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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 셋
최혜림.챗GPT 지음 / 호연글로벌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 『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 셋』은 사랑을 고백하려는 시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멋진 참고서로 사용 가능한 시집이자 에세이다. 문학적 장르야 어쨌건 이 책은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시와 디자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생성형 AI(챗GPT+미드저니)라는 점이다. 미드저니(Midjourney)란 인공지능 연구소이자 해당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Text-to-Image) 모델로, 스테이블 디퓨전과 함께 현시점 가장 유명하면서 생성되는 이미지의 퀄리티가 높은 AI 이미지 제너레이터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글을 쓰는 일은 모두 저자가 직접 머릿속에서 상상하거나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작성한다. 어떤 글은 일정한 양식이 갖춰 있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학적' 글쓰기는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나 창의성에 의해 작성되어 왔다. 독자도 아직 익숙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지만 몇 가지 기술은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면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디지털 기술 중 당장 적용 가능한 비대면 방식부터 적극적으로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3~4년 거치는 동안 이젠 다양한 테크놀로지 사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지문인식으로 휴대폰 작동을 시작해서 정맥 인식으로 만기 된 은행 예금을 연장하고, 점심시간에는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귀가하면 저장된 앱이 아파트 현관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물론 독자가 사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휴대폰 작동과 키오스크는 불가피해서 한두 번 따라하다 보니 의외로 쉽고 간편해 익혀두고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런 인식과 인증 기능 등이 포함된 소통 방식은 ‘생성형 언어 인공지능’인 챗GPT가 선보이면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시대에는 더 많은 인간의 노동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임은 이미 코로나 기간 중 수없이 보도되고 발표된 대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가장 정밀함이 요구된다는 의료 기술에도 AI 기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니 빅데이터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 최혜림은 시·음악평론·사진 등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리더십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선 강연하고 교육할 정도의 박사 학위 소지자로 전문직 종사자이다. 그러나 평소 전문 분야에서 많은 글을 쓰거나 문학 작품이나 사진 등에는 크게 활동하지 못해서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서 감정을 실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서문〉을 통해 고백한다. 저자는 시의 영역은 인간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챗GPT는 시상(詩想)을 가다듬지 않고 순식간에 써내려가는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하고 놀랐을 것 같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풀어낼까?"로 관심이 증폭됐다. 사진과 시 그리고 음악 감상 글에 테크놀로지를 연결한 융복합적 접근으로 '사랑'이란 주제의 글을 다루게 된 것임을 털어놓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한 존재라는 생각을 남기기 위해서다. 저자와 챗GPT의 시 구별은 있지만 독자도 이런 책을 처음 접한다. 이런 까닭에 한 번만 읽어서는 따로 구별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점은 안타깝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2024년의 트랜드 키워드는 '호모 프롬프트'다. 인공지능 활용의 한 분야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용어 호모 프롬프트 가운데 호모는 ‘인간’을 의미하며, 프롬프트는 컴퓨터에서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가리키는 단말기의 용어이다. ‘호모프롬프트’는 이 두 용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인 AI와 소통하며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인간을 지칭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호모 프롬프트라는 신조어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 및 협업의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이는 디지털 시대의 빠른 변화와 기술의 진보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몇 가지 주요한 측면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최근 몇년간 AI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 및 기계 학습의 발전으로 생성형 AI가 현실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인공지능이 예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도 주목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AI가 창작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보존되고 존중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아직 윤리적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 이른 전개에 일부 산업계와 노동계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작가, 화가, 음악가 등의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과 AI가 협업할 때 어떤 원칙을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말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일부 산업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일부 분야에서는 일자리의 감소와 관련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인간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의 진행 여부가 주목된다. 그런가 하면 AI가 창작에 개입함으로써 미술, 문학 등 일부 예술계 인사들은 이전에 없었던 형태와 색채, 주제 등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새로운 문화적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며 반기는 측과,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혁신적인 결과이지만 자칫 인간의 창의성 계발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 책 『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 셋』 역시 이런 시대적·예술적 토대 위에서 펴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 최혜림은 교육자로 리더십에 관한 많은 연구와 서적을 발표했다고 한다. 또 2022년 저자의 딸인 아티스트이자 대학교수인 리사박과 함께 『우리는 낮에도 별을 본다』란 에세이집을 출간하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이번 책은 저자로서 출판사로서 또 다른 시도이다. 사진, 시, 음악,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융복합적인 발상이 앞으로 창의성의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잠재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양한 장르를 연결하는 색다른 발상으로 인해 기획 단계에서 편집까지 그리고 AI 디자인 작업은 흥미로웠다는 저자의 말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어울리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보람찬 일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랑에 관한 인간의 시와 챗GPT의 시를 비교해서 누구에게 점수를 더 주는가의 심사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책 중에서 「벚꽃 엔딩」이란 제목의 시가 두 편 나온다. 한 편은 저자 '최혜림작'이고 다른 한 편은 '챗GPT'이다. 여기에 나란히 실어본다. 각 한 편에 한 연씩만 실어본다.
