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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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쿠타가와 상에 연이어 낙방하고 문단으로부터 혹평을 들었던 다자이 오사무 또한 서른아홉에 아쿠타가와와 같은 선택을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춘을 보낸 두 소설가의 단편집을 낸 출판사 측의 기획 의도는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도 사는 데는 늘 같은 세대의 같은 고민이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시대를 불문하고 한결같았고, 늘 힘들었기 때문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많은 작품이 오늘날 고전문학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현대 청춘들은 "고전은 어렵고 딱딱하다", "늘 보수적이며 융통성 또한 없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고전주의 시대였다는 영국 등 서양에서도 젊은이들은 고전주의를 좋아하지 않았고,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문예사조가 머리를 내민다. 그렇게 역사와 시대의 흐름은 순환하고 흘러가는 것이다. 

이 책이 오늘날 청춘들이 고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재해석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대적으로 풀었다. 이는 각 책의 일러두기에 모두 적혀 있다. 이 책 두 권 세트에는 '청춘 노트'도 끼워져 있으니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출판사 측의 바람이다. 이 ‘청춘 노트’에는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든지 메모 형식이든 필사든 각자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면 훗날 중요한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책과 노트로 이뤄진 이 청춘 세트는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린’ 청춘들에게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시리즈 책 두 권을 모두 번역한 역자 최고은은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청춘의 열병'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다자이 오사무 작품에 이런 수식어가 붙은 것은 1948년 6월 13일, 서른여덟의 젊다면 젊은 나이에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의 동반 자살로 세상을 떠났지만 7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들을 얻으며 널리 읽히고 있는 데다 특히 청년 시절 다자이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인간 실격』을 떠올린다. 이 소설 작품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그 인간 세계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해 가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듭된 동반 자살 기도에서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남은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도 절연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대표작 『인간 실격』은 특유의 요설체와 일인칭 고백체로, 이루어진 탁월한 작품이라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평가다. '나'의 자의식과 자기혐오를 장황하고 집요하게 묘사하는 한편, 심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해학과 난센스를 섞어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작가적 특성이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청년 세대에게는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설명한다.

역자에 따르면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은 파란만장했다. 아오오리 현 쓰가루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시절 좌익 운동에 참가했다가 좌절한 경험, 예술과 생활 사이에서의 갈등, 지방 출신으로서 고향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갈등, 약물 중독, 두 번의 결혼과 복잡한 이성 관계, 생애 여덟 번에 걸친 자살 시도 등 그의 짧은 생애를 장식한 사건과 감정들은 그를 절망으로 몰아갔으나 그는 이 고뇌를 문학 속에 녹여 냈다고 역자는 분석한다. 때문에 그의 문학은 흔히 '사소설(私小說)'-작가가 직접 체험한 일을 소재로 삼아, 경험을 그대로 쓴 소설-로 여겨졌고, 그렇게 읽혀 왔다는 게 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단편집에 수록된 「부끄러움」에서도 알 수 있듯, 다자이는 '사소설=작가가 경험한 일을 그대로 쓴 것'이라 여기며 소설 속 세계와 작가의 실생활을 혼동하는 읽기 방식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교묘하게 비튼 소설을 쓰고 있다. 「어릿광대의 꽃」 역시 다자이 자신의 동반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 소설을 쓰는 작가 '나'가 등장해(물론 이 작가 '나' 역시 다자이 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메타 레벨에서 소설의 방법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등 작품을 작가의 경험 그 자체로 읽는 흐름을 방해하고 상대화한다고 강조한다.



역자 최고은은 책 뒷 부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이나 사상 등을 작품에 투영해 읽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실생활과 말로 구축된 허구의 소설 세계가 교차하거나, 또는 어긋날 때 나타나는 새로운 리얼리티가 주는 깨달음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소설을 방불케 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반영된 작품 내용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의 낙차를 이용하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작가적 역량에 있기도 하다."고 밝힌다. 

이 책에 실린 다자이 오사무의 12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1934년에 발표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는 집주인인 '나'와 그의 집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 세이센의 특이한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천재를 동경하는 '나'와 그런 '나'의 성격에 맞추어 자기를 변화시키는 세이센의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실소를 자아내지만, 주체로서의 나와 근대인의 자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구절도 많다. 메이지 이후 '입신양명'을 목표로 인격을 갈고닦는 '쳥년' 상이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취직난 등으로 점차 성립하지 않게 된 동시대적 상황을 연상케 하는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이다. 

