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도 나니까 - 김소현 에세이
김소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꿈꾸는 저는, 지금의 저와는 꽤 다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용기 있게 선택하며, 후회하지 않는 사람. 결정을 앞두고 망설이지 않고, 나중엔 스스로 “잘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하지만 현실 속의 저는, 매일 불안해하며 소심합니다. 겉으론 밝아 보여도, 속으론 걱정이 많고, 때로는 얼어붙은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냅니다. 원하는 나와 실제 나 사이엔 늘 간극이 존재하죠."(p.10)
대한민국 '뮤지컬 여제' 김소현. 그녀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해 올해 〈명성황후〉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깊이 있는 감정과 단단한 삶의 태도를 무대 위에 그대로 풀어낸 뮤지컬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이 평가는 묵묵히 자신만의 중심을 지켜온 김소현 자신의 성격, 그리고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저서 『그래도 나니까』의 〈서문〉에 쓴 글에서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녀에게 묻는다고 한다. 이제는 무대가 익숙하지 않느냐고, 그쯤 되면 눈을 감고도 연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이 "절대 그렇지 않다."이다. 무대는 알수록 더욱 낯설고, 익숙해질수록 두려움은 더 깊어진다고 말한다. 익숙함이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는 긴장 속에서, 그녀는 매 순간 스스로를 다잡는다고 밝힌다. 어쩌면 그의 삶도 무대처럼, 담담한 얼굴 뒤로 불안하고 서툰 마음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떨리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써보려 했습니다.」란 제목의 〈서문〉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무대 위의 떨리는 마음도, 매일 찾아오는 부담도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껴안을 때 비로소 견딜 수 있다는 걸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나를 사랑해야 하니까.”

책을 출간한 영진닷컴의 소개글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까지, 배우 김소현이 진심으로 털어놓는 삶의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중심으로 쓴 내용이란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독자로서는 읽힌다. 처음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는 저자 김소현은 "책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담아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생각 끝에 무대 위의 김소현이 아니라, 인간 김소현으로, 늘 부족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고 싶었다고 〈서문〉에서 털어놓는다. 결국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그 미완의 모습이 지금의 자신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말은 퍽 인상적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는 말은 독자와 많이 닮아 그녀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준다. 덕분에 뮤지컬 배우로서의 일이 들어오면 “네!”라는 대답을 선뜻 내뱉고, 그렇게 빼곡히 들어찬 하루하루를 쉼 없이 살아냈다고 말한다. 성격인지, 열정인지 독자로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쩌면 둘 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뮤지컬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가족을 향한 애정도 결코 뒷전으로 밀리지 않았다. 그녀의 이런 삶에 대한 태도 역시 단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뭐든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이럴 때 문득 멀게 느껴지는 남편(뮤지컬 배우 손준호)에게는 조심스럽게 다가선다고 밝힌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애틋함과 인내로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는 것. 이에 남편 역시 아내인 저자에게 사랑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팬들의 호감도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둘 사이엔 여느 부부처럼 때로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뒤늦게 밀려온 후회가 마음 한편을 먹먹하게 채우기도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의 파편들이 결국은 내일을 향한 의지로 다시 피어난다고 둘 사이의 사랑의 마음을 저자는 밝힌다.