뜬금없는 이별을 마주하고는
망연자실 소리 없이 주저앉아
새하얗게 타버린 꽃잎을 뒤로 한 채
순간의 추억을 바람에 떠나보낸다(p.118)
- 「최혜림, 벚꽃 엔딩」 중에서
벚꽃의 속삭임이 흐르는 봄날
우리의 사랑이 꽃이 되어
언제나 함께 피어날 수 있기를
벚꽃 엔딩, 영원히 간직하리라(p,124)
- 「챗GPT, 벚꽃 엔딩」 중에서
이 책은 모두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사랑하나, 자기 사랑〉, 2부 〈사랑 둘, 가족 사랑〉, 3부 〈사랑 셋, 남녀 사랑〉 등이다. 갑자기 시집을 내놓고 챗GPT와의 비교를 바란다는 저자가 바라는 '사랑'과 챗GPT가 말하는 '사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독자 개인의 입장이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자 역시 독자들의 당혹감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지능이 말하는 지능'에 대한 설명을 책의 앞 부분에 적었다. "저는 인공지능이므로 감정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지만, 사람은 일반적으로 강한 양식의 정서적 연결과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두 개체 사이의 강한 양호한 관계를 나타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관심을 가지며, 서로를 존중하고 돌봄으로써 표현됩니다."
이어 저자는 "사랑은 감정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포괄합니다. 가족 사랑, 친구 사랑, 로맨틱한 사랑, 애정 어린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사랑은 때로는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어려움과 고통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서로를 지지하고 돌보는데 필요한 헌신과 희생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챗GPT의 사랑에 대한 견해와 사람의 견해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사랑에 대한 정의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 사람은 자신만의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란 보통의 견해를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처럼, 사랑은 변화하고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① 개인 성장 ② 관계의 변화 ③ 외부 요인 ④ 갈등과 해결 ⑤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기대 등의 5가지 변화 요인을 적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변화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관계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사람 간의 깊은 이해와 결속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어떻게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지에 대한 공통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라는 챗GPT의 '사랑관(觀)'의 객관적 상태를 먼저 제시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시, 그리고 그 분위기나 주제에 알맞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챗GPT의 시를 차례로 꾸밈새를 맞추고 있다. 특히 독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열심히 읽은 부분은 음악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예술 못지않게 사랑에 대한 열정도 대단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 최혜림의 의지가 엿보여 좋아 보였다. 또 사랑과 클래식을 연결시켜 듣고자 하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저자의 시 중 「아버지의 뒷 모습」은 독자로서는 조금 충격이었다. 어쩌면 독자 개인의 경우와 같은 마음일까? 해서다. 독자는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님에게 아직도 깊은 사랑을 감사하고 뒤늦게 후회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 시는 독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 연(聯)만 소개한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면서도 ‘사랑합니다’ 말 한 번 못 해본 자녀, 기특한 자녀가 대견하면서도 쑥스러워서 ‘사랑한다’고 말 못 하는 부모 모두에게 드리는 글.
아버지가 영원히 떠나시기 전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할걸
늘 마음속 망설였던 말이었다고
수줍더라도 넌지시 건네 볼걸(p.80)
- 「아버지의 뒷 모습」 중에서
저자 : 최혜림
교육자. 46세 꿈이 없던 주부가 ‘다르게 살고 싶다’라는 염원으로 도미하여 석사와 교육학 박사를 취득한 열정 만학도. 현재 세이지리더십 연구소 대표이며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커리어 우먼. 연구소 대표, 교수, 강사, 컨설턴트, 1인 출판사 운영자, 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요즘 시대의 멀티형 N잡러. 최고의 관심사는 인재개발과 리더 육성. 하고 싶은 일은 여행, 식물 가꾸기, 시 쓰기, 사진 찍기, 춤 배우기 등등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 싶은 카르페 디엠 추구자. 하지만 최고의 직업은 엄마!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학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CSU, LA)에서 교육 리더십으로 석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USC)에서 교육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리더십 교육 효과에 대한 박사 논문이 독일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저서로는 『자기 브랜드 리더십(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상, 2012)』, 『어제와 다른 리더십(2014)』, 『스피릿: 4차 산업혁명 시대 리더십(2017)』, 『나는 내 인생의 리더다: 언터처블 ‘나’를 만드는 수업(2018)』, 『한 학기 한 권: 자아편(2018)』, 『한 학기 한 권: 공동체편(2018)』이 있다. 유튜브 채널 [@CHOI최혜림TV]을 운영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