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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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에 대해 문외한임을 먼저 고백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동서양 철학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름마저 잘 모른다. 대학도 철학과는 무관한 전공이어서 철학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책도 별로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철학 관련 책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정독을 해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그랬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니던 회사도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신경 쓰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팬데믹 상황이 오래 가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먹고 원하는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기는 꽤 오래 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코로나는 독자가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음을 아울러 고백한다.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두 권이 아니라 출판사에 열풍이라도 인 것처럼 많은 저작물이 나와 있었다. 니체의 번역 도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이 니체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도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나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니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확인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간 삶의 큰 위기에 닥쳤을 때 상당히 유효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니체 열풍'은 2년 여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이름의 철학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일력)에 나온 아포리즘의 원저자인 쇼펜하우어다. 기왕 철학을 읽은 김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보고 싶었다. 쇼펜하우어 역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름만 익혔을 뿐이다. 다만 하나 더 기억에 남았던 일은 당시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말씀이었겠지만 '염세주의자'로 설명했다. 이에 덧붙이면서 염세주의자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한참 꿈을 펼칠 나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염세'와 '자살'이란 단어는 독자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들먹이지 않은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는 아마도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이 늘 놓여 있다. 독자는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국내에서 부상된 이유에는 관심이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에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서 그의 철학을 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니체의 영향이엇던 것 같다. 독자가 읽은 니체의 책에는 실제로 쇼펜하우어에 관해 기술했다. '니체의 스승'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 스승은 아니었지만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고 쓰여 있었다. 쇼펜하우어에 관심이 생기자 시판된 책 중의 한 권을 구입해 읽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이었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 단지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세상이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하며, 인간의 행복은 그 고통과 불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지, 행복으로 충만한 파라다이스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엮은이(編者) 강현규는 〈엮은이의 말〉을 통해 쇼펜하우어에 대해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우선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볼 때 그(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런 생각은 1851년 출간된 이 책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그는 이 책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이 책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자는 또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은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 칼럼 제목을 새로 달았다고 밝힌다.



이 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전 세계 지성의 정신적 스승이라 할 만한 쇼펜하우어의 열풍이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 힘입어 늘 책상 위에 놓고 하루 한마디씩 되뇌이고 그의 철학과 사상에 접근하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 철학자뿐 아니라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헤르만 헤세, 버나드 쇼 등 당대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쇼펜하우어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았으며, 자신의 학문적 뿌리로 여겼다. 수많은 천재들이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그의 지성에 빚을 졌다’라고 고백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그의 어록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그의 냉소적이고 직관적인 메시지가 현대인들의 빠듯하고 숨찬 일상에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망상과 욕망, 관계가 주는 피곤함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진심 어린 조언의 힘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은 지금도 쇼펜하우어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의 글을 찾는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생생한 어록을 담은 만년 일력이다. 기존에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어록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일력은 그의 저작 전편에서 골고루 발췌했다는 점이다. 흔히 인용되는『인생론』, 『행복론』, 『잠언집』뿐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 전체 작품에서 365개의 아포리즘을 가져왔고, 월별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배열했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던 쇼펜하우어의 숨은 문장과 폐부를 찌르는 인생 조언들을 이번 일력에서 풍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력에 실린 모든 아포리즘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로 번역된 쇼펜하우어 작품에서 직접 발췌했으며, 한글 번역문과 영어 원문을 함께 실었다. 쇼펜하우어의 글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변형되고 왜곡되었음을 고려할 때,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의해 엄정하게 번역된 영어 원서 문장에서 정확히 따왔다는 사실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출판사 측은 강조한다.



쇼펜하우어는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나아가 힌두어까지 통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는 동서양의 여러 고전을 두루 탐독하며 자신의 사유를 창조한 인물이라고 한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여기에 기반하여, 쇼펜하우어가 사랑하고 즐겨 인용한 원어 문장의 경우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힌두어에 이르기까지 원어를 그대로 수록해 느낌을 살렸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또 QR코드를 함께 실어 독자들이 원어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일력의 새로운 달이 시작할 때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를 실었으며, 그가 칭송해 마지않던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매 페이지를 꾸며 독자들의 눈을 사롭잡기도 한다. 당대의 그가 느꼈을 예술적 감흥을 지금의 독자 역시 고스란히 경험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출판사 측은 이 일력을 내 책상 위에 차려진 ‘쇼펜하우어 인생 상담소’라고 비유적으로표현한다. 매일 맞닥뜨리는 고민과 갈등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쇼펜하우어로부터 하루 한 문장의 조언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기 때문이란다. 이 일력을 일일 교사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세상과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는 법, 성공과 부를 향해 달려가는 지친 영혼을 달래는 법 등 쇼펜하우어 특유의 현실적이며 통렬한 카운슬링이 역설적 위로를 준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 담긴 많은 아포리즘을 통해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한다.



