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길 시골하우스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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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사랑'과 유산을 둘러싼 '돈' 등을 다룬다. 책 속의 분위기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멜로 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동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든 동화이든 그 어떤 것으로 분류되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보타니컬 아트와 동화의 만남'으로 저자가 직접 규정해 놓은 것으로 볼 때 아름다운 일을 다루는 것은 분명하다. 내용 역시 꽃과 꽃말이 직접 거론되고 저자 이영희가 '플라워 아트' 전문가라는 점에서 자전적 소설로 읽힐 수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의 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넘어 꽃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자칫 주제가 약하다는 인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펼쳐놓은 이야기는 만만치 않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결국 사랑이야말로 어떠한 역경과 시련도 이겨나가게 해주는 힘이란 것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일깨우는 책으로 읽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대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급작스레 부모를 잃은 주인공 ‘하유’. 추스르기 힘든 슬픔도 잠시, 가족들은 오히려 하유에게 불길한 기운이 있다며 모진 말을 일삼고 유산을 차지하려고만 한다. 외롭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하유’는 우연히 들른 감꽃 길 ‘시골하우스’에서 다정한 ‘시곤’을 만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살가운 도베르만*(이름 : 브라프), 넉넉한 시골 인심의 권숙과 종학이 등장하며 하유는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시곤’은 어딘지 모르게 ‘하유’에게 특별함을 느끼며 다가오고 ‘하유’도 ‘시곤’이 운명의 상대임을 강하게 느낀다.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은 꽃말로 상징되며 장(章)의 구분 역할도 한다. 판타지 세상 속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읽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펼치는 순간 온기를 머금은 문장들은 마치 꽃봉오리처럼 피어나서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도베르만(Dobermann) : 독일에서 유래한 중형견(犬)으로 명칭은 맨 처음 사육한 사람인 프리드리히 루이 도베르만의 이름에서 온 견종이다. 체구와 달리 우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일을 수행하는 능력과 힘든 일도 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한국애견연맹 견종 표준서)

 


 

저자 이영희는 꽃 전문가라고 한다. 꽃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은 이유다. 그는 꽃을 소재로 쓴 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작 『그 모퉁이 집』은 장르 소설로 분류되지만 역사 소설에 가깝다. 표제어로 쓰인 '그 모퉁이 집'은 일제 강점기 불에 타 80년째 버려진 폐가다. 전작은 어느 날 신비한 분위기의 두 남자가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 꽃집에 3만 원짜리 꽃다발을 주문하고, 꽃잎 향과 맛이 나는 쿠키를 구워내는 남자들이 스토리를 풀어간다. 꽃집의 딸이자 아쟁 연주자인 ‘한마디’가 그 모퉁이 집에 꽃 배달을 간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때로 모퉁이 집의 기원을 끌어올린다. 일제 강점기-여성(소녀)-위안부란 상상적 공식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소재의 연결이다. 주인공 한마디는 어릴 적 기억을 잃었지만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독특한 인물 설정으로 독자들을 신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솜씨는 중견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꽃 전문가로서 다양한 꽃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역사적 상상력을 보태어 새로운 장르인 〈플라워 판타지〉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독자는 저자의 소설이 전작과 이번 작품으로 두 번째 대하는 셈이다.

이 책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전작보다 판타지 성은 떨어지지만 꽃에 대한 지식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느껴진다. 전작은 역사소설로도 분류될 수 있는 집을 두고 시공을 초월해 이야기가 전개돼 꽃은 소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소설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꽃이 주제가 되었다 해도 무리한 지적은 아닐 듯 싶다. 저자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섬세한 문장들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한층 원숙해진 느낌이다. 꽃과 관련 '보타니컬 아트'**도 소개한다.

