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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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상한 그림』은 표제어처럼 '그림'은 있지만 이상한 소설 작품은 아니다. 다만 그림을 제시하고 추리력과 기억력 등을 동원해 범죄 등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가는 소설이다. 분명 추리소설의 새로운 형식이다. 독자로서 새로울 뿐이지 저자 우케쓰는 이번 책이 두 번째 '그림 소설'이다. 일본어로 출간한 일본 소설이지만 세계 공용어인 그림이 추리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분명 세계 추리소설 독자들의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원래 추리 소설이 범인이나 용의자의 심리, 제스처 등 세밀한 부분의 묘사가 많기 때문에 번역할 경우 맛이 좀 떨어지는 것을 독자들은 감안하고 읽는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이나 오류를 줄이는 데는 전 세계 공용 언어가 더 호소력이 클 것이다. 저자 우케쓰는 이 그림 소설로 출판계는 물론 독서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실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짐작도 독자로서 해본다. 크게 틀린 짐작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저자 우케쓰는 전작 『이상한 집』이 ‘65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고와 함께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단숨에 일본 문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이 두 번째 장편소설 『이상한 그림』에서 저자는 여러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오컬트 동아리원이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에 숨겨진 비밀에서 시작되는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서 오는 쾌감을 넘어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깊은 울림까지 전한다. 이 책도 출간 전부터 일본 출판계가 들썩였다고 한다. 이상한 추리소설이나 이상한 그림만 화제가 된 게 아니다. 이례적인 연속 흥행에도 불구하고 우케쓰는는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 세상에는 자신을 감춘 채 활동하는 복면 작가가 있지만 우케쓰야말로 진정한 복면 작가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유명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겸 유튜버로 '인터넷계의 에도가와 란포'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에도가와 란포(1894~1965)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전설적 추리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분이다. 에도가와 란포는 필명이며, 미국의 문호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일본탐정작가클럽(이후 일본추리작가협회)을 창설해 초대이사장을 지냈으며,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작가다.

 


 

저자 우케쓰가 그의 인기를 이어받은 듯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독자가 꺼낸 말이다.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독자의 궁금증이 더했기 때문이다. 저자 우케쓰는 영상 콘텐츠 전문가이고 하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목구비도 불분명한 흰색 가면과 온몸을 감싼 검은 타이츠 차림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목소리마저 변조하여 신원은커녕 성별조차 알 수 없다. 채널 구독자 수가 90만 명이 넘고 또 소설 및 드라마 영역에서도 활동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케쓰가 펴낸 두 권의 소설은 가독성 넘치는 문장은 물론 다양한 이미지와 도표를 통해 흥미로운 영상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해서 더 흥미를 끌고 인기도 높아진 것으로 이해된다. 한마디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과의 비교는 독자가 전작을 못 읽었기 때문에 출판사 측의 책 출간 소식에서 인용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우케쓰는 두 번째 소설 『이상한 그림』에서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는 도구로 그림을 선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린 그림들을 중심으로 심리 분석과 본격 추리가 진행되는데, 사건에 깊숙이 관련된 인물들의 목소리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직관적이고 독자 몰입도 또한 강하다. 이는 일본 내 두 작품의 리뷰, 판매 속도가 증명한다. 우케쓰가 쓰는 소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림 미스터리’라고도 부르는데, 보는 것 이상의 읽는 재미가 확실한 ‘신개념 소설’임은 분명하다. 독서량이 많은 독자, 미스터리 마니아는 물론이고 처음 미스터리에 입문하는 신규 독자들도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그럼 이제 그림 한 장을 보여 드릴게요."란 한 줄만 써놓았다. 다음 문장은 책장을 넘겨야 나온다. 한 장의 그림(왼쪽)과 함께 한 페이지의 문장이 나란히 나온다. 글자는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대학교 강의실 칠판에 그림 한 장이 붙여졌다.

심리학자 하기오 도미코는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학생 여러분 앞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저는 예전에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수많은 분께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담당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을 복사한 겁니다. 이름은 'A코'라고 할까요? A코는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말에 당연히 학생들이 술렁거린다. 다욱이 여자아기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책으로 읽어서 실감이 안 날 수 있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 열한 살 아이가 그렸을 만하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림일기 쓰는 수준?(그림 실력에 따라 이보다 잘 그린 사람도, 못 그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심리상담사로서 어머니를 살해한 아이의 그림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 그는 A코의 정신분석을 위해 대상자가 그린 그림으로 심리를 파악하는 분석 기법인 '그림 테스트'를 실시했고, 내면을 파악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되묻는다. "여러분, 이 그림을 보고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어요?"

