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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
존 셀라스 지음, 송민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6월
평점 :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의 직접적 위험도 아직 남아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마저 들 정도다.
2월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불과 5개월도 안 된 시점이지만 사망자 수는 물론 확산 위험이 더 커진 듯하다. 방역 당국도 무척 조심스러운 예측을 할 수밖에 없어 강도 낮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개인 방역을 연일 당부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파력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고, 선진 외국이라는 미국과 서유럽에서 수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아직도 국경폐쇄 등의 불접촉 방역에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더욱 그렇다. 언제든 쉽게 옮겨다닐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겹치고 일부 안전 불감증 환자(?)들의 성급한 '나는 괜찮겠지' 하는 의식도 감염 차단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의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급증하는 것 같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는 치료제와 백신이겠지만 아직 개발되기 전에는 이른바 '자가면역'이 최선일 듯하다.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자연히 가족 갈등도 심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공포로 해방될 때까지 짧지 않은 시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나도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때까지 어떻게 견뎌야 할까.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권장할 만한 책이다. 요즘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철학이나 심리학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불안, 좌절, 공포, 실망, 분노 등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이 과연 왜 생기는지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상황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건 다 당신 안에 있다. 좋은 삶에 굳이 대단한 장비가 필요치 않다. 가능한한 자기 자신을 믿고 내면에서 모든 기쁨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결국은 철학 속에서 답을 찾고, 철학적 사고들이 현실에서 답을 찾기 쉬운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내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감정이라는 것이 왜 생겨나는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할 것인지, 얼마나 통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자신에게 닥친 삶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 깊은 생각을 해야겠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 존 셀라스에 따르면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은 이러한 스토아철학에서 많은 현대인이 고민하는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핵심만 골라 풀어냈다. 역경에 대처하는 방법,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 타인과 관계를 잘 맺는 법, 인간으로서 바르게 사는 법 등 100여 쪽 안에 짧고 쉽게 풀어낸 삶의 기술은 왜 스토아철학이 우리 시대의 철학으로 손색이 없는지 훌륭하게 보여준다. 불안 속에서 삶을 지키려고 분투한 스토아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 세계 명사들이 삶의 방향을 되찾은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에서 인생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실패는 삶의 단단한 초석이 됩니다. 실패를 겪고 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의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이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도 추구했던 이 '실패의 미덕'은 2500년 전 고대 철학자들, 특히 스토아 철학자들이 지향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스토아철학은 오늘날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는 고대 로마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죽음은 인생 최고의 발명품,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라는 말을 남겨 큰 울림을 전했는데, 이 또한 스토아 철학자들의 성찰과 일맥상통하다. 이밖에 〈토르〉의 로키를 연기한 톰 히들스턴,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인간 본성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 등이 모두 스토아철학에 의지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수업』은 세 명의 스토아 철학자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노예 출신이었지만 그리스에 철학 학교를 세운 뒤 황제를 비롯한 명망 높은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진 에픽테토스, 유배 생활과 아버지의 죽음, 황제의 시기와 질투 같은 역경을 겪었지만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관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누렸던 세네카, 마지막으로 아주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지만 로마 제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시대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황제 아우렐리우스이다.
우리는 이 스토아 철학자 세 명의 이야기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역경을 대처하는 방법,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 좋은 관계를 맺는 법, 인간으로서 바르게 사는 법 등은 모두 오늘날에도 유효한 잘 사는 방법이다.
특히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불안, 좌절, 공포, 실망, 분노와 대체로 불쾌함을 자아내는 모든 정신적 괴로움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시 시작할 수도 마음대로 끝낼 수도 없는, 정말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초연하게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다.
철학자의 처방을 따르면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그 지식에 비추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권했듯, 신념과 판단력, 가치관 같은 우리 영혼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이를 향한 첫걸음이죠.
-「Ⅰ. 영혼을 돌보는 의사, 철학자」중에서
우리는 마음속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기억할지 선택할 수도 없고, 감정을 껐다 켰다 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판단, 즉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표현하는 것만큼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Ⅱ. 당신의 판단이 당신을 결정짓는다」중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려 분투할 수 있지만 결과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만약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데 행복을 결부한다면 더 많이 좌절할 것이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데 목표를 둔다면 그 무엇도 우리의 행복을 방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Ⅱ. 당신의 판단이 당신을 결정짓는다」중에서
현대 영어에서 스토아주의자(stoic)라는 단어는 냉정하고 무감각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이는 대개 부정적인 특성으로 받아들여져요. 하지만 요즘처럼 감정이라는 것이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때라면 이 단어는 다르게 들립니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차단하라고 권한 것은 사랑, 연민, 호감, 공감 등 세상에 많은 가능성을 주는 감정들이 아니었거든요. 분노, 원한, 초조함 등 주로 매력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들이었지요.
