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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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지만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강렬한 소설이다. 이 작품을 10대인 저자가 쓴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중견 작가 못지않다. 더욱이 요즘 일본의 소설 트렌드인 일상의 신변잡기 같은 내용으로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써낸 멋진 성장소설로 분류해도 될 듯 잔잔하면서도 열정이 드러나는, 잘 빚은 도자기 한 점을 감상하는 듯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 소설은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던 직장인 하루카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하루카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the noise of tide'라는 밴드의 노래를 듣게 된다. 무명의 밴드, 정지된 이미지에 음악만 입힌 단조로운 영상임에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카는 그 노래에 푹 빠져들지만, 밴드의 보컬인 기리노 줏타가 지난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 곡이 뒤늦게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2019년에서 2006년으로 돌아간 뒤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그 인물들을 둘러싼 중심에는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줏타가 있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노래와 줏타를 둘러싸고 이어지듯 이어지지 않듯 내용이 전개된다.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묘한 이끌림으로 계속 책에 주시하게 한다. 독자는 책에 빠져드는 느낌을 맛본 부분이다.

 


 

뒤이어 줏타와 관련된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진실이 밝혀진다. 중학교 시절의 첫사랑 나쓰카,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이자 연인인 세이라, 줏타와 함께 밴드를 꾸렸지만 결국 꿈을 포기하고 만 마사히로, 줏타 아버지의 동료였던 기타자와, 줏타의 음악을 듣고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은 히카리. 나이도 시점도 배경도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줏타의 노래를 듣는 순간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그 예감을 믿고 끝까지 나아가고, 또 누군가는 나아갔지만 예상과는 다른 곳에 도달하고, 또는 포기하고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찾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예감’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연결’이다. 줏타를 중심으로 각자의 시점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알게 모르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를 테면, 나쓰카의 친구 아키호는 세이라와 같은 반이 되고, 마사히로가 마지막 공연 때 만났던 여성 스태프는 히카리다. 줏타가 즐겨 듣던 라디오의 송신인은 기타자와이고, 기타자와가 줏타를 만나기로 한 이자카야에서 생일 파티를 하던 커플은 하루카와 겐타, 마사히로의 선배가 사귀던 여자는 히카리…. 등장인물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모든 것은 이어져야 하기에 이어져 있다”(p.180)는 소설 속 대사처럼 인물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건 역시 느슨하게 연결된다. 어디서부턴지 모르게 이어지고, 서로 만나 흔들리고, 또 증폭된다. 그 과정에서 마사히로와 기타자와의 밴드처럼 무너지기도 하고 나쓰카와 히카리처럼 계속 나아가기도 하지만 소설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속 파도는 오가고, 삶은 어떤 방향으로든 계속 이어질 것임을 또 한 번 ‘예감’할 뿐이다.

 


 

이 소설은 만 16세에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최연소 수상하며 데뷔한 아오바 유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저자가 데뷔작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사람은 무엇을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지, 예전에 느꼈던 설렘과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답을 찾는 이야기다. 이는 곧, 청춘이고 청춘이었고 청춘일 우리들의 공통된 난제이자, 작가 자신의 고민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인상을 받을 때만 해도 마음속에 있었던 무언가가 어느 순간 사라진 느낌이 들어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그 마음을 파고들며 집필했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작가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저자 : 아오바 유

 

2000년에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2016년에 『별에 소원을, 그리고 손을』으로 제29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최연소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으며, 단편 『우리의 거리 측정법』(2017), 『하찮은 날』(2019), 『상반되는 봄』(2019)을 발표했다.

 

역자 : 김지영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유엔제이 번역회사 소속 도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소설로는 『파국』,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2021년 7월 출간 예정인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가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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