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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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독자가 이 소설 작품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에 주목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셰어 하우스(share house)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중년에 들어선 독자의 나이쯤엔 셰어 하우스에 사는 가까운 지인이 없다. 어쩌면 자녀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셰어 하우스에 들어가길 원한다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물론 이 책은 일본 젊은 여성들이 모여 살고, 일본의 셰어 하우스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셰어 하우스가 어떤 형태로 유지되는가에 대해 알기에는 적잖은 도움이 될 듯하다. 셰어 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 외에 거실·화장실·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 방식을 가리킨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인 가구 증가 및 미니멀라이프와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면서 점차 그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알고 있다.

셰어 하우스는 공동 생활공간이 마련돼 있어 주거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데 , 유럽·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1 인 가구 증가 및 미니멀라이프와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점차 그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셰어 하우스는 한 집을 여러 사람들이 나눠 쓰는 곳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 외에 거실·화장실·주방 등은 공유하는 주거 방식을 가리킨다. 다만 최근에는 거실·주방 등 공동생활 공간은 물론 침실까지도 공유하는 '룸 셰어 하우스' 형태도 등장했다고 한다. 셰어 하우스의 진화는 어디까지 계속될지도 궁금하다. 

이 책은 여성 전용 셰어 하우스인 '송사리 하우스'에 사는 외모도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인 네 명의 입주민이 사는 모습을 바탕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의 의식도 자세히 담겼다. 그러나 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송사리 하우스 식구들은 헤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고작 1년뿐이다. 그런데 이대로 헤어지는가 싶었던 그 1년이 시끌벅적 다사다난하게 굴러간다. 꿈과 우정에 조바심내는 4인 4색 청춘들의 다사다난 시끌벅적 셰어 라이프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의 리더이자 멤버였던 배우 기타하라 리에다. 드라마 〈가족 게임〉, 영화 〈써니를 찾아서〉 등 다수의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활약하던 중에도 펜을 놓지 않고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활용해 이 소설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을 집필했다.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꿈은 작가였다고 하니 놀랄 필요가 없는데... 뭐, 우리도 연예계에서 생활하다가 책을 쓴 배우, 가수, 화가 등 다양한 비문인 작가가 많다. 저자 기타하라 리에는 아이돌로 데뷔하고 배우 활동을 겸업하다 결혼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온 탓에 어린 시절의 꿈은 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며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경험이 오히려 무기이자 자신만의 독창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기타하라 리에는 꿈을 떠올리며 펜을 잡았다.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 연대를 바라보는 기타하라 리에의 둥글고 따뜻한 시선이 위로하듯 가슴을 울린다.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피어오르는 고민과 막막한 불안감. 셰어 하우스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위로와 친절한 응대가 이 시대 청춘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무대는 도쿄 도심에 자리한 빨간 지붕의 2층 단독주택, 현관 앞 항아리 속에서 송사리가 헤엄치고 있다. ‘송사리 하우스’란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셰어 하우스에 입주한 4명의 여성은 모두 이십 대 후반의 또래이다. 엔도 하루카, 미야타 나치, 오야이즈 가에데, 이쿠시마 유즈이다.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고민의 형태도 100가지라는데, 송사리 하우스의 입주민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갖고 있다. 1년 후에 송사리 하우스에서 퇴거해야 한다는 말을 통보받으며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의 사연과 고민을 품고 계절과 함께 흘러간다. 이 소설 작품은 4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되며, 각 장(章)에 나오는 주인공 4명의 장에서는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나'가 화자(話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화사한 벚꽃이 핀 가로수 길을 가로지르는 하루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꿈도 목표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상적인 연애를 꿈꾸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지하철역 앞에서 떨어트린 손수건을 주워주었던 남자와 우연히 술자리에서 재회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만남에 바로 사랑에 빠져들지만, 그 사랑은 달콤한 한편으로 쌉싸름하다. 4명의 주인공은 4계절을 상징하듯 각각 한 장(章)씩 차지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가 각 장(章)의 중간에 끼어 있다. 계절의 바뀜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독특하다. 하지, 처서, 입동 등 우리가 말하는 24절기 가운데 계절이 바뀌는 것을 은유로 사용한다. 찌는 듯 무더운 여름의 주인공은 나치다. 어릴 적 봤던 영화 속 배우를 동경해 연기자의 꿈을 키워 오던 나치는 작은 극장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세계적인 OTT의 오리지널 작품 조연 오디션 제의를 받지만, 노출 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노출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날이 점차 쌀쌀해지던 가을날,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가에데는 쉽사리 청혼을 승낙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게 된다면 경력을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고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한국 파견 업무 제의까지 받으며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만 한다.

퇴거가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다른 입주민들이 저마다의 고민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던 유즈는 자신도 바뀔 것을 다짐한다. 사이가 소원한 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눌 결심을 했으나, 그녀가 몰랐던 이복 남동생이 유즈를 찾아오며 일이 틀어진다. 아버지가 언질도 없이 새로운 가정을 꾸렸음을 알게 된 유즈는 배신감을 느끼고 아버지와 대화할 의지마저 잃는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만날 기회가 생긴다.