먼저 매월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는 우선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거부감이 전혀 없는 풍경화라는 것에 선택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 책은 매월 가장 앞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그의 그림을 찾아 더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매달 그림과 함께 적어놓은 제목과 독자들에 대한 위로와 용기를 더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1월 〈인생 플랜(Plan of Life)〉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도 다 괜찮아」, 2월 〈지혜로운 삶(Wisdom of Life)〉 「세상은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3월 〈삶의 의미(Meaning of Life)〉 「산다는 건 원래 고단하고 비참한 것」, 4월 〈고통과 상처(Wound and Suffering)〉 「당신만 힘들고, 희생한다고 생각될 때」, 5월 〈인간관계(Human Relations)〉 「왜 사람이랑 부대끼는 게 이토록 힘든가?」, 6월 〈삶의 태도(Life’ Attitude)〉 「어떤 인생을 살기 위해 애써야 옳을까?」, 7월 〈마음 돌보기(Caring for the Mind)〉 「감정이 널을 뛰고 시시각각 흔들릴 때」, 8월 〈일과 휴식(Work and Relax)〉 「그대 영혼이 마르지 않도록 잘 다독이기를」, 9월 〈삶의 결실(Fruit of Life)〉 「어느 정도 부와 명예가 있어야 행복해지나?」, 10월 〈홀로서기(Stand Alone)〉 「고독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지향」, 11월 〈멋지게 살기(Fruitful Life)〉 「인간답고 지적이며 예술적으로 사는 길」, 12월 〈사랑과 평화(Love and Peace)〉 「온화한 사랑과 평온이 잔잔히 흐르는 삶」.

9월 10일 오늘 날짜를 펼쳐본다.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라." 설명이 뒤따른다. 쾌락, 명예, 부, 과학, 예술, 미덕··· 무엇이든 인생에서 확실히 추구하려면 진지하고 확실하게 밀어붙여라. 그것 외의 많은 걸 단념해야 비로소 성공이 따라온다. 영문 표기도 있다. In life in which some definite pursuite, whether it bepleasure, honour, wealth, science, art, or virtue, can only be followed with seriousness and success when all claims that are foreign to it are given up, when everything else is renounced.



“스스로 자긍심과 보람을 갖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라.”

관직, 돈, 혜택과 갈채에 현혹되지 마라. 호라티우스는 친구 마이케나스에게 편지를 썼다.

“넥 솜눔 플레비스 라우도, 사툴 알틸리움, 넥 오티아 디피티스 아라붐 리베리마 무토, 소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천박한 자의 처소를 부러워 않고, 아랍의 부 전부를 준다고 해도 내 안락과 자유와는 바꾸지 않으리!”

He will not be misled by expectations of office, money, the favor and applause of his fellowmen, into surrendering himself; he will follow the advice that Horace gives to Maecenas “Nec somnum plebis laudo, satur altilium, nec Otia divitiis Arabum liberrima muto."(12월 31일)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편역 : 에이미 리


30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대형 출판사 편집 주간과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다. 번역에 감각이 있어 틈틈이 영어 번역자로도 활동했다. 이번 쇼펜하우어 일력 집필을 위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올라와 있는 쇼펜하우어의 영어 작품을 모두 살펴보았고, 이를 계기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독자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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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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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저자 공지영의 '연애 소설'이라는 점에 독자는 방점을 찍었다. 공지영은 독자의 빈약한 소설 독서임에도 '여성주의 소설'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공지영은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등단이라 떠들썩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가다. 이어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다.

이후 그는 독자가 다 읽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데뷔 때의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작품 발표 때마다 뒤를 따랐기에 그의 소설 쓰기는 사회 운동, 여성 운동의 일환으로 독자에게는 인식됐다. 실제 그의 작품은 이번 소설을 읽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1963년 서울 태생으로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였고,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에 가담하다가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이후로 저자 공지영은 자신이 겪어온 사회 체험을 소재로 소설적 작업에 집중하면서 그 체험의 일부를 독자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1990년대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 『고등어』(1994), 『착한 여자』(1997), 『봉순이 언니』(1998) 등을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20~30대의 젊은이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을 감당하고 돌파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불평등을 폭로하기도 하고, 남녀의 성차별을 문제 삼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시대적 아픔들을 형상화함으로써,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여성 삶의 문제가 작품 중심에 놓여 계급운동의 시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다운 삶의 의미에 대해 천착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한동안 침묵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쓴 작품 중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교장과 교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이 완료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그 부당성을 고발함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출간한 바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는 독자가 유일하게 읽은 그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경북의 왜관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으로 이어졌다. 이 산문집도 작가의 발길을 이끈 것은 우연인 듯 운명처럼 찾아온 사건이었다고 한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쓰기 위해 왜관 수도원을 찾아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한국전쟁 당시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을 구조한 미국인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그리고 그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에서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 이르게 됐다. 그곳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이 마리너스 수사로서 여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한국의 왜관 수도원에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의 인수를 요청했다. 60여년 전 그가 이룬 기적이 저자로 하여금 『높고 푸른 사다리』를 낳게 했고, 저자는 이끌리듯 다시 수도원  안으로 들어섰다.

