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자 츠나구 2 - 인연이 이어주는 만남과 마음 ㅣ 사자 츠나구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0월
평점 :
이 소설 작품 『사자 츠나구 2』에 나오는 '츠나구'는 일본말을 모른 독자로서는 사람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츠나구는 한자 '사자(使者)'를 발음한 일본말로서, 한자를 보면 뜻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전 우리나라 인기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하던 '저승사자'의 '사자'와 비슷한 뜻이다. 우리는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리고 가는 심부름꾼이었다. 저승사자는 '저승(사람이 죽은 후 가는 세계)'에서 온 죽음의 사신(使臣)이다. 이 책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 의미는 정확하게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지만 독자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승사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산 자의 의뢰를 받아 죽은 자와 교섭하고 면회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츠나구의 일이다. 책에서 표현하기를 "아는 사람만 아는 존재"라고 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우리처럼 널리 쓰이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츠나구'의 어원이나 유래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민간에서 흘러다니는 우리의 '전설'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전작 『사자 츠나구 1』을 출간해 일본 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저자는 이미 2004년 데뷔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고, 2011년 전작으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범죄를 테마로 한 소설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8년 『거울 속 외딴 성』으로 제15회 서점대상 1위가 되며 장르를 넘어 일본 문학을 이끄는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 표제어에 나오는 ‘츠나구’는 ‘연결하다, 잇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말이라고 한다.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단 한 번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해 주는 사자(使者)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바로 '츠나구'를 통해 일본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소설은 ‘단 한 번이라도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츠나구를 찾아가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엄격한 규칙도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평생 보름달(만월)이 뜨는 단 하룻밤뿐이다. 죽은 자도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기회만 있다. 이로 인해 산 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죽은 자는 만남을 거절할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가장 절실한 만남을 선택해야만 하도록 한 저자의 구상이다. 2011년에 출간된 『사자 츠나구 1』과 마찬가지로 다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네 번의 만남과 츠나구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독자들은 이 미스터리 판타지를 읽으며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진한 감동과 긴 여운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2011년에 출간된 『사자 츠나구 1』은 유난히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독특한 스토리와 독창적 캐릭터 창조로 일약 일본의 중견 작가로 발돋움했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의 츠나구로 나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오랜 세월 츠나구로 지낸 다정한 할머니로부터 그 역할을 물려받은 고등학생 시부야 아유미. 그 소녀의 눈을 통해 죽은 자와의 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하룻밤의 만남으로 발생한 파문과 같은 드라마를 그려낸 아름다운 연작 단편집이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사자 츠나구 2』는 『사자 츠나구 1』에 이은 대망의 후속작이다.
『사자 츠나구 2』의 작품 속 시간은 전작으로부터 7년 후의 이야기이며, 아유미는 작은 장난감 회사에 다니는 사회 초년생이 되었다. 츠나구로서의 경험도 쌓아나가며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을 텐데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좀처럼 아유미가 등장하지 않는다. “내가 츠나구”라고 말하는 건방지고 어딘가 통달한 듯한 아역 배우 같은 이 여자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작품 속 화자(話者)인 가미야 유즈루의 눈에 비친 '츠나구' 소녀는 어린 소녀로 보기에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묘사되고 있다. 배우인 유즈루의 약속 장소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등장한다. 아래쪽에 주름 장식이 달린 분홍색의 작은 가방을 맨 모습이 딱 그 나이의 아이답게 꾸민 모습으로 보인다. "내 팬이구나"라고 단정지으려는 유즈루가 "자, 갈까요?"라는 말에 아역 배우의 대사를 듣는 듯한 위화감이 들면서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저자는 그 어린 소녀의 모습을 책에 묘사했다. "어른스러운 외모에 주눅 든 기색이 전혀 없는 또랑또랑하고 새까만 눈동자, 조그마한 얼굴, 날카로운 턱선과 얇은 눈썹. 갈색빛이 살짝 도는 보드라운 머릿결을 양 갈래로 나눠 리본으로 야무지게 묶고, 중앙으로 갈라진 앞머리 사이로는 동그란 이마가 두드러져 보였다."(p.8)
화자인 유즈루가 배우 초년병 시절 선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우연히 들었던 '츠나구'의 존재를 떠올린다. 그가 이 단어를 화제에 올렸던 때는 동료들과 가진 공연 뒤풀이에서다. 선배가 말해준 '츠나구'의 무심코 말하다가 동료 여배우가 한 충고를 들었다. 그 이후로 츠나구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설마 자신이 몇 년 후 소문을 더듬어가며 진심으로 츠나구를 찾는 상황이 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유즈루는 동료 여배우 미사를 사랑하고 그와 연애를 꿈꾼다. 그러나 미사는 냉정하기만 하고 배우의 일에 열심이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미사의 단짝이던 친구를 잃음으로써 미사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자신과의 연애를 꿈꾸던 유즈루는 언젠가 들었던 츠바구 이야기를 떠올리고 미사와 그 친구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하지만 대신 만나는 것을 허락되지 않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는 소녀 츠나구에게 한 번도 보고 싶지 않은 아버지를 선택한다. 결국 아버지와 재회하지만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을 갈망해 재회한다 해도 상황이나 세상에는 아무런 변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이해된다. ‘인연’을 강조하는 저자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이 떠오른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과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그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는 게 ‘사자 츠나구’이다. 할머니로부터 츠나구의 역할을 물려받은 시부야 아유미는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때때로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연작 장편 소설로 1, 2편이 출간됐고 10건의 인연과 만남이 츠나구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품의 간격은 7년 후이지만 소설 속 배경은 수천 년에 이른다. 이를 연결하는 통로는 '츠나구'다. 츠나구는 원하는 사람에게 묻고 대상자가 원한다면 단 한 번 두 사람의 재회를 연결해 준다. 츠나구의 시간으로는 불과 7년이다. 삶의 세상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중요하지만 사후 세상은 시간이란 관념이 없다는 점도 독특한 구성으로 저자는 이뤄내고 있다. 『사자 츠나구 2』에서는 청년으로 성장한 아유미 앞에,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품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아」, 「고요함이 존재감을 드러내듯」, 「바다는 아무 일 없이 평온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는 것들」, 「다시 벚꽃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등이다.
