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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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독자로서는 오랜만에 접하는 북유럽의 소설이어서 관심이 갔다. 독자가 많은 책을 읽지 못한 탓이겠지만 번역서 중 북유럽 작품을 발견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 아는 지형적 한계와 인구의 부족함 때문임을 빼놓는다면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지만. 특히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곳이 스웨덴인데 말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런던이지만 작품의 주인공 샬로테는 스웨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사람으로 스웨덴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작가의 평범한 삶이 금세 떠오를 만큼 안정된 분위기의 작품이다. 스웨덴어로 쓰여진 이 소설은 스웨덴에서 12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저자 프리다 쉬베크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런던의 오래된 서점을 배경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어느 날 스웨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운영하던 소설 속 주인공 샬로테는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모가 자신에게 런던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을 물려주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샬로테는 런던까지 가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다. 따라서 런던에 가 짧은 시간 동안 서점을 매각할 예정으로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 서점으로 향한다. 남편을 잃은 자신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런던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하면서 서점을 운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이지만 해본다. 런던에 내려 곧장 서점으로 향한다. 마법을 부린 듯한 서점 내부 모습에 감탄한 것도 잠시, 샬로테는 사라 이모가 살던 서점 위층의 작은 집에서 한 남자의 사진, 그리고 편지가 담긴 상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곧 서점이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된다. 서점을 매각하고 곧바로 스웨덴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서점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직원, 마르티니크와 샘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린다.

 


 

샬로테는 더욱이 사라 이모가 살던 집에서 의문투성이였던 자신의 뿌리에 대한 단서도 발견한다. 낡은 상자 속 빼곡히 들어찬 편지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샬로테는 왜 이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왜 엄마는 친아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는지 조금씩 알아 간다. 동시에, 서점 건물 2층에 세 들어 사는 소설가 윌리엄에게도 점점 빠져들면서 샬로테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변화해 간다.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 속에서 샬로테는 표제어처럼 이 서점은 '템스강'변에 있는 조그마한 서점이다. 우리가 영국 런던을 생각하면 떠올리면 그림 같은 풍경을 품은 서점에서 가족처럼 지내던 마르티니크, 샘, 윌리엄, 그리고 테니슨 앞에 불청객처럼 샬로테가 나타난 격이다. 일에만 파묻혀 살던 샬로테에게 개성 강한 이들과의 관계는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사라 이모의 친구이자 따뜻한 마음을 지닌 마르티니크, 제멋대로지만 누구보다 서점 일에 열정적인 샘, 근사한 미소로 마음을 녹이는 윌리엄, 그리고 샬로테에게만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 테니슨까지 있는 이 서점에 대해 샬로테는 점차 마음을 연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을 오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소중한 사람을 또 잃을까 두려워 감정을 꼭꼭 숨기고 지내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함께 서점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샬로테는 퍼즐을 맞추듯 숨겨져 있던 비밀에도 점차 다가간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 타인에게 상처받고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때론 절망하지만 친절함과 따듯함, 희망을 잃지 않는다. ‘착한 언니’와 ‘완벽한 엄마’라는 역할에 갇혀 자신을 희생하던 마르티니크는 점차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가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일에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샬로테 역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옆 사람을 돌보고, 절망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고 그들의 단단한 마음이 부숴지지 않도록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어려을 때 서점 주인을 꿈꿔봤던 독자로서는 이 소설에 감정이입이 쉬웠다. 서점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에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싶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때 서점의 주인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독자와는 다르지만 샤로테는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순수함과 고충, 그리고 의지에 접근하며 점점 애착이 강해진다. 그들과 함께 서점을 지키기로 한 결심이 선다. 독자로선 갑자기 내가 서점의 상속자가 된다면? 하고 생각해보니 행복감도 얻을 수 있었다. 더욱이 그 서점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면?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일일 터다. 그러나 읽은 책이라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부였던 샬로테에게 서점 일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점에 대해, 그리고 사라 이모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샬로테는 이 서점이 홀로 남은 이모를 지켜주었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이모를 지켜주었듯 자신도 지켜줄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독서 애호가들에게 더없이 완벽한 장소'인 〈리버사이드 서점〉을 배경으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크고 작은 소란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손으로 직접 짠 나무 서가, 대리석 선반이 달린 벽난로, 떡갈나무 계산대, 해리포터 계단 방을 본떠 만든 작은 공간까지 모두가 작지만 소중한 것이다. 그것들이 손때가 묻고 여러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갈수록 아름다운 서점으로 변화해 간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 착각하게 만드는 인테리어와 더불어 모든 고객에게 맞춤 책 추천이 가능한 직원들은 이 서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며 이 책의 스토리를 완전하게 채워간다. 올 가을 책 읽고 싶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족시켜줄 소설로 손색이 없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의 저자 프리다 쉬베크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라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저자의 내공이 알려진 바 없다고 보면 될 일이다. 독자가 이 책을 읽은 느낌으로는 '노련한 작가'의 면모를 보인다. 샬로테가 서점을 운영할 의사가 전혀 없이 사건이 진전되지만 날을 거듭할수록 서점 직원들과 이웃의 마음을 읽고 감화된다. 그리고 자신이 서점을 지켜내리라는 필연적 이유를 소설 중간 중간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과 이웃의 처신과 과거 행적, 사라 이모가 살았을 때의 서점에 대한 애착 등이 이모의 생전과 사후 사이를 자유롭게 의식이 오가며 독자들에게 꾸밈없이 샬로테는 각오를 다져간다. 또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아름다운 마음씨의 이들과 함께하겠다며 서점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변화도 자연스럽다.

