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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평점 :
독자는 철학에 대해 문외한임을 먼저 고백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동서양 철학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름마저 잘 모른다. 대학도 철학과는 무관한 전공이어서 철학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책도 별로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철학 관련 책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정독을 해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그랬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니던 회사도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신경 쓰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팬데믹 상황이 오래 가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먹고 원하는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기는 꽤 오래 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코로나는 독자가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음을 아울러 고백한다.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두 권이 아니라 출판사에 열풍이라도 인 것처럼 많은 저작물이 나와 있었다. 니체의 번역 도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이 니체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도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나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니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확인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간 삶의 큰 위기에 닥쳤을 때 상당히 유효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니체 열풍'은 2년 여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이름의 철학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일력)에 나온 아포리즘의 원저자인 쇼펜하우어다. 기왕 철학을 읽은 김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보고 싶었다. 쇼펜하우어 역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름만 익혔을 뿐이다. 다만 하나 더 기억에 남았던 일은 당시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말씀이었겠지만 '염세주의자'로 설명했다. 이에 덧붙이면서 염세주의자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한참 꿈을 펼칠 나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염세'와 '자살'이란 단어는 독자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들먹이지 않은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는 아마도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이 늘 놓여 있다. 독자는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국내에서 부상된 이유에는 관심이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에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서 그의 철학을 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니체의 영향이엇던 것 같다. 독자가 읽은 니체의 책에는 실제로 쇼펜하우어에 관해 기술했다. '니체의 스승'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 스승은 아니었지만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고 쓰여 있었다. 쇼펜하우어에 관심이 생기자 시판된 책 중의 한 권을 구입해 읽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이었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 단지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세상이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하며, 인간의 행복은 그 고통과 불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지, 행복으로 충만한 파라다이스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엮은이(編者) 강현규는 〈엮은이의 말〉을 통해 쇼펜하우어에 대해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우선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볼 때 그(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런 생각은 1851년 출간된 이 책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그는 이 책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이 책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자는 또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은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 칼럼 제목을 새로 달았다고 밝힌다.
이 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전 세계 지성의 정신적 스승이라 할 만한 쇼펜하우어의 열풍이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 힘입어 늘 책상 위에 놓고 하루 한마디씩 되뇌이고 그의 철학과 사상에 접근하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 철학자뿐 아니라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헤르만 헤세, 버나드 쇼 등 당대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쇼펜하우어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았으며, 자신의 학문적 뿌리로 여겼다. 수많은 천재들이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그의 지성에 빚을 졌다’라고 고백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그의 어록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그의 냉소적이고 직관적인 메시지가 현대인들의 빠듯하고 숨찬 일상에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망상과 욕망, 관계가 주는 피곤함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진심 어린 조언의 힘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은 지금도 쇼펜하우어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의 글을 찾는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생생한 어록을 담은 만년 일력이다. 기존에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어록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일력은 그의 저작 전편에서 골고루 발췌했다는 점이다. 흔히 인용되는『인생론』, 『행복론』, 『잠언집』뿐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 전체 작품에서 365개의 아포리즘을 가져왔고, 월별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배열했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던 쇼펜하우어의 숨은 문장과 폐부를 찌르는 인생 조언들을 이번 일력에서 풍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력에 실린 모든 아포리즘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로 번역된 쇼펜하우어 작품에서 직접 발췌했으며, 한글 번역문과 영어 원문을 함께 실었다. 쇼펜하우어의 글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변형되고 왜곡되었음을 고려할 때,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의해 엄정하게 번역된 영어 원서 문장에서 정확히 따왔다는 사실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출판사 측은 강조한다.