 


 

화자는 그림에 그려져 있는 소녀, 집, 나무 등에 대한 심리 분석상의 이야기를 하나씩 설명한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보이겠죠. 핮히만 군데군데 아주 묘한 부분이 있답니다. 일단 한복판에 그려진 여자아이의 '입'을 자세히 보세요. (얼굴의 입을 중심의 부분만 클로즈업 그림 사진)

모양이 분명치 않고 좀 지저분하죠. A코는 입을 잘 못 그리겠는지 몇 번이나 지우개로 지우고 선을 다시 그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한번에 깔끔하게 선을 그었는데, 왜 입만 몇 번이나 실패했을까요? 여기서 A코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A코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화내지 않도록 집에서는 항상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었다고 해요. 속으로는 무서우면서도 겉으로는 늘 가짜 웃음을 지어야 했던 거죠. '잘 웃지 못하면 얻어맞는다.'······ 당시 느꼈던 기분이 되살아나 긴장한 나머지 손이 떨려 입을 잘 그릴 수 없었던 거예요. A코의 비통한 심정은 그림 속 왼편에 서 있는 집에서도 잘 나타나요. (집 그림 부분만 클로즈업)

이 집, 문이 없죠. 문이 없으면 안에 못 들어갑니다. 그래요. 이 집은 A코의 마음 그 자체예요. '내 마음속에 아무도 들여놓기 싫다.' 혼자 틀어박혀 있고 싶다' 같은 도피 욕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 속 나무를 잘 보세요. (나무 가지와 잎사귀가 감싸고 있는 부분 클로즈업)

나뭇가지가 가시처럼 뾰족하죠. 이런 모양의 나뭇가지는 범죄자가 그린 그림에서 자주 보입니다. '해코지하겠다', '찔러버리겠다' 같은 사나운 공격성이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심리상담사는 이러한 정보를 종합해 대상자의 상태를 적절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심리상담사의 이름은 하기오. 하기오는 A코가 그린 한 장의 그림을 더 꺼내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호 본능이 있고, 모성애가 강한 경향이 있어요. '나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고 싶다', '안전한 곳에 살게 해주고 싶다' 같은 마음이 표출된 거죠. (중략) "현재 A코는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책의 프롤로그에 불과하다. 이 책이 이런 식으로 기술되어 있고, 그림과 함께 글을 읽고 추리하면서 읽으면 된다.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범인을 찾내는 단서가 주로 그림에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랑은 심리 추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각각의 사건을 다루는 단편 소설이지만 한데 묶었다. 같은 주제라기보다 형식상 같은 그림 이야기이다. 소설이지만 각각 다른 내용의 소설들이라 장(章)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1장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 2장 「집을 뒤덮은 안개 그림」, 3장 「미술 교사의 마지막 그림」, 4장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 등이다. 1장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블로그가 소재로 채택되었다. 블로그의 주인공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를 낳던 도중 아내가 사망하고, 몇 년이 흘러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블로그를 중단하고 만다. 우연히 블로그를 발견한 오컬트 동아리원 구리하라와 사사키는 이 그림들에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블로그에 숨겨진 소름 끼치는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마침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추리 과정을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대화 위주로 사건을 진행하는 등 구성 면에서도 파격적이다. 육아일기인 줄 알았던 블로그에 나오는 그림들의 섬뜩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발상의 저자의 글 구성 능력이 기막힌 반전들까지 담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림이 함께 실려서인지 글의 분량은 짧지만 반전이 매우 강렬하다. 해당 장의 수수께끼는 장의 결말에서 완전히 풀림으로써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춘다. 책 마지막에서는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데 개개의 그림들에 숨겨진 진실과 허를 찌르는 진실에 독자는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몰입감 높은 스토리에 정신없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도 독자들이 ‘나라면 어땠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림과 이야기의 속성을 꿰뚫는 저자의 노련함 덕분일 것이다.

 


 

저자 : 우케쓰(雨穴)

 

호러·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일본의 웹 사이트 ‘오모코로’와 유튜브 채널 ‘雨穴’에 다양한 오컬트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2022년 10월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65만 명, 누적 조회 수 7,000만 뷰를 기록하였다. 특히 ‘이상한 집’ 영상은 1,000만 뷰를 돌파하였고, 한국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부동산 미스터리 일본의 이상한 집’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되었다. ‘이상한 집’은 소설로 만들어져 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1위에 올랐고,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또한 TV도쿄의 호러 드라마 〈뭔가 이상해何かおかしい〉의 원안을 맡고, 두 번째 저작 《이상한 그림》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雨穴(Uketsu)

트위터 @uketsuHAKONIWA

인스타그램 @uketsu_

 

역자 : 김은모

 

일본 문학 번역가.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여자 친구』를 비롯하여 아시베 다쿠의 고바야시 히로키의 『Q&A』,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 『달과 게』, 『기담을 파는 가게』, 이사카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 『후가는 유가』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지넨 미키토의 병동 시리즈 『가면병동』, 『시한병동』,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프리즘』, 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 1, 2』,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 『마안갑의 살인』을 비롯하여,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의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지나가는 녹색 바람』, 『검찰 측 죄인』, 『달과 게』, 『성스러운 검은 밤』, 『열대야』, 『밀실살인게임』, 『사이언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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