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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
장병주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11월
평점 :
제목부터가 옛날 가문 앞세워 위세 떠는 양반집안이 생각난다. 『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은 중견소설가 장병주의 산문집이다. 우선 소설을 써온 작가가 산문집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소설 쓰기가 벅차서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불과 3년 전 장편소설 『벨자를 쓴 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스칼렛 길리아』도 썼다. 특히 '스칼렛 ~'은 사랑의 부정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가부장 세대의 도덕성을 비판하며 상처받은 여성의 생존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작품 활동을 통해 이번 산문집 출간은 제목처럼 작가가 결혼해 들어간 시집의 현상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혹은 자서전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저자의 약력에 따르면 낙산(駱山) 아래 동숭동에서 태어난 서울토박이로 숙명여고와 연세대학교 기악과를 졸업한 그녀는 음악에 대한 열정 대신 문학·미술 등에 한눈을 팔며 오랜 기간 방황한 끝에 「잃어버린 말」이 문학사상 신인상(1994년)에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그 여자의 축제」, 「아가야 걸어라」, 「카멜레온의 눈」 등 중·단편을 잇달아 발표하였으며 첫 창작집 『비로용담을 찾아가다』(2001)를 출간, 장편 「스칼렛 길리아」(2007)와 장편 「벨자를 쓴 여자」(2017)를 발표했다.
등단 이후 인간지성의 타락, 거짓 사회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에 대한 통렬한 질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현실과 상상의 공간인 새장 속의 새 날리기를 반복하며 진실을 추적해가는 “잃어버린 말”, 뻐꾸기 탁란(托卵)을 소재로 입양의 가치를 묘사한 “그 여자의 축제”, 우리 사회 부조리한 교육현장을 희화화한 “아가야 걸어라”, 진실을 외면한 죄의식으로 절필 상태에 빠진 작가의 고뇌를 다룬 “카멜레온의 눈”과 같은 중. 단편을 잇달아 발표하며 첫 창작집 『비로용담을 찾아가다』를 출간했다. 특히 사랑의 부정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가부장 세대의 도덕성을 비판하며 상처받은 여성의 생존가치를 제시한 장편 『스칼렛 길리아』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는 게 문단의 설명이다.
이 산문집에는 어릴 때의 집안 분위기, 결혼 후 시가(媤家)의 시부모님과의 생활, 네 자녀와 작가로서의 활동 등 현재까지의 삶에서 작가가 집안의 행복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온 내용을 담은 14개의 '이야기'가 있다.
시어머니는 작가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만족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전통적 양반 집안의 생활과 관혼상제에 따른 고집이 연상된다.
어렵고 힘든 시집살이 가운데 무뚝뚝한 남편과 그리고 아이들 넷을 키우기까지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었을 것이란 일반의 예상은 빗나간다. 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정체성 확립을 위해 고민하고 사색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로 등단하고 지금은 중견 작가가 됐다.
세상도 변했고, 작가는 자녀에 대한 교육은 훨씬 탄력성 있게 했나보다. 심지어 제사를 마뜩찮아하는 자녀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 여행이나 가족 행사를 대신할 정도로 시대 흐름에 따른 자녀 교육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단란한 가정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아를 찾기 위해 몸부림쳤고 꿈속에서 시어머니의 환영을 볼 정도로 억눌리며 살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딸이나 며느리만은 그렇게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해결했다고 한다. 3대 독자인 아들과 며느리에게 아들 낳는 부담은 절대 갖지 말라고 당당히 말해주고, 모든 제사와 명절 모임을 없애고 대신 자식들의 우애를 위해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만남이나 여행을 준비한다. 딸들에게는 남자에게 의존하는 전통적인 모습보다는 먼저 자신의 꿈과 일을 찾으라고 교육시킨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는 어떻게 말보다 쉽게 이런 일을 했을까. 그동안 작가가 발표한 작품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사회 지식인의 타라과 이중적 생활태도, 부조리한 교육 현장에 대한 비판적인 소설을 썼다.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개선하고 바꾸어야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사회 발전에 대한 이념이나 철학이 이미 확고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아직도 시댁과의 불화 속에 있는 젊은이들과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40여 년간 며느리로,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서 고군분투한 내용이 위트 있게 그린 『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에서 세대를 조금 더 앞서가고자 노력하는 작가가 이끌어내는 한 가정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의 엄마 세대로 보면 될 것 같다. 작가가 겪은 희생과 진정한 자아 찾기를 통해 우리들의 엄마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또한 사랑하는 자식들과 사위, 며느리를 곤경에 몰지 않고 곁에 오래도록 함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이제야 말한다. 젊은 날의 삶을. 상처와 회복 노력으로 점철된 젊을 때의 삶을 통해 오늘날 자신이 여기 있다는 듯이.
"내가 밟고 지나온 길이 아득히 멀어보였다. 계속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어리석고 건방졌지만 그 징그럽도록 자신 없었던 젊은 날의 삶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