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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 『녹나무의 여신』은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 『녹나무의 파수꾼』의 속편이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전작에 이어 이 소설 작품도 전 세계 동시 출간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속편이니만큼 표제어 녹나무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신비로운 힘을 믿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양윤옥은 소설 마지막 뒷 부분에 〈옮긴이의 말〉에 녹나무의 실재에 대해 썼다. 전작 출간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녹나무가 실제로 있다는 독자들의 제보 같은 메시지를 많이 받았고, 검색을 통해 알아본 내용을 적었다.
"소설 속 녹나무가 실제로 어디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요. 일본의 한 사찰에 있는 나무가 '그 나무'와 흡사하다는 얘기가 올라와 있었다. '다케오 녹나무'를 검색하면 우리 여행자들의 사진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의 사찰인데, 뒤쪽으로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문득 주위의 공기마저 서늘해지면서 거대한 나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추정 수령은 3,000년, 높이는 27m, 나무뿌리 둘레는 26m에 달한다고 하네요. 가장 중요한 나무 기둥 아래쪽 동굴은 넓이가 20제곱미터라고 합니다. 이 소설에서 예념과 수념이 이루어진 곳. 그리고 구메다 고사쿠 씨가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궁리를 했던 장소가 이런 곳이겠지요."(p.394~395)
『녹나무의 여신』이 속편이니만큼 전작 『녹나무의 파수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전작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월향신사 관리인이자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녹나무의 신비한 기념 의식에 관해 알게 되고,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번 속편은 레이토가 여러 사건에 휘말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이번 『녹나무의 여신』은 세계관이 더욱 확장되면서 별개로 보이던 에피소드들이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그리고 빠르게 서로 맞아 들어가며, 단 한 장도 놓치기 힘들 만큼 숨 가쁘게 전개된다. 또한 전편에서 채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함께 진행된다. 정돈된 일상을 지내며 어른스러워진 레이토가 기지를 발휘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약자를 돕기도 하지만, 여전히 잔꾀를 부리는 탓에 파수꾼의 도리를 두고 치후네와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곳곳에 놓인 익숙하고도 반가운 장면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글에서 장담하고 있다. 다만 독자가 전작을 읽지 못해 이번 소설 속 생소한 단어들에 대해 미리 공부한 것으로 독자들의 양해 바란다. 우선 녹나무는 신비한 영험을 가진 나무로 역자가 설명한 다케오 녹나무를 연상하면 될 듯하다.
'예념'과 '수념'이라는 단어도 생경하다. 당연히 우리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다행히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주인공 레이토가 녹나무에 염원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약속하고 찾아온 사카가미란 사람과의 대화하는 부분이다. 사카가미는 자그마한 몸집의 60대 남자다.
"녹나무 장소와 기념 절차는 알고 계십니까?"
"야나기사와 치후네 씨한테 설명 들었어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잘 다녀오십시오. 사카가미 님의 염원이 녹나무에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마워요."
사카가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뗐다. 그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가뿐해 보였다. 레이토는 안심하고 발길을 돌렸다.
녹나무의 기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예념과 수념이다. 예념은 초승달이 뜨는 초하루 무렵에 행한다. 녹나무 안에 들어가 밀초에 불을 켜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염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염원이 녹나무에 새겨진다. 염원을 받는 것을 수념이라고 하는데,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행한다. 예념한 이와 혈연관계인 사람이 녹나무 안에서 밀초에 불을 켜고 예념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염원이 전해져 온다. 기적과도 같은 이 현상은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기에 오랫동안 야나기사와 가문에 의해 엄중히 관리되었다. 그리고 현재 실질적인 관리자가 레이토였다.(p.37~38)
월향신사의 좁은 덤불숲을 따라 들어가면 길 끝에 거대하고 장엄한 녹나무 한 그루가 있다. 초하룻날과 보름날 밤마다 나무 기둥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밀초에 불을 켜면 한 사람의 염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녹나무에 염원을 새기면 예념이고 받으면 수념이라고 하는데, 예념자와 수념자를 이어 주는 사람이 바로 파수꾼이다. 소설 속 주인공 레이토이다. 파수꾼에게는 규칙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월향신사를 청소하고 관리하며 기념의 내용을 함부로 물어보거나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 레이토는 치후네의 뒤를 이어 새로운 파수꾼이 돼 매일같이 경내를 청소하고 기념이 있는 밤마다 손님을 안내한다.
『녹나무의 여신』에서 녹나무 기념을 위해 온 사카가미 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종무소에서 밀린 과제를 하고 있던 레이토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전화가 왔다. 화면을 확인하자 치후네의 이름이 떴다.
"네, 저예요. 무슨 일이세요?"
레이토, 지금 바로 녹나무 쪽에 가 보도록 하세요."