이 책 『그래도 나니까』는 〈서문(프롤로그)〉을 제외하고 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시작이 먼저, 생각은 나중에〉, 2장 〈내 꿈은 다듬어지지 않는 모난 돌〉, 3장 〈인생은 가볍고 둥글게〉 등이다. 1장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사랑과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다. 그리고 새로 가족이 된 남편과 아이까지 포함한 가족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2장엔 자신이 뮤지컬 배우로서 맡았던 역할을 하는 뮤지컬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꽤 밀도 있게 펼쳐진다. 뮤지컬에서의 역할(대부분 주역)을 연기와 노래로 풀어내야 하는 일이라서, 배역의 마음을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면 능력 이외의 지식도 더욱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식이 없다고 배우 역할을 못하지 않겠지만, 김소현 저자 특유의 성격과 열정이 한 발 더 욕심으로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장에서 맡은 많은 배역 가운데 「안나 카레니나」,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는 물론 「마리 퀴리」, 「오페라의 유령」에서 맡은 역할로 연기와 노래는 물론 지식도 넓히고, 무엇보다 삶의 태도 등에 관해 상당히 풍부해진 것은 지금껏 자신이 '버텨 온' 뮤지컬 무대에서 되돌려받은 삶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모습은 그녀에 대한 호감도 한층 깊어진다.
배우로서 쌓아온 모든 커리어가 결코 혼자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녀는 언제나 주변의 헌신과 수고에 대한 감사 또한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녀가 걸어온 모든 무대, 만난 모든 작품 속에 깊이 스며있다고 뮤지컬계의 평가다. 그녀의 진심 어린 글을 읽은 남편은 깊은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써 내려간 따뜻한 편지로 화답했다. 오래된 앨범을 펼쳐 보듯 사진 한 장 한 장을 바라보며 아들 주안이와 엄마 김소현이 나눈 다정한 대화는,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적신다. 그 안에는 배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온화한 숨결이 배어있다.
3장은 이렇게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스타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여전히 살아가는 일상을 담았다. 불안함 속에 머물 때조차 묵묵히 자신을 성실하게 다듬어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삶.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복잡하고 어설픈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삶의 결을 조용히 짚어주는 문장으로 무뎌진 감각에 맑은 숨을 불어넣어 준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든 이들을 격려해 주면서, 그 여정이 멈추지 않기를. 우리 모두가 끝내 자신답게 살아내기를 조용히 응원하면서 말이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어떤 선택에 앞서 후회 없이 결정하며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일 불안해하고 걱정이 많다. 어른이 되고 경험이 쌓이면 삶이 좀 수월해질 줄 알았지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오늘의 삶은 내 인생에서 이 나이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까. 습관적으로 반복해도 살다보면 실수가 나오는데 처음 대하는 상황은 삶에 있어서 여전히 배워야 할 것투성이다. 하지만 그래도, 저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까지도 끌어안고자 조심스럽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것도 내 몫이니까. 이런 자신의 모습까지도 받아들여야만 내일을 향해 한 발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저자가 책에서 꺼내는 이야기들은 매우 일상적이다. 아들에게 좀 더 신경 쓰지 못한 하루를 후회하면서도, 볶음밥 한 숟갈에 다시 힘을 내어보는 소소한 순간이나, 느닷없이 친정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떠올라 공연을 마치고 친정집으로 직행했던 이야기. 또 공연 전 남편과 함께 감기에 걸려 힘들다고 푸념하는 자신과는 달리, 담담하게 해내면 되는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남편 덕에, 결국 또 해내는 하루를 경험한 일도 있다. 심지어 공연을 앞두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고질적인 징크스가 ‘알레르기 탓은 아닐까.’ 의심했지만, 되레 알레르기 하나 없는, ‘무던한 자신’을 발견하며 피식 웃어버린 에피소드도 있다. 그간 어디에서도 털어놓지 않았던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담긴 이 에세이집은 화려한 뮤지컬 배우 김소현보다는 인간 김소현의 이야기가 훨씬 풍부하게 그리고 농밀하게 풀려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치열한 하루 끝에 비치는 작고 단단한 위로가 깃들어 있다.
출판사 편집진의 평에 따르면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글이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묵직하게 마음을 울리는 건, 그녀가 겪은 진심 어린 순간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습을 거듭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기로 선택하는 마음가짐. 그 안에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고민과 치열함이 녹아 있다. 에세이 『그래도 나니까』는 비틀거리는 지금의 당신에게, 그저 한 템포 쉬어가도 괜찮다는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 것이다. 다 잘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잠시라도 아무것도 아닌 나를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니까. 어쩌면 지금 당신도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서툰 걸음이라도 계속 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오늘이 좀 버거웠다면, 내일은 조금 더 너그럽게 나를 다독이며 일어나자.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흔들려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중이니까.

엄마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학교 강의, 성악 레슨,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우리를 키우셨다. 그 모습을 보며, 또 음악을 배우러 오던 언니들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꿈을 향해 성실히 노력하는 삶’을 배웠다. 그게 대단한 게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믿었다.(p.71) - 「엄마와 음악-무엇이든 해내게 만드는 마법」 중에서
사람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관찰’이다. 그 사람의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 공연을 위해 배역에 몰입하듯이, 사람을 이해하려면 마음을 열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참 신기한 건, 그런 과정을 거치면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p.113) - 「안나 카레리나-사람 공부」 중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황후 사극’은 여러 번 해봤지만, 《명성황후》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역사학자들의 시선이 팽팽히 엇갈리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왕비로서가 아니라,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이자 딸’이었던 ‘인간 민자영’으로 바라보고 연기했다.(p.137) - 「명성황후-인간 민자영으로 만난 작품」 중에서
저자 : 김소현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
섬세한 감정과 단단한 신념으로 작품을 빚어낸다.
늘 ‘지금’에 최선을 다하며, 사람과 삶을 깊이 바라보려 한다.
배우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의 작품 속에서 그녀만의 진심을 섬세하게 채워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