-「Ⅲ. 부정적인 감정에 가속도를 붙이지 마라」중에서
크리시포스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너무 빨리 달리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다가 가속도가 붙으면 쉽게 멈출 수 없고, 이때부터는 움직임을 제어하기 힘듭니다.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도 이와 매우 비슷합니다. 원하지 않는 감정을 마음대로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가속도가 붙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Ⅲ. 부정적인 감정에 가속도를 붙이지 마라」중에서
세네카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 힘을 키울 수 있지만 약한 상대를 만나면 자신의 기량을 잃게 되는 레슬링 선수에 삶을 비유했죠. 레슬링 선수는 진정한 적수와 맞붙을 때만 실력을 증명할 수 있으며, 힘든 경기는 선수의 실력을 더 키워주는 훈련이 됩니다.
삶의 역경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역경은 우리가 미덕을 드러낼 기회를 제공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그 미덕들을 훈련시키죠. 만약 우리가 이 점을 알고 있다면, 역경이 닥쳤을 때 기꺼이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Ⅳ. 불행을 마주하는 최고의 방법 ‘사전 준비’」중에서
과도한 행운은 사실 우리에게 좋지 않습니다. 어떤 시련도 겪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까요?
모든 일이 늘 잘 풀린다면 인내와 용기, 회복력 등의 미덕들을 도대체 어떻게 발전시킬까요?
세네카는 우리를 게으르고 현실에 안주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만드는 끝없는 사치와 부보다
더 끔찍한 운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불운이라고 했죠!
-「Ⅳ.불행을 마주하는 최고의 방법 ‘사전 준비’」중에서
스토아 철학자에게 운명을 생각하는 것은 역경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불쾌한 일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는 일어나야만 헀음을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어떤 일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깨닫고 나면, 무의미한 탄식은 더 큰 괴로움만 낳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Ⅴ. 역경은 운명의 신이 엮어주는 기회」중에서
죽음이 반드시 다가온다는 잔인한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시간의 상당 부분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이 앞으로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도 전혀 모릅니다. 사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죠.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 날일지도 모릅니다. 몇 주, 몇 달, 몇 년이 남았을 수도 있겠지만, 유일한 진실은 우리 중 누구도 그날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Ⅵ. 죽음을 기억해야 오늘이 빛난다」중에서
세네카는 모든 계획과 꿈을 은퇴할 때까지 미뤄두는 사람을 비웃었습니다. 당신은 그때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정말 확신합니까? 그렇다면 오랫동안 미뤄둔 일을 거뜬히 해낼 만큼 미래에도 건강하리라 확신합니까? 모든 게 잘 풀리다손 치더라도, 왜 당신 인생의 대부분이 지나버릴 때까지 삶을 사는 것을 미루려고 하나요?
-「Ⅵ. 죽음을 기억해야 오늘이 빛난다」중에서
당신이 새로이 긍정적인 습관을 익히려고 한다면 벗어나고 싶은 것을 지닌 사람과는 교제를 피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릅니다. 그 대신 가치관이 같거나 존경할 만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과 어울려보세요. 고대 철학자들이 학교로 모여들곤 했던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Ⅶ.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옆 사람부터 돌아봐라」중에서
저자 : 존 셀라스
로열홀러웨이런던대학교 철학과 교수. 킹스칼리지런던대학교의 객원연구원이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고대 해설가 그룹에 소속해 있다. 또 옥스퍼드대학교 울프슨컬리지의 일원으로서 인재양성프로그램(Junior Research Fellowship)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삶의 예술: 자연과 철학의 기능에 관한 스토아주의 The Art of Living: The Stoics on the Nature and Function of Philosophy》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Hellenistic Philosophy》 등이 있다.
존 셀라스는 ‘모던스토아주의(Modern Stoicism)’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모던 스토아주의에서 주관하는 ‘일주일 동안 스토아주의자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만 명이 참여했으며 참여자들의 행복도는 매우 높아 BBC 라디오를 포함한 수많은 매체에서 소개됐다. 또한 매년 현대인의 삶에 스토아주의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강연하고 토론하는 스토이콘(Stoicon)도 열고 있는데, 존 셀라스는 이 자리에서 라이언 홀리데이, 줄스 에번스, 윌리엄 B. 어빈 등과 함께 스토아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