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진실 - 희망에 대한 오래된 노이즈
이시형 지음 / 델피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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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컴퓨터가 기억력 등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지만 아직 창조력이나 생각하는 능력 등에서는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기계'로서의 한계가 있다고 인류는 주장했다. 불과 10년도 안된 이야기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인간의 상상력이나 생각하는 능력을 뛰어넘었다. 이세돌 바둑기사와의 세기적 대결은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정해야 할 시작에 불과했다. 불과 5년도 안돼 AI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뛰어넘고 있는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의 직업 중 가장 많은 창의력이 필요로 하는 예술 분야까지 넘나들며 인간의 능력에 못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나 시를 대신 쓰는 것은 물론 의사의 치료나 수술 등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기술을 접수하려는 요즘이다. 이젠 인간은 생계 수단이자 존재 의미인 직업까지 잃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인체처럼 정교한 '인조인간'을 만들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인공지능(두뇌)를 장착할 인간 대체품을 만들지 못할 뿐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류는 2020년 바이러스 습격에 또 한번 인간의 무력함을 맛보게 됐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렇게 속수무책 무너져 내릴지 아무도 예측한 일이 없었기에 더욱 당황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놀라운 발전으로 수명마저 수십 년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간의 두뇌가 한갓 바이러스에 전 인류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정도로 위협받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시켜온 의학 등 과학기술과 인류 역사와 함께 발달돼온 문명의 모든 것이 신기루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력함을 보이고 있다.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개발했는데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종식될 기미가 없이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이젠 '위드 코로나'라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고 함께 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달에 가고,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에 바이러스 습격에 이렇게 힘없이 무너져내리는 인류 문명은 신기루였다는 자조 섞인 말들도 서슴없이 나온다. 실제로 인류가 지구에서 생기는 바이러스도 정복하지 못하면서 우주 개발을 서두른다든지 우주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망상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우주과학 발전도 원점부터 다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인류의 오만일 뿐이라는 비판에 휩싸일 두려움마저 제기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두 번째 겨울이다. 인간은 바이러스 침략으로 바이러스를 없애거나 최소한 활동을 정지시킬 약품도 못 만들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는 그 효과가 완전하다 할 수 없는 시제품(?)에 불과하지만 그마저도 전 인류에 잘 배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크기를 알 수 없는 경제 침체로 후유증 등은 이제 시작되려 한다. 얼마나 더 오래 갈지, 얼마나 피해가 클지는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팬데믹의 종료가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항복이라는 점에서 어두운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인류 존속마저 불투명한 엄혹한 시대에 인류의 문명이 자만에 빠져도 될 정도로 발전됐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이 책 『편리한 진실』은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기회인가, 종말의 시작인가? 신의 영역마저 넘보게 된 과학기술이 통제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압도해 나갈 때, 과연 우리는 인간성을 유지하고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소설이다. 저자 이시형은 이 소설을 통해 IT와 인공지능 기술에 우리의 모든 미래를 맹목적으로 내걸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섬뜩한 경고이자 묵시록을 독자 앞에 내놓은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그 혜택에 눈먼 사이, 그런 사회가 순식간에 우리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과 탄탄한 스토리로 보여주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과학기술이라는 거대한 어깨 위에 올라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멀리 내다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 어느 세대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현란함에 열광하던 사이 무엇인가가 우리를 비웃으며 차츰 주변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었고, 모두가 방심한 사이에 어느덧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위대한 과학기술의 성과, 그것은 무한히 펼쳐진 기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를 벼랑으로 몰고 갈 위기의 시작인가? 저자는 이 소설에서 그런 사회를 특유의 날카로우면서 냉정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앞에 그런 사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또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차별, 편견, 냉대 등을 통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조명하며, 그 사건들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앞에 곧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리한 상상력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그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벌인 오만과 독선, 편견을 먹이로 자라난 괴물들로 비롯되었다고 얘기한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얘기한다. "이 세상 권력은 결코 양분될 수 없다. 과학기술의 힘에 눈이 멀어 이를 앞에서 이끌던 세력들은 자신들조차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우리 모두를 전례 없는 위기로 내몰고 있으며, 이를 인지한 소수의 사람은 그런 파국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이미 역부족이다. 결국 한 번 허물어진 힘의 균형은 일방향성만 남는다. ‘내가 세상을 바꾸거나, 세상이 나를 바꾸게 하거나.’ 그러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몰아붙인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혼란을 겪을 때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되묻게 한다. ‘나머지 98%처럼 의미 없는 일상만 반복하며 살다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1~2%의 용기 있는 극소수가 되어 인간답게 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 하지만 작가는 그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보여준다.

