 그가 중요시한 철학 세계의 변천 등을 깊고 구체적으로 풀어내어 우리를 니체의 삶과 철학에 더욱 가까이 인도한다. 「들어가며」에서 편저자 벤츠는 묻는다. “니체가 바로 일반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초인’을 향한 엄청난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빠뜨리는 요인들을 더욱 강화하지 않았는가?” 이에 덧붙여 역자는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인 ‘초인’은 “슈퍼맨 같은 초인적 능력을 지닌 인물이나 독재적 영웅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인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같지만 조금씩 바뀐 모습으로 힘차게 자꾸 되돌아오는, 자유정신을 가진 인간이 바로 초인이다.”라고 정의한다. 자신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위대함’과 오직 나만의 가치를 세울 줄 아는 ‘자유로운’ 정신이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라고 역설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니체 본연의 목소리를 읽고 스스로 삶을 쟁취하는 법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앞서 설명한 대로 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자신의 삶만을 읽으라-삶의 이유를 오롯이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 2장 「웃음을 발명하라-비통함 속에서 만들어낸 행복으로 인간은 시간을 잊는다」, 3장 「자애로운 열정을 지녀라-타자를 향한 사랑이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든다」, 4장 「다른 사람의 힘에 의지하여 오르지 마라-자신만의 참된 재능과 노력으로 위대함에 이를 수 있다」, 5장 「정치권력의 쳇바퀴가 되지 말아라-국가적 우상이 아닌 개개인의 인간성이 중요하다」, 6장 「뇌의 주인임을 믿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라-생각하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7장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고난을 무릅쓰고도 자신의 경험과 열정만을 따라야 한다」, 8장 「그대 자신의 스승이자 창조자가 되어라-인생이란 숙명도 사기도 아닌 끝없는 깨달음을 위한 실험이다」 등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은 두 가지다. 바로 빠른 죽음과 오랜 사랑이다.(p.93)


사랑에 실패한 니체는 고통스러운 운명에 스스로 기쁨의 축복을 내리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으로 아픔과 우울증을 극복한다. 그것은 가장 낯설고 가혹한 삶의 문제들과 직면해 있으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몰락마저 사랑할 줄 안다. 그에게 사랑이란 삶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 핵심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웃을 줄 아는 것이다. 니체는 이 삶을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살겠노라고 다짐한다. 운명이란 동일한 것, 자신의 삶에 영원히 회귀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탈주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p.180~181)


천민이란 신분적 의미에서의 천민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 창출을 못하는 인간, 즉 권력, 명예, 돈, 쾌락을 좇는 노예가 된 현대인을 말한다. 따라서 니체가 말하는 강자나 고귀한 자는 스스로 사물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지 귀족이나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센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p.219)


저자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음악가, 문학가이다. 1844년 독일 작센주 뢰켄의 목사 집안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과 언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집안 영향으로 신학을 공부하다가 포이어바흐와 스피노자의 무신론적 사상에 감화되어 신학을 포기했다. 이후 본대학교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명문대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초빙될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1869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 교수로 일하던 그는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편두통과 위통에 시달리는 데다가 우울증까지 앓았지만 10년간 호텔을 전전하며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이탈리아에서 여름에는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지내며 종교, 도덕 및 당대의 문화, 철학 그리고 과학에 대한 비평을 썼다. 그러던 중 1889년 초부터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리다가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는 인간에게 참회, 속죄 등을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했다. 본인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며 규범과 사상을 깨려고 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라고 한 그는 인간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와 세계의 지배자인 초인(超人)에 이를 존재로 보았다. 초인은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이런 철학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집대성됐고 철학은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편역 : 홍성광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독일 명작 기행』, 『글 읽기와 길 잃기』, 역서로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총론』(공역),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니체의 『니체의 지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토마스 만의 정치 에세이 『예술과 정치』, 『마의 산』(상·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상·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젊은 베르터의 고뇌』, 헤세의 『헤세의 여행』, 『잠 못 이루는 밤』,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 『싯다르타』, 카프카의 『성』, 『소송』, 『변신 외』,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 『헬렌 켈러 평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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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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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철학의 쓸모』, 읽을수록 배움이 있다. '철학' 하면 골치 아픈 학문이라고 해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사람도 이 책은 꼭 읽을 필요가 있다. 사는 동안 철학책 한 번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독자로서도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가운데 최고의 책이란 치사를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은 철학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조금은 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구나 사는 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 번쯤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답은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철학을 더 멀리 했을지도 모른다. 철학은 공부하거나, 생각한다고 삶의 해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하는 것은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철학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전작 『모든 삶은 흐른다』로 출간 후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예스24 ‘올해의 책’, 2023년 최고의 책 등 대한민국에 ‘바다’ 열풍을 불러일으켰었다. 던 작가의 책이다. 저자는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낯선 ‘인생’을 제대로 ‘항해’하려면 바다를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바다가 우리의 삶과 가장 흡사한 자연이기 때문이다. 고난과 역경, 환희와 기쁨,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가 던지는 철학적 사유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독자들에게 말해 주었다. 때때로 삶이 곡예를 하는 듯해도, 저 멀리 삶이 몰아치듯 떠밀려와도,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더라도 좌절하거나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모든 삶은 흐른다』는 에세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자연스럽게 물결치며 흐른다고 표현한 이 책에서 철학하는 사람으로서 글도 바다처럼 넓고 물결치는 자연 자체를 닮았다.