"예? 왜요, 무슨 일인데요?"
"사카가미 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사카가미 씨라니, 지금 기념을 하는 분 말이에요?"
"그렇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뭔가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신음 소리?"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무슨 일인지, 얼른 가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세요."
사카가미가 여기서 머문 건 채 삼십 분이 안 된다. 밀초는 두 시간용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약 한 시간 반 동안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촛불만 타고 있었던 셈이다. 그 사이에 돌풍이 들이쳐 촛대에서 불이 붙은 초가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레이토는 문단속도 하지 못한 채 종무소를 급히 비웠고,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빗물에 젖거나 쓰러져 있어야 할 밀초가 멀쩡히 다 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월향신사에 형사가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한 집에 두 명의 절도범과 강도범이 연달아 침입한 사건에 레이토는 휘말린다. 더구나 시집을 대신 팔아 달라는 여고생과 잠들면 기억을 잃는 소년까지 나타나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 사고는 후에 녹나무와 레이토를 분기점으로 삼아 영향을 주고받으며 신비롭게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시켜 간다. 벌어진 인과의 틈새를 매끄럽게 메워 가며 예상보다 훨씬 큰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 방식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삶의 눈부신 순간을 은유할 때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과 별것 아닌 호의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을 때처럼 말이다. 또한 신비한 녹나무 이야기는 여러 에피소드가 중첩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말까지 힘 있게 나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서술 방식과 은유, 그리고 유기적 구성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과 명쾌하고 스피디한 문장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뜻밖의 반전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문장력과 구성은 『녹나무의 여신』을 추리와 판타지를 혼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해 내며 따뜻한 감동까지 녹아들어 독창성 있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우리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소설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출판업계에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독자도 무라카미 하루키 외의 일본 소설가는 잘 몰랐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히트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돌풍을 일으킬 때도 몰랐다. 그리고 어쩌다 마주친 그의 작품 대다수는 추리소설 같았다. 공포 스릴러는 아니지만 어쩐지 범죄보다는 분위기 자체가 추리 사건 같았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100권이 넘는 소설을 썼다고 하니 자신이 쓴 게 맞아? 하는 정도의 놀라움을 주었다.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더 많이 쓰기 경주라도 하듯이. 일본의 소설은 옛날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은 명성에 의해 읽었지만 일본 소설 자체를 별로 안 좋아했던 일본 문학 문외한이었다. 사실 독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처음 기억했던 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잦을 때였다. 우연히 멋진 양장의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숙명』이라는 제목이었다. 매우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지만 이후 정신 없이 쏟아지듯 출간되는 작품이 너무 많아 "혹시 다른 사람이 대필하나"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출간된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암울한 상황의 사회 분위기와 그의 소설 성향이 잘 맞아 떨어졌는지 독자로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렇게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소설 서평은 스토리를 전했다가는 스포일러라고 마땅치 않아 한다. 저자도, 출판사도 다 그러는 것 같다. 아무래도 스토리를 알고 읽으면 흥미를 떨어뜨리고, 판매도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저에서 소설 서평은 어렵다. 사실 소설을 잘 몰라서 못 쓰기도 하지만 스포일러 제약은 무척 제한적인 서평을 요구한다. 소설 서평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다른 방법을 아직 못 찾고 있다. 전문 서평인도 아닌데 뾰족한 서평이 나올 리 없고 의뢰한 쪽도 큰 기대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참고해 스토리 전개를 각자가 정해서 맞춰야 할 것 같다. 출판사 측은 소개를을 통해 이 소설의 흥미를 담보하는 면만 쓰기에는 어려운 듯하다. 소설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소설 내용이 지향하는, 어쩌면 메시지라고 해도 좋을 내용을 써놓았다. "선하다고 해서 모두 지루하고 뻔하지만은 않다. 선을 악보다 재미있게 묘사하기란 어렵지만, 레이토가 녹나무를 이용해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을 풀어 나가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관전해 볼 만하다.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중요한 건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지. 동전 던지기 따위에 기대지 말고.'(p.69)라고 이와모토 변호사가 조언하듯이, 레이토는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눈앞의 사람을 선뜻 돕기를 선택한다. 과연 그 일이 합리적인지 따지는 건 행동의 근거를 외부상황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동전 던지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레이토를 따라 몰입하다 보면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조금씩 부족하고 어긋나 있지만, 서로 모서리를 비스듬히 이어 맞추며 살아갈 때 그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고 가슴 벅찬지 보여 준다. 인간은 본래 추악할 수밖에 없다고도 하지만, 누군가 우연히 건넨 호의도 한 사람의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인생 한번 살아 볼 만하지 않을까."