 


 

그렇게 작가가 설계한 그 치밀한 구조 속에서 쉴새없는 여정을 달리던 독자들은 어느덧 막바지에 도착해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우리가 무심코 방치했던 지난 일들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이 일상의 사소한 이슈에서 시작한 이야기들이 사실은 IT 전반과 의료시스템, 국가권력, 거대기업을 거쳐 치밀하게 벌어질 가까운 미래의 일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익숙한 것 같지만 섬뜩한 미래 이야기가 이 소설 『편리한 진실』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소설 속에서 구체적 사실에 접근하기 위해 미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을 상상력을 동원해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또 생리적 욕구인 섹스와 마약 도박의 경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행위의 존속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조금씩 나오곤 하는데 유기적 인과 관계가 조금은 어색하지만 미래의 사랑은 '탐욕을 즐기기 위한 성적 관계'에 좀 더 집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풀이된다. 또 로봇은 결국 공격 무기화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로봇을 저렴하게 공급했는데 결국 그 로봇이 사람을 죽이거나 감시하는 데 활용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로봇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지금도 스마트폰에 해킹 데이터가 심어졌다고 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미래에는 뭔가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될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사실 섬뜩하다. 이런 모습이 소설 속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우리 삶의 문제로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싹할 따름이다.

 


 

이와 함께 많은 데이터가 하나로 집중이 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에 대한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데이터를 가장 많이 취합해서 가공을 하는 회사가 점점 성공을 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자동차 회사나 정유, 에너지 기업들이 세계 상위 기업을 차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다. 고객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그 수많은 데이터를 일단 왕창 모으고 가공을 하여 어떻게 활용을 할지 항상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편리하다고 하면 편리한 모습일 수 있지만 이 책에서와 같이 그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가 꼭 선한 기업이 아니라 악한 방향으로 기업 방향을 잡았을 때 인류에게 어떤 고난이 닥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얼마 전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때 백신 주사액에 컴퓨터칩을 포함시켜 우리 몸에 심음으로써 우리 개개인을 모두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는 루머가 퍼진 적이 있다. 당연히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이 일었으나 지금은 해소된 상태다. 이처럼 평소 상상하지 못할 나쁜 방향으로 이용될 때 그것을 막을 준비가 돼 있는가도 무한 발전의 그늘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이 책에서도 가끔씩 나오는 사람의 머릿속에 칩을 이식하여 꼭두각시화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인간성을 가로막는 어떤 권력이나 기술, 이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충격적인 얘기들을 꺼내 놓으면서도 그럴 때마다 놀란 우릴 진정시키고 그의 얘기를 조용히 따라오도록 안내한다.

 

모든 본질은 사이버상에 있고,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온라인에 대한 투영과 그림자일 뿐이죠. 어느덧 우리가 만지고 냄새 맡던 현실의 일들은 온라인의 껍데기라는 거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2차원의 면에 빛을 씌우면 현실처럼 보이는 3차원이 나타나는 것처럼 이 세상은 어느 순간 사이버 세상의 유령이나 그림자가 되어버렸어요.(p.129)

 

저자 : 이시형

 

자연과 길 위에서의 사색과 글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눈 떠보면 현실은 늘 빌딩 숲 가득한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다. 또한 거기서 세속적인 삶을 뺏기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관심은 늘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현대적인 SF우화 〈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로 2020년에 데뷔했으며, 논쟁적인 소재들을 찾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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