어린 시절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와 만나기로 결심한 젊은 배우.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에게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은퇴한 교사. 사고로 어린 딸을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머니. 그리운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나이 지긋한 요리사 등이 등장한다. 한 명의 의뢰인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단 한 번, 오직 한 명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망자가 면회를 거절하면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면회 장소는 이 세상과 저세상을 잇는 길목에 있다는 고급 호텔의 방 하나, 면회 날짜는 면회 시간이 가장 긴 보름달이 뜨는 밤이다. 죽은 자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가 동이 틀 무렵 사라진다. 재회를 마치고 이른 아침 로비로 내려오는 의뢰인은, 어딘가 개운해 보이기도 하고, 얼굴 전체가 눈물로 범벅이 되기도 한다.
그날 밤,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남겨진 사람에게 힘을 줄 것이다. 츠나구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며, 아유미도 성장하고 있다. 사랑이 찾아온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결말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일본 전국시대 전쟁 참전을 금지하면서 마을의 안녕을 지킨 농민 지도자를 만나려는 사메카와 고헤이, 바다에 빠져 숨진 딸 메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시게타 쇼이치와 미사토 부부, 유방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 에이코를 그리워하는 오가사와라 도키코의 만남을 주선하는 '츠나구' 아유미가 등장한다. 아유미의 작품 거북이 장난감 을 만드어 준 도리노 공방의 대장 도리노는 지병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도리노의 외동딸 나오는 공방을 잇게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아버지의 마음이 궁금하다. 일본 사람들의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통해 이어지는 삶의 모습이 담긴 전형적인 일본 사람들로 내세울 만한 대표적 성격을 갖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서로 연결되게 엮어낸 저자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츠나구는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임무를 맡는다. 세상을 떠난 누군가와 만나고 싶다는 의뢰인의 상실감을 오직 한 번밖에 이룰 수 없는 재회를 중개한다. 아유미에게 츠나구를 맡기고 돌아가신 아야코 할머니, 점술가 아키야마 가문의 당찬 꼬마 당주 안나 등 아유미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소데오카 아야코는 하치야 시게루의 오랜 만남 요청을 거절하지만 아유미는 아야코와 하치야의 만남을 주선하는데 성공하고, 하치야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과 같은 시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한다. 인연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삶과 죽음이 우리 일상의 변화에 깊이 관여하는 메시지가 작품 속에서 은은히 퍼져나와 독자들의 가슴속에 조금씩 쌓여간다.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つじむら みづき,ツジムラ 深月)
1980년 2월 29일생. 야마나시 현에서 태어나 치바 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쓴 소설이 호러 소설일 정도로 어릴 때부터 호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했다.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1년 『츠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범죄를 테마로 한 소설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상을 수상, 2018년 『거울 속 외딴 성』으로 제15회 서점대상 1위가 되며 장르를 넘어 일본 문학을 이끄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난임 부부와 열다섯 살 미혼모라는 두 가족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긴 여운을 남기는 『아침이 온다』는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제작되었고, 영화는 2020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환영을 받았다. 그 외 저서로는 『얼음고래』 『테두리 없는 거울』 『어쩌다 너랑 가족』 등이 있다.
역자 : 오정화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일본문화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외식기업 기획자로 근무하였으나 일본어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퇴사 후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역서로는 『수학소녀의 비밀노트: 고마워 적분』,『숫자로 배우는 초보 수학』,『억만장자의 엄청난 습관』,『푸드테크 혁명』,『알아두면 쓸모 있는 모양 잡학사전』,『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