**보타니컬 아트(Botanical Art) : 식물학을 의미하는 단어 ‘Botanical’과 예술을 뜻하는 ‘Art’의 합성어이다. 모든 종류의 꽃이나 식물, 과일과 채소를 정교하게 표현해 내는 그림 예술. 다양한 기법으로 잎맥 하나하나, 꽃술의 솜털 하나하나, 흙이 달린 잔뿌리 하나하나까도 정확히 그려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저자 주)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10가지의 꽃이 등장해 10장(章)으로 이루어졌다. 각 장과 함께 등장하는 꽃은 각 장에서 소개되며 꽃말을 마지막 문장으로 장이 바뀐다. 이에 등장하는 열 가지 꽃과 제목은 다음과 같다. 「6월에 내린 눈· 감꽃」, 「백자귀의 설야· 백자귀」, 「닿고 나서야 알았다· 작약」, 「당분간만 안녕· 백일홍」, 「재회는 칼날 같고· 오미자」, 「10월이 뜨거워지다· 수국」, 「그대가 있어· 제라늄」, 「그날 밤 그와 그녀· 천년초」, 「악한 자의 구덩이· 포인세티아」, 「뿌린 대로, 지은 대로· 과꽃」 등이다.

저자는 이 책 『감꽃 길 시골하우스』를 통해 우리 인생의 판타지는 결코 SF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비현실적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유’에게 ‘시곤’이 그랬던 것처럼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단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일상은 판타지가 되어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유’와 ‘시곤’은 배려가 어떻게 인연이 되고 또다시 나에게 돌아오는지 그래서 사소한 일상이 어떻게 판타지로 변모하는지를 마치 동화처럼 보여준다.

이 소설 작품은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단 한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지극히 평범한 대화가, 판에 박힌 일상이 사소하게 느껴진다면 주변 누군가에게 따뜻한 단 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누군가의 삶을 판타지로 바뀌게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소한 일상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인생의 묘미라는 것을 시종일관 지극히 따스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곤’이 ‘하유’에게, 모든 독자들에게 건네는 평범한 듯 심심한 위로로 우리의 오늘은 판타지가 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의 읽는 독자들에게 "그저 헛헛한 마음에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목록을 뒤져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이 책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그런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소설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사실 소설보다는 동화에서 꽃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 작가들이 동심이 꽃의 모습에 훨씬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의 저자 이영희는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꽃 전문가"라고 한다. 저자의 꽃에 대한 표현은 이 책을 통해 수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인지, 꽃이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다. 남녀 주인공이 만나 함께 돌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책의 첫 장에 나온다.

"주차장 입구까지 다다랐다. 순간 갑자기 하유가 옆으로 비켜섰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몸이 부딪칠 뻔했다.

"왜 그래요?"

시곤이 하우가 다가선 만큼 재빨리 옆으로 물러났다.

"들꽃을 밟을 뻔했어요. 발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요."

하유의 신발 옆으로 흰 봉오리를 오므린 제비꽃이 U턴 모양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주차장의 한쪽 끝에는 평상이 놓였다. 간격을 두고 나란히 낮아도 공간이 남을 만큼 넓었다.

"6월이라도 산 아래 시골의 밤은 싸늘합니다. 비가 온 뒷날은 더욱, 이걸 덮어요."

시곤이 내민 담요를 하유는 선뜻 받아 덮었다.

"이제 제대로 봐요. 눈꽃의 모양이 어때요?"

하유는 천천히 살펴보다 깨닫게 되었다. 갓 타서 뭉쳐 놓은 햇솜 같기도 하고 갓난쟁이 주먹만큼 둥글려 놓은 솜사탕 같기도 한 그것은 처음 보는 꽃이었다. (중략)

이름이 뭐예요? 이 향기도 저 꽃들이 피워내는 것, 맞죠?"

혀끝을 감아드는 다디단 향이 점점 전해지는 중이었다.

"백자귀 꽃입니다."(p.28~29)

 


 

앞서 잠깐 소개한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 '아름다운 책'에 한줄 보탠다. 봄날, 밤바람을 타고 벚꽃 눈이 휘날렸다. 시곤이 차창을 내렸다. 브라프가 꽃잎을 받아먹으려고 혀를 날름거렸다. 꽃잎 하나를 낚아 채더니 코까지 벌름거렸다. 또 다른 꽃잎은 브라프의 옆에 놓인 책에 내려 앉았다. 꽃 그림의 책 표지는 이랬다.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보타니컬 아트와 동화의 만남

〈감꽃 길 시골하우스〉- 설시곤과 여하유 부부

 

~ 설시곤의 꽃말은 <여하유> ~

 

저자 : 이영희

 

경남 진주시 하대동 거주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영남문학> 중편소설 등단

통일부 통일창작동화 수상

대한민국 e작가상 수상

제 7회 진주시 북 페스티벌 초청 강연

장편소설 『그 모퉁이 집』 출간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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