길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도원을 찾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작가가 수행과도 같은 떠남을 계속한 이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수도원 2』에서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서 만난 'K'의 한 마디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도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K에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하느님을 만나고 그 분의 뜨거운 사랑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들을 듣고 깊은 위로를 받은 K는 작가에게 묻는다. “공 작가님, 왜 이런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으세요?”라고.    

사실 2001년 출간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통해 저자는 신과 재회한 경험을 들려준 바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이름’을 부르짖었고 그분은 “나 여기 있다. 얘야, 난 단 한 번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다독임으로 응답하셨다. 그렇게 저자는 먼 길을 돌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의 존재와 사랑에 대한 의심은 길 위의 돌부리가 되어 발목을 붙잡았다. 그때마다 신은 저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말을 건넸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 순간들을 작가는 『수도원 2』에 기록해 놓았다.



이처럼 부조리한 사회와 어린이, 여성 등 약자 계층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듯 글을 쓰던 저자가 왜 신(神)에게 귀의하듯 수도원에 천착했을까? 『수도원 2』에서 그의 시선이 예전과 다름없음을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하게 해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집필을 시작했거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나처럼 힘든 사람도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믿고 꽉 붙들고 있다면 세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내적인 준비가 되어있는 거죠.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겨울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도록 준비할 수는 있잖아요.”라는 답변이다. 그는 신에 귀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문학을 되짚어 올라가다, 또 향후 소설의 지향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독자는 추정해본다. 

『~수도원 2』에서 저자는 우리의 아이들을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픈 시간들을 견디면서 ‘소피아 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순례에 함께 참가하며 저자와 인연을 맺게 된 소피아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맞았다. 그러나 비틀거리는 자신을 붙들어주시는 소피아에게 기대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의 딸에게 전하는 말을 빌려 위로를 건넨다.

“위녕,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엄마 낳을 때 엄청 난산이셨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죽을 뻔하셨대. 그런데 거꾸로 말이야, 아기였던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니. 편안한 자궁을 나와 좁은 산도 안에서 몇 시간을 고통스러웠을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래 고통을 겪고 태어나면 사람들이 기뻐하잖아. 난산의 시간을 생각하며 울지는 않잖아. 만일 하늘나라도 그렇게 가는 거라면 순산이 있고 난산이 있겠지. 그 친구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야.”(『~수도원 2』 p. 178)



이처럼 부조리와 사회적 폭력, 여성 인권 등에 천착하던 저자가 이번에 낸 소설은 전혀 장르가 다르다.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애 소설이다. 그것도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이 점이 저자의 지난 소설과 차이가 있어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자의 소설가들이 표제어에 맞는 작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원작소설'의 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에 우리의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작품을 쓰고 두 권을 토대로 영화(드라마)로 만드는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두 작품을 6부작 12회분 드라마로 만들었고 이미 촬영을 끝내고 오는 9월 27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 등 한일 양국의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판사 소담의 소개글에 따르면 각자의 길을 가던 두 인생이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한 점으로 겹쳐지는 순간을 우리는 기적이라 일컫는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공원 호숫가 옆에서 한국과 일본, 가깝지만 먼 나라의 두 남녀의 실이 겹쳐졌다. 서로에게서 본인이 지닌 외로움을 엿본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들었으나 결국 쌓인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만다. 헤어진 이후로는 결코 겹쳐질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실은 7년 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겹쳐졌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를 사랑했던 나 자신을 잊기 위해 홍은 칠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버둥 쳤다. 오직 그녀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준고는 그들의 상황과 당시의 감정, 갈등을 담은 소설을 썼다. 그렇게 칠 년 후, 그를 사랑했던 자신을 잊지 못한 홍과, 소설을 완성해 한국에 온 준고는 김포공항에서 출판사 직원과 작가로 우연히 재회한다. 헤어진 지 칠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잊지 못했다. 칠 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다르게 흘러갔으나 두 실이 한 점으로 겹친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한 곳을 향해 함께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을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을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봄에 만나 여름과 같이 뜨겁게 사랑했고, 가을처럼 시들어 헤어진 이후 기나긴 겨울이 찾아들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이 겨울이라 해도, 결국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찾아올 새봄을 맞이할 두 남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남녀 주인공은 최홍과 윤오가 각각 맡았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이다. 최홍(베니, 배우: 이세영)은 5년 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던 첫날, 준고와 마주쳤다.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준고와의 계속되는 우연은 홍을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사랑이 커져가는 만큼 쌓이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홍은 결국 이별을 고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완전히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어느 날, 우연히 준고를 다시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홍은 직감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준고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텐데"란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오키 준고(윤오, ?木潤吾,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역시 5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낯선 한국 여자는 준고를 운명 같은 사랑으로 이끌었다. 거듭되는 홍과의 인연은 준고의 평범했던 일상을 변하게 했고 홍이라면 어디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 같은 사랑 앞에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현실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준고에게 홍은 지쳐갔고, 결국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5년 후 한국을 찾은 그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기적처럼. 같은 의미로 "그 때 무슨 말이라도 했다면, 너를 잃지 않았을까"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김민준(배우: 홍종현)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홍의 옆을 든든하고 묵묵하게 지켰지만, 차마 멀어질까 두려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일본으로 떠났던 홍이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수척해진 그녀를 보며 고백을 결심했고 그토록 바랬던 홍의 옆에서 보낸 시간은 뜨겁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홍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가 나타나면서부터. 그는 "약속할게, 절대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라고 약속한다. 고바야시 칸나(배우 : 나카무라 안)은 대학시절 준고와는 잠깐 사귀다 먼저 이별을 고했다. 이후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았고, 처음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과 헤어질 때는 덤덤했던 준고가 막상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왠지 모를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준고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 의지대로 안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라는 후회를 보인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p.126)