우리의 삶 자체를 고통의 바다라고 표현한 저자 드빌레르가 이번에 출간한 책 『철학의 쓸모』는 육체의 고통, 영혼의 고통, 사회적 고통에 철학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탐색하는 시간을 준다. 삶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 나갈 때, 철학이 쓸모가 있을까? 우리가 원하지만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을 마주할 때, 철학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이 책은 쓸모가 있다. 저자는 철학은 백면서생의 사치도 전유물도 아니라고 귀띔한다. 이 책은 또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복을 예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오히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떤 것도 사유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철학하는 것이란 생각에 닿아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의 쓸모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진단과 소견을 제공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는 우리에게 실제로는 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일생에 경험하는 대부분의 고통은 해결이 된다. 여전히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 준다.

저자 드빌레르는 책의 맨 앞 부분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름을 들추면서 "그들은 단순하고 평온하게 생활할 때 오히려 가장 철학자다웠다. 정치에 관한 그들의 저술 활동은 광인들의 병원과도 같은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통제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는 파스칼의 『팡세』를 인용했다. 저자는 이어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라는 제목의 〈머리말〉을 통해 "산다는 것, 살아 있음을 느끼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누군가는 이것을 행복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삶이란 선물과 같고, 지금 이 순간은 신비로운 마법이자 한 편의 시와 같다고 말이다. (중략)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늘 어딘가에 매여 있고 겉모습에 신경 써야 하며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시간표에 따라 살아간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 때문이 아니다. 삶은 외모, 성격, 시대, 사는 곳, 이웃, 하루를 보내는 방식, 일하는 환경 등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 적당한 선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로 인해 삶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생각보다 소란하며,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이란 시작되었다고 해서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고 지속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복잡하고 소란한 삶을 스스로 감당하며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란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제한도 제약도 없는 완벽한 자유란 없다고 단언한다. 자유란 적응하는 것, 즉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든 환경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환경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통 없는 삶은 없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 사랑, 성공을 원하지만,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삶의 대부분은 무상하고, 무엇도 예측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고통은 쉽게 뽑히는 잡초 같은 것이 아니기에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까운 사람과의 불화, 직업적 실패, 삶에 대한 염증 등 우리의 여러 고통을 진정시켜 주는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하는 철학은 그 분야만의 다양한 진정제와 연고를 처방해주는 일종의 의학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이처럼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이라는 어려운 시험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일상과 현실에서 수많은 시련을 마주한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견디기 힘든 시련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그런 시련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거대하고 묵묵한 현실은 우리의 욕망을 가차 없이 짓밟기도 하고 실현시켜주기도 한다. 

