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생경한 단어 '휴탈리티(hutality)'는 첫 대면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인재의 잠재성을 의미하는 탤런트(talent)를 합해 인간의 본질, 기계와 달리 우리만 가지고 있는 해석 역량, 우리 안에서 나오는 인재성을 합친 뜻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저자 박정열은 프롤로그를 통해 이 단어가 어떻게 조합된 말인지는 밝혔지만 자신이 창안한 신조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독자로서도 의구심이 들지만 저자가 이 단어가 왜 이 시점에서 필요한지를 밝힌 것으로 보아 저자의 신조어로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단어가 아닌데 이렇게 정확하게 만든 과정을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의 제목으로 선택된 단어 휴탈리티의 뜻을 알고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전에도 아직 정식으로 등재되지 않은 단어를 주제로 왜 필요한가를 역설하는 저자의 뜻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사유의 리더'라고 말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고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AI 시대'에 돌입했고, 어떤 인재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얻었다.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바둑에 대한 얘기로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비유해 여기에 써둔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의 대국은 전 세계 바둑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관계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 판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파고에 패배, 인공지능 바둑의 놀라운 발전을 목격했다.

중국의 커제라는 바둑기사와의 대결은 한 판도 내주지 않고 3대0으로 끝냈다.

이후 세계 정상급 기사들은 물론 프로바둑 기사들도 인공지능 바둑을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바둑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영원히 컴퓨터를 스승으로 모시고 살 수는 없다. 승부 자존심을 떠나서 스스로 만든 기계와의 경쟁에서 지다니. 이렇게 되면 인간의 존립을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꼴이다.

이 지점이 저자가 고민해서 이 책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했다.

독자로서는 생경한 휴탈리티에 대해 배우고, 우리 시대 어떤 지식을 얻어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에 크게 공감한다.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완벽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 난 내 존재 자체로 경이로워지면 돼."

소설가 조지 오웰이 남긴 말이다.

나직이 자신에게 건네보자.

어떤가? 선물 같지 않은가?

내 존재 자체로 경이로워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공지능이란 슈퍼 기계가 등장하고 인간은 미래의 일자리를 걱정하며 위축되어 있다.

지금처럼 우리 인간이 저평가된 시대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마치 근대 산업화를 지나며 나타났던 ‘인간 소외’의 최신판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의 생존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업의 테마로 정하고 23년간 고민의 여정을 이어 오고 있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의 저자 박정열은 나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의 여정을 통해 우리 삶의 존패 또는 번영의 스토리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제 그가 말하는 ‘휴탈리티’를 통해 기술이 진보해도 여전히 주목받아야 할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고, 기술보다 해석이, 데이터보다 의미 연결이 더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수많은 채용박람회장은 늘 인산인해이고, 학력도 높고 스펙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데도 말이다.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이 책에서는 인재는 누구인지 인재라면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역량은 무엇인지부터 알아나간다.



인재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 역량은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이다.

기술 역량은 외부로부터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해석 역량은 경험으로부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미 체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기술 역량이 데이터, 알고리즘, 생명공학을 통해 보다 나은 슈퍼 기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면 해석 역량은 슈퍼 기계와 우리의 관계는 어때야 하며, 슈퍼 기계를 어떤 용도로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대한 것이라면 해석 역량은 우리의 어떤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런 해석 역량은 감수성(sensing)과 감지성(sense making), 두 가지로 대별된다.

감수성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섬세한 촉과 같다면, 감지성은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만들고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렇게 볼 때 기술 역량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하지만 해석 역량은 갈수록 세련돼져야 한다.

인재라면 어때야 할까? 업데이트되는 지식과 기술을 잘 소화해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 계속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세상이 맺어야 할 유의미한 관계를 주체적으로 형성해나가는 사람이 바로 인재이다.

이에 따라 AI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는 배우고(learning), 배운 것을 폐기하고(unlearning), 새로 배우는 (relearning)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 데이터, 알고리즘에게 미래의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우리 인간의 모습은 〈루시〉,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 세상만큼이나 현실 세계의 변화도 무섭도록 빠르다.

이런 기세와 속도라면 머지않아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인간을 직업 시장에서 몰아내고, 세계의 부와 권력은 슈퍼 기계를 소유한 집단이나 개인의 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마도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는 우리 고유의 영역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AI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각각의 개별자, 즉 개인으로 존재한다. 개인(individual)이라는 영단어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 ‘더 이상 나뉠 수 없다’는 뜻으로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완전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이고 거기서 세상의 모든 의미와 권한이 나온다. 개개인의 독특함(unique)은 바로 경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에서 비로소 도드라진다.

