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소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은 전편에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가 흐른다. 불법 체류자들이 밀항하고 마약 거래에도 손을 대는 등 범죄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 풍자하는 소설로 정평이 난 고호 작가의 욕설이나 탄식은 '차지기로' 이미 유명하다.
“그 새낀 사람을 팔았지만, 난 사람을 구했어!”
"니가 대체 누굴 구했다는 거야?!"
"내 아이! 내 새끼! 뭐? 더 누가 있을 줄 알았어?! 내가 하느님이야? 부처님이야?! 나한테 뭘 더 바래?!"(p.260)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델피노 측은 일반적 문학론으로 고호 작가의 소설에 다가간다. "우리가 문학을 통하여 쫓고자 하는 즐거움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대부분은 어떤 대상에 숨겨진 실체를 파악하고 싶어 하거나, 과거의 감춰진 사실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다. 도대체 한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타인의 행동 뒤에 숨겨진 이유를 추적하거나, 사건의 원인을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엔돌핀을 내뿜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긴장감과 몰입을 경험한다. 이런 인간의 본능을 누구보다 교묘하게 파고드는 작가가 있다. 바로 고호 작가다."
저자 고호는 이 소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은 지금껏 작가 고호만의 개성적이고 독창적 서사와 개성적 문체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독자들을 다시금 매혹시킨다.
이번 작품은 경남 남해군 미조면을 배경으로, 낙향한 경찰대 출신 경감 양태열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이 설정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은 폭주한다. 경찰대 출신이라는 이력이 무색할 만큼 한적한 시골로 내려온 양태열. 그는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그의 과거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독자들의 궁금증으로도 부족해 연이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밀항선과 교통사고가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출렁인다. 소설의 첫 장면은 태열의 새 근무지 미조면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다.
매미 울음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오후 4시.
끼이익- 하고 마을버스가 서자, 이윽고 차체 밑으로 막 내린 발길들이 어지러이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꺾어 신은 나이키 운동화 하나가 마지못해 낯선 흙바닥을 내디뎠다.
"으···"
더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버스가 떠난 자리에 우두커니 선 태열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으로 적막강산 같은 주변 풍경을 노려보았다. 저만치 자리한 논 곳곳에 덩그러니 놓인 곤포 사일리지(일명 하얀 마시멜로), 도무지 3층 이상의 건물이 없어 뵈는 사방, 음메- 하고 들려오는 소 울음. 그리고 바닷내음.(p.15)
군(郡) 경찰서 관할 면 경찰로 근무지에 막 내린 태열의 눈에 비친 모습은 한적한 면 소재지 시골의 전형적 모습이다. 바삐 움직이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여름철임을 감안하면 권태로움마저 느낄 정도의 한가로운 풍경이다. 태열의 눈에도 실망감이 역력하다.
태열이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만난 인물은 길을 묻기 위해 정류장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다 실망한 얼굴의 소년이다. 자신을 부르던 말끔한 차림의 청년을 흘끔 쳐다본다. "우체국 가려면 어디로 가야 돼?" 하고 묻는 태열을 힐끔 쳐다본 아이를 태열도 얼굴을 훑어 내린다. "숱이 빽빽하니 짙은 눈썹 밑으로 살짝 오목한 눈두덩이, 까맣고 깊은 눈동자, 볕에 그을린 것이 아닌 날 때부터 빚어진 게 분명한 피부색. 그리고 주름진 남방에 체육복 반바지. 농촌으로 시집온 어느 동남아 여성의 자식이겠거니, 하고 재빠른 판단과 함께 지역의 낙후화가 더욱 체감됐다.(p.16)

이 소설 작품은 〈프롤로그〉와 〈쿠키〉를 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카르텔〉, 2부 〈열쇠〉, 3부 〈두 명의 사냥꾼〉, 4부 〈비에씬타〉 등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쉽게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마성의 캐릭터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더 복잡하게 얽어놓으며 독자들을 미궁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불법 입국자들이 주고받는 중국어 대화와 그들의 밀항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해 극의 현실감을 한층 끌어올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설정은 중국어나 그들이 언어 표현 관습에 익숙지 못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겸한다.
지금까지 가리봉동의 조선족 이야기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등장한 적은 꽤 있었지만, 이들의 밀항 과정과 이후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독자의 기억으로는 없었다. 다만 가리봉동의 거주하는 조선족들의 생활 모습이 소설에 담긴 소설이 간혹 있긴 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주변부 인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묵직한 주제 의식이나 어설픈 교훈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점이 더욱 놀랍다. 긴장과 재미, 그리고 리얼리티가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필로폰 30kg을 손에 넣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망설였을 때, "뜬금없이 이 지경까지 와서 신고하자고? 정말? 그럴 수 있어? 그럼 당장 경찰에 전화 쳐."
일반적으로 전화를 '걸다'가 아니라 '치다'는 표현을 썼다.