저자 공지영은 책의 뒷 부분 「살아 있음의 징표인 사랑이 만든 아름다운 다리」란 제목의 〈지은이 후기〉를 통해 "한일 간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 가고 싶다다는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은 매력적이었고 진지했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머뭇거린 것도 사실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2024년 한일 관계는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도 없이 우리 정부의 대폭적인 양보(?)로 '강제'란 말도 없이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도 일본의 의도대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위안부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의 문제도 일본의 의도와 주장대로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훨씬 전이니 저자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지 사뭇 걱정되기도 한다. 〈지은이 후기〉에서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으로 합의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마뜩찮은 심사를 이미 담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대, 이 나이에, 하는 생각이 실은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p.260) (중략) 희망처럼 조금은 귀찮고 구차하기까지 하나 사람이라면 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싹 같은 것······. 나는 신선하게도 그 싹을 홍이에게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살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상처 입고 살아 있기에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p.261~262)

한일 관계가 이처럼 흘러가자 이젠 저자 공지영이 소설 속에서 홍이의 입을 통해 말했던 가시 돋친 말을 다시 한번 더듬어 본다. "꼭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입은 마치 그와 헤어지던 그날처럼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너의 일본 사람들은······ 다 그러니?"

  

저자 : 공지영(孔枝泳)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1,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 『해리 1,2』 『먼 바다』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딸에게 주는 레시피』 『시인의 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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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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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데 이 책에서 해결책의 단초를 찾았다.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고, 가능하면 원만하게 지내고 싶다.”는 내 바람은 이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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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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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휘둘리지 않기 연습』의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지난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선보인 『신경 끄기 연습』이 일약 자기계발, 심리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뛰어오르면서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이 책 『휘둘리지 않기 연습』은 자기계발서로 출판되었지만 『신경 끄기 연습』은 61가지의 심리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심리 기술의 책이라면 저자는 2017년에도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책을 출간해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심어준 바 있다. 

『휘둘리지 않기 연습』에서 저자는 쉽게 남의 말에 휘둘리고, 경쟁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삶을 단호하게 나를 지킴으로써 바꿔놓을 심리적 기술 50가지를 제안한다. 현대인들은 무한한 욕망과 무례한 타인들로부터 휘둘리며 괴로워하는 일들이 마치 일상인 것처럼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들로부터 멀어지거나 단호하게 대함으로써 나를 지키고 싶지만 대인 관계로 얽매이고 그 안에서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점점 나르시시스트가 넘쳐나고,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할 만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에서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불편하고 제멋대로인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50가지 현실 조언을 이 책에 담았다.