데이터화되지 않기에 슈퍼 기계가 원천적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청정 지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이 진행되는 바로 그 지점, ‘감지(sense making)’가 시작되는 바로 그곳이다. 기술이 진보해도 여전히 주목받아야 하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휴탈리티(hutality)는 우리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인재의 잠재성을 의미하는 탤런(talent)를 합해 인간의 본질, 기계와 달리 우리만 가지고 있는 해석 역량, 우리 안에서 나오는 인재성을 뜻한다. ‘

휴탈리티’는 슈퍼 기계의 진보에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에 있을 인간 경험의 질감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해석의 힘을 가능하게 해준다. 빅데이터를 이기는 인간의 조건인 해석과 의미 연결은 휴탈리티를 통해 기능하게 된다.




아이폰을 처음 개발할 당시 애플의 직원들은 주당 100시간씩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모두 자발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컴퓨터와 폰과 인터넷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손 안에’라는 신념을 이 세상에 실현하려는 내적 동기(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은 성장, 존중, 기여 및 관계 욕구)로 충만해 있었고, 그 일에 스스로(자율성 욕구) 몰입했다.

근로 시간의 길고 짧음에 대한 시시비비는 그들에게 의미 없었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그들은 평범한 존재의 순간을 넘어 더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며 이를 만끽했다.

20세기 미국의 화가이자 미술 교사였던 로버트 헨리(Robert Henri)는 내적 욕구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림 그리기의 목적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혹시 그림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며, 그리기 과정이 유용하고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예술 작업의 목적은 언제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 순간에 이르는 데 있다.”



그의 말을 단어만 조금 바꿔보면 아래와 같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하는 목적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혹시 성과가 나왔다면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며, 일하는 과정이 유용하고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일의 목적은 언제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 순간에 이르는 데 있다.’

내면의 동기부여 상태는 어떤 행동 그 자체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외부의 조명에도 여과 없이 우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 오직 내 안의 것들만이 나를 움직일 수 있도록 허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내적 욕구는 무엇인지, 그것이 외적 욕구와 자극들에 억눌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나의 안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실제로 우리는 본질을 캐내는 질문보다는 현상을 확인하는 질문을 압도적으로 많이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양은 적더라도 우리의 삶에서 진보를 일궈내는 것은 현상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본질을 깨내는 질문이다.

삶의 동력을 주고 의미 있는 여정을 계속하도록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야 한다.

본질적 자문과 이에 대한 성찰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사람은 삶을 이끄는 화수분 같은 동력이 흘러나온다.

그 동력은 몰입의 강을 만들고 창의의 바다로 연결되며 나의 ‘오리진(Origin)’을 끌어낸다. 이때 우리는 AI시대 생존력인 휴탈리티를 만나게 된다.



우리 각자가 가지는 인간 고유의 특유함에 대한 본질적 성찰과 그로부터 나오는 동력을 폄하하는 태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만든 것들에 의해 우리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그리고 숱한 복잡성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해온 최고의 동력 원천을 근원적으로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만큼 소외의 피폐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기계에 둘러싸여 기계와 비교되며 잦아들어버린 나만의 청정 영역인 휴탈리티를 찾고 밝혀 드러내야 한다.

- p.10, 「우리는 모두 저평가되어 있다」 중에서

기술 역량은 자신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발명한 것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능력이 없다. 진보한 유전공학 기술을 암 치료에 이용해야 할까, 슈퍼 히어로를 만드는 데 써야 할까,

우유 생산량이 대폭 증가된 젖소를 만드는 데 써야 할까에 대해 기술 역량은 말이 없다. 어떤 용도를 다른 용도보다 더 선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 역량은 중립을 고수한다. 이 이유를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해석 역량의 역할이다.

우리에게는 기술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 자신과 세상을 객관화해서 인지하고 의미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방향을 제시해 그 결과를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 p.37, 「인재를 검증하는 두 가지 역량: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 중에서



21세기는 우리를 해킹해서 우리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초기 관건은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소유하는가에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뭔가를 공짜로 자꾸 주어야 한다.

상호 이득이라며 공짜로 나누도록 하는 와중에 데이터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이 데이터에 대한 미래의 진짜 임자는 당장 공짜로 뭔가를 제공한 자가 될 것이다. 데이터 소유자는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독점할 확률이 높다. 공유 경제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더 고도화된 소유 경제인 것이다.

- p.136, 「데이터를 소유한 자가 미래를 소유한다」 중에서

내재화가 잘 되지 않고 내사화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재화와 내사화의 갈림길에서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의미로의 전환’ 여부다.

자기 의미로 전환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인재상 제시의 세 가지 요소가 힌트다. 가치판단,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 이 세 가지가 모두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그 인재상은 내재화되지 않는다.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상태로 인재상이 제시되면 ‘자기 의미로 전환’하는 데 결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나 경험이 완전히 자기 의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의미가 가치판단,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이라는 세 겹 줄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 p.162~163, 「내재화 VS. 내사화」 중에서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으려면 경험에 대한 감수성과 감지성이 필요하다.

뭔가 세상에 대해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싶다면 우리의 감각을 최대한 동원해 열린 마음으로 경험을 수용하고,

수용한 경험을 맥락 속에서 감지해 프로네시스를 얻어내야 한다.

