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리커버)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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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대중가요는 BTS(방탄소년단)를 만나 절정을 이루었다. BTS가 부른 노래가 세계 무대에서 이렇게 큰 업적을 이룰 때까지는 대한민국 가요 음악계의 적지 않는 노력과 열정, 시간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라는 점이 업적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야말로 가요계의 제 2의 탄생 시대를 연 것이다. BTS의 화려한 무대 매너와 열정적이며 격정적이기도 한 곡과 부드럽고 사랑스런 노랫말은 세계인의 마음을 궤뚫었고 공감을 샀다. 특히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는 세계 모든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 만큼 형상화돼 BTS는 시를 노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마음을 흔든 것도 노랫말이다.

나태주 시인과 BTS라니, 쉽지 않은 조합이다. BTS의 팬이라면, 아니 그들의 음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라면 BTS를 대부분 좋아할 것이다. 세계를 흔들어 놓았으니 세계의 누구인들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노(老) 시인과 BTS'는 어쩐지 썩 어울리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독자의 무지이니 양해해 주시길) 시인은 BTS의 노랫말에 집중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럴 거야. 나는 처음 그들의 노래가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노래라 영어로만 된 노랫말인 줄 알았다."고 '프롤로그' 「낯선 길 위에서」를 통해 고백한다. 이처럼 단순한 관심으로 BTS 노래의 가사를 훑어보던 시인의 눈에는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노랫말이 단박에 들어왔다. 이 책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이렇게 쓰여졌다.

 


 

이 책은 시인 나태주가 청춘들의 깊은 고민과 반짝이는 사랑을 노래한 BTS의 가사에 자신의 감상을 적은 산문으로 만들어졌다. 쉽게 표현한다면 'BTS의 노랫말 해설' 혹은 'BTS의 노랫말 감상법'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BTS가 직접 한 줄 한 줄의 노랫말로 써내려간 그들의 삶은 언어와 세대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감동이 된 이유와 시인 자신이 노랫말에 공감하고 감동한 내용을 적었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더욱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들의 가사는 오랜 시간 우리에게 작고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일러준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와 무척 닮아 있다는 느낌은 나태주 시인의 시가 풀꽃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 잘 알고 있다는 독자만의 감상일까.

BTS의 노랫말에 관심이 컸다는 시인은 감명 받은 서른다섯 편의 가사를 함께 읽어 내려가며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메시지를 찾고,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이 책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BTS의 메시지를 향해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써내려간 시인의 산문은 일상 속 '작은' 행복과 희망을 찾는 이들에게 방탄소년단의 음악과는 닮은 듯 다른 위로와 감동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하나 둘 셋 하는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길 기다리고 바라는 마음은 우리에게도 위안과 희망을 선사해. 이거야말로 노래가 주는 마술, 매직이야.”

 


 

이 책에서 저자 나태주와 BTS를 이어주는 끈은 작고 사소한 것 사이에 녹아 있는 '사랑'이다.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 그 사랑이 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노랫말에 모습을 감춘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정의”가 시인 자신이 믿던 그것과 달라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무릎을 탁 치며 방법이 다르더라도 그것 또한 사랑임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은 가사에 등장하는 영어에 “이해가 가지 않고 어리둥절”할 때도 있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노랫말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며 정성스레 BTS의 시를 읽어 내려간다. 그는 BTS의 재치와 현명함에 순수하게 감탄하다가도, 그들의 메시지를 발견한 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먼저 와 있”다며 자신과 BTS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예원'(딸이거나 손녀?)이라는 BTS의 영어 노랫말을 번역해준 여성에게 BTS의 노랫말 감상의 여정을 함께하자고 권유하는 편지글 형식으로 쓰여 있다.