주변과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인의 마음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남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테스트를 한 결과, 과거 20~30년 전보다 학생들의 나르시시스트(자기애적 성격장애) 점수는 약 30%나 높아졌다는 심리테스트 결과를 제시한다.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타인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조정하기도 하며, 점점 더 자기 멋대로 행동하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심리테스트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이들은 착하고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을 잘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착하고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 잘 이용당하고, 쉽게 상황에 휘둘리며, 자기 불안과 자기 비하에 빠지는 걸까? 착한 사람들은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남들과 갈등 상황을 만들어 대립하기보다는 되도록 원만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 쉽고, 상대가 그 마음을 이용할 경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밝힌다. 또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더라도 단호하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했다가 괜히 상대와의 관계를 망치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는 왜 줏대 없이 휘둘릴까?’라는 자책감도 커진다. 결국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약해질수록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오히려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50가지의 심리 기술이 제시되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심리적 태도와 방어 기술이다. 모두 5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휘둘리는 게 당연〉, 2장 〈자신의 속도 되찾기〉, 3장 〈불편한 타인 피하는 법〉, 4장 〈행동을 바꾸면 마음도 바뀐다〉, 5장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키우자〉 등이다. 저자는 첫 장부터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말로써 시작한다. ‘남들도 다 휘둘려. 대단한 프로들도 압박감에 휘둘리고, 변화되는 환경에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출근하고 싶다는 사람은 겨우 3.8%밖에 안 돼.’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휘둘리는 않기 위한 연습을 시작하는 첫 발은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어중간한 결과를 추구하라'든지 '경쟁하지 말라'는 등 사회 생활의 기본적 목표를 모든 것을 바쳐 이루는 데서 한 발 물러설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적응하는 데는 오히려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저자는 늘 1등을 노리지 않고 적당한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경쟁심을 갖고 자신의 동기 부여를 높이면 모든 일에 남을 의식하며 경쟁심을 갖게 되고 쉴 틈이 없어진다는 논리다. 이는 신경이 예민하거나 자신의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게 이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에서 적당히 일하는 사람을 적당히 보아주는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을까? 현대처럼 무한 경쟁의 시대 자칫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도 적당히 살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탁월한 수준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스트레스로 괴로워하고 누적되면 우울증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일이 예상되는 경우 저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저자는 이미 전작 『신경 끄기 연습』에서 우리는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산다고 지적했다. 이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워하고, 창피함을 느끼면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남들은 내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먹을 꽉 쥐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샘솟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따뜻한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어떤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나이토 요시히토는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끄고 힘을 뺀다면 걱정, 초조, 두려움을 하나도 느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사회생활에 배려가 중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만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첫 번째로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은 두 번째로 소중히 여기는 정도면 괜찮다는 것이 『신경 끄기 연습』의 주제로 다룬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린 알든은 발표하는 사람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은 뒤 주위 사람들과 발표자 스스로 그 모습을 평가하게 했다. 이때 자신이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발표자는 스스로에 대해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려서 엄청나게 한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영상을 본 주위 사람들의 평가는 180도 달랐다. “이 사람은 자기주장을 정확하게 하고 유창하게 말하며 불안함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내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 거라는 편견과 착각을 버리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심을 쉽게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주 불안한 사람은 차라리 ‘설렌다’고 타일러 보자.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점 하나만 응시하면 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을 때는 손을 씻으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경 끄기 연습』을 통해 61가지 심리 기술을 따라 하고 연습해 보면 편견이 사라지고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될 것이란 주장을 담았다.



『휘둘리지 않기 연습』도 마찬가지다. 학교든 직장에서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주위에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입으로 꺼내 놓기에는 또 쑥스럽고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들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는 너무 회사 가기 싫어. 일이 하나도 재미없어.”라고 털어놓았다고 치자. “너가 지금 그런 생각할 때냐? 더 열심히 배우고 일해라.”라는 꼰대력 과시부터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다들 하기 싫어도 꾹 참고 산다.” 혹은 “때려치우고 뭐 할래? 제정신이냐?”라는 핀잔과 꾸지람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결국 말 한마디 솔직하게 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해결 방법도 못 찾은 채 감정만 상하기 일쑤다. 그러니, 도움 안 되는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고 답을 찾는 게 더 낫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가 일이 재미 없는 건 어쩌면 너무 잘하려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 아닐까?”라고 묻는다. 경쟁심이 커질수록 일에 대한 흥미는 떨어진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일수록 남하고 경쟁하지 않아.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거야.” “3등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꼭 1등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휘둘리면 오히려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이런 현실 조언들은 설득력도 있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위로를 주기까지 한다. 물론 부작용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휘둘리는 사람에게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해준다. 이 세상을 살면서 ‘30%의 사람에게 호감을 얻으면 성공적’이라고. 특히 이 책에서는 ‘남’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 ‘나’의 속도를 되찾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단단하게 채우고 조이는 연습이야말로 곧 ‘휘둘리지 않기 연습’의 기본이다.