등장인물의 성격 평가는 본받을 만하다. 소설의 여주인공 치우네는 후한 평가를 받는다. 꽤 높은 교양을 갖추고 자존심도 무척 강한 치후네는 인지증을 앓는 탓에 때때로 조금씩 혹은 완전히 기억을 잊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치후네는 내면 깊은 곳까지 통째로 흔들린 듯이 좌절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리 생각하면 차례차례 잊어 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군요."(p.324)라며 낯선 오늘에 적응하고 새롭게 배워 나가는 기쁨을 맛본다. 잠들면 기억이 사라지는 모토야도 매일 일기를 쓰고 읽는 행위를 통해 이 세상에 자신이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며 천천히 어른이 된다.
책의 끝에 다다르면 기적의 새로운 의미가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녹나무의 여신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기적은 어쩌면 신비한 녹나무가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봄바람만큼 따뜻한 감동과 반전을 일으키며 언제든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소설이다. 그러다 보면 이 착한 이야기가 우리를 신비롭게 물들일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을 통해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대목을 몇 줄 발췌해 여기 남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한 소년이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고요히 가라앉은 행사장에 치후네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렸다. “소년이 찾고 있는 건 신비한 영험을 가진 여신이었습니다. 그 영험이란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소년은 왜 미래가 보고 싶은 걸까요? 그건 지금까지 너무도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전염병이 퍼져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연달아 재해가 닥쳐 소중하게 여겨 온 것들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들뿐이라니, 내 인생은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불안에 떠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때 미래를 보여 준다는 여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여신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p.350)
여신이 신비한 주문을 외우자 소년의 눈앞에 길이 나타난다. 언젠가 지나온 듯한 기나긴 길이었다. 그곳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찬찬히 바라보니 그는 어른이 된 소년의 모습이었다. 10년 후인 것이다.
"소년은 10년 후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음, 지금 나는 미래를 보여 주는 여신을 찾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미래를 알고 싶은 거란다. 그러자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래서야 지금의 나와 완전히 똑같지 않은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은가. 여신님,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이번에는 20년 후를 보여 주세요. 그러자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험준한 바위산을 한 남자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건 20년 후의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으나 고통에 허덕일 뿐, 내가 어디로 나아가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구나. 그래서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여신을 찾고 있단다. 소년은 놀랐습니다. 20년 후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년은 여신에게 빌었습니다. 부탁입니다. 좀 더,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나는 답을 알고 싶습니다."
소원을 빌자 소년의 눈앞에 여러 풍경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그곳에는 30년 후, 40년 후, 50년 후로 이어지는 소년의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똑같았다. 여전히 기을 헤매고 여전히 여신만을 찾으며 방황했다. 소년은 탄식하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이제 알겠느냐, 하고 여신은 말했습니다. 몇 년이 흘러도 아무리 미래로 나아가도 인간은 언제나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니라. 곧 다가올 앞날에 대한 불안이 사라져 없어지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니다. 너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그러하다. 하지만 괜찮지 않으냐, 인간에게는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소년은 물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여신은 대답했습니다······."(p.352~35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ひがしの けいご, 東野圭吾)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도 인터넷의 무료메일, 게시판, 불법 휴대전화, FAX, 비디오 카메라 등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무사히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를 성공해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에도가와 란포 상은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추리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데뷔작이자 수상작인 『방과후』로 화려하게 등단한 그는 일본 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지만, 유독 한국에서 그 명성과 실력에 맞는 인지도를 쌓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비밀』을 계기로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엄마의 영혼이 딸에게 빙의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이 작품은 청순한 이미지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를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생생한 문장으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 저력 있는 작가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독자들과 관객들을 만났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며, 전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절대 밝히지 않는 '비밀'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퀄리티 높은 다작의 작품과 한 장의 사진이 남긴 강한 인상으로 스타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가로, 20세기 중반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드라이한 문체는 극명하게 사건과 행위 위주의 전개 방식을 지향한다. 감정은 휘발되고, 독자들은 등장인물과 함께 다음 퍼즐의 조각을 찾아 매 페이지를 바쁘게 내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종종 '읽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소재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동시대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재능에 감탄하게끔 만들어버린다.
『비밀』로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초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까지 나오키 상에 『비밀』, 『백야행』, 『짝사랑』(片想い), 『편지』(手紙), 『환야』(幻夜)등 다섯 작품이 후보로 추천받은 바 있으나 전부 낙선하여, 나오키 상과는 인연이 없는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여섯 번째 추천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결국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양윤옥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 『별이 총총』,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밤의 괴물』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눈보라 체이스』, 『그대 눈동자에 건배』, 『위험한 비너스』, 『라플라스의 마녀』, 『악의』, 『유성의 인연』, 『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마스다 미리의 『5년 전에 잊어버린 것』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시리즈, [가가 형사 시리즈], [라플라스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사쿠라기 시노의 『굽이치는 달』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