쇼펜하우어는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나아가 힌두어까지 통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는 동서양의 여러 고전을 두루 탐독하며 자신의 사유를 창조한 인물이라고 한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여기에 기반하여, 쇼펜하우어가 사랑하고 즐겨 인용한 원어 문장의 경우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힌두어에 이르기까지 원어를 그대로 수록해 느낌을 살렸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또 QR코드를 함께 실어 독자들이 원어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일력의 새로운 달이 시작할 때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를 실었으며, 그가 칭송해 마지않던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매 페이지를 꾸며 독자들의 눈을 사롭잡기도 한다. 당대의 그가 느꼈을 예술적 감흥을 지금의 독자 역시 고스란히 경험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출판사 측은 이 일력을 내 책상 위에 차려진 ‘쇼펜하우어 인생 상담소’라고 비유적으로표현한다. 매일 맞닥뜨리는 고민과 갈등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쇼펜하우어로부터 하루 한 문장의 조언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기 때문이란다. 이 일력을 일일 교사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세상과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는 법, 성공과 부를 향해 달려가는 지친 영혼을 달래는 법 등 쇼펜하우어 특유의 현실적이며 통렬한 카운슬링이 역설적 위로를 준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 담긴 많은 아포리즘을 통해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한다.
먼저 매월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는 우선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거부감이 전혀 없는 풍경화라는 것에 선택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 책은 매월 가장 앞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그의 그림을 찾아 더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매달 그림과 함께 적어놓은 제목과 독자들에 대한 위로와 용기를 더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1월 〈인생 플랜(Plan of Life)〉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도 다 괜찮아」, 2월 〈지혜로운 삶(Wisdom of Life)〉 「세상은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3월 〈삶의 의미(Meaning of Life)〉 「산다는 건 원래 고단하고 비참한 것」, 4월 〈고통과 상처(Wound and Suffering)〉 「당신만 힘들고, 희생한다고 생각될 때」, 5월 〈인간관계(Human Relations)〉 「왜 사람이랑 부대끼는 게 이토록 힘든가?」, 6월 〈삶의 태도(Life’ Attitude)〉 「어떤 인생을 살기 위해 애써야 옳을까?」, 7월 〈마음 돌보기(Caring for the Mind)〉 「감정이 널을 뛰고 시시각각 흔들릴 때」, 8월 〈일과 휴식(Work and Relax)〉 「그대 영혼이 마르지 않도록 잘 다독이기를」, 9월 〈삶의 결실(Fruit of Life)〉 「어느 정도 부와 명예가 있어야 행복해지나?」, 10월 〈홀로서기(Stand Alone)〉 「고독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지향」, 11월 〈멋지게 살기(Fruitful Life)〉 「인간답고 지적이며 예술적으로 사는 길」, 12월 〈사랑과 평화(Love and Peace)〉 「온화한 사랑과 평온이 잔잔히 흐르는 삶」.
9월 10일 오늘 날짜를 펼쳐본다.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라." 설명이 뒤따른다. 쾌락, 명예, 부, 과학, 예술, 미덕··· 무엇이든 인생에서 확실히 추구하려면 진지하고 확실하게 밀어붙여라. 그것 외의 많은 걸 단념해야 비로소 성공이 따라온다. 영문 표기도 있다. In life in which some definite pursuite, whether it bepleasure, honour, wealth, science, art, or virtue, can only be followed with seriousness and success when all claims that are foreign to it are given up, when everything else is renounced.
“스스로 자긍심과 보람을 갖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라.”
관직, 돈, 혜택과 갈채에 현혹되지 마라. 호라티우스는 친구 마이케나스에게 편지를 썼다.
“넥 솜눔 플레비스 라우도, 사툴 알틸리움, 넥 오티아 디피티스 아라붐 리베리마 무토, 소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천박한 자의 처소를 부러워 않고, 아랍의 부 전부를 준다고 해도 내 안락과 자유와는 바꾸지 않으리!”
He will not be misled by expectations of office, money, the favor and applause of his fellowmen, into surrendering himself; he will follow the advice that Horace gives to Maecenas “Nec somnum plebis laudo, satur altilium, nec Otia divitiis Arabum liberrima muto."(12월 31일)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편역 : 에이미 리
30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대형 출판사 편집 주간과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다. 번역에 감각이 있어 틈틈이 영어 번역자로도 활동했다. 이번 쇼펜하우어 일력 집필을 위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올라와 있는 쇼펜하우어의 영어 작품을 모두 살펴보았고, 이를 계기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독자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