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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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시를 자주 읽는 편이 아니라 우리 현대시의 흐름을 잘 모르고 있는 상태다. 시를 아예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는 자주 읽었다. 그때 독자 스스로 찾아 읽었던 시들은 대체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 현대시로 일컬어지는 해방 이후의 시다. 요즘 말로 하면 감수성 높은 감성적인 시가 많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었다. 독자로서도 읽고 쉽게 이해되는 시가 대부분이었다. 사랑와 연애의 밀어처럼 하나씩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시어(詩語)도 매력적이어서 노트에 따로 적어두고 외우기도 했었다. 가끔 글 쓸 때 한 번씩 인용, 사용하기도 했다.

이 시집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는 윤동주의 시 모음집이다. 예쁜 일러스트가 시 군데 군데 들어가 있어 윤동주의 순결한 시어들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생애가 짧아 많은 시를 남기지 못한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고 아쉬움이 많지만 남아 있는 것이라도 잘 보존해 수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는 것만이라도 다행스럽다. 윤동주의 시는 다른 일제 지배에 저항하는 저항 시인의 시어들처럼 격렬하거나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이 드러나는 고결하고 순결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시를 꼽는 설문조사를 하면 윤동주와 그의 시 몇 편이 꼭 들어간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도 이른바 참여 문학 논쟁이 가열됐다. 이른바 순수문학이냐 참여문학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70~80년대까지도 이어진 문학논쟁이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닌데 굉장히 오랫동안 서로를 반목할 정도였다.

 


 

80년대 말 산업화가 끝나가고 민주화의 분위기도 어느 덧 무르익어 가면서 순수와 참여 논쟁은 사그러들었던 것 같다. 젊은 시인들은 현대인의 복잡한 삶에서 오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로 변모해 갔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이때부터 독서가 멀어졌다. 한참 직장 생할에 매달리느라 시뿐만 아니라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하던데 독자에게만큼은 핑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특히 소설은 단편 전성시대를 마치고 장편소설의 시대로 넘어온 듯했다. 직장인인 독자로서는 장편소설을 하나 읽으려면 일주일은 걸려야 할 정도였다. 책 자체를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의미보다는 좋아하는 시와 소설의 독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회사에서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한 달 한 권 책 읽기'로 매달 책 한 권씩을 선물받았다.

직장 생활 10여년째 되자 책이 조금 멀어진 게 사실이었다. 간혹 시집 한 권 집어 펼칠라치면 이름도 모르는 젊은 작가가 시집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선 읽기가 어려웠다. 예전처럼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이 주된 시들이었다. 당연히 다시 찾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끊임없이 쉽고 감성적인 시들이 아예 없어진 게 아니라 한쪽에서 예전 형식의 감성과 단어들로 시를 치열하게 짓고 있었다. 나태주 시인도 이때 처음 만났다. 윤동주 시인의 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늘 판매대에 있었다. 독자로서는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찾아보니 류시화, 박노해 등의 시와 시집도 눈에 잘 띄었다.

 


 

조금은 아쉽지만 이 책들이 '이색 도서'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다. 『너의 초록으로, 다시』는 나태주 시인의 시 200여 편에 9가지 에센셜 오일로 만든 '나태주 시인의 향'을 입힌 국내 최초 향기시집이라고 한다.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콘텐츠로 향기로운 '시 테라피'를 선사하는 것이다.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는 시대를 초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다채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음미할 수 있으며,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는 윤동주, 백석, 김소월 등 한국 대표 근현대 시인들의 보석 같은 시 83편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이야기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문제 없지만 시가 시 자체로 읽히는 게 아니라 다른 보조 방식을 통해 읽힌다는 생각에 다소 씁쓸하긴 하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에 반할 필요는 없다. 아니 세상의 흐름과 함께해야 진정한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위안을 가져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의 장점은 일러스트와 함께 윤동주의 시를 더욱 깊이 음미해볼 수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윤동주의 시가 여러 빛깔 있는 삽화를 만날 때 더 풍부한 감성과 여운을 전해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일러스트는 때론 시의 상징적 내용을 반영한 리얼리티 기법으로, 때론 시적 상상력을 동원한 기법으로 다채롭게 묘사되고 있다. 같은 시라도 시 한 편이 주는 느낌은 다르게 다가설 때가 많다. 기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때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따라서 시의 해석엔 정답이 없다. 그 시를 받아들이고 음미하고 상상하는 개개인의 느낌이 중요할 따름이다. 이 책의 삽화 역시 독자 개개인에게 또 다른 윤동주를 만나게 해주는 가교 역할에 다름 아니다. 윤동주와 윤동주의 시가 더욱 풍요롭게 읽히기를 기대해본다.

 


 

독자 개인적 생각으로는 시인 윤동주는 어찌보면 결벽주의자였을지도 모른다. 강박까진 아니더라도 매사에 순수하고 명징한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의 시에 나타난 많은 단어들이 매우 높은 상징성을 갖거나 깊은 의미를 내포하더라도 모두 일반 명사로 대체할 정도로 완벽하고 쉬운 단어를 채택했다는 점이 이를 보강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의 이런 완벽 추구를 일제 강점기 당시 나라를 잃고, 나라를 빼앗은 '일본'으로 유학 가서 그들의 말로 배워야 하는 혼돈의 시대 아닌가? 윤동주가 이런 주옥같은 시를 남기고 너무 빨리 세상과 이별해 안타깝기만 하다. 아마 더 오래 이 세상에 머물렀다면 더 좋은 시들을 우리에게 더 많이 선물하였을텐데... 하필 그런 시대에 태어나서 아쉽구나 했다가, 그래서 이런 시들이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윤동주 시인의 내면 세계는 얼마나 크고 복잡할까? 그 크고 복잡한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최상의 어휘를 고르고 골라내어 적절하게 시를 만들어 내는 그 능력이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하늘이 준 재능이어야 가능할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시 몇 편은 외울 정도로 독자의 머릿속에 있다.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더라도 싯구는 생각나는 시들이다.