이 프로네시스는 결국 느낌표에서 나온다. 삶의 모든 국면에서 느낌표를 만들어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 p.241,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어내는 법, 프로네시스」 중에서

저자 : 박정열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업의 테마로 정하고 지금까지 23년간 그 고민의 여정을 이어 오고 있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이어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철학, 경영학, 교육학의 학제적 통섭과 콜라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LAND, LG LEADERSHIP ACADEMY, INSIGHTGROUP, NEMOPARTNERS, KPMG를 거치면서 공공기관 및 중소대기업 약 109개 조직, 18,000여 명과 만나 소통하며 교감하였다. 학문을 통한 체계적 고민과 현장의 질감 있는 경험을 겸비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현재는 HMG(HYUNDAI MOTOR GROUP UNIVERSITY)에 재직하며 그 이해 여정을 더욱 심화(ENRICH), 확장(ENLARGE)시켜가고 있다. 최근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이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미래인재마인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여 인재 개발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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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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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이란 말은 들어본 독자라면 누구든 반대 개념의 '유토피아'를 떠올릴 것이다.

토마스 모어의 책 『유토피아』가 출간되면서 가상의 유토피아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당시 문학적인 추세가 됐다.

특히 19세기 후반 경제불황이 일어나면서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유토피아를 다룬 소설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반사회주의 유토피아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면?’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다룬 소설이 바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1895년에 출간된 H. G. 웰스의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이 디스토피아 소설 장르의 출발점이다. 이 책에서는 한 캐릭터가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인류가 완벽한 사회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그것은 괴물들로 가득한 끔찍한 사회로 판명된다.

웰스의 책에 영향을 받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We)』,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조지 오웰의 『1984』 등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드러낸 소설로 유명세를 탔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관이나 두려움, 불의에 맞서 싸우려는 욕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부패한 정부, 뭔가가 잘못된 세상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하도록 만든다.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을 만큼 이상적인 곳을 뜻한다면 디스토피아는 불쾌하고 좋지 않은,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법한 사회를 뜻한다.

정혁용 작가의 『침입자들』이 디스토피아 소설에 속한다고 독자로서 주장해도 크게 비판받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평범한 택배기사다.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을 입고, 카트를 끌며, 엘리베이터보다 빠르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평범한 택배기사.

하지만 그가 얼마나 평범한지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마저도. 사람들은 그저 그가 활동하는 지역의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게 업계의 관행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줌의 위로, 먼지만 한 한 줌의 위로이다. 그만큼 그는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부딪히게 마련이고, 각자 비밀을 감춘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택배기사를 죽이고 싶은 우울증 환자,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는 동네 바보, 경제철학 공부를 강요하는 노망난 교수와 미모를 자랑하는 손녀,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들과 지옥에 빠진 가난한 인생들…….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의 목소리가 죽어버린 오늘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오래된 낭만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위의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고, 바로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간절한 목소리로 답을 갈구하고 있다. 『침입자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행운동’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버림받은 천사 미하일처럼 어느 날 갑자기 강남고속터미널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택배일을 시작한 이유는 오직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이름 ‘행운동’. 행운동은 그가 맡은 택배 관할 지역이다.





행운동은 평범한 삶을 갈구한다. 일이 있으면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과거를 벗어던지는 삶. 그래서 행운동은 자기 주변에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한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그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운명은 그의 인생에 한 걸음 더 다가오고, 눈 감으면 눈 감을수록 더욱 환하게 나타난다. 그것도 매우 기이한 모습으로. 매일 같은 벤치에 앉아서 택배기사를 기다렸다가 담배 한 개비를 빼앗아가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지껄이는 동네 바보,

난데없이 택배기사를 끌고 가 경제철학 강의를 늘어놓는 노망난 노교수,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빈곤과 가난의 중간에서 삶을 저울질하는 폐지 줍는 소녀까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읽을수록 궁금해진다. 행운동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는 그의 일상에 무례하게 침입하는 사람들을 막아내지 못하는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행운동에게 허락되지 않은 운명은 무엇인가? 끝내 그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면서 서로의 가슴을 상처를 낸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주변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건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혁용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건조하다. 그의 소설 속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은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리고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다가와서 독자의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건 주인공이다.

어둠이 클수록 빛이 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주인공이 던지는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읽는 이의 정신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은 독자들은 알 수 있듯이 건조한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소통은 활발하지만 영혼은 고립된 현대인들이 이 소설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을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믿는다.





물론 독자들이 그런 거창한 주제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책을 볼 의무는 없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

대가는 지불할 생각이에요. 한 번 만날 때마다 백만 원. 결정은 제 얘기를 듣고 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구미가 당겼다. 돈은 날로 먹을수록 좋으니까. 돈의 가치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피땀을 흘려서 번다? 피땀이 아깝다.