사이센은 새로 맞이한 아내에 대해 역시나 다소 찝찝했는지, 내 시선을 피하듯 기다란 머리카락의 비듬을 털거나 무릎을 몇 번이고 폈다 꼬았다 하면서 웅변을 늘어놨어. 

"정말 괜찮으세요? 저도 곤란해서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럼요." 그는 내 말을 가로막듯 괜찮다고 연거푸 말하며 쾌활하게 웃더라. 나는 그 말을 믿었어.

그때 방금 전의 소녀가 은쟁반에 홍차를 받쳐 들고 왔어.(p.45)

이어 1935년 발표된 「어릿광대의 꽃」은 1930년, 카페 직원이었던 다나베 아쓰미와 가마쿠라 해안에서 약을 먹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여성만 죽고 다자이만 살아 남은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다자이 본인의 실제 경험이 투영되어 있지만 사이사이에 소설을 쓰는 작가 '나'의 고백을 넣은 형식이 인상적이다.



「우바스테」(1938) 역시 두 남녀의 동반 자살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1937년 첫 아내였던 하쓰요가 자신의 사돈인 화가 고다테와 부정을 저지른 사건에 충격을 받아, 하쓰요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애증과도 같은 부부의 관계와 삶에 대한 애수가 감도는 가운데도 다자이 특유의 위트를 잊지 않는 어둡고고 밝은 작품이다. 1939년 발표된 「여학생」은 여성 일인칭 고백체로 진행된다. 그의 소설가로서의 중기를 대표한다. 열내 살 여학생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있는데 사춘기 특유의 자의식과 섬세한 내면 묘사가 눈에 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부로하하는 여성의 자아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은, 재미있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다자이의 애독자였던 아리아케 시츠가 자신이 쓴 일기를 다자이에게 보냈고, 「여학생」은 이 일기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한다. 독자의 일기를 그대로 인용, 붙여 넣기 한 소설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패러디, 번안을 문학적 수법으로 이용했던 다자이 문학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입장이다. 

아침은 왠지 뻔뻔스럽다. 서글픈 일들이 수없이, 수많이 가슴에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싫어, 싫어. 나는 아침에 가장 추하다. 두 다리가 기진맥진 지쳐서, 그래서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까. 아침은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침은 잿빛이야. 언제나 늘 똑같아. 가장 허무해.

(중략)

아침에는 늘 자신이 없다.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앉는다. 안경을 안 쓰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얼굴이 조금 흐릿하고 촉촉하게 비친다. 내 얼굴에서 안경이 제일 싫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는 안경의 장점도 있다. 안경을 쓰고 먼 곳을 보는 게 좋다. 전체가 흐릿하고, 꿈속에 있는 거섳럼, 작은 구명으로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다. 

(중략)

제 감정을 죽이고 남에게 봉사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매일 이마이다 씨 부부 같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 주거나 맞장구를 쳐야 한다면,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건 감옥에도 들여보내 주지 않겠지. 불현듯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감옥은커녕 하녀로도 못 쓸 것이다.



1940년 발표한 「젠조를 그리며」는 소설가인 '나'가 고향 신문사에서 도쿄에서 활약하는 동향 출신 예술가들의 좌담회의 촟대장을 받으며 생긴 내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북부 쓰가루 출신의 다자이가 고향과 집안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잘 묘사돼 있다. 결국 망쳐 버린 좌담회에 절망한 '나'를 위로해 준 건, 속아서 산 줄 알았던 장미나무였다는 결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작중의 좌담회는 실제 개최했던 모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탁한 목소리로 소리친 예술가는 유명한 판화가인 무나카타 시코로 추정된다는 평가다. 제목의 모델로 했는데, 제목의 젠조는 쓰가루 출신의 선배 작가이자 1928년 세상을 떠난 가사이 젠조를 말한다. 「젠조를 그리며」와 같은 해 발표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역자는 전한다. 마지막에서 밝히고 있듯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정확히 말하면 시의 일본어 번역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우정과 믿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다시 쓴 다자이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금주의 마음」이 발표된 1943년은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술을 배급제로 받을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귀한 술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행태와 그럼에도 차을 수밖에 없는 술의 매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단편집을 통해 작가 다자이의 '청춘'을 물론,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면 옮긴이로서는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밝힌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Dazai Osamu, だざい おさむ, 太宰 治, 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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