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라, 숨 쉬며 그리고 웃으며 - 틱낫한, 그가 남기고 간 참된 깨달음의 노래
틱낫한 지음, 라샤니 레아 그림, 이현주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 1월 지구별 '살아 있는 부처(生佛)'로 불리던 틱낫한 스님이 향년 96세로 타계했다. 코로나 팬데믹 만 2년이 지날 즈음이다. 틱낫한 스님은 그렇게 사랑하던 지구별과 지구별 가족들을 두고 홀연히 다른 세상으로 갔다. 지구별 가족들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렇게 스님의 입적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이던 틱낫한 스님은 평생 지구별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로 세계를 변화시키고 전 세계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책 『천천히 가라, 숨 쉬며 그리고 웃으며』는 80여 년 동안 선불교의 승려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그가 인류에게 남기는 마지막 이야기다.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고 고통받고 있는 인류와 아름다운 행성 지구별에 대한 사랑과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마음수련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그가 살아 있을 때 들려주던 메시지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깨달음이란 우리의 육체가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의 일부임에 눈을 뜨는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인류에게 주던 위로와 격려, 평화를 위한 통찰력, 생명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를 다한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개인과 세계, 지구 전체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명상 또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의 고통이 줄어야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며 손을 내밀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부터 일깨워야만 다른 이들에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온전히 담겨 있다. 그는 이렇듯 깨달음은 나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개인의 깨달음을 통해 집단적 변화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세상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경이로운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다섯 가지 마음다함(Mindfulniss)의 수련법을 제시한다. 경이로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나간 틱낫한 스님의 마지막 글은 상처 입고 고통받고 있는 지구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독자들은 깨달음이란 무엇일까?를 알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 우리가 명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위해 명상을 실천해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깨달음과 명상을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진정한 깨달음이란 우리의 육체가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의 일부임에 눈을 뜨는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는 붓다께서 진작부터 여기 계신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충분하게 마음을 챙기면 모든 것 안에, 특히 승가 안에 있는 붓다를 볼 수 있다. 당신이 충분하게 마음을 챙기면 모든 것 안에, 특히 승가 안에 있는 붓다를 볼 수 있다. (…) 강물은 틀림없이 바다에 이르겠지만 물방울은 중간에 증발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계시는 붓다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 그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을 챙겨서 하는 모든 발걸음, 모든 호흡, 모든 말들 그대로가 붓다의 나타나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 붓다를 찾지 마라. 당신 인생의 모든 순간에 마음 챙겨 살아가는 방식, 그 안에 그분이 있다.”(p.35)

갈등과 대립, 분열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생각할 때 올 1월에 전해진 그의 입적 소식은 적지 않은 이들의 가슴에 더욱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미국에서는 『GO SLOWLY, BREATH AND SMILE』이라는 틱낫한 스님의 신간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틱낫한 스님의 사랑과 지혜의 메시지, 그리고 그의 가르침에 깊은 영감을 받아 이를 콜라주 방식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시킨 아티스트 라샤니 레아의 그림을 함께 담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틱낫한 스님은 라샤니 레아가 그린 “그림의 색깔과 추상적 디자인에 자신의 말을 섞어 놓는 방식”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한 편의 시 혹은 한 곡의 노래 같은 틱낫한 스님의 메시지와 이를 특별한 감각과 개성적인 컬러로 표현한 라샤니 레아의 콜라주를 함께 접함으로써 한층 다양하게 열린 감각으로 참된 깨달음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문장은 간결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읽는 이의 가슴을 강하게 울리며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세계 독자들이 그의 저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가르침은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맑고 깊게 울려 퍼지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불리는 동시에 선불교의 위대한 스승, 세계적인 평화운동가로 꼽혔다. 갈등과 대립, 분열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서, 1월에 전해진 그의 입적 소식은 적지 않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마틴 루서 킹은 그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온 이 온화한 불교 승려보다 더 노벨 평화상을 받기에 적당한 인물을 알지 못한다.” 그만큼 틱낫한 스님은 자신의 내면에 고요히 타오르는 사랑과 지혜의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전해 왔다. 이 책은 한 편의 시 혹은 한 곡의 노래 같은 틱낫한 스님의 메시지와 더불어 그의 가르침을 특별한 감각과 개성적인 콜라주로 재해석한 라샤니 레아의 작품을 함께 엮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1부 「천천히 가라」는 책의 콜라주를 작업한 라샤니 레아가 써 내려간 ‘그린이의 말’로 시작된다. 그녀는 틱낫한 스님을 조금 더 친숙한 호칭인 ‘태이’라고 부르며 그와의 만남을 회상한다. 그녀는 1988년 틱낫한의 말을 삽입한 카드 디자인을 시작으로 계속 여러 전통에서 온 살아 있는 다르마로 카드를 제작해 왔고, 1990년 틱낫한에게서 인터빙 교단에 들어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그녀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며 피폐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한 번에 몇 시간이고 녹슨 피리를 불어주던 태이의 모습, 그의 가르침에 영감을 받아 열정적으로 노래와 시를 썼던 나날들, 그리고 마침내 태이에게 자신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일화 등을 기록하며 태이와의 만남을 통해, 그리고 플럼 빌리지에서의 나날들을 통해 자신의 가슴 안에서 ‘무한한 감사’가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녀는 “틱낫한의 지혜로운 말들과 함께 엮어서 여러분과 나누게 된 것이 고맙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며 그의 가르침이 “마음 챙김의 종소리처럼” 되울려 퍼지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1부에서는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 행복의 바탕을 이루는 방법, 내면의 부드러움으로 인생의 고통을 어르는 법 등 우리가 조금 더 여유로운 걸음으로 삶의 여정을 걸어가라는 그의 가르침을 담았다.