"미움받는 것에 과민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미움받는 것은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것이라 여겨야 해요. 만약 미움받더라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타인에게 미움받더라도, 거절당하더라도 '흐음, 그래서 뭐? 하고 태연한 얼굴로 지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미움받는 일은 종종 있으므로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p.45)



2장 〈자신의 속도 되찾기〉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면 생각할 것」, 「대부분의 상사는 솔직한 의견을 바라지 않는다」, 「무난한 행동이 당신을 지킨다」, 「마음에 여유를 갖기 위해 최악을 예상해 두자」, 「착실하게 일을 진행하기 위해 추천하는 체크 리스트」, 「 ‘리스트 업’이 당신의 답답함을 해소해 준다」, 「불안이 많은 사람일수록 위기관리 능력이 높다」, 「마음이 크게 흔들릴 때 일주일 묵혀두면 자연히 진정된다」, 「자신을 휘두르는 성가신 ‘욕구’를 쉽게 멀리하는 방법」 등 9가지 항목과 두 번째 칼럼 「조금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일을 시작할 때는 먼저 마음을 정돈하라고 말한다.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힌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기분을 끌어올리면 생산성도 따라서 올라간다는 사실이 심리학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다고 말한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낸시 로스바드는 대형 생명보험회사의 콜센트 담당, 고객 서비스 담당, 클레임 처리 담당자들을 모아서 약 3주 동안 조사를 실시했다. 뭐냐 하면,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할 때의 기분이다. 신나는 기분인지, 불쾌한 기분인지 알아보았다. 또 회사의 기록으로 그날의 생산성도 확인했다. 생산성은 통화 시간, 컴퓨터에 로그인한 시간, 한 시간당 전화를 건 횟수 등으로 측정했다. 

이 결과 매우 재미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일을 시작할 때의 기분이 긍정적이면 그날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일을 시작할 때 기분이 부정적이면 생산성은 별로 높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라고 하는데 업무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하면 지겹다고 짜증내면서 시작할 때보다 훨씬 부드럽게 자신의 속도로 일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을 책에 적었다. "아침밥으로 노란색 음식을 먹는 것이에요. 노란색 음식은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해 줘서 누구나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심리 기술은 자신이 주체적이고,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방법을 알려주지만 마지막 한 가지 당부도 잊지 않는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중심적으로 제멋대로 남을 휘둘러도 안 된다.’는 저자의 충심어린 조언이다. 남들이 다 바다에 가자고 말하고 있는데 남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혼자만 부득부득 산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게 ‘휘둘리지 않기 연습’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의 소신이 중요한 만큼 남의 생각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나의 속도가 중요한 만큼 남의 속도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소신인 듯하다. 이 책이 지향하는 세상은 어쩌면 남의 속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나의 속도를 지켜내어, 모두가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러려면 결국 모두가 각자 ‘연습’해야 한다. 나 스스로 ‘휘둘리지 않기 연습’이 단단하게 잘 되어 있을 때, 비로소 남을 휘두르려는 욕심도 내려놓을 수 있고, 나를 지배하는 억압과 불안과 욕망에서도 놓여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나이토 요시히토(ないとう よしひと, 內藤 誼人)


심리학자. 현재 일본 릿쇼대학의 객원교수이며 유한회사 앙길드의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 응용에 힘을 쏟으며, 특히 실천적인 심리 기술을 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신경 끄기 연습』 『말하기의 기본은 90프로가 심리학이다』 『생각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등이 있다.


역자 : 이진아


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후 일본어 출판번역 과정과 그림책 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독서토론 논술 강사를 거쳐 현재 다양한 분야의 일본 도서를 리뷰, 번역하며 일본어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밤이와 밤』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오싹 살벌 서바이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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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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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이 문자가 인쇄술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글이다. '가, 갸, 거, 겨', 'a, b, c, d' 등이다. 낱자들이 모여 음절을 이루고 단어를 만든다. 단어는 일정한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소리글자(한글, 영어)라 하고, 뜻을 문자로 표현하면 뜻글자(한자)다.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자 사용이 많아진다. 글쓰기는 학교에서 배울 때 제대로 배우면 사회에 나가서도 아무 지장 없이 글쓰기,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또한 글쓰기고 말하기다. 일정 학년이 되면 말로 자신이 배운 바를 발표하는 것보다 글로써 답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다.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말로 하는 것은 기록으로 남길 수 없지만 글로 쓰는 것은 기록의 의미가 덧대여져서 그렇다. 즉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문자라는 것이 당연한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문자는 일부 계층에게만 허용되었다.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지배층은 피지배 계층이 지식을 얻고, 생각을 분별하게 해주는 글자를 익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피지배 계층이 책만 읽고 있다면 세상이 멈추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지배하는 시스템 자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 세상의 이치나 정보의 취득이 자유로워지면 누구든 지금의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피지배 계층이 현재 세상에 불만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지배층은 너무나 잘 알기에 그들이 문자를 알기를 원치 않았다.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독자처럼 책을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도 '글쓰기의 정석', '글쓰기 수업'이란 제목만 발견해도 눈을 번쩍 뜬다. 책 읽는 사람은 글쓰기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그럴진대 전업 작가나 전문 학자들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그들은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남이 보지 않은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글쓰기에는 후회를 남긴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들은 겸손한 말에는 다음에는 이번 글보다 더 잘 쓸 것이라는 다짐과 각오도 담겨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간절하다. 일단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관한 좋은 규칙과 습관을 길들인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란 후회로부터 비롯된 일이지만 대체로 이 말은 참이다. 보통 사람들은 모국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데 크게 뒤떨어질 우려는 없다. 그 시간에 다른 지식 획득에 더 관심이 많을 뿐이다. 이를 테면 대학 시험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세상에는 왜 이렇게 못 쓴 글이 많을까?"라는 폭로적인 질문으로 말머리를 꺼낸다. 우리가 좀 더 나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는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 때문에 타락하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글쓰기를 신경이나 쓸까? 아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왜 글쓰기에 신경을 써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거침없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그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그것을 순리대로 이어붙인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쓰여 있다. 인지 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저자 스티븐 핑거는 언어에 대해, 자국어인 영어에 대한 많은 물음을 이 책에 담았다. 영어의 미래에 대한 예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오늘날 영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좋은 영어로 가꾸고 다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해서인지 저자의 문체는 쉽고 명료하다. 때로는 임계선을 넘을 듯 말 듯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글쓰기 솜씨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교훈적이서 이 책에서 유감없이 흡인력을 발휘한다. 핑거는 21세기에 맞는 어법 지침서란 어떻게 진화해 나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로 이 책을 집필했다.