웬만한 독자들도 다 잘 아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초판본 영인본' '필사책' 윤동주 해설' 등 많은 책들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그의 사후 80년이 다 됐는데도 출판되고 있다. 독자도 5~6가지의 여러가지 시집이 있다. 당연히 '많이 팔리는 책'에 이름을 끼워놓은 순위를 매겨놓은 것을 신문에서 여러 번 봤다. 윤동주의 시는 변하지 않지만 시집은 진화를 거듭한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 20일에 지은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다. 1948년 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의 전모를 단적으로 암시해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시는 윤동주의 좌우명격 시인 동시에 절명시에 해당하며, 또한 '하늘'과 '바람'과 '별'의 세 가지 천체적 이미저리가 서로 조응되어 윤동주 서정의 한 극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시」는 내용적인 면에서 세연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연은 '하늘-부끄럼', 둘째 연은 '바람-괴로움', 셋째 연은 '별-사랑'을 중심으로 각각 짜여져 있다. 첫째 연에서는 하늘의 이미지가 표상하듯이 천상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순결의지가 드러난다. 바라는 것, 이념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 한계적인 것 사이의 갈등과 부조화 속에서 오는 부끄러움의 정조가 두드러진다. 둘째 연에는 대지적 질서 속에서의 삶의 고뇌와 함께 섬세한 감수성의 울림이 드러난다. 셋째 연에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서의 '진실한 마음, 착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바탕으로 한 운명애의 정신이 핵심을 이룬다. 특히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라는 구절은 운명애에 대한 확고하면서도 신념에 찬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심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별 헤는 밤」은 10연 30행의 자유시이다. 1941년 11월 5일 지은 유작으로 친구 정병욱과 아우 윤일주가 1948년 정리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31편 중 앞부분에 실렸으며, 1955년 정음사에서 나온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리되어 실렸다. 담화체 형식으로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애틋한 서정을 담고 있다. 특히 ‘∼ㅂ니다’의 종결어미가 정겨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으로 회상과 기억, 그리움의 정조를 따라 전개되는데 1∼3연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현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향에서 시인은 현재 가을로 이미지화된 침잠된 분위기에 싸여 있으며 청춘을 제대로 구가하지 못하는 소회가 깊게 묻어있다.

고독한 현재와 대비되는 시간은 과거로 설정된다.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는 ‘별’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구체화한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등은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밀착된 모티브이다. 이 중 가장 실감 있게 고향을 환기시키는 시적 상관물은 ‘어머니’이다. 5연과 7연에서 ‘어머니’를 호명하며 전개되는 시적 정황은 떠도는 자로서 고독과 그리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저자 : 윤동주(尹東柱)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일제 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절절한 소망을 노래한 민족시인. 우리 것이 탄압받던 시기에 우리말과 우리글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받는 조국의 현 실을 가슴 아파하는 철인이었다. 그의 사상은 짧은 시 속에 반영되어 있다. 1917년 12월 30일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윤영석과 김룡의 맏아들로 출생했다. 윤동주는 청춘 시인이다. 절친한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시 ‘동주야’에 의하면 아직 새파란 젊은이로 기억되고 있었다. 한글을 구사하면서 작품을 발표한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만주 용정과 경성 신촌 일대에서 문학청년들과 몸을 부대끼며 시를 썼기에 청춘의 고뇌가 담겨 있다. 1925년(9세) 4월 4일, 명동 소학교에 입학했다.

1927년 고종사촌인 송몽규 등과 함께 문예지 [새 명동]을 발간했다. 1931년(15세)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1932년(16세) 은진중학교에 입학했다. 1934년(18세) 12월 24일, 「삶과 죽음」, 「초한대」, 「내일은 없다」 등 3편의 시 작품을 썼고 이는 오늘 날 찾을 수 있는 윤동주 최초의 작품이다. 1935년(19세) 은진중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평양 숭실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했다. 같은 해 평양 숭실중학교 문예지 [숭실활천]에서 시 ‘공상’이 인쇄화되었다.

1936년 신사참배 강요에 항의하여 숭실학교를 자퇴하고 [카톨릭 소년]에 동시 「병아리」, 「빗자루」를, 1937년 [카톨릭 소년]에 동시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고 사나」, 「거짓부리」를 발표했다. 1938년(22세)2월 17일 광명중학교 5학년을 졸업하고 서울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문과에 입학했고 1939년 조선일보에 「유언」, 「아우의 인상화」, [소년(少年)]지에 「산울림」을 발표하였다. 처음 윤동주 시들은 노트에 봉인된 채, 인쇄되지도 않았고 신문 지면에 발표되지 않았다.

그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숨지고 난 후 동문들이 그의 노트에 있던 시를 모아 정음사에서 출판한다. 유해가 안치된 지 3년 후, 그러니까 1948년, 조선은 대한민국으로 국호가 바뀌어 혼란한 시기에 청춘 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정병욱과 윤일주에 의하여 다른 유고와 함께「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만주 북간도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에 「달을 쏘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를 발표하였다. 연희전문을 졸업한 후 1942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고, 6개월 후에 교토 시 도시샤 대학 문학부로 전학하였다. 1943년 7월 14일, 귀향길에 오르기 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교토의 카모가와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이듬해 교토 지방 재판소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복역 중이던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두고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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