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 시인 김용택의 인생 100시, 삶이 모여 시가 된다
김용택 지음 / 테라코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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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시인 김용택을 좋아한다. 그를 생각하면 시인 윤동주와 시인 나태주가 떠오른다. 그들의 시는 일맥상통한 점이 있어서다. 그들의 가슴속은 온통 사랑과 삶의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책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도 좋다. 제목에는 월요일이 길다고 돼 있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제목이 더 길다. 친근하게 농담도 한마디도 해본다. 시인이 용서해줄 것만 같아서다. 이 책은 시인 김용택이 쓴 것이지만 모두 그의 시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의 시는 불과 다섯 편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저자에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시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남의 시를 해설해주는 느낌의 에세이 같기도 하다.

시인이 평소에 마음에 담아둔 시를 꺼내 하나씩 하나씩 자상하고 세심하게 시의 의미를 짚어준다. 세계 여러 시인들이 등장하고 우리나라 시인도 근·현대를 넘나들며 나온다. 볼수록 정감 있고 의미가 깊어지는 그림은 보너스다. 김용택은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운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시는 대부분 섬진강을 배경으로 농촌의 삶과 농민들의 모습을 정감있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연작시 「섬진강」의 경우, 시적 서정성만이 작품의 지배적인 정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의 일상이 조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현실의 각박한 변화와 농촌의 퇴락을 비판과 풍자의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이 연작시는 첫 시집 『섬진강』(1985)을 통해 묶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우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에 따르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김용택의 시적 경향은 보다더 직관적이면서도 깊이있는 정서를 담는 격조 있는 서정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소월시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와 같은 작품에 이르면 더욱 분명하게 하나의 시적 개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시적 언어의 소박성과 그 진실한 울림은 토속적인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지니는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현대적 변화를 연결해주는 정서적 감응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상의 체험을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소탈함과 절실함을 동시에 긴장감 있게 엮어내는 시적 상상력은 독자적인 시적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격정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균형과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저자 김용택 시인은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삶이 쌓이면 저절로 시가 되어 나온다, 즉 인생은 시다”라는 대답을 한다. 김용택 시인은 열일곱 살이라고 해서 인생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나이 예순이라고 해서 인생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며 우리 모두 하루하루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용택 시인은 생의 시작부터 100년을 사는 동안 삶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시들을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으며, 이 책에서 그 시들을 꺼냈다. 이 책을 통해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은 길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많고, 반면 살면서 행복한 날은 짧게만 느끼지만,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잘 지은 한 편의 시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상을 다독이는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쉼표가 되어 준 김용택 시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시와 삶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며 한 편의 시가 삶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태어나서 100년을 사는 동안 삶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시, 또는 시의 한 구절을 시인은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다. 그는 생의 시작부터 노년까지 지난날을 잘 살아왔고, 다가올 날을 좀 더 잘 살아갈 독자들을 위해 마음속 시들을 꺼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은 길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많고, 반면 살면서 행복한 날은 짧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잘 지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사람이, 사는 것이

별것인가요?

다 눈물의 굽이에서 울고 싶고

기쁨의 순간에 속절없이

뜀박질하고 싶은 것이지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

- 김용택, 「인생」

 


 

이 책은 태어나 100세까지 나이와 시구절을 연결하여 인생의 어느 시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일곱 살엔 따라 하고 싶은 게 많고, 스물아홉 살엔 하루에도 백 번이나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난다. 서른다섯 살엔 서운하거나 억울한 일로 등 돌린 채 울기도 하고, 예순한 살엔 어떤 일이든 웃어넘기게 된다. 김용택 시인이 고른 시 한 구절이 지금 나의 인생이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성찰해 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루가 와 있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버린다. 그러나 하루하루 매 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 또 하루가 모여 한 해를 채운다. 그렇게 한 살, 두 살 나이가 모여 삶이 된다. 인생을 시간으로 재면 인생이 짧다는 사람도 있고, 인생이 길다는 사람도 있다. 인생을 양으로 재면 어떻게 될까? 충분한 삶이 있고 모자란 삶이 있다. 이처럼 삶은 모두에게 똑같지 않고, 인생의 어디쯤 머물며 짧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충분하다 느끼고, 길어도 모자라게 살 수 있기에 괜찮은 것이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나요?

그래요, 끝까지 그래요.

오늘 여정은 종일 걸릴까요?

아침에 떠나 밤까지 가야 해요.

그렇지만 밤에 쉴 곳은 있겠지요?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쉴 곳이 보이지요.

- 크리스티나 로제티, 「오르막길」 중에서

 


 

이 책은 지금 인생의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는 독자들에게 “나는 이 나이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까? 혹독한 인생의 고비는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결국 다르지 않은 것일까?”라는 질문 등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듯 김용택 시인이 독자들에게 한 편의 시들을 건넨다.

스물다섯 살인 누군가에겐 윌리엄 블레이크의 「두 번은 없다」라는 시를 건네며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나는 평생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같은 아침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고백을 들려준다. 삶에는 연습이 없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흔한 살인 누군가에겐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오르막길」이란 시 일부를 건네며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살아온 삶을 이고 지고 우리는 오르막길을 또 올라가야 한다. 그것을 사람들은 인생이라고 했다.”라는 말도 들려준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연습 없이 죽는다.

- 윌리엄 블레이크, 「두 번은 없다」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ㅡ

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

허양 육십 점이다.

볼 거 있나 공차러 가자.

- 윤동주 「만돌이」 중에서

 

"그만하면 되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아름다운 말입니다.

다시, 새로 시작하라는 말입니다.

용기, 용감,용서, 희망의

물결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듣기 힘든 말입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중에서

 

저자 : 김용택 (金龍澤)

 

1948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썼더니, 어느 날 시를 쓰고 있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이 있고,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등 산문집 다수와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이 있다. 그 외 『콩, 너는 죽었다』 등 여러 동시집과 시 모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전5권),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그림책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나는 애벌레랑 잤습니다』, 『사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했는데 용케 그렇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하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하여 고맙고 부끄럽고, 또 잘 살려고 애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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