노동의 가치? 그런 건 브런치나 먹으며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나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되도록 날로 먹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뿐이다. 안타깝게도 흙을 파먹고 사는 재주도 없고.

“그러니까 당신 얘기는, 커피나 마시면서 얘기나 들어주면 백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까? 듣다가 심심하면 당신 모자나 들어주고?”

“모자는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맞아요.”

여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건 심심해서 나한테 뿌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걸 횡재라 한다. 그러니 당장 대답할 수밖에.

“거절하겠습니다.”

“왜죠?”

“공짜는 믿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은 탓이겠죠.”

- pp.114-115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기사님처럼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버텼을지도 몰라요.”

씁쓸한 얼굴로 마스크가 말했다.

“남자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지뢰밭을 건너는 거예요. 남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걷거나 뛸 때 말이에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몇 번씩 지뢰가 터지고 나아가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친절한 남자라도 쉽게 믿을 수가 없게 돼요.”

마스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된다는 뜻이에요?”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될 리가 없죠. 밤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고,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택시를 타도 기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의 성난 전화도 무서워해본 적 없고, 직장이나 모르는 남자의 성희롱을 견딘 적도 없고, 남자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힘들여 쟁취한 적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습과 싸워 얻어야 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살아온 이의 공포나 괴로움을 이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전 누군가를 짐작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 pp.179-180





“말귀를 좀 알아듣는 오빠일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겠네. 일단 가볍게 마사지 좀 받고 시작할래요? 김 군아!”

망치가 뒤로 빠지자 투피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나머지 떡대들 쪽을 보았다.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이 녀석이 김 군이었다. 궁금증은 풀렸다.

“김 군아, 이 오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마사지 좀 하고 시작하자.”

투피스의 말이 떨어지자 떡대가 나의 몸통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맞는 건지 해머로 맞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왜 그랬어요?”

고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투피스가 다시 물었다. 눈물이 핑 돌고 척추부터 머릿속까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고통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어요?”

투피스가 같은 말을 또 물었다.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쇼. 그러면 없는 사실도 다 말해줄 테니까.”

가까스로 힘을 짜내 투피스를 보며 말했다.

“뭐죠?”

투피스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어와 목적어.”

- pp.258-259





마지막으로 이 책의 차례와 간단한 작가 소개를 덧붙인다.

1.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지

2. 부탁을 하면 부탁을 들어주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고

3. 돌부처와 코알라의 시간

4. 패배자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5.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 된다

6. 오늘도 파도는 높이 일렁인다

7. 난장판에 울리는 축배의 노래(1)

8. 아담하고 조용하게 누가 죽어나가진 않고요

9. 나비를 잡으러 다녔나요

10. 울음이 타는 강가에서

11. I might be crying

12. 진리와 진실은 다르다

13. 우리 사이에는 은혜도 빚도 없다

14. 이건 협박이 아니야

15. 오늘 당신의 나의 과거를 원하니

16. 호밀밭의 파수꾼

17. 게이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18. 난장판에 울리는 축배의 노래(2)

19. 지옥에 빠진 인간들

정혁용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죽는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했다. [한겨레] HOOK에 칼럼과 장편, 『신들은 목마르다』를 연재했다. 어쩌다 보니, 2011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종심, 2019년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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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Uncontact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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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느낌으로 봄꽃 만발한 계절을 살아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진달래, 개나리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못 보고 지나갔다. 마치 먼 나라에 피는 꽃처럼 TV 등을 통해서만 보았을 뿐이다.

많은 트렌드 학자나 미래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내 마음의 표준을 '포노 사피엔스'로 바꿔야 하고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일상은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주장이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명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갖고 있다.

게임 중독, SNS 중독, 악플러, 가짜뉴스, 인간관계 해체, 플랫폼 독점의 횡포, 인공지능의 위험, 최근에는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작용을 떠올리다 보면 디지털 문명은 편리하긴 하지만 인류 정서에 반하는 나쁜 문명이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디지털 문명 시대로 전환될 거란 예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아날로그 문화에 훨씬 익숙한 나로서는 앞으로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 남을 것이란 절박한 심정이다.

우선 어떻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화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의 『언컨택트』는 맞춤형 책이다.자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의 관심이 ‘언컨택트(비접축, 비대면)’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실제로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의 생활은 언컨택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시기를 앞당기는 촉발제가 됐다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욕망의 산물이자, 새로운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진화 코드다.

언컨택트는 소비의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 종교와 정치, 연애를 비롯한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

언컨택트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의 욕망과는 어떻게 연관되며, 비즈니스에선 어떤 기회와 위기를 줄지를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분석가의 담대하고 치밀한 미래 전망서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스런 현실과 마주했다.

개인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이 흔들렸고, 이 위기는 경제위기뿐 아니라 일자리의 위기이자 소득의 위기, 노후의 위기, 정치의 위기 등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전방위적 위기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 스포츠, 예술, 의료, 감정 교류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언컨택트(Uncontact)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언컨택트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불안하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로 분석한다.