"나는 우리 BTS 친구들의 노랫말 「Answer : Love Myself」를 읽다가 깜짝 놀랐어. 거기 이런 구절이 나오는 거야.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이게 바로 ‘답’인데, 그 구체적 내용이 ‘나 자신을 사랑하기’란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먼저 와 있는 거야." - 「인생의 해답」에서

 


 

시인은 이 책을 쓰며 “젊은이들의 생각과 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노랫말 속에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BTS, 곧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던 BTS의 음악에서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과 꿈을” 발견한 그는 길을 잃어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괜찮다는 말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또한, 시인은 자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밝히며, 당시 자신이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여전히 헤매는 이들에게 의외로 인생은 심각하지 않으니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감 있게 새로운 길을 시도해보라며 토닥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인의 서른다섯 편의 산문은 일상 속 “사소한” 행복과 희망을 찾는 이들에게 BTS의 노래와는 또 다른 위로와 감동이 되어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또 너에게 나의 시 한 편을 읽어주고 싶어. 그것은 「선물」이라는 작품이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 가장 커다란 선물은 / 오늘입니다 //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 당신입니다 //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종점이 바로 시작」에서

 


 

한 인터뷰에서 BTS는 이렇게 말했다. “현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 이라고. 그 말처럼 그들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작사 · 작곡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들로 채워왔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면서 보다 많은 너들의 이야기”가 담긴 BTS의 음악은 언어와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고 있다.

그들의 노래는 “떨어져 날리는” 낙엽처럼, “칠흑 같던 밤”에 뜬 별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데서” 시작된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기에 흘려보낼 수도 있는 작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 커다란 세상을 담아낸다. 이 점이 나태주 시인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냈고, 시인은 자신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이해한 BTS의 노랫말에서 일상, 사랑, 우주, 희망 등의 우리 삶의 밝은 빛을 따라 흘러가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나태주 시인은 또 BTS의 음악을 “따뜻하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한다.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일상적이고 소소한 개인의 그리움과 사랑을 담고 있”어 “묘한 매력”을 풍긴다고……. 그 매력에 푹 빠진 시인은 BTS의 노랫말을 “읽을수록 읽고 싶은” “시”라 말하며, “가슴이 뜨거워지”다가도 “설레고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달과 지구는 언제부터 / 이렇게 함께했던 건지 / 존재로도 빛나는 너 / 그 곁을 나 지켜도 될지 // 너는 나의 친구 / 네게 난 just a moon / 네 맘을 밝혀주는 너의 작은 별/ 너는 나의 지구 / And all I see is you / 이렇게 그저 널 바라볼 뿐인걸' - 〈Moon〉

사모곡(思慕曲)이네. 이 또한 의인법. 사랑이 아닌 대상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쓰는 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유일한 위성인 달의 입을 빌려 들어보는 사랑 노래야. 아니야. 달과 지구의 관계를 빗대어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 노래네. 봐, 이런 대목이 그렇다는 걸 짐작하게 해. "달과 지구는 언제부터 / 이렇게 함께했던 건지 / 존재로도 빛나는 너 / 그 겨틍ㄹ 나 지켜도 될지." '해바라기'와 '달맞이'란 꽃 이름이 있지만, 여기서 달은 오로지 지구만 바라보는 '지구바라기'야. 지구바라기. "달은 지구바라기다" 와, 그 말 처음 해봤는데 참 예쁘다. 사랑스럽다. 이런 달의 호소를 들어봐. "너는 나의 지구 / 네게 난 just a moon / 네 맘을 밝혀주는 너의 작은 별 / 너는 나의 지구 / And all I see is you / 이렇게 그저 널 바라볼 뿐인걸."

시인은 직접 설명에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인의 눈으로 해석도 해준다. 사랑이란 상대방의 좋은 점, 아름다운 점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칭찬해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것일 거야. 그러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지. "문득 생각해 너도 날 지금 보고 있을까 / 내 아픈 상처까지 네게 다 들키진 않을까 / 네 주위를 맴돌게 / 네 곁에 있어줄게 / 네 빛이 되어줄게 / All for you."(p.289)

 


 

저자 : 나태주(羅泰柱)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외가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등단 이후 끊임없는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담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황조근정훈장,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를 비롯하여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산촌엽서』, 『눈부신 속살』,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어리신 어머니』, 『풀꽃과 놀다』,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원장,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주로 집에서 글을 쓰고 초청해 주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꿈은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 셋째가 공주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오늘에 이르러 그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현재 공주문화원장과 충남문화원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에서,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가깝고 조그마한, 손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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