역시 그 또한 打電話(따띠엔화)라는 중국어의 습관이 남아 있던 것이다.(p.214~215)

전라도 흥덕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수를 올려달라는 서현과의 입씨름 중,
"할 거야?"
"네,"
"진짜지? 또 말 바꾸면 그땐 곤란해."
"네, 200으로 할게요."
"90이야. 괘씸죄로."
그러면서 숫자 '9'를 만들어 보이던 손가락 모양까지도.
저자 고호는 특유의 리얼한 사투리와 생생한 인물 묘사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필력은 이미 고정 팬층이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독자 역시 저자의 사투리 구사 능력과 인물 묘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정성을 쏟는 점에 이끌리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고호의 이름 자체가 곧 흥행 보증수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수도 있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매 장(章)마다 궁금증을 자아내며 독자를 단단히 붙드는 이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페이지터너임에 틀림없다. 분량도 장편소설 치고는 긴 편이 아니다. 이 작품뿐만 저자는 전작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 『노비 종친회』,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평양골드러시』 등 수많은 작품을 보더라도 벽돌책에 버금가는 긴 장편은 없는 편이다. 이 책처럼 한 가지 주제를 될수록 절제된 언어와 정곡을 찌르는 적확한 단어, 또 약간은 지나치다 싶지만 결코 선을 넘지 않은 사투리나 욕 등의 사용을 통해 최대한 압축해 오히려 더 많은 암시를 포함시키는 문장력은 작가의 능력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영화화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여러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 작품은 누구보다 화려했던 엘리트 경찰 태열이 시골로 좌천돼 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불법체류자의 밀항 사건과 맞닥뜨리게 되고, 태열은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러다가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마을 카르텔이자 도주자였던 환국은 과잉 진압이라며 태열을 몰아세운다. 설상가상 뒤늦게 도착한 또 다른 실세 영춘.
“조용히 덮읍시다. 양 소장.”
"아하, 한 패거리다 이거지."
"덮고 가죠."
"현장을 은폐하자?"
"안 그럼? 다른 수 있어요?"
"사람이 죽었어! 똑똑히 봐! 사람이 죽었다고.!!"
태열이 차 안을 가리키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영춘이 오히려 되묻는다.
"대한민국 법에선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에요. 쟤네가 주민번호가 있기를 해요. 아니면 여권이 있기를 해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왜 신경 쓰죠?"
그러면서 서울 시절 태열의 뇌물 수수 혐의까지 들춰내며 압박해온다. 그 순간! 차 밑에서… 기적(?)처럼 기어 나오는 생존자!(p.60~61)
여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중국어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남긴 채 죽고 만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모두가 패닉에 빠진 순간, 죽은 여자의 옷섶에서 띠리링- 메시지 알림.
그녀는 단순한 밀입국자가 아니다! 누군가 그녀가 한국에 올 걸 이미 알고 있고, 둘은 어딘가에서 접선을 약속했다.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영춘의 반문을 통해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욕망과 함께 승수작용을 일으킴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갈등은 100% 돈이야 돈. 여기 가면… 뭔가 큰 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아?”
세 사람은 죽은 여자를 대신할 대타를 구하기에 이르고, 마침 돈이 급했던 승무원 서현이 그 위험한 판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마약, 그리고 1천억 원. 유혹에 넘어간 태열은 화려한 미래를 꿈꾸지만, 그것도 잠시 곧 배신을 당하고 급기야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역추적으로 밝혀낸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 태열. 모든 것은 처음부터 짜여진 판이었다. 배신과 음모, 진실과 위장이 교차하는 서스펜스가 매혹적이리만큼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이 소설 작품의 주인공은 태열과 진가림이란 여인이다. 진가림은 중국 길림성 안도현의 한 마을에 사는 여성이다. 곳곳에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붉은 지붕들 사이에 나부끼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에는 조선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지나는 노인에게서 말끝마다 특유한 억양의 '~마'가 심심찮게 들리는 까닭도 그래서이다. 어려운 생활을 벗어나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밀항을 꾀하는 여성이 〈프롤로그〉 부분 장면이다. 아이와 이별하는 모습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여인의 아이를 뒤로 하고 한국을 향해 떠난다.
권력자를 이용하는 법은 간단하다. 그들로 하여금 빚을 지게 하면 된다. 그럼 그 빚은 현물로 돌려받는 대신,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해낼 수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둘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채무 관계는 끝났어도 또 다른 유대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정경유착의 운행 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p.167)
저자 : 고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드라마 계약 체결)』,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드라마 계약 체결)』, 『노비 종친회』,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평양골드러시(드라마 계약 체결)』, 『레디 슛(드라마 계약 체결)』 등이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단법인 이효석문학선양회와 황토현 문학상, 의정부전국문학상, DMZ문학상, 중원문학상, 교육부장관상, 통일부장관상 등을 수상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