소설 내용의 디테일도 세밀하게 신경 쓰는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유기적 구성력도 대단하다. 모든 것이 저자의 주도면밀한 글쓰기와 구성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당했고 이야기의 전개는 주도면밀하다고 느꼈다. 등장인물 역시 소설의 진행 과정 상 필요한 인물을 그때 그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설정해 놓고 사건의 전개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내 보여준다. 그야말로 완벽한 구성 능력이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보다 오히려 완벽한 구성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는 탁월함을 보여 준다.

사건의 마지막에 의도치 않은, 모든 독자들이 다 잘 아는 듯한 인물은 이 소설의, 서점의 스페셜 게스트가 된다.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의 등장이다. 그가 단순히 이 서점에 들르는 무미건조한 설정이 아니다. 그가, 대 작가가 〈리버사이드 서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8권 출간 기념 낭독회를 연다.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쓰러져가는 서점에 대 작가의 방문이라니... 그리고 그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서점을 살려내려는 샬로테, 직원들, 이웃까지 한마음인 점에서 소설은 더 빛을 낸다.

 


 

J, K. 롤링과 샬로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다. 샬로테는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려고 초창기 회사를 함께 시작했던 헨리크에게 말하고 매각을 위한 은행과의 문제 등을 논의해 확정해야 한다. 한 출판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롤링을 만나다. 누군지도 모른 채 그에게 접근해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 자신의 서점에서 낭독회를 한 번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출판계에 문외한이던 샬로테가 '밑져야 본전' 식의 발언이지만 롤링은 자신이 누군지 아시냐고 묻는다.

"아뇨, 저는 스웨덴 사람이라서 영국 문학계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작가님이 방문해 주신다면 저희 손님들이 매우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서점이 어디 있죠?"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에 있습니다. 여기서 정말 코앞이에요. 저의 서점은 백 년 이상 이어져왔고 특별한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아주 다양한 장서와 아이들을 위한 독서 코너도 있어요. 계단 아래에 해리 포터가 살던 계단 방처럼 꾸며놓은 코너도 있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스웨덴식 커피와 다과를 제공해요. 서점 위에는 위리엄 헨슬로라는 작가님도 실제로 사시고요. 안타깝게도, 저희는 지금 재정적으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서 작가님께 돈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하시는 만큼 스웨덴식 시나몬 롤을 드릴 수는 있어요. 물론 호텔을 오고 가는 택시비는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해리 포터 계단 방이 있다고요?"

이렇게 우연히 대 작가 롤링의 방문이 약속되지만 모두 롤링이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샬로테를 통해 쏟아놓은다. 저자의 글솜씨, 그리고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 더욱이 샬로테는 그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다. '해리 포터의 계단 방'. 신의 한 수다.

 


 

서점 방문은 신문 기사로 대체한다. 상상력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높고, 신문에 나왔다는 공신력과 함께 롤링이 그만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템스 강변에 있는 리버사이드 서점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고풍스러운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천장까지 뻗은 서가와 사다리, 소박한 가구가 어우러진 공간에는 세기말의 마법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최근에는 스웨덴식 ‘피카’를 제공하는 카페를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가적 기량을 갖춘 직원들이 방문하는 손님을 책 세상으로 즐거이 안내하고 있다. 서점의 새 주인 샬로테 뤼드베리 씨에 따르면, 이런 낭독회는 앞으로 필수적인 서점 행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 서점이 지역사회에 능동적인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사우스뱅크 지역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런던에서 가장 친절한 서점에 한번 들러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마르티니크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샬로테! 정말 꿈만 같아!” 그녀는 샬로테의 목을 그러안았고, 샬로테도 있는 힘을 다해 마르티니크를 안아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참으로 감사하게 되는 날이었다.(p.532)

 

저자 : 프리다 쉬베크(Frida Skyback)

 

1980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꾸었으며 다섯 살 때 처음 책을 썼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고등학교에서 언어와 역사를 가르쳤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써오다가 2011년 첫 발표한 소설 『샬롯 하셀』이 큰 사랑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2개국 이상 작품이 계약되어 번역 중이며,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12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현재 남편, 두 딸과 함께 스웨덴 룬드에 살고 있다.

 

역자 : 심연희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뮌헨 대학교(LMU)에서 언어학과 미국학을 공부했다. 영어와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설 『아웃랜더』, 『아이언 위도우』, 『레슨 인 케미스트리』, 『스파크』, 『미드나잇 선』, 그래픽 노블 『인어 소녀』, 『티 드래곤 클럽』, 시리즈물로 『이사도라 문』, 『인 더 게임』, 『매머드 아카데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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