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강변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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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수필'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모두 '에세이'로 통한다. 왜 수필과 에세이가 따로 분리돼 불리우는지 독자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서점에서 '수필'을 잘 볼 수가 없다. 수필을 쓰는 사람이 적어서인가, 아니면 수필과 '에세이'로 따로 분류해서 그런가. '수필'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피천득 씨다. 우리에게 수필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독자가 나이 들어선지 모르지만 그의 수필 '인연'이 교과서에 실렸었다. 수필의 전형을 보여준 글이어서 실린 것이다.

우린 거의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일본인 여인과의 애틋한 감정을 그린 수필이다. 그외 수필가로 이름을 남긴 분들은 많다. 아무튼 여러 권을 읽다보니 수필은 글을 오래 써온 분들이 세상을 관조하는 의미에서 쓰는 감상적 글, 주변 신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 대한 단상 등을 주로 쓴 것이다. 이에 비해 '에세이'로 분류돼 나오는 책은 '마음치유' '위로 격려' '마음 상처 치유에 위안을 주는 글' 등이 주류를 이룬다. 수필은 원뜻에 의해 분류하자면 '에세이'와 '미셀러니'로 분류된다고 배웠는데 요즘은 그 두 개의 경계가 허물어졌는지, 아니면 그냥 보통 에세이로 통칭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책 『꿈꾸는 강변』은 저자의 젊었을 때 이야기와 아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식과 관련된 부분 역시도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데 중요하다. 시를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마음을 풀어헤친 채 읽기 좋은 여유와 관조의 느낌이 강해서 좋다. 읽을수록 소소한 흥미가 있다. 독자도 나이를 들어서인지 저자의 추억과 사는 모습, 주변의 풍경 묘사를 통해 옛 향수도 불러일으켜 공감하는 데 훨씬 쉽다.

자연스레 독자 자신의 삶도 되돌아봐가면서 읽을 수 있어 몰입도도 높았다. 소제목 하나하나에 붙은 의미와 글의 흐름을 따라 의식되는 많은 '무의식'까지 끌어내는 힘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물론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보태진 거겠지만. 저자가 사는 주위 풍경을 상상해보며 독자의 어릴 적 살던 곳의 모습까지 끌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저자의 글에 많은 공감을 느낀 이유 때문이리라.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힘들 때도 있고, 극복해낸 다음 고요한 모습을 보이는 글에서는 경륜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담담하게 썼지만 독자에게는 강한 울림을 주는 글들로 꽉 채워져 있는 오랜만의 수필집을 마음에 담고 집에 보관하는 행복한 느낌이 가슴속에 오래 남는다.



"살면서 누구도 사람을 한찮게 여길 자격은 없다. 나는 그에게 설명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언약을 파기해도 괜찮은 존재였던가, 나를 그리 대했으니 나도 그를 내 마음에서 추방시켜 버릴까, 따질 수도 없고, 쿨하게 잊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이럴 때 상대방에게 적용할 페널티 같은 거 있다면 좋겠다. 그에게 적용하고 나면 내 마음이 눈처럼 하얘지는 그런 페널티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때로 돌아가 상대를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p. 63)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강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강변은 각자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움이다. 물이 있고, 그 물을 바라보는 나, 물 속에서 자신을 비추게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 1급수이면, 깨끗한 강물이면, 나 자신을 성찰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데 있어서 안성맞춤이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보고 싶을 때, 그 사람이 머문 장소 이외에 대체로 강변으로 향하는 이유는, 길에서 느껴지는 그리움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저자의 마음 언저리 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의 목적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그리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익숙한 곳으로 점점 더 천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곳이 내가 태어난 곳, 고향산천, 강변이었다.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소중한 것임에도 그것을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폐기처분할 때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존재를 생각하면서, 정작 존재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오게 된다. 나에 대한 존재감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존재감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가치와 습관들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을 평가하지 말고 사랑하게 되면, 그사람은 내 곁에 머물러 있게 된다. 누군가를 평가함으로써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바로잡지 않은 채 방치하게 되었다. 먼저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가 지켜야 하는 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남들이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사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사람과 함께하면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내 삶에 대한 여유로움을 잊지 않는다면, 내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저자처럼 살아가지 못하더라도, 저자의 삶을 따라갈 순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그곳에 간다. 그곳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곳에서 오래 두어도 낡아지지 않는 꿈꾸는 강을 만난다. 그 강변에 앉아서 그리움의 끝에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남들은 기뻤다는 어린 날, 홀로 아파하며 표랑하던 과거와 조우하며 지금의 나와 대응해 본다.

그리고 깊은 바닥도 낮은 둔덕도 덮고 흐르는 강의 덕성을 배운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들과 단절하며 그 쓸쓸함의 황야에서 빠져나온다.

다홍빛 저 하늘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곳은, 언젠가는 도래할 그날, 내 가뿐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가야할 곳이다. 그곳을 바라보며 내 사모하는 주님을 만나 뵙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산다는 건 결국 꿈을 꾸는 일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일 게다. 강물이 저 혼자라면 어찌 빛을 내겠는가. 햇빛에 반영되어 더욱 아름다운 것을….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 저 혼자 뱉어내고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신문을 읽고 격려해 주는 단 한사람, 그대로 인하여 마음은 팽창한 현이 되어 다시 펜을 잡는다. 그 한사람 때문에, 지면에 나갔던 글들을 정리하여 책을 엮는다. 강물처럼 쉬지 않고 그렇게 흘러가다보면 물고기가 노니는 깊은 물이 될 수 있는 시절도 오겠지….

<서문> 중에서




이 수필집은 제목 남자의 강, 이끼의 노래, 꿈길에서 꽃길에서, 마음놀이, 소나무 문답, 꽃잔디의 꿈, 연을 먹는 사람들, 인연 만들기, 서로 다운 세상, 지구를 도는 달처럼, 지음, 그리움의 끝, 잉어, 음악처럼을 비롯한 40개가 넘는 글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남을 의식하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솔직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쉽게 상처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되어 의욕을 상실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마음속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그러는 것이 쉽지 않고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얻기도 어렵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필'이다.

수필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느낌을 담은 글을 통해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순간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과 사람들과의 관계, 마음가짐 등으로 인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꿈꾸는 강변』에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담은 글들이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들 각자의 마음에 따라서 공감을 하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될 것 같다.



“그가 혀로 내 언 몸을 구석구석 핥아주면 내 모든 세포와 촉이 일어서 노래를 한다오. 나는 순히 스러져 내 전부를 내어준다오.”


저자 : 임미옥


경부선이 지나고 금강이 흐르는 세종시 부강에서 태어났다. 유치원에서 꼬마들과 젊은 날을 보냈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푸른솔문학지에 수필로 등단했고 ‘제20회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엇박자노래’가 당선됐다. 충북일보 ‘임미옥의 산소편지’ 코너 고정필진으로 수년간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1인1책 펴내기’ 교실에서 수필을 강의하고 있다. 대한기독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에서 활동 중이고, 푸른솔문인협회 사무국장, 편집주간, 충북문학전집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지금은 ‘청솔문학작가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수필집은「음악처럼」(2015년)「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충북명소」(2017년)가 있고, 이번에「꿈꾸는 강변」(2020)을 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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