철학자들은 본래 철학은 의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정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철학자의 이야기는 공허할 뿐'이라고 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학파, 혹은 스스로를 '문화의 의사'라고 칭한 니체 같은 몇몇 철학자들은 치유의 철학을 강조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진단명도 다르고 치료법 역시 다르겠지만 치료의 목적은 같다고 저자는 확인한다. 문제가 있는 곳, 통증이나 종양이 있는 곳을 파악하고,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이든 진리든 나에게 주어진 것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의미다.

이로 인해 철학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삶과 고통, 치유의 함수관계를 저자는 설명한다. 철학은 우리를 괴롭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고, 심지어 우리를 치유하는 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철학으로 무엇을 치유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학은 아픈 곳을 진단하고 또 치료한다는 등식의 성립을 이뤄낸다고 말한다.

이로써 철학은 ‘어떻게’라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특정한 행동을 권유하지 않으며, 기능 장애를 치료하지도 않는다. 다만 삶과 산다는 행위 자체를 치유한다. 철학은 무엇보다 자동차에 작용하는 공기역학 같은 역할을 한다. 공기역학이 자동차의 방향 전환에 영향을 주듯이, 철학은 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철학은 단순히 오랜 상처를 치유하거나 미래의 불안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성가시며 강박적인 현재의 고통을 치유해준다.

이 책에는 〈사용 설명서〉라는 철학의 의미를 이해하는 특별한 글이 책 앞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글에서 키르케고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인용한다. 이에 따르면 키르케고르는 죽음으로만 끝낼 수 있는 질병을 치료하고자 햇는데, 그가 질병으로 인식한 것은 바로 '절망'이었다는 것이 제목이 뜻하는 바다. 우리는 사는 동안 절망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므로 철학의 역할은 '정신의 가장 큰 불행', 즉 인생을 살아가면서 절망에 빠져 고통을 겪는 우리를 치유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절망하거나, 두려움 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거나, 병에 걸렸는데도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절망할 것인가, 담대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철학이 치유하는 질병은 모두 치명적이고 극도로 심각하며, 특히 심리적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철학보다는 심리학, 정신의학, 아니면 신경생물학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럼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 의사? 심리학자? 아니면 철학자? 한 분야가 다른 분야를 배제하지 않고, 각 분야가 필요에 따라 협진을 할 수만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철학의 치유적 기능은 실질적인 치유의 힘이 없는 비유에 불과한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각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실존적 문제를 심리적 문제로 치부하면서 불안을 그저 기질의 표출로만 여기고, 정신적 혼란을 정신병원에서 양질의 재활 치료로 고칠 수 있는 기능 장애로 여기는 과학만능주의가 아니겠는가. 저자는 여기서 되묻는다. 과학이 치유할 수 있는 질병만이 진짜 질병일까? 되묻는 저자는 다시 답을 한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예컨대 우리의 동기, 의도, 욕망 등 우리를 추동하는 것과 우리를 자제시키는 것이 무엇이지를 헤아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 『철학의 쓸모』는 4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육체의 고통〉, 2부 〈영혼의 고통〉, 3부 〈사회적 고통〉, 4부 〈그리고 흥미로운 고통들〉 등이다. 각 부는 9~24개의 장(章)으로 각각 나뉘어 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과연 삶은 '고통의 바다'구나 할 정도로 온갖 고통이 등장한다. 우선 각 부에서 육체·영혼·사회로 나뉘고, 1부는 육체·죽음·질병·늙음·열정·쾌락 ·뇌와 정신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뉜다. 2부는 일상·의지박약·두려움·공포·사랑·위로·후회·자책·우울·권태·질투·시기심·실패·낙오·좌절·업·자아성찰·광기·고독·자살 등으로나뉜다. 3부는 노동·사회규범·돈·거리감·대화·친구·가족 등으로 나뉘어 있다. 4부엔 운동의 지나침·나이듦·소소한 쾌락·먹는 것·현재·어른이 되는 것 등 그야말로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왜 고통의 바다로 표현하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고통의 종류 가운데 우리가 흔히 그토록 겪어보고 싶은 '쾌락'이 어떻게 고통으로 연결되는지 짚어본다. 책에 따르면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애햐 한다는 명제는 굳이 복잡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쉽게 납득이 된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쾌락이 필요하다. 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쾌락이라는 논리는 과학적 연구에 의해 이미 진행된 바 있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뇌는 우리의 몸과 외부 세계에서 온 신호를 선별해 우리의 행동을 환경에 맞게 적응시키면서 생존과 자율성을 보장한다. 그러므로 쾌락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소위 이성을 가진 동물이라 불리는 인간의 삶과 행동의 본질적인 요소다. 그러나 고통과 마찬가지로 쾌락은 평정심을 잃게 하며 모든 것을 압도한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다. 고통을 가장 생생하게 표출하는 것이 비명인 것처럼, 쾌락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의성어다. 