언컨택트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비대면과 무인 거래의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유통의 트렌드임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용어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이다.





지금까지 언컨택트를 유통과 소비 분야에서만 주목했다면, 이 책에선 범위를 더 확장시켜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 소비, 유통은 물론이고 산업적 진화와 기업의 업무 방식, 인맥과 사회적 공동체, 종교, 정치,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된 언컨택트 트렌드를 다룬다.

언컨택트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의 욕망과는 어떻게 연관되며, 비즈니스에선 어떤 기회와 위기를 줄지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지금 시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트렌드 화두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언컨택트 현상이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는 대전환적인 흐름의 원인과 배경에서부터 미래 전망까지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시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로 풀어내고 있다.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등 총 3부로 나누어 앞으로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언컨택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를 들어 소개한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언컨택트라는 거대한 메가 트렌드는 결국 우리가 키운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이다. 기술적 진화, 산업적 진화, 사회적 진화는 결국 인간의 진화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

우린 컨택트와 언컨택트를 넘나들며 좀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이런 욕망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쌓여오고 진화되어왔던 흐름이다.

즉, 지금 우리가 맞은 언컨택트는 과거 시점에서 보면 예고된 미래였던 셈이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우린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연결과 접촉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우린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되고 함께 살고 일하는, 서로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상을 이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숙제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때,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온다.

이 책에서는 언컨택트 현상으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지, 비즈니스와 경제에서는 어떤 위기와 기회가 있는지, 특히 접촉 없이 소통하는 관계가 확대될수록 사회와 공동체에서 더 심화될 수 있는 소외나 양극화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가야 하는지 등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예측해보고 우리가 함께 모색해야 할 문제에 대한 전망까지 제시한다.

컨택트에서 언컨택트로, 접촉 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일상의 대전환기를 맞은 이때, 낯설고 혼란한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알고 이 흐름을 받아들여 대처하는 자가 이 불안과 위험의 시대에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 현상을 짚어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떤 모습일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좋은 영감을 줄 것이다. 아울러 그 속에서 우린 어떤 자세로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까지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타인과의 대면과 접촉을 피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면, 피하고 줄이는 게 언컨택트다.

무조건적인 단절이 아니라, 피하고 줄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언컨택트 기술이자 서비스의 방향이다.

기술적 진화의 목적은 위험 회피와 안전 지향과도 연관이 있다. 기술이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해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더 확대시켜준다. 결국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다.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 pp. 86~87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요즘 동네 책방이나 카페, 북카페 등을 아지트를 만드는 차원에서 시작한 이들이 꽤 있다. 취향도 과시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기 위해서다. 물론 본업은 따로 있다. 이건 일종의 ‘도심 월든’이다. 고립된 산속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가 생기면서 나온 일이다. 무조건적 연결에서 호의적이자 선택적 연결로, 그리고 선택적 단절을 거쳐 무조건적 단절로 이어진다면, 우린 지금 선택적 단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바로 언컨택트 사회의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 p. 236





그동안의 역사가 오프라인에서의 연결과 교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인류를 진화시켜왔다면, 이젠 온라인에서의 연결과 교류를 오프라인과 병행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인 것이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과 교류가 되는 언컨택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도 우리의 공동체는 유효하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란 것도 유효하다. 다만 사회적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연결되는 방식에서 비대면・비접촉이 늘어나고, 사람 대신 로봇이나 IT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다

- p. 263

언컨택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19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언컨택트가 가진 문제를 급격히 노출시키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인간 소외와 새로운 갈등, 새로운 차별과 새로운 위험성,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사회는 언컨택트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었는데 그 시기가 당겨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

- p. 299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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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법
팀 데스몬드 지음, 허윤정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명상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다.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다짐은 많이 느슨해졌고, 심지어는 매일 습관처럼 5분이라도 하던 명상을 거를 때가 종종 있다. 각오를 다시 다지고 새출발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더 없이 좋은 말과 글로 다시 명상을 다짐하는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명상가로 알려진 한 분의 책 『명상하라』를 읽고부터다.

물론 명상의 중요성이나 좋은 점에 대해 많이 듣고 읽고 해서 명상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 책의 일부분 내가 크게 공감하며 느꼈던 부분을 두어 문장 인용한다.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는 지금 여기 이 삶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이 시간에 이 모습으로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 각인되어 있는 수많은 인상을 지워내는 것이 명상의 첫 번째 관문이며, 저절로 떠오르는 끝없는 생각을 소멸하는 것이 두 번째 관문입니다."