글쓰기 지침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이 출판돼 나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우리는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고사 실시로 글쓰기가 다시 비판대에 올랐고, 글을 잘 쓰기 위한 지침서 등이 때맞춰 쏟아져 나왔다. 입시 제도 자체가 우리와 다른 서양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글쓰기 지침서가 꾸준히 출판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대돼 전자 메일과 SNS 사용이 전 세계적 추세고, 이에 따른 신조어와 논리적으로 앞뒤가 연결되지 않은 나열식 문장 등이 난무하면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 실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갑자기 빠른 시간 내 급조된 듯한 글쓰기 지침서라서 내용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저자가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조사·연구해 온 문제들이라 다른 지침서와 차별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의 퇴락을 한탄하거나, 사사로운 불평을 늘어놓거나, 100년 전 지침서들에 실린 진위가 의심스러운 규칙을 재활용하는 대신, 언어와 인간 정신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들로부터 얻은 통찰을 끌어들여 어떻게 하면 더 명료하고, 일관되고, 근사한 문장을 쓸 수 있을지 알아본다. 특히 인터넷 탓이나 요즘 아이들 탓을 하지는 말라고 핑커는 말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어려운 문제였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남들의 좋은 글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상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독자의 시선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대상으로 이끈다는 환상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 맞닥뜨리는 '지식의 저주', 즉 우리가 아는 지식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좀처럼 헤아릴 줄 모르는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능숙한 작가가 되려면, 구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의 그물망을 단정하게 한 줄로 이어진 단어들의 열로 바꿔 주는가 하는 원리도 세심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한 문장이 매끄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도록 잘 엮음으로써, 글 전체가 일관성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올바른 어법을 규정한 수많은 규칙 중에서도 명료함과 우아함을 드높여 주는 진짜 규칙들과 그저 전설이나 미신에 지나지 않는 가짜 규칙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와 우리는 구문 체계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나 언어 습관이 다르지만 언어 생활을 하는 인간이란 점에서 본다면 영어의 문제가 우리 한글의 문제와 완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핑커의 지적처럼 상당 부분 우리말과 글의 사용이 언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 책에는 훌륭한 예문과 끔찍한 예문이 가득 실려 있고, 옛 지침서들의 훈계조 말투나 검박한 문체만을 최고로 치는(고전적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한 취향은 없는 이 책에서, 핑커는 글쓰기가 그 자체로 즐겁게 익히는 기술이자 재미난 지적 주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고전적 글쓰기 지침서에서 불만을 느끼게 된 나머지, 저자는 21세기에 맞는 글쓰기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야심만만하게도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앨윈 브룩스 화이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을 대체할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말은 더욱더 아니다. 어차피 독자들이 글쓰기 지침서를 딱 한 권만이 아니라 더 많이 읽는다면 더 좋을 테고, 스트렁크와 화이트(보통 두 사람을 공저자로 여겨서 이렇게 함께 부른다)의 조언은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것도 많다. 때문에 그 책의 지침에 따르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고, 저자처럼 다소 불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란 뉘앙스로 〈서문〉을 통해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 테면 고전이나 계몽적 글에는 유효하지 않은 것도 많다. 『영어 글쓰기의 기본』 공저자 스트렁크는 1869년에 태어났다. 오늘날의 작가들이 전화가 발명되기 전(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 언어학과 인지 과학이 탄생하기 전, 20세기 후반 세계를 휩쓴 탈격식화(informalization)의 물결을 경험하기 전에 글쓰기 감각을 발달시켰던 사람의 조언에만 의지하여 기술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핑커는 전제한다. 또한 21세기의 글쓰기 지침서는 옛 지침서들처럼 무턱대고 강권하는 태도를 취할 수가 없다. 요즘 작가들은 과학적 회의주의 정신과 권위를 의심하는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작가들은 “죽 그렇게 해 왔으니까.”,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거야.” 하는 말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나이가 아무리 어린들 조언자에게 얕잡아 보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떠안기는 모든 조언에 마땅히 합당한 이유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핑커는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라틴어와의 엉성한 비유에 의존했던 전통 분류학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문법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이 독서를 할 때 그 머릿속이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많이 갖고 있다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어법에 관한 교조적 원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의 근거를 알려줌으로써 그것을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명시하고 있다. 명료함과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논픽션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픽션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원칙들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파커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어 탁월한 저자들의 공통된 습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뛰어난 저술들을 풍부하게 인용해 하나하나 본받을 점을 소개한다. 우선 고전적 글쓰기 스타일에 정통해야 하며 필자들이 자주 범할 수 있는 ‘지식의 저주’를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 주거나 나중에 자신이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고 독자들이 이해 못 할 부분을 찾아내 잘 설명해 주기를 권고한다. 정확한 영문법 사용에 관한 다양한 용례를 소개하며 연속성, 일관성 있는 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서도 많은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요즘엔 챗GPT가 대신 글을 써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명쾌하고 아름다운 글들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글쓰기에 진심인 독자들이라면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 보석 같은 글쓰기 팁들을 여러 개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의 번역자 김명남도 뒷 부분 말을 보탠다. "번역가들이 가끔 푸념처럼 서로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글이 정말 잘 쓰였는지 아닌지는 그냥 읽어서는 잘 모르고, 번역해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갈 때는 참 잘 쓴 글인 것 같았는데 막상 번역하려고 하면 여기저기 불명확하거나 부정확한 문장에 턱턱 걸리는 경험을 나도 종종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번역이 엄청나게 깊은 수준의 읽기라서 그럴 것이다. 글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문장도 구성도, 그 글을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른 언어로 옮겨야 하는 번역가만큼 면밀하게 파고들어 감상하는 독자는 또 없다."(p.629)