쾌락에 빠질 때 우리는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린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안온함에 젖어들면서 언어가 필요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쾌락은 받을 자격도, 받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지는 깜짝 선물과 같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쾌락은 실망감을 안겨준다. 쾌락이 환희와 기쁨이라면, 욕망은 끊임없는 움직임이다. 욕망은 터빈을 도리고 작업을 하고 전진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욕망은 성실하고 부지런하지만, 쾌락은 게으르고 관조적이다. 허기, 갈증, 성적 이끌림처럼 충족되면 사라지는 욕구와 달리, 욕망은 충족되는 법이 없다.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부른다.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열 개의 다른 욕망이 생겨난다. 

이 때문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소망이 실현된다 해도 지속적이고 변치 않는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이는 마치 구걸하는 걸인에게 적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지에게 주는 적선은 오늘 그의 목숨을 살릴 수는 있지만, 그의 고통을 내일까지 연장시키는 것이므로." 이 책 『철학의 쓸모』의 내용은 철학적 사고와 논리적 전개에 정형화시켜 고통 하나하나에 대한 의학적 처방전을 내리듯 어떻게 치료할지를 알려준다. 간결하고 현실적이다. 삶의 근본적인 고통에 대하여 폴 리쾨르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고통을 미화시키지 말고,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하소연하라”고 조언했다. 또 늙어가는 슬픔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인간은 비록 죽음을 맞는다 해도 죽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태어난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간직해야 한다며 “새로운 것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매일 밤 잠자리에서 밀려드는 후회와 자책에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몽테뉴는 머릿속에서 맴도는 후회와 자책은 삶에 어떤 의미도, 가르침도 없으니 “순간에 몰두하여 온전해지라”고 말한다. 

이처럼 인생에서 휘청일 때마다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아줄 나만의 철학이 단 하나만 있어도, 힘들어도 우리는 살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고민과 고통, 정답을 알 수 없어 헤매는 매일. 더 윤리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추천한다.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생 지침서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자아 성찰은 가식이나 거짓말, 변명을 허용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다. 또한 고독이라는 시련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고독 속에 있을 때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기 자신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p.230)


저자 : 로랑스 드빌레르(Laurence Devillairs)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고 말하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 그동안 박식하면서도 대중적인 철학 도서를 다수 집필하며,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동안 파스칼, 데카르트 등 인물 철학에 관한 도서를 집필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자연이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철학을 한다는 건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을 아는 삶이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프랑스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철학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알려온 저자는 오래전부터 바다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와 때에 맞춰 밀려오고 물러나는 밀물과 썰물 등 바다의 생태에서 우리의 삶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바다가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자연이라고 생각했다. 삶이란 이미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바다가 존재만으로 완벽한 것처럼 말이다. 때때로 고난과 역경이 삶의 전체를 휘감아도, 들뜨고 환희로 가득한 순간들도, 그 모든 순간이 인생이다. 잠시 눈 감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해도 그것이 삶이 아닐 리 없다. 저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그렇게 물결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과 삶, 바다라는 테마를 한데 녹여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 극찬을 받은 『모든 삶은 흐른다』가 국내 독자들에게도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역자 : 박효은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프랑스로 옮기는 일을 한다. 현재는 바른번역에서 번역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바보의 세계》, 《오징어 게임 심리학》, 《지옥》, 《숲속의 철학자》, 《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시베리아의 숲에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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