 


 

2부 「숨 쉬며」에서는 시인이자 틱낫한 스님의 저서를 다수 번역한 모비 와렌(Mobi Warren)이 틱낫한의 가르침 중심에 자리 잡은 ‘예술’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녀는 마음 챙겨 깨어남과 자비를 수련하는 행위는 노래와 시, 춤 등을 꽃피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라샤니가 피워낸 콜라주들, 그 모든 이미지들이 정확한 모양과 색깔로 지혜의 보석을 담고 있는 것은 태이의 가르침과 현존이 우리 안에 있는 예술가를 어떻게 살려내는지, 또한 어떻게 예술이 우리를 바꿔 놓고 치유하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증거”라고 말하며 라샤니의 아름다운 예술과 틱낫한의 지혜의 말을 함께 엮은 이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숨 쉬며’라는 제목처럼, 2부에는 바쁜 일상 속 거친 숨을 가라앉게 해주는 틱낫한 스님의 평온한 언어가 담겨 있다.

 

“숨이 들어오게 놔둬라. 아무것도 억지로 하지 말고 간섭도 하지 말고,

숨 쉬어지는 대로 두고, 그저 들숨을 즐겨라.

자신의 호흡에 깨어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현존하게 된다.”

 

“숨은 삶과 의식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다. 그것이 당신 몸과 생각을 하나 되게 한다.”

그의 가르침 안에서 ‘호흡’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비롯한 모든 만물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순간에 머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그가 들려주는 지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점차 비워지는 마음의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3부 「그리고 웃으며」에는 활짝 만개한 꽃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틱낫한 스님이 적어내려간 사랑의 문장들은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처럼 어둑한 마음을 환히 비춰주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웃음은 일종의 ‘입으로 하는 요가’다.

우리가 웃으면 얼굴의 긴장이 풀어진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웃음으로 되돌려줄 것이다.”

 

그는 웃음을 ‘요가’에 비유하며 때때로 웃음이 세계의 상황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웃는다는 것은 자신이 경험하는 ‘현재’에 집중하며 그에 대해 무한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분명 이전보다 더 많이 미소짓고, 웃게 될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 인생이 곧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는 ‘근원’을 상기시키며 삶의 정수로 독자를 안내한다. 천천히 가고, 집중하며 숨을 쉬고, 그리고 웃는 일. 이것은 우리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갈 때 제일 먼저 잊게 되는 것들이지만 동시에 내면의 평화, 행복 혹은 사랑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요소이다.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루에 한 쪽 혹은 두 쪽씩 틱낫한 스님의 맑고 투명한 언어와 그림을 함께 음미해 보자. 그러다 보면 ‘너와 나’라는 구분은 사라지고, 우리는 어느새 ‘근원’에서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틱낫한(THICH NHAT HANH)

오늘날 선불교의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이자 세계적인 교육자로 평가받았던 틱낫한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꼽혔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 곳곳을 순회하며 베트남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평화를 호소하는 등 반전평화운동을 펼쳤다. 1967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1982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근처에 위치한 시골 마을에 ‘플럼빌리지PLUM VILLAGE, 자두마을’공동체를 설립하여 걷기 명상과 마음 챙김 등과 같은 명상 프로그램을 이끌어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0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국내에 소개된 대표도서로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틱낫한 명상』,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화해』, 『화』 등이 있다. 2022년 1월 세수 96세로 입적했다.

 

역자 : 이현주

관옥(觀玉)이라고도 부르며, ‘이 아무개’ 혹은 같은 뜻의 한자 ‘무무无無’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목사이자 동화작가이자 번역가이며, 교회와 대학 등에서 말씀도 나눈다.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글들을 쓰고 있으며,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과 함께 『노자 이야기』를 펴냈다. 옮긴 책으로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너는 이미 기적이다』, 『틱낫한 기도의 힘』, 『길 없는 길 위에서』 등이 있다.

 

그림 : 라샤니 레아

1988년 틱낫한의 말을 삽입한 카드 디자인을 시작으로 계속 여러 전통에서 온 살아 있는 다르마로 카드를 제작. 1990년 틱낫한에게서 인터빙 교단에 들어오라는 초청을 받은 뒤, 수년 간 그의 가르침에 영감을 얻은 노래와 그의 시로 만든 다르마 음악을 자두마을과 세계 도처에서 열리는 그의 법회와 수련 모임에서 선보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