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한마디로 20년의 세월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소설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많은 생각거리를 담고 있다. 작가가 소설로 표현하려 형상화한 내용은 한마디로 정리가 가능하지만 작가가 소설에 담은 의미는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이 독자의 견해다.

스토리는 열한 살의 가바타 렌지는 야구 시합 도중 머리에 공을 맞고 정신을 잃는다. 그러고 깨어나니 20년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약혼자라며 니시조노 코하루라는 여성이 나타나 하는 말이, 어린 시절의 의식이 먼 시간을 넘어 어른의 몸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과거로 간 어른 가바타 렌지는 당시 발생했던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한 소녀를 구하러 가는데…….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는 10대 때부터 주목을 받아 온 미스터리 소설가 오츠이치의 또 다른 필명인 나카타 에이이치의 7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다카하다 쿄이치로의 『타임리프 내일은 오늘』이라는 작품을 읽고 시간을 뛰어넘어 소년과 소녀가 만나면서 어떤 사건에 말려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영화감독과 각본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전작들은 일본에서 전부 영화로 제작되었다. 본 작품 역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집필하는 작품마다 영화화되는 작가 나카타 에이이치는 17세에 등단하여 『GOTH 리스트 컷 사건』으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으면서 일본에서 주목받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앞선 작품의 필명 오츠이치에서 그는 또 다른 필명인 나카타 에이이치로 애잔한 연애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고 있다.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의 원제는『단델라이온(민들레)』으로, 시간 여행 로맨스인 미국의 SF 소설가 로버트 F. 영의「민들레 소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표지나 중간 간지의 그림도 민들레가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설득력 있는 발견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들은 그 흥미로운 설정 때문에 종종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작가의 전작 시간 여행 로맨스 단편 『너밖에 들리지 않아 Calling You』를 발표했고, 이 작품 역시 언젠가는 영화로 만날 것이 기대되는 가운데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다양한 장르 속에 녹아 있는 특유의 매력적인 감성 때문에 영화화되면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시간여행 속 로맨스라는 점이 감성 독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은 1999년과 2019년 사이 2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두 남녀에게 닥친 위기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2019년의 가바타 렌지는 누군가에 의해 뒷통수를 얻어 맞고 정신을 잃고, 1999년의 가바타 렌지는 초등학생으로 야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그 순간 2019년의 가바타 렌지는 20년 전 자신의 어린 시절로, 1999년의 가바타 렌지는 20년 후 성인이 된 미래의 모습에 들어가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20년 전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가바타 렌지는 현재의 자신의 연인인 니시조노 코하루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데 이미 강도가 집에 침입해 부모를 죽인 후 코하루마저 죽이러 찾아다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데없이 렌지가 등장한다. 20년 후 미래로 간 렌지도 자신이 갑자기 어른이 되어 있고 자신의 연인이라는 코하루가 등장하자 혼란스러워한다. 다행히 미리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미래의 자신과 서로 바뀐 사실에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코하루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고 곧 그녀와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감당해야 했는데 바로 코하루의 삼촌과의 식사 자리까지 나가게 된다. 한편 코하루를 구하러 간 어른 렌지는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바탕으로 코하루 부모를 죽인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는데 코하루 부모를 구하는 등 역사를 새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도 사투를 벌인 끝에 코하루를 구출하고 범인이 타고 온 차량을 발견하여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소설들은 무수히 만나봤지만 같은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서로 바뀌는 설정은 드물었던 것 같다. 이러한 설정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각각 따로 간다는 '평행우주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어른인 렌지가 아이인 렌지와 바뀌면서 코하루를 구하게 된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일을 겪은 후 바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아이인 렌지는 어른인 렌지의 모습을 잠시 살면서 미래를 경험하고, 어른인 렌지는 아이인 렌지에게 미래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을 남겨준다. 특히 로또 당첨번호나 대지진 발생 등 그 가치가 엄청난 정보들을 알려줘서 렌지는 형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미래를 알게 된다면 당연히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렌지는 단순히 사적 이익을 탐한 것이 아니라 20년 후 코하루를 구하러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는 물론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한 것이라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진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게 되지만 간신히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긴장감이 넘치는 얘기가 펼쳐졌는데 호러 미스터리 전문인 오츠 이치의 SF 로맨스 버전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묘하게 연결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독자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보탠다. 시간을 맞바꾼 동일인물이 선한 동기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운명을 바꾸려 해도 원하는 대로 결과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앞서 언급한 뫼비우스 띠가 가진 안과 밖, 겉면과 안면, 이 시간과 저 시간이 바뀌어도 진실 자체는 변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시도해도 마음의 변화는 이끌어내지만 사실의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점에 주목해 평행우주론까지 거창하게 끌어들이지 않아도 작가가 내심 가진 의도는 선한 동기에서 아무리 마음을 다해 결과를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다. 즉 마음을 다해도 실제 현실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가가 표현하려는 의도 중의 하나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내 자신을 변화시켜라'는 우리가 늘 듣는 얘기다. 작가의 의도는 하나 더,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실제로 치열하게 해야 하며, 그렇더라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걸음 더 나가면 진리는 불변하는 것이라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을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 나타카 에이이치


2005년 연애소설 앤솔로지 『I LOVE YOU』에 참가, 수록된 「모모세, 여기를 봐」가 주목을 받았다. 2008년 같은 타이틀로 단행본 데뷔하자 각 잡지의 연간 베스트 10에 들어갔으며, 2014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저서 중에 나카무라 코우와 합작한 『나는 소설을 쓸 수 없다』가 있다. 『나는 존재가 공기』는 제29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역자 : 주자덕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캐나다와 일본 유학을 거쳐 컴퓨터그래픽 영상 제작 일에 종사하던 중 영상화되는 장르 문학 작품들의 매력에 빠져 대중성 있는 장르 소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출판사를 설립, 기획과 작품 선택은 물론 직접 번역과 감수에도 참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일본 SF 소설의 아버지 운노 주자의 단편 걸작선인 『18시의 음악욕』, 나오키상 수상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단편집 『동그라미』, 요미사키 유지의 SF 미스터리 장편소설 『전기인간』, 마츠오 유미의 SF 장편소설 『스파이크』, 에도가와 란포의 장편소설 『악마의 문장』, 아키요시 리키코의 『절대정의』, 고바야시 야스미의 『기억 파단자』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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