지금 보면 단순히 명상을 왜 하며, 어떤 점을 유념해 시작하라는 충고일 뿐이다. 책을 읽던 순간의 공감과 감동을 지금 부족한 글 실력으로 되살리기는 어렵다.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명상을 하려는 분에게는 주옥 같은 글이 잔뜩 실려 있다.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는 갈등과 고통으로 얼룩져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어떻게 우리 삶의 터전인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연하고, 구글에서 정신 건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신뢰받는 불교 철학자 팀 데스몬드는 우리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기 성장, 연결,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저자의 명상수련은 자신의 삶을 넘어 다른 이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 등을 통해 삶의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변화된 마음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저자인 팀 데스몬드는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났다.

일상에서 수행되는 그의 마음챙김은 자신의 삶을 넘어 세상 곳곳에서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생산성이나 수면 때문에 마음챙김 수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종교나 철학, 가상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로 지금 여기의 고통과 슬픔, 외로움,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챙김만이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때로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을 위한 진정한 해독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단한 수련과 연구를 통해 데스몬드가 얻은 깨달음이다.

명상 스승인 틱낫한 스님에게 배우고 공부해온 여정을 담아낸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우리에게 자기 연민, 감사, 희망으로 인생의 많은 폭풍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누구와 비교해도 거칠고 힘겨웠다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냉담한 여자친구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맛보아야 했던 절망감, 명상에 관한 책을 쓰는 동안에도 암과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과 마음의 흔들림 등, 팀 데스몬드는 과거의 경험은 물론이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고통이 일순간의 깨달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련법을 상황별로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고통을 없앨 수는 없지만 고통에 압도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어떤 조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준다.





심리상담가이자 명상 수련자인 저자는 상담 사례와 자신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실제 상황을 예시하며,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문득문득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기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지난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괴로움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선택은 최선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 생각이 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함으로써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인도한다.

명상 수련을 통해 자신이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 발견하기, 불행을 다루는 기술, 오래된 고통 치유하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명상가이자 심리상담가인 동시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기획한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저자는, 세상의 번거로운 일들과 등지고 오로지 자기만족의 세계에 좀비처럼 머무르게 하는 도구로써의 마음챙김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명상 수련을 추구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내 고통의 근원에 있는 욕구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듯이 타인의 고통 역시 나와 같은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불안과 괴로움 등에 대처하는 명상수련법을 제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수련을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저항과 의식의 방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놓아두고 바라보거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명상 수련은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명상 중 일어나는 괴로운 감정이 너무 강하면 어떡하나?”

“‘이 수련은 도움이 안 돼. 난 이런 데 정말 소질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하나.” “생각이 이어지며 멈추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등과 같이, 명상수련을 하는 중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딴생각’이나 명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목소리’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사안별로 세밀하게 알려주며, 각 개인의 기질별로 선택할 수 있는 명상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명상을 실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데스몬드는 우리 삶에서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져야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한 어리석은 행동들이 우리가 멍청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자신에게 있는 싫은 점들이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것이며,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전환의 순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자신의 아름다움 발견하는 것이고, 치유는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기억과 자책으로 인한 절망감, 어지러운 생각의 폭풍우를 고요하게 잠재우고 아름다운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질 때까지 행복을 미룬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으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에너지도 얻지 못한다.

- p.27





인간은 항상 생명을 유지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대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불완전한 모형을 근거로 최선을 다한다.’

- p.76

우리는 모두 남들이 어떤 보답을 바라서 혹은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서 우리의 청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나에게 흔쾌히 베풀게 만드는 비결은 나 자신의 욕구와 더불어 그들의 욕구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94

우리는 심지어 어떤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난 후에도 그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 오늘은 끔찍해 보이는 일이 내일 일어날 멋진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엿 같은 경험이 미래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생각나지 않을 때, 나는 고통이 그 자체로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고통은 연민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이다.

- p.128





우리는 모두 과거 세대로부터 전달받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서 있는데, 이 공장의 노동자로서 우리는 각자 두 가지 임무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전해진 아름다운 것을 모두 음미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과거 세대의 고통을 전환하는 일이다.

- p.144

치유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상처 준 일에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일에도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도 않고, 우리가 그 일을 잊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 대신 치유는 우리를 현재로 데려다준다.

- p.160

우리 자신의 추한 부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이게 바로 우리가 느끼기에 나쁜 것이든, 어리석은 것이든, 비이성적인 것이든, 결함이 있는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수련이다.

- p.182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한 나의 이야기에 집착할 때 이는 내가 그 사람의 실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착한다는 것은 내 모형이 실제와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 내 모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는 뜻이다. 에잇, 빌어먹을 실제 같으니.

- p.198

마음챙김, 연민, 감사를 비롯해 모든 수련의 요점은 더욱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수련은 온전히 인간다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이는 인간이 경험하는 전체 범위의 것들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하는 감정 표현을 좁은 대역으로 제한하려는 것과는 상반된다.

- p.224




저자 : 팀 데스몬드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의 저명한 연구원으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기연민에 뿌리를 둔 전문 심리학(PROFESSIONAL PSYCHOLOGY)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거친 후 대학에 들어가 책으로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나서 직접 플럼 빌리지로 가서 수련하고 공부했다. 2011년 빈부 격차의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뉴욕에서 일어났던 시위인‘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의 공동 조직자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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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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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심지어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한목소리다.