"『글쓰기의 감각』에서 스티븐 핑커가 알려주는 것은 논픽션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스타일이다. 핑커는 글의 거시적 구성부터 미시적 문법 문제까지 두루 다룬다. 이 책의 2~3장(章)은 언어를 불문하고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강제로라도 읽히고 싶은 내용이다." 번역자 김명남은 핑커를 '수동태를 쓰지 마라'는 조언 같은 것을 절대적 진리로 주장하는 교조주의자가 아니고(이 대목에서 한국어 번역가인 나 또한 얼마나 속이 후련했는지!), 오히려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는 원칙주의자가 좋은 글을 망친다고 보는 실용주의자라고 한마디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 :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맥길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9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에는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2년부터 2003년까지 MIT 교수를 역임했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인 시각 인지와 언어 심리학 연구로 미국 심리학 협회(1984, 1986년), 미국 국립 과학 학술원(1993년)과 영국 왕립 연구소(2004년), 인지 뇌 과학 협회(2010년), 국제 신경 정신병 학회(2013년) 등이 주는 상을 받았으며, ‘올해의 인문주의자’, [프로스펙트 매거진]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일반 대중을 위해 펴낸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핑커는 자신의 대중적 저술 기획을 크게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언어는 생물학적 적응’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해 언어의 모든 측면을 개괄한 『언어 본능』(1994년)이 언어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면, 상상과 추론에서 감성과 유머와 재능까지 마음의 (언어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는 논리 구조를 분석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1997년)가 마음 3부작의 첫 책이다. 그리고 특수한 현상 하나를 선택,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조사함으로써 언어와 마음의 본질을 조명한 『단어와 규칙』(1999년), 인간 본성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것의 도덕적, 감정적, 정치적 색채를 탐구한 『빈 서판』(2002년)에 이어, 단어로 생각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본 『생각거리』(2006년)로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을 동시에 마무리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년)는 그가 평생 탐구해 온 인간 본성의 과학을 집대성해 인류사에서 폭력의 감소를 분석한 책이다. 『지금 다시 계몽』은 전작의 문제 의식을 발전시켜, 현대 과학의 성과에 근거해 계몽주의를 재구성한다. 이 책은 2018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역자 : 김명남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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