20대 청춘들은 그 나이대에 할 법한 고민을 품은, 평범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여성들이다. 청춘은 인생의 가장 좋은 때라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꿈과 희망은 한껏 날아오르고, 청춘들은 휘청거리면서도 각자가 마주한 현실을 당당하게 헤쳐나간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청춘들은 실연을 당하기도 하고 목표로 하던 꿈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초조해하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청춘이 되면 가장 민감하고 예민하다. 특히 이성과 성에 대한 호기심은 극대화되는 때다. 그러나 늘 완전한 일 처리엔 미숙하다. 때문에 일과 사랑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한 오해와 갈등을 빚거나, 별것 아닌 일로 싸우고는 머쓱하게 화해한 적도 있다. 이들이 가진 고민은 모두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는 송사리 하우스의 입주민들은 20대 청춘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늘 큰 기대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돼 있어 어떤 일엔 무모하리만큼 과감하게 용기를 내고, 또 어떤 땐 누가 죽인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다. 청춘들은 서로의 좋은 상담자이자 든든한 동반자이기도 하다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아군이자 등을 받쳐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적절한 거리감이 도리어 서로를 응원하게 해 주고 결정적인 순간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이들은, 분명 피는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이다.


"아무것도 없던 나라서 더욱 남아도는 공간에 흘러들어 와 준 사랑스러운 시간들. 나는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는 가족이 있다. 혈연관계는 아니고 말로 확인한 적도 없지만 확실히 이곳에 있다."(p.246) - 「제4장 이쿠시마 유즈」 중에서


소설의 역자 신유희는 책의 뒷 부분에서 「내 인생 이래서 괜찮은 걸까?」란 제목의 〈옮긴이의 말〉에서 청춘을 정의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십 년, 이십 년 혹은 평생을 좌우할 일생일대의 선택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한 끼 메뉴를 선택하는 짧은 순간에조차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내몰린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크고 작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p.260) 역자는 사회 초년생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대의 여성들은 주로 어떠한 선택지 앞에서 어떠한 고민들을 할까 궁금해한다. 역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송사리 하우스' 입주민의 일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늘날 청춘들의 고민과 지향, 그리고 삶에 대한 청춘들의 생각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말한다. 

또 여성 전용 셰어 하우스를 무대로 전개되는 이야기인 만큼 각자의 고민과 병행하여 등장인물들간의 관계 형성과 소소한 오해와 갈등을 풀어 나가는 과정도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4명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느냐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4인 4색의 이야기를 줄기기 위해서다.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성격, 그리고 일상을 비교하며 어떤 점을 배울지, 어떤 점에 역점을 두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읽게 되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저자의 집필 의도에까지 이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역자는 이를 위해 이 집에 사는 4명의 입주민 속에서 청춘의 셰어 하우스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현관에 늘어선 신발들만큼이나 외모도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인 남남끼리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언뜻 재미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으리라. 그럼에도 이 공동생활이 큰 탈 없이 유지되는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일까? 본문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었듯이 그것은 다름 아닌 '적당한 거리감', 피차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거리감이 이 집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물론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동지애가 발휘되는 따뜻함이 있다. 같은 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어서인지 이 집에는 뭐랄까 청춘의 연장선상 같은 분위기가 엿보인다."(p.261)


4명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이 셰어 하우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송사리 하우스'라고 불리운다. 책의 뒷 부분에 가서야 별명에 대한 정확한 이유가 4장의 주인공 「이쿠시마 유즈」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현관 밖 항아리에 송사리가 헤엄치고 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아침 마음속으로 현관 밖 항아리 속 송사리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이변을 알아차렸다.

죽어 있는 송사리가 있다.

조그맣고 하얀 배 두 개가 수면에 떠 있다. 그것을 피해 다니듯 다른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송사리의 수명은 대략 2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 송사리들이 언제부터 이 집 항아리에 살고 있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우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입주했을 거라 짐작한다.

송사리의 죽음은 이 집과의 이별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훨씬 무거워졌다."(p.208)


저자 : 기타하라 리에(北原里英)


아이치현 출신의 배우. 아이돌 그룹 AKB48의 제5기생. 2008년 AKB48의 싱글 「큰 소리 다이아몬드」로 처음으로 선발 멤버에 진입하고, 2011년부터는 파생 유닛 Not yet으로도 활동했다. 2015년, NGT48로 이적해 캡틴을 맡았다. 그 후 리얼리티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 드라마 「가족 게임」, 영화 「써니를 찾아서」 등에 출연. 2018년 4월 NGT48을 졸업. 현재는 다수의 연극 무대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다.


역자 : 신유희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 『도쿄타워』, 『마미야 형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벌거숭이들』, 『별사탕 내리는 밤』, 『집 떠난 뒤 맑음』,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태양을 기다리며』,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 1, 2』, 가쿠다 미쓰요의 『그녀의 메뉴첩』, 『가족 방랑기』,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가와이 간지의 『단델라이언』 외에 『금단의 팬더』, 『콜드게임』,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암 체질을 바꾸는 기적의 식습관』,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112일간의 엄마』, 『밥 빵 면』, 『은하 식당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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