역사소설은 우선 작가의 역사관이 올바르게 서 있어야 하고, 문헌이나 역사 연구자들의 고증이 필요할 때도 많다.

소설이나 극적 전개, 구성 등이 필요한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가 불가피한데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해서는 사실감과 현실감을 잃기 쉽다.

또 자칫 잘못 쓰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론 학교 역사 교육도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역사소설은 작품을 써서 탈고하기까지 오래 걸리고 엄청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정사(正史)에 기초해 소설을 쓰는 한계점에 쉽게 노출된다.

사실을 왜곡한다면 문학계뿐만 아니라 역사학계로부터 엄청난 비판에도 맞닥뜨린다.

작가들은 정론으로 평가받는 사관(史官)이 쓴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등을 기초로 한다.

문제는 정론이 사실을 왜곡하면 어떻게 되느냐다.

소설의 기초가 되는 사기나 실록이 올바르지 않고 왜곡돼 쓰였다는 가정은 소설을 쓰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김의 나라》의 작가 이상훈의 시도는 그래서 과감하다. 어찌보면 사관의 심정으로 소설을 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고려의 《삼국사기》에 의해 왜곡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가리워진 신(新)-신라(新羅)-금(金)-청(靑)으로 이어지는 ‘김의 나라’의 역사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이상훈 작가의 장편소설 《김의 나라》는 우리가 국사 수업 시간에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의 미스터리한 역사적 발자취를 파고든다.

숭자인 고려 입장에서 편찬한 역사서 《삼국사기》는 그가 신라 패망 후 돌연 상복(마의)을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고 서술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원도 인제를 중심으로 신라부흥세력을 규합했던 마의태자 김일의 흔적과 역사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가 더 넓은 북방의 땅으로 건너가 발해를 일구었던 우리 조상의 후예들을 만나고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다졌다는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추리를 완성해낸다. 이를 소설 속의 인물(진국, 주인공, 다큐멘터리 PD)을 통해 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 《직지》와 비슷한 창작법이다.

주인공은 인제의 한계산성과 경주의 문무왕릉비 하단석 등 숨길 수 없는 유물·유적은 물론 중국의 《금사(金史)》와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가 남긴 《해동비고(海東碑攷)》 등의 오랜 기록을 바탕으로 한 고증과 합리적 추론은 미스터리한 소설 전개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진국은 우리 역사 속에서 애잔한 모습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마의태자의 흔적을 찾아 10여 년 전부터 골몰해온 다큐멘터리 PD다. 여러 사학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역사적 고증이 어려워 번번이 방송 제작에 난항을 겪던 그는 오랜만에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다가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의 성씨가 ‘애신각라(愛新覺羅)’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중국 청나라 황제의 후손들이 지금까지도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한다’는 의미를 가진 애신각라를 성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진국은 베이징 특파원으로 나가 있던 선배 명대의 도움을 받고, 국내 역사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는 차경일 박사의 조언에 귀 기울이면서 역사학자들도 풀지 못한 거대한 미스터리의 본질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소설 《김의 나라》에서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은 고려에 쉽게 굴복했던 아버지 경순왕과 달리 신라의 부흥을 주도하며 강원도 인제에서 힘을 키워 나갔다. 한계산성까지 쌓으면서 세력을 다졌지만 결국 고려의 군사력에 의해 고립되고 말았던 마의태자 일행은 사랑하는 연인이자 고려 왕건의 맏딸인 낙랑공주의 헌신으로 북방의 땅으로 이주하기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김일과 낙랑공주의 아들 함보가 성장해 아버지의 소원대로 복간수(지금의 하얼빈)를 중심으로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해 나간다. 그것이 훗날 금나라를 이루는 시초가 되며 ‘김의 나라’의 출발점이다.

마의태자 김일은 아들 함보에게 김씨의 상징인 작은 금인 동상을 전하는데, 동상 뒷면에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한다’는 의미로 한자 ‘애신각라(愛新覺羅)’를 적어 넣었다. 진국은 마침내 21세기까지 청나라 황제 후손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금인 동상의 행방을 찾아내지만, ‘동북공정’을 지휘하는 중국사회과학원 감찰국에 의해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만일 우리가 해방되지 못하고 일제의 식민지로 남았다면 일제시대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라를 강제 합병한 고려는 마의태자를 중심으로 한 신라부흥운동을 역사의 기록에서 완전히 없애버렸다.

고려 입장에서 편찬한 《삼국사기》에서는 마의태자의 모습을 나약하게 그리며 ‘삼베옷을 입고 금강산에 들어가서 풀과 들 꿀을 먹고 살았다’고 적었다.

마의태자의 신라부흥운동에 대한 기록은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글자는 조작할 수 있지만, 역사적 흔적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다.”





《김의 나라》는 신라의 서라벌과 화랑을 호령하던 마지막 태자 김일이 아버지 경순왕의 처세와 달리 고려에 끝까지 맞서며 투쟁했던 모습을 시작으로 낙랑공주와 함께 북방의 초원에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대제국을 건설해 나가며 꿈을 이루어내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추리는 우리 선조가 북방의 땅에서 발해의 유민들과 조우하고 여진족과 합심해 금나라를 구축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며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더불어 마의태자가 원수의 딸 낙랑공주와 나누는 애절한 사랑, 전투와 전쟁이 거듭되는 순간마다 드러나는 군신 간의 깊은 의리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PD 진국이 호기심 어린 방송 제작을 넘어 민족적 사명감에 눈뜨며 거대한 역사 미스터리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모습도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이상훈 작가는 전작 《한복 입은 남자》에서도 역사의 미궁에 빠진 장영실을 유럽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천재 과학자로 복권시킨 바 있고, 《제명 공주》를 통해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백제의 제명 공주 이야기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와 함께 풀어냈다.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보탠 저자의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이 신작 《김의 나라》를 통해 완결되는 셈이다.

《삼국사기》에 묘사된 마의태자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역사적 기록만이 진실이 아니듯 기록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진실을 찾아내고 싶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이다. 고려의 입장에서는 신라의 부흥운동을 《삼국사기》에 남기기가 당연히 싫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삼국사기》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적인 실체를 밝히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신라는 무능하게 그냥 항복한 것이 아니라, 마의태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부흥운동을 펼쳤다. 기록으로는 남겨지지 않았지만, 유물과 유적으로 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삼국사기》에 나와 있는 기록의 행간을 찾아내기 위해 수백 번 《삼국사기》 경순왕 편을 읽었다.

- pp. 4~5 ‘작가의 말’ 중에서





태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저 끝없는 대륙을 사랑해라. 우리 조상들이 뛰놀던 저 대륙을 미련이 없을 정도로 뛰놀아라. 그래서 우리 후손이 대륙의 주인이 되어서 남의 눈치 보지 않도록 네가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아비는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 아비는 조상의 꿈을 자랑스러운 너에게 맡기고 떠나도 안심이 되어 행복하다. 너의 어머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네가 태어나줘서 고마웠다. 어머니에게 잘 해줘라. 내 몫까지 해주기 바란다.”

태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누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사람이다. 너의 어머님을 보아라.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있기에, 오늘의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야. 백 살까지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그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좋은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명분을 가지고 민심을 얻었다. 민심이 곧 역사이다.역사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길을 닦았으니까 너는 이 길을 타고 우리 조상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정의와 명분이 모든 것을 이긴다. 순간의 안락을 위해 명분을 버리지 마라. 죽으면서 후회할 것이다. 이 아비는 지금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내가 사랑하는 낙랑이 옆에 있고, 나의 일을 이어줄 듬직한 아들이 있는데,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옆에서 듣고 있는 낙랑은 미소를 머금은 눈물이 구슬처럼 떨어졌다. 태자는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한순간의 안정을 위해 이상과 꿈을 잃지 마라. 편안하게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 금인을 쳐다보아라. 나는 평생의 꿈을 이 금인에 네 글자로 새겨넣었다. 그것이 애신각라이다. 신라를 사랑하고 항상 신라를 생각해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유언이다.”

함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 pp. 264-265

영린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김륭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순간 창백한 얼굴로 복잡한 기계들을 매단 채 누워 있는 그의 모습에 진국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역사의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 그 명분을 찾기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도 되는지, 나아가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의 관계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지.

펜을 쥔 진국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p. 328





이상훈

시청률의 황제로 한국 방송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동엽과 강호동 등 정상의 예능인들이 뽑은 최고의 멘토,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에서도 히트작을 쏟아내고 있는 마이다스의 손. 항상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 잡은 그가 드디어 꿈꾸어 오던 역사 미스터리 3부작 프로젝트를 완결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은 그의 뚝심과 집념이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역사의 미궁에 빠진 장영실을 유럽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천재 과학자로 복권시킨 역작 『한복 입은 남자』와 백제의 공주로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제명 공주와 의자왕의 사랑 그리고 ‘백제 멸망’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를 담은 『제명 공주』에 이어 그의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이 『김의 나라』를 통해 완결된다.

경남 밀양 출생으로 마산고와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KBS 공채 14기 PD로 입사해 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SBS 개국 멤버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을 기획, 연출했다. 동아일보 채널A 제작본부장으로 채널A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트렌드를 포착하는 앞선 기획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한국방송대상과 한국방송 프로듀서상, 방송 기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돈텔파파』, 『마파도2』, 뮤지컬 『문나이트』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 마이다스 손의 명성을 영화계와 뮤지컬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향 생각』,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유머로 시작하라』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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